문집苟全先生文集
苟全先生文集
제목 시(詩)
작성자 관리자 [2017-12-23 14: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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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苟全先生文集卷之二]    구전선생문집권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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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知巖精舍訪張旅軒不遇]     부지암정사방장여헌불우

부지암 정사로 장 여헌을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다

 

十里穿林細逕回   십리천림세경회   수풀을 헤치고 십리를 가니 가느다란 길이 둘려 있는데,

數椽林水小堂開   수연임수소당개   몇 개의 서까레가 물을 내려다보는 조그마한 집이 자리하고 있네. 

不知爲號知逾衆   부지위호지유중   모른다는 것으로 이름을 붙였으니 아는 것은 더욱 많을 터이고,

有道爰居道自恢   유도원거도자회   도학 있는 이가 여기에 기거하니 도학이 저절로 넓어지겠도다.

巖竇風生巾屨冷   암두풍생건구냉   바위 구멍에서 바람이 생겨 수건과 긴발이 차가운데,

江心月浴戶庭皚   강심월욕호정애   강 속에 달이 목욕을 하니 집과 뜰이 환하네.

皐皮座上人何處   고피좌상인하처   자리에는 호피만 깔아 놓고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

仙鶴應將報客來   선학응장보객래   선학이 응당 나그네가 왔다고 알려 주리라.

 

상평운(上平韻) 회:灰 (개:開,회:恢,애:皚,래:來,)

 

[送回答上使吳楸灘允謙令公]     송회답상사오추탄윤겸영공

회답상사 오 추탄 윤겸 영공을 전송하다

 

一見曾知國有賢   일견증지국유현   한번 보고서 일찍이 국가에 현인이 있음을 알았으나,

七年消息恨無傳   칠년소식한무전   칠년 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하여 한스럽구려.

靑眸嶺外迎金節   청모령외영금절   청춘에는 조령(鳥嶺) 밖에서 쇠로 만든 부절(符節)을 맞았었고,

白髮天涯送海船   백발천애송해선   늙으막에 일본으로 떠나는 해상의 뱃길에서 전송하도다.

學也能追先輩後   학야능추선배후   학문은 선배들의 뒤를 따를 만하고,

使乎應出古人前   사호응출고인전   사신으로의 임무는 응당 옛날 사람보다 뛰어나리라.

靑丘輕重公來往   청구경중공래왕   조선의 경중이 공이 갔다가 돌아오는데 달려 있으니,

會看邦民奠枕眠   회간방민전침면   마침 온 나라의 백성들이 편안히 잠들 수 있음을 보리라.

 

[조령(鳥嶺) 밖에서 쇠로 만든 부절(符節:수(隨)나라 이후에는 의장(儀仗)에 쇠로 만든 부절을 사용하였는데,

                  여기서는 오윤겸(吳允謙)이 임진왜란(壬辰倭亂) 때에 서호체찰사(西湖體察使)를 지낸 일을 말함.]

 하평운(下平韻) 선:先 (전:傳,선:船,전:前,면:眠,)

 

[送副使朴子挺]     송부사박자정     부사 박 자정을 전송하다

 

忠信平生聖主知   충신평생성주지   평생토록 충성스럽고 믿음직함은 성상께서 아시는데,

卽戎今日匪君誰   즉융금일비군수   오랑캐 땅으로 나아가는 오늘날 그대가 아니고 누가 가랴?

手持龍節身生死   수지용절신생사   손에 용(龍)을 그린 부절을 지녔으니 자신의 생사가 매여있고,

槎泛鲸波路險夷   차범경파로험이   배를 큰 물결에 띄우니 길이 험하기도 하고 평탄하기도 하리.

牛酒迎車婁未貴   우주영거루미귀   소고기와 술을 가지고 수레를 영접하지만 여러 번 존숭하지는 않았고,

絃歌坐幄奐方奇   현가좌악환방기   거문고를 타고 시를 읊으며 장막에 앉으니 크게 기이함을 비교하도다.

不須不拜煩相贈   불수불배번상증   번거롭게 서로 주는 선물 받지 않을 필요는 없겠으나,

且待王風動海湄   차대왕풍동해미   왕의 교화가 바닷가 나라를 감동시키도록 기대한다오.

 

상평운(上平韻) 지:支 (수:誰,이:夷,기:奇,미:湄,)

 

[送從事官李尙古]     송종사관이상고     종사관 이 상고를 전송하다

 

昔登燕薊路   석등연계로   그전에 연경과 계주 길에 오를 적에,

贈別自輸城   증별자수성   수성 역에서부터 송별해 주었었지.

萬里今從事   만리금종사   만리나 되는 곳에 지금 종사관으로 떠나니,

三山杳去程   삼산묘거정   삼산(三山) 아득히 보이는 거리의 길이네.

忠君義固重   충군의고중   임금에게 충성하는 의리는 진실로 중하고,

將父念還輕   장부념환경   어버이를 봉양하는 생각은 도리어 가볍네.  

多少臨歧恨   다소임기한   갈림길에 다다른 많은 한은,

當年送我情   당년송아정   바로 그 당시 그대가 나를 전송하던 그 심정이라오.

 

[삼산(三山:신선(神仙)이 산다는 세 산의 이름.

         봉래(蓬萊),영주(瀛洲),방장(方丈)을 말하는데 모두가 바다 가운데 있다고함.]

하평운(下平韻) 경:庚 (성:城,정:程,경:輕,정:情,)

 

[伽倻山次趙壽朋二首]   가야산차조수붕이수  가야산에서 조 수붕의 두 수에 차운하다

 

孤雲一去已千秋   고운일거이천추   최고운(崔孤雲)이 한번 떠난 지 벌써 일 천년인데,  

川老當年又幾遊   천노당년우기유   월천선생 당년에 또한 몇 번 유람 하셨던가?

隨處巖臺皆古迹   수처암대개고적   곳곳마다의 바위로 된 대에는 모두 옛날 자취 남았고,

祗今淸吹不曾休   지금청취불증휴   지금까지 맑은 바람은 아직도 그치지 않는다오.

하평운(下平韻) 우:尤 (유:遊,휴:休,)

兩載紅流六往還   양재홍류육왕환   두해 동안 홍류동(紅流洞)을 여섯 차례 갔다 왔으니,

此翁緣分在神仙   차옹연분재신선   이 늙은이의 연분도 신선이 살고 있는 산에 있다오.

秋風更待呈奇爽   추풍경대정기상   가을 바람에 다시 기이하고 상쾌한 소식 보내기를 기대하며,

看盡今朝未盡看   간진금조미진간   오늘 아침에 다 못 본 것을 모두 보려 함이요.

상평운(上平韻) 산:刪 (산:山) 한:寒 (간:看,)

 

[新寧竹閣次退溪先生韻]   신령죽각차퇴계선생운   신령 죽각의 퇴계선생 운에 차운하다

 

玉擢修竿柱削銅   옥탁수간주삭동   옥에서 솟아난 긴 장대로 된 기둥에 구리는 깍아 버리고,

欲擎蒼宇立當中   욕경창우립당중   하늘을 들어올리려는 듯 한가운데 세웠도다.

飽經霜雪長年翠   포경상설장년취   서리와 눈을 실컷 겪었기에 오래도록 푸른데,

幾閱乾坤萬木空   기열건곤만목공   하늘과 땅에 모든 나무가 텅비었음을 몇 번이나 보았던가?

枯槁更敎看苦節   고고경교간고절   말라 죽으면서 다시 변하지 않는 절개를 보여 주게 하고,

蕭疎猶使動凉風   소소유사동량풍   잎 져서 드문드문 할 때는 오히려 서늘한 바람이 일도다.

誰將小閣臨流抗   수장소각임류항   누가 작은 죽각을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세워,

面竹虛簷特地工   면죽허첨특지공   정면의 대마무와 빈 처마를 일부러 공교롭게 하였는가?

 

苔上玄巖色古銅   태상현암색고동   이끼 위의 까마득한 바위는 고동색인데,

小窓開在水聲中   소창개재수성중   조그마한 창문은 물소리 가운데로 향해 열려있네.

雨餘修竹枝猶重   우여수죽지유중   비 내린 나머지 긴 대나무 가지가 오히려 무거운데,

春盡寒梅樹已空   춘진한매수이공   봄이 다 지난 겨울 매화는 나무가 이미 비어있네.

解使遊人無俗慮   해사유인무속여   유람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속된 생각 없애고,

從知太守有仙風   종지태수유선풍   따라서 태수에게 신선의 풍모가 있음을 알겠구려.

籠紗況得先賢句   롱사황득선현구   명주 바른 대나무 등롱에다 선현의 글귀마져 얻었으니,

想像當年造化工   상상당년조화공   당시 조물주의 공교로움을 상상하게 되도다.

