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苟全先生文集
제목 시(詩)
작성자 관리자 [2017-12-23 14: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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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苟全先生文集卷之二]    구전선생문집권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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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五峯夫人輓]    이오봉부인만     이 오봉 부인 만사

 

人間四十一年强   인간사십일년강   인생살이 사십 이년 남짓 한데, 

宜室如今卄許霜   의실여금입허상   부인으로서 집안을 화목하게 한 지 이십여 년 이도다.

封爵享尊從相國   봉작향존종상국   벼슬에 봉해지고 존귀함을 누린 것은 상국을 따라서이고, 

戶庭綿慶仗賢郞   호정면경장현랑   집안에 경사가 이어졌음은 어진 남편을 잘 도와서이네.

縈樛有葛群稱德   영규유갈군칭덕   규목에 얽힌 칡넝쿨 있어 뭇사람이 덕을 칭송하고,

夢簟占蛇再叶祥   몽점점사재협상   대자리에서 편안히 뱀 꿈을 꾸어 두 차례 상서로움이 들어맞았도다.

痛恨世緣渾斷盡   통한세연혼단진   대대로 인연 모두 끊어짐이 통한스러운데,

瞥然丹旐向淡陽   별연단조향담양   별안간에 붉은 색 명정이 땅 속으로 향하도다.

 

[규목에 얽힌 칡넝쿨:시경(詩經) 주남(周南) 규목편(樛木篇)의 남쪽에 규목이 있으니 칡넝쿨이 얽혔도다

                              [남유규목 갈류영지(南有樛木 葛藟縈之)] 라고 한 것을 인용한 것인데,

                               후비(后妃)의 은덕이 아래에 미치고 질투하는 마음이 없었음을 읊은 내용임.]

[대자리에서 편안히 뱀 꿈을 꾸어:소아(小雅) 사간편(斯干篇)의 아래는 부들 자리요 위에는 대자리이니 여기서 잠이

                                                 편안하리로다 [하완상점 내안사침(下莞上簟 乃安斯寢)] 길몽은 무엇인가

                                                 곰과 큰곰과 큰뱀과 뱀이로다.

                                                [길몽유하 유웅유비 유훼유사(吉夢維何 維熊維羆 維維蛇)]라고 한 것을 인용한 것으로,

                                                 편안한 거실에서 길몽을 꾸었다는 내용임.]

 

하평운(下平韻) 양:陽 (상:霜, 랑:郞, 상:祥, 양:陽,)

 

 

[登天柱峰玩月] 고시(古詩) 월과(月課)    등천주봉완월    천주봉에 올라가 달구경하다

 

層雲蔽野驚雷吼   층운폐야경뢰후   겹겹의 구름이 들을 가리우고 요란한 천둥 소리에 놀라니,

人間八月猶陰雨   인간팔월유음우   인간의 팔월이 음산한 비 내리는 철과 같구려.

金烏晦彩玉兎藏   금오회채옥토장   태양도 광채를 숨기고 달도 숨어 버리자,

混混乾坤牢闔戶   혼혼건곤뢰합호   흐릿한 하늘과 땅이 굳게 문을 닫아 버린 듯하네.

 

人生久此何鬱鬱   인생구차하울울   사람이 살면서 오래도록 이처럼 답답하면 어이하랴?

恨未凌霄腋生羽   한미능소액생우   능소의 뜻 있으나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리지 않음이 한스럽구나.

去登南岳最高峰   거등남악최고봉   남악의 최고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니,

千丈萬丈隣紫府   천장만장린자부   천길 만길 되는 봉우리가 신선이 사는 곳과 이웃하였네.

天容忽爲道人開   천용홀위도인개   하늘의 모습 갑자기 도인을 위하여 문 열어 젖히고,

更借團團山月吐   경차단단산월토   다시 둥그스름항 산 달 떠오름을 빌렸도다.

蒼茫銀色界三千   창망은색계삼천   넓고 아득한 은빛은 삼천 경계에 가득한데,

露濕瓊衢夜政午   로습경구야정오   이슬이 구슬 같은 거리를 젖게 하는 한반중일레라.