 

상평운(上平韻) 동:東 (중:中,공:空,풍:風,공:工,)

 

[次藥峰韻]     차약봉운     약봉 운에 차운하다

 

簾開竹送風   렴개죽송풍   발을 걷어 젖히니 대나무가 바람을 보내주고,

日出山收雨   일출산수우   해가 돋으니 산이 비를 거두어들이네.

巖低小潭淸   암저소담청   바위가 나직하니 조그마한 연목이 맑아,

游魚看可數   유어간가수   헤엄치는 고기를 보면서 헤일 수 있네.

 

거성운(去聲韻) 우:遇 (우:雨,수:數,)

 

[] 고시(고시) 월과(월과)   녹선     사슴과 신선 

 

靑山深復深   청산심복심   푸른 산이 깊고도 깊은데,

白雲籠其顚   백운롱기전   흰 구름 그 꼭대기를 감싸고 있네.

中有綠髮翁   중유록발옹   중간에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의 늙은이가,

獨倚寒松眠   독의한송면   혼자 차가운 소나무에 기대어 졸고 있구려.

誰謂爾無羣   수위이무군   누가 그대에게 무리가 없다고 말하던가?

有鹿同蹁躚   유록동편선   사슴과 빙빙 돌면서 춤을 추는데,

蒼者閱千歲   창자열천세   푸른 사슴[창록(蒼鹿)]은 천년이 지났으며,

白又經幾年   백우경기년   흰 사슴 또한 몇 년이 지났던가? 

精俊老不衰   정준노불쇠   정력이 뛰어나 늙어도 쇠미해지지 않고,

五百秋始玄   오백추시현   오백년이 되면 검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네.

俟俟物友我   사사물우아   걸어갈 때에는 사슴이 나의 벗이 되며,

日夕相牽連   일석상견연   밤낮으로 서로 잇대어 있으니.

誰人又誰鹿   수인우수록   누가 사람이고 또 누가 사슴인지,

旅行無後先   여행무후선   여행할 때에도 앞뒤가 없도다.

或騎或駕車   혹기혹가거   더러는 타기도 하고 더러는 수레를 끌게 하기도 하니,

有孚忘機權   유부망기권   믿음성이 있어 기지와 권모도 잊게 되네.

呦呦若和倡   유유약화창   유유하게 우는 소리는 부르고 화답하는 듯하며,

得得俱全天   득득구전천   득의양양한  모양은 천성을 온전히 갖추었네.

光陰駒過隙   광음구과극   세월은 문틈에 흰 망아지가 지나가는 것처럼 빨라,

繞磨催蟻旋   요마최의선   맷돌 돌리 듯 개미가 쳇바퀴 돌 듯 세월은 쉬지 않도다.

人間幾春秋   인간기춘추   인간이 몇 년을 사는가?

物外超拘攣   물외초구련   세상 밖에서 사믈의 구속에서 벗어났네.

高蹤不可攀   고종불가반   고상한 행적을 더위잡고 따를 수 없으니

吾且歌鹿仙   오차가록선   나 또한 사슴 신선을 노래하리로다.

 

[창록(蒼鹿:사슴의 빛깔이 일천년이 되면 푸르게 되고. 5백년이 되면 검게 되고. 일백년이 되면 희게 된다고 함.]

하평운(下平韻) 선:先 (전:顚,면:眠,선:僊,년:年,현:玄,연:連,선:先,권:權,천:天,선:旋,련:攣,선:仙,)

 

[黑甛]     흑첨     낮잠

 

欠伸當午氣沈淹   흠신당오기심엄   한낮이 되니 하품이 나고 기지개가 켜지며 기운이 가라앉으매,

首重眸昏口欲鉗   수중모혼구욕겸   머리도 무겁고 눈도 침침해지며 입은 다물어 지려고 하네.

膜膜乾坤窮到黑   막막건곤궁도흑   아득한 하늘과 땅에는 극도로 컴컴함이 이르고,

酣酣趣味飯還甛   감감취미반환첨   술에 취한 듯한 흥취와 맛은 실컷 섭취했는데 도리어 달콤하네.

迷魂自有陳仙樂   미혼자유진선악   흐릿해진 정신에 저절로 신선의 음악이 펼쳐져 있는데,

朽木寧思魯叟嚴   후목영사노수엄   썩은 나무[후목(朽木)]에 어찌 노나라 늙은이의 엄중함을 생각하랴?

白日眼前多苦事   백일안전다고사   환한 대낮의 눈앞에는 괴로운 일들 많으니,

總輸身外不遺纖   총수신외불유섬   모두 몸 밖으로 실어 보내고 조금도 남기지 않으리.

 하평운(下平韻) 감:監 (겸:鉗,첨:甛,엄:嚴,섬:纖,)


[與孫季進約以七月旣望船遊東津而病未赴]    여손계진약이칠월기망선유동진이병미부

 손 계진과 칠월 열엿새날 동진에서 뱃놀이하기로 약속하고서 병이나서 가지 못하였음

 

斷送星山二載秋   단송성산이재추   성주에서 두 해의 가을을 헛되이 보냈으니,

仙舟還付別人遊   선주환부별인유   신선이 타는 배는 도리어 특별한 사람의 놀이에만 부여되네.

蓮堂病臥中宵月   연당병와중소월   연당에 병이 들어 누웠노라니 한밤중에 달은 밝은데,

一夢悠悠煙水頭   일몽유유연수두   한번의 꿈은 유유하게 안개낀 물가에서 전개 되도다.

 

하평운(下平韻) 우:尤 (유:遊,두:頭,)

 

[李茂伯諸君陪泗老作蓬萊浴行用前韻戲寄]    이무백제군배사로작봉래욕행용전운희기

이 무백 제군 사로를 모시고 봉래에 목욕하러 가는데 앞편의 운을 써서 장난 삼아 부치다

 

少微光耀井躔秋   소미광요정전추   소미성(少微星)의 빛이 정수(井宿) 궤도에 비치는 가을에

魯叟寧辭海上遊   노수영사해상유   노나라 늙은이가 어찌 바닷가 놀이를 사양하랴?

從我有由今臥病   종아유유금와병   나도 말미가 있으면 따르려 했는데 지금 병으로 누웠으니,

羨他遲輩御驂頭   선타지배어참두   저 번지(樊遲)의 무리들 말 옆에서 모시고 가는 것 부럽도다.

 

[사로(泗老:한강(寒岡) 정구(鄭逑)를 가리킴.]

[소미성(少微星:별 이름.  사대부(士大夫)의 지위에 해당하는 별. 또는 처사성(處士星)이라고도 함.]

[정수(井宿:정성(井星)이라고도 하며 황도를 도는 28수(宿)중 남쪽의 7개중의 하나.

                 정(井)귀(鬼)유(柳)성(星)장(張)익(翼)진(軫).]

[번지(樊遲:공자(孔子)의 제자로 공자의 수레를 몬 적이 있음.]

 

하평운(下平韻) 우:尤 (유:遊,두:頭,)

 

[輓權司諫]     만권사간     권 사간 만사

 

晦谷先生掩谷門   회곡선생엄곡문   회곡선생의 골짜기 문을 닫았으니,

鑑源亭上鑑心源   감원정상감심원   감원 정자 위에서 마음의 근원을 비춰보네.

窮年事業韋三絶   궁년사업위삼절   만년의 사업은 가죽끈이 세 번 끊어졌고,

半年功名雲一痕   반년공명운일흔   반평생의 공명은 뜬구름 한 조각의 흔적이네.

玩理幾曾摹太極   완리기증모태극   이치를 완상하면서 몇 번이나 일찍이 태극(太極)을 본떴으며?

爲仁時復繹羣言   위인시복역군언   인을 행하면서 가끔 다시 여러 사람의 말을 풀어 보도다.

坐乘元化無餘恨   좌승원화무여한   앉아서 조화의 큰 힘을 탔으니 남은 한은 없으시나,

歿世方知德益尊   몰세방지덕익존   세상을 떠나는 날에야 바야흐로 덕이 더욱 높음을 알겠도다.

 

[태극(太極:천지(天地)가 아직 열리지 않고 혼돈(混沌)한 상태로 있던 때임.]

상평운(上平韻) 원:元 (원:源,흔:痕,언:言,존:尊,)

 

[次和李茂伯遊立巖] 2수(首)  차화이무백유입암    이 무백이 입암에서 노닌 운에 차운하다 

 

是非叢裏過三秋   시비총리과삼추   시비가 모여드는 속에서 가을 석 달이 지나가네,

公舘偏驚歲月流   공관편경세월유   공관에서 치우치게 세월이 흐름을 놀라워하네.

爭似石潭翁在散   쟁사석담옹재산   석담 늙은이처럼 간하여 산직(散職)에 있었다면,

趂携閑伴任仙遊   진휴한반임선유   한가하게 동행이 되어 같이가 신선놀이 마음대로 해볼걸.

 

君家自是古星州   군가자시고성주   그대의 집은 바로 옛날의 성주인데,

何事仙區太晩遊   하사선구태만유   무슨 일로 신선의 구역에 너무 늦게야 노니는가?

向我莫誇新領畧   향아모과신영약   나를 향하여 새로 이해한 것들 자랑하지마소,

曾輸炳客舊年眸   증수병객구년모   일찍이 병든 나그네 작년에 눈으로 다 보았다오.

 

[산직(散職:실제로 맡아보는 일이 없는 벼슬임.]

하평운(下平韻) 우:尤 (류:流,유:遊,모:眸,)

 

[輓權樂而]     만권낙이     권 낙이 만사

 

少小襟期指後淍   소소금기지후주   젊어서부터 서로 마음을 터놓고 지조를 지키리라 지목하고서,

平生某逆漆投膠   평생모역칠투교   평생토록 뜻이 맞기가 옻을 아교(阿膠)에 던진 듯하였네.

貧如原憲吾無謟   빈여원헌오무첨   가난하기가 원헌(原憲) 같아도 나는 아첨하지 않을 터이니,

富過周公子豈驕   부과주공자기교   부유하기가 주공보다 지나쳐도 자네가 어찌 교만하랴?

每喜不才登甲苐   매희불재등갑제   매번 둔재인 내가 과거에 급제한 것을 기뻐하였고,

偏憐有局老蓬茅   편련유국노봉모   지나칠 정도로 국량이 있으면서 초야에서 늙는다고 가련하게 여겼지.

天涯此日呑聲別   천애차일탄성별   하늘가로 소리를 삼킨 채 이별하는 이날,

苦憶靑巖解挽朝   고억청암해만조   청암정에서 해임을 만류하던 아침에 괴롭게 기억 된다오.

 

[아교(阿膠:옻과 아교는 모두 접착시키는 물질이므로 교재가 친밀함을 가리킴.]

[원헌(原憲:춘추시대(春秋時代) 노(魯)나라 사람. 공자의 제자. 청빈(淸貧)하기로 유명함.]

하평운(下平韻)  효:肴 (교:膠,모:茅,)  소:蕭 (교:驕,조:朝,)


[輓吳克成]     만오극성     오 극성 만사 

 

可惜吳黃澗   가석오황간   애석하개 여길 만 하다 오 황간이여!

雄才挺百夫   웅재정백부   뛰어난 재능은 여러 사람 가운데 우뚝 하였네.

天門登虎榜   천문등호방   대청에서 보인 무과 시험에 합격하여,

湖邑佩魚符   호읍패어부   호서(湖西)고을의 수령이 되였네.

寇退千城老   구퇴천성노   오랑캐들 물러나자 국가의 간성으로 늙었는데,

家居歲月徂   가거세월조   집안에서 기거하며 세월은 흘렀구려.

醉魂招不得   취혼초부득   취한 듯한 혼을 불러 보았지만 대답이 없고,

新壟海山隅   신롱해산우   바닷가 산모퉁이에 새 무덤만 생겼네.

 

상평운(上平韻) 우:虞 (부:夫,부:符,조:徂,우:隅,)

 

[偶題]     우제     우연히 쓰다

 

四點寒梅萼   사점한매악   네 송이 겨울 매화 꽃받침이, 

小於六出花   소어육출화   눈송이보다도 작구려.

主人好淸簡   주인호청간   주인이 맑고 간결함을 좋아하니,

不必滿枝多   불필만지다   가지 가득하도록 많을 필요 않겠지.

 

상평운(上平韻) 마:麻 (화:花,다:多,)

 

[安彦待偉卿口占] 4수(首)    안언대위경구점    안언에서 위경을 기다리며 읊다

 

白頭羞見小兒驕   백두수견소아교   머리가 허옇게 세어서 버릇없는 아이 보는 것이 부끄러운데,

斗米還能折我腰   두미환능절아요   얼마 안되는 녹미가 도리어 나의 허리를 굽신거리게 하였네.

千古丈夫彭澤令   천고장부팽택령   영원토록 대장부는 팽택령(彭澤令) 이니,

歸舟輕颺任搖搖   귀주경양임요요   고향으로 돌아가는 배 가벼워 날릴 듯 흔들거리네.

 

處貧何讓子方驕   처빈하양자방교   가난에 대처하는 것이 어찌 자네가 교만하다고 사양하랴만,

局束堪憐佩印腰   국속감련패인요   군색하고 구속되어 관인을 허리에 차고 있는 것이 가련하구려.

歸去故園春正好   귀거고원춘정호   옛 전원으로 돌아가면 봄이 바로 한창이니,

不須底尾向人搖   불수저미향인요   꼬리를 낮추고 사람들을 향해 흔들 필요가 없도다.

 

暮雨狂風倦幔頻   모우광풍권만빈   저물녘에 내린비와 거센바람이 휘장을 자주 내려 수고롭게 하고,

烏紗白髮候征人   오사백발후정인   머리가 허옇토록 관복을 입고 여행하는 사람 살펴보네.

誰懷靡及馳驅疾   수회마급치구질   누구를 마음에 두고서 이르지 않는다고 달려가는고?

且好留連路四民   차호유연로사민   길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 노는데 팔려 오래 객지에 머물기를 좋아하도다.

 

休道如今國步頻   휴도여금국보빈   지금처럼 국가의 운명 자주 바뀜을 말하지 말게,

太平簫擁翠輿人   태평소옹취여인   태평소(太平簫)를 푸른 수레 탄 사람들이 끼고 있다오.

男兒得志須方丈   남아득지수방장   남아가 뜻을 얻으면 모름지기 방장(方丈)은 돼야 하는데,

血盡膏乾肯惜民   혈진고건긍석민   혈기가 다하고 기름기가 말랐는데 어찌 백성을 아끼랴?


[ 이필령(李必令)이 약과(藥果)를 차상에다 높이 괴어 제공하였다.

상평운(上平韻) 진:眞 (인:人,민:民,)

 

 

[次題山字韻]    차제산자운     뫼산자 운의 제목에 차운하다

 

病客逢春添苦恨   병객봉춘첨고한   병든 나그네 봄을 만나니 괴로운 한 보태고,

羞將白髮對靑山   수장백발대청산   허옇게 센 머리를 가지고 푸른 산을 마주 보는 것이 부끄럽네.

寒幃悄寂無窮意   한위초적무궁의   차가운 장막이 고요하니 생각은 끝이 없는데,

釀出蛟珠落枕班   양출교주락침반   술을 빚는데서 나온 교주(蛟珠)가 베개 가에 떨어지도다.

 

[교주(蛟珠:전설에 인어(人魚)를 울리는 구슬. 일반 적으로 구슬 같은 물건을 말함.]

상평운(上平韻) 산:刪 (산:山,반:班,)

 

[侍泗老飮夕到琴湖]      시사로음석도금호   

사로를 모시고 저녁에 금호에 도착하여 술을 마시다

 

西日琴湖落暝陰   서일금호낙명음   금호에서 해가 뉘엿뉘엿 하니 어두운 그늘이 깔리는데,

泗濱風月弄仍吟   사빈풍월농잉음   사수가의 바람과 달을 장난 삼아 그대로 읊도다.

傍人某笑如泥客   방인모소여이객   곁에 있는 사람들 이상(泥像)같은 나그네를 비웃지 마오,

玄酒汚尊解醉心   현주와존해취심   냉수며 땅을 파서 만든 술두루미가 취한 마음을 풀리게 하도다.

 

[이상(泥像:흙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形像). 이소인(泥塑人).]

하평운(下平韻) 침:侵 (음:吟,심:心,)

 

[朝看海棠一枝花發午後忽落又有一枝新開甚嫩有感口占]

   조간해당일지화발오후홀락우유일지신개심눈유감구점

 아침에 해당의 한가지에 꽃이 핀 것을 보았는데 오후가 되니 갑자기 떨어졌으며,

또 한 가지에 새로 꽃이 피였는데 너무나 어리고 연약하기에 느낌이 있어 읊다

 

晴軒坐對海棠叢   청헌좌대해당총   날이 개인 동헌(東軒)에 앉아 해당 떨기를 마주보니,

花落花開竹影中   화락화개죽영중   대나무 그림자 속에서 꽃이 지고 꽃이 피네.

滿地不須傷舊萼   만지불수상구악   땅에 가득하도록 옛 꽃받침 손상시킬 필요 없어,

耀枝還有綻新紅   요지환유탄신홍   빛이나던 가지에 도리어 새로 꽃이 피였네.