大斗小星皆讓輝   대두소성개양휘   큰 북두성과 작은 별들이 모두 제 빛을 사양하는데,

素娥鏡襄憐媚嫵   소아경양련미무   소복항 항아는 거울 속에서 교태를 부리며 아양 떪이 어여쁘네.

分明物象淸晝如   분명물상청주여   만물의 형상이 맑은 낮같이 또렸하여,

入眼秋毫森可數   입안추호삼가수   눈에 들어오는 추호도 삼삼하게 셀 수 있구려.

 

滛漓雨氣覺盡消   음리우기각진소   음침하게 스며드는 비가 쏟아질 듯한 기운이 모두 사라졌음을 깨닫겠고,

十倍淸光分外覩   십배청광분외도   열 갑절이나 산뜻한 빛을 분수 밖에서 보겠구려.

塵臼豈知秋一半   진구기지추일반   속세에서 가을이 절반에 와있음을 어떻게 알랴?

此地方信宵三五   차지방신소삼오   이곳에서 바야흐로 보름날 밤임을 믿게 되도다.

臨風飫桂子香   임풍계자향   바람을 대하여 계수나무 열매 향기를 실컷 맡으니,  

身在玲瓏之玉字   신재영롱지옥자   자신이 영롱한 옥황상제 계신 곳에 있는 듯하네.

廻頭山外下界遠   회두산외하계원   머리를 돌리니 산밖에는 인간의 세계가 아득한데,

依舊積陰籠九土   의구적음롱구토   그전처럼 음기가 쌓여 온 땅을 감싸고 있구려.

噫吁嘻凄風苦雨   희우희처풍고우   아아아! 거센 바람과 굳은 비 그칠 때가 없는데,

無時己安得百年   무시기안득백년   어떻게 백년 인생이 무시로

日日月下遊天柱   일일월하유천주   날마다 달빛 아래 천주봉에서 놀 수 있으랴?

 

[ 능소의 뜻:능소지지(凌宵之志) 하늘을 능가할 만한 큰 뜻, 높은 희망.]

       

상성운(上聲韻)  우:虞 (우:雨,호:戶,우:羽,부:府,토:吐,오:午,무:嫵,수:數,도:覩,오:五,자:字,토:土,주:柱,)

 

 

[風雨對床圖] 고시(古詩) 월과(月課)    풍우대상도 

 

小戶掩不定   소호엄부정   조그마한 지게문은 가린 것이 일정하지 않은데,

踈簾潤欲凉   소렴윤욕량   성긴 발은 윤기가 나 시원스러워 보이네.

蕭蕭風雨夜   소소풍우야   쓸쓸하게 바람불고 비 내리는 밤에,

明滅殘燈光   명멸잔등광   가물가물 하는 등잔 불빛은 켜졌다 꺼졌다 하누나.

聯床宛相對   련상완상대   상을 나란히 하였으니 완연하게 서로 대한 듯한데,

骨肉誰家郞   골육수가랑   골육은 어느 집안의 자식이던가?

風姿大小珠   풍자대소주   풍모와 자태는 크고 작은 구슬 같아,

雙難元季方   쌍난원계방   짝하기 어려우니 어떤 이의 훌륭한 동생이구려.

拭淚俱眼靑   식누구안청   눈물을 닦으니 모두의 눈빛이 반짝이는데,

參差頭上霜   참차두상상   들쭉날쭉한 머리는 하얗게 세어 있네.

幾年別離苦   기년별리고   이별의 쓰라림 몇 년이나 되었으며,

孤鴻悲斷行   고홍비단행   외로운 기러기 소식 끊긴 것이 서글프구려

爾來我還去   이래아환거   요즈음에는 내가 도로 떠나게 되었으니,

世路多岐場   세로다기장   세상을 살아가는 길 갈래도 많구려.

白日每看雲   백일매간운   대낮에는 매번 뚠구름을 쳐다보고,

春風頻陟岡   춘풍빈척강   봄바람 불 적에는 자주 산에 오른다오.