 

상평운(上平韻) 동:東 (중:中,홍:紅,)

 

[次吳員外    차오원외     오 원외 운에 차운하다

 

縣紱三冬至   현불삼동지   지방의 고을에 석 달의 겨울이 이르렀는데,

林泉一夢長   임천일몽장   은둔한 임천(林泉)에는 한 꿈이 길겠구려.

時危淚欲雨   시위누욕우   시대가 위태로우니 눈물 비오듯 쏟아지려하고,

客久鬢渾霜   객구빈혼상   객지에 오래 머무니 구렛나루가 모두 허옇도다.

簿牒堆前案   부첩퇴전안   장부와 문서가 책상 위에 쌓였는데,

音書阻北堂   음서조북당   북당(北堂)에는 소식을 전하는 편지가 막혔네.

未期官事了   미기관사료   관아의 일 다 마칠 기약 없으니,

且去臥江鄕   차거와강향   장차 떠나가 강촌에서 편히 쉬려한다오.

 

[북당(北堂:옛날 사대부 집안의 동쪽 집체의 북반부(北半部).

         주부(主婦)가 이곳에 거처하는곳. 즉 어머니가 기거하는 곳으로 비유되기도 함.]

하평운(下平韻) 양:陽 (장:長,상:霜,당:堂,향:鄕,)

 

[冒雪訪安鳳]     모설방안봉     눈을 무릅쓰고 안봉을 찾아가다

 

白雪衝衫風撲巾   백설총삼풍박건   흰눈은 적삼에 부딪치고 바람은 두건에 스치는데,

偷閑還是一忙人   투한환시일망인   바쁜 가운데 틈을 낸 것이 도리어 바쁜 사람이 도였네.

踏窮十里山中路   답궁십리산중로   십 리나 되는 산 속의 길 밟아 가기를 다하니,

方喜禪宮入眼新   방희선궁입안신   바야흐로 중의 집[선가(禪家)]이 눈에 들어와 새롭구나.

 

상평운(上平韻) 진:眞 (인;人,신:新,)

 

[次柱宇韻]     차주우운     주우 운에 차운하다

 

寺在城西遠   사재성서원   절은 성의 서쪽 멀리 있는데,

山客雪後寒   산객설후한   산 모습은 눈이 내린 뒤에 차갑게 여겨지네.

林閭人欲定   임여인욕정   향리에는 사람들 취침하려 하고,

僧殿磬初殘   승전경초잔   법당에는 풍경 소리 처음으로 여운이 남았네.

入靜知栖穩   입정지서온   고요한 지역으로 들어가니 깃들여있음이 온당한 줄 알겠고,

登危覺上難   등위각상난   위태로운데 오르니 올라가기 어려움을 깨닫겠구나.

逢場儘知己   봉장진지기   만나는 장소마다 참으로 잘 아는 친구들이지만,

談話莠兼蘭   담화유겸난   이야기를 해보면 악취와 향기를 겸했지.

 

상평운(上平韻) 한:寒 (한:寒,잔:殘,난:難,난:蘭,)

 

[松上黃鷹] 2수(首)     송상황응     소나무 위의 누른 새매

 

羽毛初長謝冥巢   우모초장사명소   날개가 처음으로 자라자 컴컴한 둥우리를 떠나,

飛入蒼松坐晩梢   비입창송좌만초   푸른 소나무로 날아들어 저물녘에야 나무꼭대기에 앉았네.

臨風剩有凌霄志   임풍잉유릉소지   바람을 내려다보며 높이 날아가려는 뜻 남아 있는데,

羅致誰能縶紫絛   라치수능집자조   누가 그물로 잡아다 자주색의 끈을 다리에다 맬까?

 

欲擧還應戀舊巢   욕거환응연구소   날아가려고 하다가 도로 응당 옛날 둥우리를 생각하여,

雙爪穩著最高梢   쌍조온저최고초   두 개의 발톱으로 가장 높은 나무 꼭대기에 온편하게 앉았네.

凝晴不向鴟鳶動   응청불향치연동   눈동자를 모으고서도 올빼미나 소리개가 움직이는 쪽으로 향하지 않으니,

似識虞人暗謹絛   사식우인암근조   우인(虞人)이 가만히 조심스럽게 끈으로 신호하는 것을 아는 듯 하도다.

 

[ 우인(虞人:산림(山林)과 소택(沼澤) 그리고 원유(苑囿)등의 관리를 맡은 관원.]

하평운(下平韻) 효:肴 (초:梢,)  호:豪 (조:絛,)

 

[海石蒼鷹]     해석창응    바다 돌과 창백색 매

 

整翅能令怯過鳶   정시능영겁과연   날개를 접고 있어도 지나가는 소리개에게 겁을 줄 수 있는데,

瞪眸秋日海東邊   징모추일해동변   가을날 바다 동쪽 편에서 눈을 깜짝도 않고 똑바로 보도다.

超然自是無羇束   초연자시무기속   세속에서 벗어나니 저절로 구속된이 없어,

刷盡風毛立晩天   쇄진풍모입만천   바람에 흩날리던 털을 모두 정돈하고 해질 녘에 서 있네.

 

하평운(下平韻) 선:先 (변:邊,천:天,)

 

[輓權敎官春桂]    만권교관춘계     권 교관 춘계 만사

 

端溫氣味靜儀刑   단온기미정의형   단아하고 온화한 기미에다 조용한 모습으로,

淳謹居鄕拙理生   순근거향골리생   순박하고 조신스럽게 고향에서 서툰 생계를 꾸렸네.

顯父有兒微積善   현부유아미적선   현달한 아버지가 훌륭한 자식을 둔 것은 선행을 쌓은 증거이고,

事兄如考見純誠   사형여고현순성   형 섬기기를 돌아간 아버지 섬기듯하여 순수한 정성 나타났네.

處家爲政斯云美   처가위정사운미   가정을 잘 꾸려나감도 정치를 하는것이라는 이 말이 아름다우니,

通籍除官豈曰榮   통적제관기왈영   벼슬길에 올라 관직에 임명됨이 어찌 영광스럽다고 할까?

地下更應全一樂   지하경응전일락   지하에서 다시 응당 한결같은 즐거움을 누리겠지만,

人間却恨瑟無聲   인간각한슬무성   인간에는 문득 진심을 알아 줄이 없음이 한스럽도다.

 

하평운(下平韻) 경:庚 (생:生,성:誠,영:榮,성:聲,)

 

[安鳳僧不拜佛及謁隴西影堂能贊導指示感而有作]  안봉승불배불급알농서영당능찬도지시감이유작

안봉스님이 부처에게 절을 하지 않다가 농서의 영당을 알현하는데

이르러서는 인도하고 지시하므로 감동되어 짓다

 

居僧不慣佛前叉   거승불관불전차   거주하는 중이 부처 앞에서 공손히 절하는데는 익숙치 않으면서,

禮影還能起我多   예영환능기아다   영당(影堂)에 예모를 갖춤이 도리어 나를 흥기시킬 소지가 많도다. 

戎髡豈知崇象意   융곤기지숭상의   머리를 깍은 중이 어찌 영정을 숭상하는 뜻을 알랴? 

古人馨德壓彌陀   고인형덕압미타   옛날 사람의 향기로운 덕이 부터를 압도해서이도다.

 

하평운(下平韻) 가:歌 (다:多,타:陀,)

 

[題具季膺贊祿林亭]    제구계응찬록임정    구 계응 찬록의 숲속정자에서 쓰다

 

依山壓水抗風臺   의산압수항풍대   산을 의지하여 강물을 누르는 듯 풍대(臺)가 높다란데,

乘興登臨最快哉   승흥등임최쾌재   흥취(興趣)를 타고 올라가 보니 아주 상쾌하구려.

半生身閑忘老去   반생신한망노거   반평생 동안 몸이 한가하니 늙어 가는 것을 잊었고,

三秋酒熟喜朋來   삼추주숙희붕래   석 달의 가을에 술이 익으니 즐거운 벗이 왔도다.

不曾瑣瑣愁眉皺   불증쇄쇄수미추   일찌감치 잗달게 눈가에 주름을 근심하지 않았고, 

祗任休休笑口開   지임휴휴소구개   단지 편안하게 입을 벌려 웃기를 마음대로 하누나.  

自是野翁眞樂處   자시야옹진락처   여기가 바로 야인 생활하는 늙은이가 참으로 즐겨하는 곳이니,

他年俗駕怕空廻   타년속가파공회   다른 해에 세속의 수레가 부질없이 되돌아갈까 두렵도다.

 

[풍대(豊臺:바람막이가 없이 지어진 대사(臺榭)를 가리킴.]

상평운(上平韻) 회:灰 (재:哉,래:來,개:開,회:廻,)

 

 [萬曆戊午冬十二月二十七日行柱漢冠禮于新安正廳

    都上舍廳兪爲賓余於是兒之鞠而長成而冠竊有所感仍以詩贈之]

    만력무오동십이월이십칠일행주한관례우신안정청

    도상사청유위빈여어시아지국이장성이관절유소감잉이시증지

 

만력 무오년(1618) 겨울 12월 27일에 주한의 관례를 성주 정청에서 행하였는데

도상사 응유를 빈으로 삼았다.

내가 이 아이를 길러 장성하자 관례를 행함에 그윽이 느낀 바가 있어 그대로 시를 지어 주다.

 

癸卯十二月   계묘십이월   계묘년 십이월에,

失乳啼襁褓   실유제강보   젖을 떼니 강보에서 울었지.

恐汝未成長   공여미성장   네가 성장하지 못할까 싶어, 

日夜中心悼   일야중심도   밤낮으로 마음에 불쌍하게 여겼지. 

托渠外家育   탁거오가육   너의 외가에 의탁하여 기르게 한 지,  

倏怱餘十年   숙총여십년   어느덧 십여 년이 되였는데, 

懶惰縱無匹   라타종무필   느리고 게으르기가 짝할이 없었으니,

不死眞可憐   불사진가련   죽지 않는 것이 참으로 가련히 여길 만 했지.

此日突而弁   차일돌이변   이날에 갑자기 갓을 쓰게 되였는데, 

眉目還似人   미목환사인   용모가 도리어 의젓한 사람 같네.

何事不可做   하사불가주   무슨 일인들 이루지 못하겠는가?

力强須耐辛   력강수내신   힘이 굳세니 모름지기 쓰라림도 견디리라.

旣盡孝弟職   기진효제직   이미 효도하고 공경하는 직분을 다하였으니,

更勵立揚志   경려입양지   다시 입신양명(立身揚名)하는 뜻을 힘써야 하네.

不恨未早學   불한미조학   일찍이 배우지 못한 것을 한탄하지 말고,

晩達吾家事   만달오가사   늦게 우리 집안 일을 통달하도록 하라.

 

[상사(上舍:생원(生員) 또는 진사(進士)를 달리 이르는 말.]

 

상성운(上聲韻) 호:皓 (보:褓,) 거성운(去聲韻) 호:號 (도:悼,) 하평운(下平韻) 선:先 (련:憐,)

거성운(去聲韻) 치:寘 (신:辛,지:志,사:事,)

 

 

[矗石樓韻]     촉석루운

 

將軍缓帶閑無事   장군완대한무사   장군이 띠를 느슨하게 하고 한가로이 일이 없어, 

勝地重營煥大樓   승지중영환대루   경치 좋은 곳에 큰 누각은 빛나게 중건하였네.

凌漢如今規更侈   능한여금규경치   지금처럼 은하수를 능가할 규모는 다시금 사치스럽고,

漾巖依舊水橫流   양암의구수횡류   예전같이 바위에 출렁이는 물은 가로질러 흐르도다.

忠魂尙咽黃昏近   충혼상열황혼근   충성스런 넋은 아직도 오열(烏咽)하는 듯 황혼이 가까운데,

殺氣行消紫靄浮   살기행소자애부   무시무시한 기운은 다니다가 사라지고 자줏빛 놀이 떴구려!

安得春風一登眺   안득춘풍일등조   어떻게 봄바람 불제 한 번 올라가 내려다 보면서,

趾吾先正咏芳洲   지오선정영방주   우리 성정(先正)께서 꽃다운 물가를 읊으셨으니 따라 읊어본다오.

 

退溪先生集中有是韻。令柱宇謄送晉牧。仍有是作。

퇴계선생집중유시운。영주우등송진목。잉유시작

[퇴계선생의 문집 가운데 이 운이 있으므로 주우에게 베껴서 진주 목사에게 보내도록 하고 그리고 이 시를 지었음.]

 하평운(下平韻) 우:尤 (루:樓,류:流,부:浮,주:洲,)

 

[別金子亨]     별김자형     김 자형과 헤어지다

 

酒客還辭酒   주객환사주   술을 좋아하는 나그네가 도리어 술을 사양하고,

詩翁不作詩   시옹불작시   시를 짓는 늙은이가 시를 쓰지 않네.

依然相別意   의연상별의   그전과 변함없이 서로 이별하는 뜻은,

花鳥也應知   화조야응지   꽃과 새가 응당 알리라.

 

상평운(上平韻) 지:支 (시:詩,지:知,)

 

[次張伴鶴翁呈葆洞主人十詠]   차장반학옹정보동주인십영 

[주인은 바로 이 천봉 숙발이다. 주인내이천봉숙발(主人乃李天封叔發)]

장반학옹이 보동 주인에게 올린 십영에 차운하다

 

落日翔雌逐逝雄   낙일상자축서웅   해질 무렵 암기러기가 날자 수컷도 따라가니,

衡陽一路水南通   형양일로수남통   형양(衡陽)의 한 줄기 물길이 남쪽으로 통하였네.

平沙萬點翻成陣   평사만점번선진   평평한 모래 톱에는 점찍은 듯이 진을 이루었는데,

分占寬閑五百弓   분점관한오백궁   넓고 조용한 오백궁을 나누어 차지하였구려!

 

상평운(上平韻) 동:東 (통:通,궁:弓,)  [沙汀歸雁] 사정귀안   모래톱으로 돌아가는 기러기

 

浮沈如怕近要津   부침여파근요진   물위로 떳다가 가라앉음에 요새의 나루가 가까움을 겁내는 듯하니,

野性從來不見馴   야성종래불견순   들새의 성격 본래 길들여지지 않아서이네.

浩蕩東湖爰得所   호탕동호원득소   널따란 동호(東湖)를 삶의 터로 얻었으니,

等閑還似洞中人   등한환사동중인   대수롭지 않게 여김이 도리어 동굴에 은거하는 사람 같도다.

 

상평운(上平韻) 진:眞 (순:馴,인:人,)  


[東湖浮鴨] 동호부압   동호에 떠 있는 오리

南來消息不須驚   남래소식불수경   남쪽에서 오는 소식 모름지기 놀랍지 않아,

瞑對岧嶢候火生   명대초요후화생   어둠이 깔리는 대도 높은 산봉우리를 마주보며 연기 오르기를 기다리네.

喜報今昏如昨夜   희보금혼여작야   즐거운 통보는 오늘 저녁도 어제 밤과 같아,

携孟且自說昇平   휴맹차자설승평   술잔을 가지고 또 스스로 태평스러움을 말하도다.

 

하평운(下平韻) 경:庚 (생:生,) 거성운(去聲韻) 경:敬 (평:平,)[원봉모燧] 원봉모수   먼 산봉우리의 저녁 봉화

 

海旭初騰洞樹深   해욱초등동수심   바다에 아침해가 처음 솟아오르니 산골의 나무는 깊숙해 보이는데,

白雲飛繞檻前岑   백운비요함전잠   흰 구름은 날아서 헌함 앞의 산봉우리를 감싸네.

朝來態度長如此   조래태도장여차   아침 일찍부터의 태도가 오래되도록 이와 같으니,

自是無心似有心   자시무심사유심   저절로 여기에 관심이 없으면서 마음이 있는 득 하도다.

 

하평운(下平韻) 침:侵 (잠:岑,심:心,)          [近峀朝雲] 근수조운  가까운 산봉우리의 아침 구름

 

霜後稜稜嶺骨呈   상후릉릉영골정   서리가 내린 뒤에 매서운 추위에 산의 골격이 드러나고,

蒼茫月上霽光淸   창망월상제광청   푸르스름하게 아득한 갈 가에 개인 빛이 해맑네.

忽然坐我姮娥側   홀연좌아항아측   갑자기 내가 항아(姮娥) 곁에 앉은 것 같아,

銀闕玲瓏闢海瀛   은궐영롱벽해영   은빛의 대궐이 영롱하게 바다에 열려 있는 듯하도다.

 

[항아(姮娥:남편이 비밀리에 감춰둔 불사약(不死藥)을 훔쳐 가지고 달(月)로 도망했다는 예(羿)의 아내.달의 다른이름.] 

하평운(下平韻) 경:庚 (청:淸,영:瀛,)         [懸嶺秋月] 현영추월   산마루에 걸려 있는 가을 달

 

水墨新痕半有無   수묵신흔반유무   수묵으로 그린 새로운 흔적처럼 절반이 있는 듯 없는 듯,

淡淸輕白抹天衢   담청경백말천구   연푸르고 얕은 흰색을 하늘에가 칠한 듯하네.

初疑煙靄生溫玉   초의연애생온옥   처음에는 놀이 온화한 옥에서 생기는가 의심했었는데,

却信雲綃護膩膚   각신운초호이부   문득 구름 같은 명주가 반드르르한 살결을 보호하는 듯함을 믿겠도다.