通宵多少敍   통소다소서   밤이 새도록 털어놓은 다소의 사연은, 

瀉盡平生腸   사진평생장   모두 일평생의 회포를 쏟아낸 것일세.

欲眠却起坐   욕면각기좌   잠을 자려고 하다가 문득 일어나 앉으니,

悲喜仍成狂   비희잉성광   슬픔과 즐거움에 그대로 미쳐버릴 듯하네.

丹靑幻情眞   단청환정진   단청을 한 것은 진실을 변화시킨 것으로,

一一森開張   일일삼개장   하나하나 삼삼하게 펼쳐졌구려.

人間幾風雨   인간기풍우   인간에게 바람불고 비오는 궂은 날 얼마인데,

更有彭城牀   경유팽성상   다시 팽성의 상이 있겠는가?

 

하평운(下平韻) 양:陽 (량:凉,광:光,랑:郞,방:方,상:霜,거:去,행:行,장:場,강:岡,장:腸,광:狂,장:張,상:牀,)

 

 

[讀平泉庄記有感] 배율(排律) 월과(月課)   독평천장기유감   평천장의 기문을 읽고 느낌이 있어

 

柱史雲孫作相年   주사운손작상년   주사(柱史)의 후손이 정승이 되던 해에,

龍門竹逕得荒田   용문죽경득황전   용문(龍門) 대나무 길의 거칠어진 전토를 사들여,

開園寬占十餘里   개원관점십여리   너비 십여 리를 차지하게 전원을 열었는데,

抗榭層聯百數椽   항사층련백수연   높다란 정자 층층이 잇달은 것이 백여개의 서까래이네.

仙府玉京平地上   선부옥경평지상   선부(仙府)와 옥경(玉京)은 평지 위에 이룩되고,

洞庭巫峽曲欄邊   동정무협곡난변   동정호와 무협 굽이진 난간 가에 있구려.

鬼輸花鳥來寰外   귀수화조래환외   귀신이 실어온 꽃과 새는 인간 세상 밖에서 왔고,

天鍾雲煙起石顚   천종운연기석전   하늘이 모아둔 구름과 연기는 돌 위에서 일어나네.

役志平生奇玩足   역지평생기완족   힘쓴 뜻 평생에 기이한 구경거리 충분하니,

脫身何日縱遊專   탈신하일종유전   어느 날에 관계를 끊고 몸을 빼내어 마음껏 놀아볼까?

年來有計歸泡幻   년내유계귀포환   해마다 계획은 세웠지만 구포로 돌아가 버려,

老去無因拔世緣   노거무인발세연   늙어갈수록 세상과의 인연에서 빠져 나올 명분이 없어지네.

胎厥謾將文照後   태궐만장문조후   후손을 위해 부질없이 내세에 전한 문장을 가지고,

戒之仍說事追先   계지잉설사추선   그대로 선대를 일삼아 따르라고 경계 삼아 날하네.

不沽片卉兒方孝   불고편훼아방효   한 조각 꽃잎 시들지 않고 아이들 바야흐로 효도하는데,

如毁高臺嗣豈賢   여훼고대사기현   만일 높은 누대를 훼손한다면 어찌 현명한 후사이겠는가?

且道薛君悲禁省   차도설군비금성   또 설나라 임금이 대궐을 슬프게 여겼다고 말했을 터인데,

未知延古殞平泉   미지연고운평천   연고(延古)가 평천장에서 운명한 것은 알 수 없도다.

君看學士梨園裏   군간학사이원리   그대는 보았는가 학사원과 이원(梨園) 속의,

木石皆從李氏遷   목석개종이씨천   나무와 돌이 이씨를 따라 옮겨졌음을.

 

[평천장(平泉庄:평천장은 당(唐)나라때 이덕유(李德裕)가 유식(遊息)하던 별장으로 낙양 30리 밖에 있음.]

[주사(柱史:주하사(柱下史). 도서를 맡은 벼슬. 노자(老子)가 주하사의 벼슬을 지냈으므로 그를 일컬음.]

[용문(龍門:지명(地名) 하남성(河南省) 낙양현(樂陽縣)에 있음.]