 

상평운(上平韻) 우:虞 (구:衢,부:膚,)        


[角山晴嵐]  각산청람    각산의 갠 날에 보이는 아지랑이

松寒隴上夕風生   소한농상석풍생   찬기운 감도는 언덕 위 소나무에 저녁 바람이 일어나니,

淅瀝驚聞瀉海聲   석력경문사해성   쏴 바닷물 쏟는 소리를 듣고 놀라네.

恰洗當年巢父耳   흡세당년소부이   당년에 소부(巢父)가 귀를 씻은 것과 흡사하니,

人間萬事不嬰情   인간만사불영정   인간의 모든 일은 인정에만 얽혀있지 않는다오.

 

[석력(淅瀝:1.비. 바람 등의 소리,2.잎이 지는 소리,3.애처롭고 쓸쓸한 모양.]

[소부(巢父:요(堯)임금 때의 고사(高士) 산속에 숨어 세리(世利)를 돌보지 않고 나무위에 집을 짓고 거기서 사았음.]

하평운(下平韻) 경:庚 (성:聲,정:情,)         [隴松寒濤]  농송한도   언덕 위 소나무의 찬 파도

 

裊裊輕絲漢客餘   요뇨경사한객여   간드러질 듯한 가벼운 실은 한객(漢客)이 남긴 것이니,

野灘誰禁志和漁   야탄수금지화어   들을 낀 여울에 즐겁게 고기잡이 하려는 뜻을 누가 막으랴?

羊裘薄晩閑垂釣   양구박만한수조   양구(羊裘)를 입고 땅거미 질 무렵 한가하게 낚시를 드리우고,

爲待波頭逐餌魚   위대파두축이어   일렁이는 물가에서 고기가 미끼를 쫓아가기를 기다리누나.

 

[요뇨(裊裊: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 갸날픈 것이 휘감기는 모양, 꼬불쏘불한 모양.]

[양구(羊裘:양가죽으로 만든 갓옷. 은둔(隱遁) 생활하는 사람들이 입었음.]

상평운(上平韻) 어:魚 (어:漁,어:魚,)        [淺灘纖綸]   천탄섬윤    얕은 여울에 가는 낚시줄

 

白屋蒼烟細印墟   백옥창연세인허   초가집에서 피어오르는 푸르스름한 연기가 언덕에 가늘게 찍혔느데,

黃梁初熟野人居   황양초숙야인거   메조가 처음으로 영글어가는 시골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이네.

民安倘得添鳩聚   민안당득첨구취   주민들 편안하니 거기다 비둘기까지 모여들고,

更見平鋪十里餘   경견평포십리여   다시금 시골의 주막이 십리 남짓한 곳에 있음을 보도다.

 

거성운(去聲韻) 어:御 (거:居,)               [野店炊煙]   야전취연    시골 가게의 밥짓는 연기

상평운(上平韻) 어:魚 (여:餘,)

 

月弦南岸斷仍橫   월현남안단잉횡   초생달이 뜬 남녂 언덕은 끊긴 듯 그대로 가로 질러있고,

日下西天照却明   일하서천조각명   해가 지는 서쪽 하늘에는 저녁놀이 문득 환한네.

半面殘輝紅可掬   반면잔휘홍가국   반쪽 얼굴의 쇠잔한 붉은 빛은 손으로 움켜잡을 듯한데,

繫之無術却愁生   계지무술각수생   붙들어 매어 둘 술법이 없으니 문득 걱정이 생기도다.

 

하평운(下平韻) 경:庚 (명:明,생:生,)        [斷岸落照]   단안락조   자른 듯한 언덕의 저녁놀

 

[次尹方伯暄韻]     차윤방백선운     윤 방백 선의 운에 차운하다 

 

省方旋節縣南程   성방선절현남정   지방을 살피는 감사의 행차가 고을의 남쪽 길에 이르니,

拱極銅章境上迎   공극동장경상영   임금 받드는 뜻의 수령인장을 가지고 관할지경에서 영접하였네.

政拙催科知下下   정졸최과지하하   행정은 졸열하고 세금 독촉하는데는 하등중의 하등임을 알겠고,

惠覃宣化荷生生   혜담선화하생생   은혜가 미치게 덕화를 펴게하며 만물이 나서 퍼져나가도록 하는일을 떠맡았네.

誰敎虜勢添驕橫   수교노세첨교횡   누가 오랑캐의 세력이 더욱 교만해지고 멋대로 하게 하였던가?

只倚皇靈更濯征   지의황령경탁정   단지 황제의 혼령이 다시 깨끗하게 정벌해주기를 의할뿐이네.

白首共揮憂國淚   백수공휘우국누   머리가 허옇게 세어 국가를 염려하는 눈물 함께 뿌리니,

靑丘何日定河淸   청구하일정하청   조선이 어느 날에 황하(黃河)의 물이 맑아지 듯 안정이 될까? 

臨水藩城六十程   임수번성육십정   강물이 가로막힌 울타리 구실 하는 성산에서 육십 리 되는 길에,

巡輿下邑幾祗迎   순여하읍기지영   관할 고을을 순행하는 감사의 행차를 몇 번이나 조심스레 영접했던가?

禮餘良覿靑眸豁   예여양적청모활   인사를 나눈 나머지 진실로 마음을 알아주는 눈동자가 확트임을 보겠으며,

兵後危談白髮生   병후위담백발생   난리를 치른 뒤의 위태로웠던 말씀에 머리가 허옇게 세도다.

戀主只期誠各盡   연주지기성각진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단지 각자 정성을 다하기를 기약하고,

愛民仍恨利交征   애민잉한이교정   백성을 아끼는 생각에 서로 이로움을 다투는 것이 한스럽네. 

長歌痛哭俱何益   장가통곡구하익   길게 노래 부르고 통곡함이 모두 무슨 보탬이 있으랴?

且誦瓊章玩格淸   차송경장완격청   장차 훌륭한 문장을 외며 격조가 맑음을 완상하겠도다.

 

하평운(下平韻) 경:庚 (영:迎,생:生,정:征,청:淸,)

 

[五月二十四日祈雨得雨李上舍命龍詩爲大祝賦詩致賀次謝]

     오월이십사일기우득우이상사명용시위대축부시치하차사


5월 24일에 비내리기를 빌고서 비가 내렸는데 이 상사 명룡이

당시 대축이 되였기에 시를 지어 치하하고 사례하다

 

廣寧夫子口懸河   광령부자구현하   광령부자(廣寧夫子)의 구변은 물 흐르듯 거침이 없으니,

語溢情源筆湧波   어일정원필용파   말은 인정의 근원에서 넘치고 문장은 물결이 치솟는 듯하네.

太守尸居天譴甚   태수시거천견심   태수가 제구실을 못하자 하늘의 견책이 심각한데,

諸賢駿走血誠多   제현준주혈성다   여러 어진이들 주선하느라 바쁘니 진심에서 우러난 정성 많도다

郡霖豈爲焚軀祝   군림기위분구축   고을에 큰 비가 내린 것이 어찌 몸소 축문을 태워서이겠는가?

帝德將興鼓腹歌   제덕장흥고복가   상제의 덕이 장차 배를 두드리며 노래하도록 흥기하겠도다.

把喜歸功知有地   파희귀공지유지   기쁨을 지닌 채 공을 돌릴 곳이 있음을 알 터이니,

看君詩句愧如何   간군시구괴여하   그대의 싯귀를 보고 부끄러운 것을 어이하랴?

 

하평운(下平韻), 가:歌 (파:波,다:多,가:歌,하:何)

 

[再賀再謝]     재하재사     재차 하례하고 거듭 사례한다

 

旱餘潦水漲成河   한여료수창성하   가믐 끝에 큰 비가 내려 불어난 물이 대하를 이루어,

白蹢前宵已涉波   백척전소이섭파   어제 저녁에 뽀앟던 말발굽이 벌써 물을 건너게 되였네.

每道使君祈應速   매도사군기응속   매번 사또가 기도한 감응이 빠르다고 말하지만,

從知祝史詫功多   종지축사타공다   따라서 축관(축관)이 공로를 속임이 많은 줄 알았구려.

非關兩寄詩伋賀   비관양기시급하   두 차례 부친 시로 인해서 하례한 것은 관계할 것 없으나,

且喜三農嘯也歌   차희삼농소야가   또한 삼농(三農)에 휘파람 불고 노래하며 즐거워 하겠네.

百里如無今日雨   백리여무금일우   적은 고을에 만일 오늘과 같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官租其奈急徵何   관조기내급징하   관청에 바칠 세금 서둘러 징수하라고 했을 때 어찌 할뻔 했겠는가?

 

[삼농(三農:봄에 밭을 갈고 춘경(春耕), 여름에 김을 매고 하운(夏耘), 가을에 거두는 추수(秋收) 일을 말함.]

 

하평운(下平韻), 가:歌 (파:波,다:多,가:歌,하:何)

 

[次謝情友見訪] 2수(首)    차사정우견방    다정한 친구가 찾아왔음을 사례하는 운에 차운하다

 

功業三春鑿小池   공업삼춘착소지   석 달 봄 동안 공들인 일은 조그마한 연못을 파는 것인데,

泉分一派穴松枝   천분일파혈송지   샘물의 한 가닥이 소나무 가지의 구멍으로 나뉘였네.

魚苗欲長荷生葉   어묘욕장하생엽   알에서 갓 깨어난 어린 물고기가 크려고 새로난 풀잎에 기대 있으니,

剩作閑翁末路知   잉작한옹말로지   여유 있게 한가한 늙은이의 말로(末路)를 알 것 같네.

 

雨餘新水滿方池   우여신수만방지   비가 내린 남머지 새 물이 방지(方池)에 가득한데,

春晩殘花間翠枝   춘만잔화간취지   늦은 봄의 쇠잔한 꽃이 푸른 가지 사이에 보이네.

睡起小窩無一事   수기소와무일사   조그마한 집에서 잠이 깨어 일어나 할 일이 없더니,

靑眸何幸見心知   청모하행견심지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나를 찾아주니 어찌 다행스럽지 않으랴.

 

상평운(上平韻), 지:支 (지:枝,지:知)

 

[過東浦有感]     과동포유감     동포를 지나며 느낀 바 있어

 

亭空東浦人何處   정공동포인하처   빈 정자만 남은 동포의 주인은 어디로 갔는가?

不耐蓮塘作稻塘   불내연당작도당   연을 심은 못이 벼를 심는 못이 된다는 감정을 견디지 못하겠네.

堤上綠楊猶舊色   제상록양유구색   둑가의 푸른 버들은 옛날 빛 그대로인데,

野煙橫繞一痕長   야연횡요일흔장   들 안개는 가로질러 둘려 있으니 흔적 하나 길기도 하다.

 

하평운(下平韻), 양:陽 (당:塘,장:長)

 

[十六日舟送寒岡先生蔚山行]     십육일주송한강선생울산행

 16일 울산으로 떠나는 한강선생을 배에서 전송하다

 

船南走馬趂鷄鳴   선남주마진계명   배가 남쪽으로 떠나려 하므로 새벽에 일어나 말을 타고 달려가,

爲送先生海上行   위송선생해상행   선생이 바닷길로  떠나심을 저송하였네.

滿載三千歸棹疾   만재삼천귀도질   많은 사연 가득 싣고 돌아오는 노가 빠를 터인데,

自憐言偃縶孤城   자련언언집고성   언언(言偃)이처럼 외로운 성에 매여 있는 자신이 가련하구려!

 

[언언(言偃:춘추시대(春秋時代) 오(吳)나라 사람. 공자의 제자. 문학(文學)으로 칭송을 받았음.

                 여기서는 선생이 신안현감(新安縣監)이 되였음을 언언에 견주어 한 말임.]

하평운(下平韻), 경:庚 (행:行,성:城)

 

[次錦江古韻]     차금강고운    금강의 옛날 운에 차운하다

 

輕舟偶泛白鷗邊   경주우범백구변   가벼운 배를 우연히 흰 갈매기가 놀고 있는 가에다 띄우니,

旣望還同壬戌年   기망환동임술년   열엿새 날이 마치 임술년(壬戌年)과 같구려.

細雨三逕雲漏月   세우삼경운누월   보슬비 내리는 삼경(삼경)에는 구름 속에서 달빛이 새어 나오고, 

平波十里鏡分天   평파십리경분천   잔잔한 물결 십리 거울이 하늘과 분간이 되도다.

詩燈火借漁船火   시등화차어선화   시를 지으려는 등잔불은 고기잡이하는 배에서 빌린 불이고,

茶鼎烟和水國烟   차정연화수국연   차를 끓이는 솥의 연기는 물가 마을의 연기와 섞여있네.

四載碧珍成底事   사재벽진성저사   사년 동안 벽진에서 무슨 일을 이루었기에,

如今何幸作遊仙   여금하행작유선   오늘 같이 다행스럽게 신선놀이를 하는가?

 하평운(下平韻), 선:先 (년:年,천:天,연:烟,선:仙)

 

[金志遠謂伽倻峰腰有雲橫帶則必大雨云於是口占一絶]

     김지원위가야봉요유운횡대칙필대우운어시구점일절

 

김지원이 가야산 중턱에 구름이 띠처럼 가로 지르면 반드시

큰 비가 내린다고 하기에 한 절구를 읊다

 

太子巖神古所云   태자암신고소운   태자바위의 신비스러움은 옛날부터 떠들석하였는데,

齋心祝雨共諸君   재심축우공제군   마음을 가다듬어 비 내리기를 빌기를 제군과 함께 하였는데.

歸來馬上頻回首   귀래마상빈회수   돌아오는 길에 말 위에서 자주 머리를 돌려보니,

爲見伽倻一帶雲   위견가야일대운   가야산(伽倻山) 중턱에 띠 같은 한 줄기 구름이 보이는 구려.

 

상평운(上平韻), 문:文 (군:君,운:雲)

 

[輓或人   만혹인    어떤 사람의 만사

 

殿雷喧得廟堂才   전뢰훤득묘당재   궁전에서 묘당(廟堂)의 인재라고 굉장히 떠들석하였는데,

家食還從郡守廻   가식환종군수회   집에서 먹고살기 위해 군수(郡守)의 주변에서 맴돌았네.

亂世文章無處用   난세문장무처용   어지러운 세상에서의 문장은 곳마다 쓰일데가 없으니,

丈夫風度有誰猜   장부풍도유수시   대장부의 풍도를 누가 시기하려고 드랴?

育成蘭茁平生樂   육성난줄평생락   장래가 촉망되는 후생을 육성하는 것이 평생의 즐거움이 였고,

老死蓬茨故舊哀   노사봉자고구애   누추한 집에서 늙어 죽었으므로 친구들 애닯게 여기네.

良覿縣齋春一夢   양적현재춘일몽   고을 서재에서 잠깐 만난 것이 한바탕 봄날의 꿈이 도였으니,

軒然猶記鶴徘徊   헌연유기학배회   헌연히 웃는 모습 오히려 학이 배회하는 듯 기억되도다.

 

상평운(上平韻), 회:灰 (회:迴,시:猜,애:哀,회:徊)

 

匠石推先輩   장석추선배   훌륭한 솜씨는 선배에게 미루고,

詞場許後生   사장허후생   문사들 글짓는 곳에서는 후생들을 허여하였네.

交歡避亂日   교환피난일   서로 교유하며 즐기던 일은 피난하던 때였고,

離恨散晨星   이한산신성   이별하는 한탄은 새벽별처럼 다 흩어져 버려서이네.

白髮俱衰境   백발구쇠경   머리거 허옇게 모두 쇠모의 지경인데,

靑眸卽廣城   청모즉광성   반짝이는 푸른 동자는 광성(廣城)에서 느꼈었지.

那知一樽酒   나지일준주   어찌 알리오 한 두루미의 술을 마신 것이?

正與訣呑聲   정여결탄성   바로 영결하여 소리 머금은 것이 될 줄을.

 하평운(下平韻), 경:庚 (생:生,성:星,성:城,성:聲)

 

[次贈崔上舍恒慶    차증최상사항경     최상사 항경에게 주는 운에 차운하다

 

聖主如今有爭臣   성주여금유쟁신   훌륭한 군주에게 지금처럼 간쟁하는 신하 있는데,

縣官寧許委非人   현관영허위비인   고을의 수령을 어찌 적당하지 않은 인물에게 맡기랴?

怯霜秋草驚寒露   겁상추초경한로   서리에 질려버린 가을 풀은 찬 이슬이 내리는데도 놀라고,

返壑麻衣拂晩塵   반학마의불만진   세속을 떠나 돌아온 삼베옷 입은 이 늦게야 풍진을 털어 버리네.

發政愧黃元雜覇   발정괴황원잡패   행정을 집행함에 황패(黃覇)와 섞이기는 원래 부끄럽고,

臨民爲寇豈云恂   임민위구기운순   백성을 다스림에 구순(寇恂)처럼 했다고 어찌 말하랴?

離亭一酌吾能飮   이정일작오능음   이별하는 정자에서의 한 잔 술 내가 마실수 있으나,

不必前送曳去輪   불필전송예거륜   앞길에서 떠나는 수레를 끌어 줄 필요는 없다오.

 

[황패(黃覇:한(漢)나라 선제(宣帝)때 영천태수(潁川太守)로 있으면서 관용(寬容)과 화합(和合) 으로

                 백성을 다스려 치적(治績)이 천하에 제일 이라는 평가를 받았음]

[구순(寇恂:후한(後漢)의 창평(昌平)사람. 경학(經學)에 밝고 행실이 뛰어나 당시에 장자(長者)라고 불리었음.