[선부(仙府:신선(神仙)이 살고 있는 마을.]

[옥경(玉京:옥황상제(玉皇上帝)가 살고 있는 마을.]

[연고(延古:오대(五代) 때 후당(後唐)사람. 이경의(李敬義)의 처음 이름.

                 이덕유(李德裕)의 손자로 장종(壯宗) 때 공부상서(工部尙書)를 지냄.]

[이원(梨園:악부(樂部)의 별명(別名).]

 

하평운(下平韻) 선:先 (전:田,연:椽,전:顚,전:專,연:緣,선:先,현:賢,천:泉,천:遷,)

 

 

[華山石盆] 배율(排律) 월과(月課)   화산석분   화산의 돌로 된 동이

 

器古雲臺上   기고운대상   그릇은 운대(雲臺) 위에서 오래 되였고,

星排華嶽頭   성배화악두   별은 화산의 이마에 배치되었구려.

天成無斧鑿   천성무부조   천연적으로 이루어졌고 도끼로 다듬은 것은 아니며,

神創豈人謨   신창기인모   신령이 만든 것인데 어찌 사람이 도모하였으랴?

寶鼎規相似   보정규상사   보배로 여기는 솥과 규모가 서로 비슷하며,

汚樽制不侔   오준제불모   더러운 술통과는 데도가 같지 않네.

溶溶數斛水   용용수곡수   용용(溶溶)한 건 몇 곡되는 물이고,

瑩瑩滿盆秋   영영만분추   투명한 것은 동이에 가득한 가을 빛 이구려.

玉手披蒼髮   옥수피창발   옥같은 손으로 푸른 이끼를 헤쳐내고,

銀波撥綠油   은파발록유   은빛 같은 물결로 진한 녹색을 제거하네.

梳雲聊俛仰   소운요면앙   구름에 빗질하며 애오라지 구부렸다가 쳐다보며,

晞日更夷猶   희일경이유   햇빛에 말리려다 다시 망설이네.

香襲紅蓮井   향습홍연정   향기는 붉은 연꽃이 핀 우물을 덮고,

粧登白玉樓   장등백옥루   단장은 흰 옥으로 된 다락에 올려졌구려.

仙丹方火煉   선단방화련   신선이 먹는 단사를 한창 불로 만들고 있는데,

人世幾星周   인세기성주   인간세상에서 몇 년이나 사는가?

風雨千灰幻   풍우천회환   비바람에 천 번이나 재처럼 변했지만,

乾坤五石留   건곤오석유   하늘과 땅에는 다섯 석의 단사가 남아있다니,

眞詮吾欲問   진전오욕문   참된 깨달음을 내가 묻고 싶어,

輕袖揖登不   경수읍등불   가벼운 소매로 경의를 표하며 올라가볼까?

 

하평운(下平韻) 우:尤 (두:頭,모:謨,모:侔,추:秋,유:油,유:猶,루:樓,주:周,유:留,불:不,)

 

 

[雁池] 월과(月課)   안지

 

坎坎連科匯作池   감감연과회작지   웅덩이를 힘들게 연결시켜 물이 돌아나가도록 못을 만드니,

洛陽城外水漣漪   낙양성외수연의   낙양성 밖의 물 잔잔히 흐르도다.

細流吸盡元無量   세류흡진원무량   작은 지류를 모두 빨아들이니 원래 정해진 양이 없고,

大野呑窮却有規   대야탄궁각유규   큰 들을 다 삼키는데 문득 규모 있구려.

蘋渚生風龍蹴壯   평저생풍용축장   개구리밥이 있는 물가에 바람이 일어나니 용의 움직임 장엄하고,

煙波沉月鴈翔遅   연파침월안상지   내낀물결에 달이 잠기니 기러기 날아감이 더디네.

漸臺突兀環仙舘   점대돌올환선관   점대는 우뚝하고 선관은 둘려 있는데,

片艇中央杳所之   편정중앙묘소지   조각배는 가운데로 아득히 떠나도다.