                 하내태수(河內太守)에 임명되어 치적(治績)이 뛰어나 뒤에 구순을 다른 곳으로 전임 시키자

                 하내 주민 들이 한해만 더 해달라고 황제에게 상소하여 일년의 유임(留任)을 허락한 고사.]

상평운(上平韻), 진:眞 (인:人,진:塵,순:恂,륜:輪)

 

[次韻]     차운    

 

白頭行止愧黃髫   백두행지괴황초   백발이 된 사람의 기거 동작이 황발을 늘어뜨린 노인에게 부끄러운데,

隔水鄕山恨斷橋   격수향산한단교   강물이 가로막힌 고향 산천은 다리 뜮긴 것이 한스럽네.

未信惠膏沾四境   미신혜고첨사경   은혜로운 행정이 사방을 적셔준다는 것은 믿기지 않고,

剩敎腥聞徹重霄   잉교성문철중소   지저분한 소문은 구중 궁궐에 알려지고도 남음이 있네.

征車恡發還如戀   정거린발환여연   떠나는 수레가 출발을 아끼니 도리어 사모하는 듯하고,

彈舌爭騰肯許消   탄설쟁등긍허소   탄핵하는 내용이 다투어 올라가니 어찌 가하다고 허락하랴?

某把瓜期爲別日   모파과기위별일   임기 만료 시기를 이별하는 때라고 여기지 말게,

從來霜葉趂秋飄   종래상엽진추표   그전부터 단풍잎은 가을 바람에 나부낀다오.

 

상평운(上平韻), 소:蕭 (교:橋,소:霄,소:消,표:飄)

 

[次李道昌]     차이도창     이도창의 운에 차운하다

 

祖帳東門外   조장동문외   동문밖 전송하는 장막에서,

深杯落照中   심배낙조중   술잔에 가득한 술 저녁놀이 지는 가운데 마셨네.

故山歸興逸   고산귀흥일   고향으로 돌아가는 흥취가 즐거운데,

滿袖荻花風   만수적화풍   소매에는 갈대꽃을 스친 바람 가득하구려.

 

상평운(上平韻), 동:東 (중:中,풍:風)


[聞喜日次示柱旻    문희일차시주민

즐거운 소식을 듣던 날 주민의 운에 차운하여 보여주다

 

白頭從仕猥居尊   백두종사외거존   머리가 허옇토록 벼슬살이 하면서 외람되게 높은 자리에 있었는데,

更有羣英膝下存   경유군영슬하존   다시 여러 명의 영특한 자식이 슬하에 있다네.

戊榜擅名吾祖父   무방천명오조부   무오년 과거 합격자 발표에는 우리 조부 명예를 드날리고,

環年繼躅爾曾孫   환년계촉이증손   한바퀴 돌아온 해에는 그 지취를 계승한 너 증손(曾孫)이구려!

足徵餘慶能綿世   족징여경능면세   남은 경사가 대대로 면면함을 충분히 징험하겠으며,

剩使恩光踵耀門   잉사은광종요문   은혜로운 광경이 잇달아 문중을 빛내기에 남음이 있네.

次第三蓮新舊萼   차제삼연신구악   차례로 세송이의 연꽃이 신구의 꽃받침에서 피어,

天香浮動月黃昏   천향부동월황혼   뛰어나게 좋은 향기가 떠서 움직이니 황혼의 달빛 같도다.

 

상평운(上平韻), 원:元 (존:存,손:孫,문:門,혼:昏)

 

[次崔德久]     차최덕구     최덕구의 운에 차운하다

 

昕朝束帶夢依依   흔조속대몽의의   이른 아침에 띠를 매니 꿈이 어렴풋한데,

一味投閑斷事幾   일미투한단사기   일종의 재미도 한가하게 내던지고 기회도 끊어 버렸네.

金印己傳新太守   금인기전신태수   금으로 된 인장은 벌써 새로운 태수에게 전해주었고,

角巾方稱舊麻衣   각건방칭구마의   은자가 쓰는 두건은 바야흐로 삼베옷에 알맞구려.

坐安愚分知今是   좌안우분지금시   편안하게 앉았으니 어리석은 분수에 지금이 옳은 줄 알겠고,

行逐浮榮信昨非   행축부영신작비   따라서 행하니 뜬 영화였던 어제가 글렀음을 믿겠네.

不及古人還可愧   불급고인환가괴   옛날 사람에게 못미치고 도리어 부끄럽게 여길 만하니,

淵明當日早言歸   연명당일조언귀   도연명이 당일에 일찍이 돌아간다고 말하였었지.

 

상성운(上聲韻), 미:尾(기:幾), 미:未 (의:衣), 상평운(上平韻), 미:微 (비:非,귀:歸)

 

[和人再用前韻]     화인재용전운     남에게 화답하며 재차 앞서 운을 쓰다

 

人能俯仰世方憐   인능부앙세방련   사람들 주관 없이 남을 따르기를 잘하니 세상이 바야흐로 가련하고,

拙性平生奈不然   졸성평생내불연   옹졸한 성격의 소유자 평생토록 그렇지를 못하여 어이하랴?

一介宦遊無倚籍   일개환유무의적   한 날의 벼슬살이에도 의뢰 할만한 데가 없었으며,

三年吏隱沒閑便   삼년리은몰한편   삼년동안 벼슬하면서 마음은 은거하는데 두어 한가하고 편한 적이 없었네.

評生栢府言非枉   평생백부언비왕   사헌부에서 평가가 나왔으나 말은 굽히지 않았고,

歸有林園臥却專   귀유림원와각전   전원으로 돌아가 누웠어도 문득 마음은 한가지.

滿檻淸風與明月   만함청풍여명월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이 헌함에 가득한데,

更誰徵我半文錢   경수징아반문전   다시 누가 나에게 절반의 돈이라도 징수하려 할까?

 

하평운(下平韻), 선:先 (연:然,편:便,전:專,전:錢)

 

[閑居偶吟次老杜]     한거우음차노두운     한가하게 지내면서 우연히 노두 운에 차운하다

 

宦子家居索可憐   환자가거색가련   벼슬하던 사람이 물러나 집안에 있으니 쓸쓸하고 가련한데,

人來慰我語同然   인래위아어동연   남들이 와서 나를 위로하는 말 모두 같구려.

不知病薾心耽靜   불지병이심탐정   극도로 고달파 마음은 고요함을 탐하는 줄 모르니,

磯認崎嶇路欠便   기인기구로흠편   기구한 벼슬길에 온편함이 부족한 줄 어떻게 알랴?

回首風塵驚未定   회수풍진경미정   풍진 세상에 머리를 돌리니 놀라워 안정이 않되는데,

稅身林壑喜方專   세신임학희방전   산골에서 몸을 푸니 즐거움이 바야흐로 전일하네.

未妨覓債供饘粥   미방멱채공전죽   빚을 받으러 오거나 죽을 지공하는 것이 방해롭지 않으니,

無復尸官愧俸錢   무복시관괴봉전   다시는 제구실 못하는 관원으로 녹봉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겠도다.

 

[노두(老杜:당(唐)나라 시인(詩人) 두보(杜甫). 두목(杜牧)을 소두(小杜)라고 하는데 대한 대칭(對稱)임]

 

하평운(下平韻), 선:先 (연:然,편:便,전:專,전:錢)

 

 

[寒水亭次韻    한수정 차운

 

露濕瓊林鶴不還   로습경임학불환   선경에 있는 숲이 젖었는데도 학은 돌아오지 않고,

春深桂宇晝常關   춘심계우주상관   계수나무로 지은 집에 봄은 깊었으나 낮에도 문은 늘 닫혀있네.

落紅痕晩霞收浦   낙홍흔만하수포   꽃이 떨어진 때늦은 흔적에 안개는 포구에서 걷히고,

瀉碧聲寒雨過灣   사벽성한우과만   푸르름을 토하는 소리로 찬비는 물굽이쳐 지나가네.

物外風烟饒水窟   물외풍연요수굴   속세 밖의 바람과 연기는 물가의 동굴에 풍요롭고,

壺中天地杳人寰   호중천지묘인환   병속의 별천지는 사람이 사는 세상과는 아득하네.

若敎魚鳥無猜我   약교어조무시아   만약 물고기와 새들로 하여금 나에게 시기함이 없다면,

欲借小仙栖半間   욕차소선서반간   조그마한 신선을 빌려다 빈칸의 집에다 깃들게 하고 싶도다.

 

상평운(上平韻), 산:刪 (관:關,만:灣,환:還,간:間)

 

 

<<14세손 김태동 옮겨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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