 

상평운(上平韻)  지:支 (의:漪,규:規,지:遅,지:之,)

 

 

 

 

 

[禹會村] 월과(月課)   우회촌

 

[우회촌(禹會村:지명(地名). 안휘성(安徽省) 회현(懷縣)에 있음, 하우(夏禹)의 유적지(遺跡地)

 

堯封探舊蹟   요봉탐구적   요임금이 봉한 옛 유적을 찾아보니,

禹會有遺村   우회유유촌   우회에 남아 있는 마을이 있구려.

天下文敷遠   천하문부원   천하의 문명이 멀리까지 펼쳐져,

侯荒化曁敦   후황화기돈   후복(侯服)과 황복(荒服)에 교화가 돈독하게 미쳤네.

九天朝海去   구천조해거   모든 시냇물이 바다로 조회하러 가듯이,

萬國奉圭奔   만국봉규분   많은 나라가 홀을 받들고 달려갔었네.

禮樂今如見   예악금여견   예악(禮樂)을 이제 보는 듯하니,

風聲古所聞   풍성고소문   전해지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들어오던 바이네.

 

[후복(侯服:오볻(五服)의 하나. 상고(上古) 때에는 왕기(王畿)의 주위로부터 오백리 에서 천리 사이의 땅임.]

[황복(荒服:오복(五服)의 제일 변두리 지역. 곧 왕기(王畿)로부터 이천리에서 이천오백리 사이지역,

                 왕화(王化)가 미치지 않는 만이(蠻夷:오랑캐)를 가리키기도 함.]

 

상평운(上平韻)  원:元 (촌:村,돈:敦,분:奔,문:聞,)

 

 

[次李叔平埈寄蘆川主人韻]  차이숙평준기노천주인운  이 숙평 준 노천 주인이 부친 운에 차운하도다

 

披雲翦棘抗精楹   피운전극항정영   구른을 헤치고 가시나무를 잘라낸 곳에 정교하게 기둥을 높이 세웠으니,

形勢幽寬洞宇明   형세유관동우명   형세는 그윽하고 넓어 골짜기의 집이 환하도다.

占討溪山千古勝   점토계산천고승   시내와 산을 낀 천고의 경치 좋은 곳을 찾아서 차지했으며,

管專風月一般淸   관전풍월일반청   바람과 달의 통상적으로 맑음을 전적으로 관리하리라.

聖恩未許閑中老   성은미허한중노   임금의 은혜는 한가한 속에서 늙도록 허락하지 않는데,

羈夢還催物外行   기몽환최물외행   타관살이 할 꿈은 도리어 세속을 떠나도록 재촉하네.

誰詫船遊賓作主   수타선유빈작주   뱃놀이 하는데 나그내가 주인이 된다고 누가 경솔히 말하는가?

主人非負歲寒盟   주인비부세한맹   주인은 결코 변함없는 친구간의 맹서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네. 

 

하평운(下平韻) 경:庚 (명:明,청:淸,행:行,맹:盟,)

 

[次人盆梅韻]    차인분매운    어떤 사람의 분매 운에 차운하다

 

君家花卉未曾栽   군가화훌미증재   그대 집안에서는 꽃을 일찍이 가꾸지 않더니,

何處新移雪後梅   하처신이설후매   어느 곳에서 눈 내린 뒤의 매화를 새로 옮겨왔느가? 

筆下明珠城下擲   필하명주성하척   붓 아래의 훌륭한 문장은 성 아래에다 던지는데, 

盆中仙萼眼中開   분중선악안중개   화분 가운데 신선의 꽃받침은 눈 가운데서 열리네.

歲寒書幄香初動   세한서악향초동   날씨가 차가운 서재의 휘장에는 향기가 처음으로 움직이고,

春早茅堂蝶不來   춘조모당접불래   때이른 봄 띠로 이은 집의 방에는 나비가 오지 않네.

岸着華陽吟獨苦   안착화양음독고   화양동(華陽洞)의 언덕에 이르러 혼자 읊기가 괴로운데,

半山風月鶴徘徊   반산풍월학배회   산중턱에는 청풍명월의 학이 서성거리도다.

 

[화양동(華陽洞:전설(傳說) 가운데 신선(神仙)이 산다는 동부(洞府)를 말함.]

 

상평운(上平韻)  회:灰 (매:梅,개:開,래:來,회:徊,)

 

[次玉堂諸友韻]   차옥당제우운    옥당 여러 친구의 운에 차운하다

 

籠日陰雲捲苦遲   롱일음운권고지   해를 감싼 음산한 구름 걷히기가 괴롭도록 지루한데,

門關積雨長蛛絲   문관적우장주사   문을 닫은 장마에 거미줄만 길구려.

萬端覊思秋宵半   만단기사추소반   갖가지 타관에서의 생각에 가을밤은 반쯤 깊었고,

一片新凉漢水湄   일편신량한수미   한조각 서늘한 새 기운은 한강 물가에서 이는듯,ㅣ

囊乏寸錢官獨冷   낭핍촌전관독랭   주머니에 몇 푼 안되던 돈도 떨어지고 벼슬살이 혼자 쓸쓸한데,

倉分斗米午方炊   창분두미오방취   국고에서 나누어주는 얼마 안되는 쌀 한 낮이 되어서야 밥을 지을 수 있네.

飽諳世路艱危甚   포암세로간위심   세상살이 매우 어렵고 위태하다는 건 실컷 들어서 익숙하니,

白首還憐舍爾龜   백수환련사이구   머리가 허옇게 되어 은퇴하려는 마음 도로 어여쁘게 여기네.

 

상평운(上平韻) 지:支 (사:絲,미:湄,취:炊,구:龜,)

 

[別權守之泰一還鄕]    별권수지태일환향    권 수지 태일이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이별하다

 

君向白雲去   군향백운거   그대는 흰구름 오락가락 하는 고향으로 향해 떠나는데,

我望白雲苦   아망백운고   나는 흰그름을 바라보며 괴로워하네 그려.

匹馬可以鞭   필마가이편   한 필의 말이라도 채칙질 할 만 하겠지만,

奈此羈簪組   내차기잠조   이렇게 벼슬에 얽매여 있는 데야 어찌하랴?

簪組不離解   잠조불리해   벼슬에서 물러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傷哉貧且窶   상재조차구   너무나 가난한 것이 마음 상하는구려.

貧窶亦何傷   빈구역하상   가난 또한 무엇이 마음 상하겠는가마는,

無以奉庭府   무이봉정부   어버이를 봉양할 수 없어서이지.

黽勉滯於玆   민면체어자   이곳에 머물며 부지런히 힘을 써,

願一分竹虎   원일분죽호   한번이라도 동호부(銅虎府)나 죽사부(竹使府)를 받들기를 바란다오.

庶盡烏哺誠   서진오포성   까마귀처럼 반포하는 정성을 다할 수 있으면,

匪榮良馬五   비영량마오   지방관이 되는 것 영관스럽지 않으랴?

末路無知音   말로무지음   늙으막에 마음을 알아줄 친한 벗이 없으니,

此懷與誰吐   차회여수토   쌓인 회포를 누구와 함께 토로할꼬? 

君去我轉孤   군거아전고   그대가 떠나자 나는 더욱 고독하여, 

白首行踽踽   백수행우우   머리 센 늙은이가 외롭게 걸어가노라니,  

豈知定省餘   기지정성여   어찌 같으랴 어버이를 모시는 여가에, 

日涉蘆川路   일섭노천로   날마다 노천 길 건너다니는 그 즐거움과?

 

[동호부(銅虎府:구리에다 범 형상을 본떠서 만든 부절(符節)인데, 군사를 징발하는 병부(兵部)임.]

[죽사부(竹使府:대나무로 만든 부절(符節), 한대(漢代)에 군수(郡守)에게 주었음.]

 

상성운(上聲韻) 우:麌 (고:苦,조:組,구:窶,부:府,호虎,오:五,토:吐,우:踽,로:路,)

 

[別柳修撰汝恪赴京   별유수찬여각부경    유 수찬 여각이 연경으로 떠나는데 이별하다

 

玉河去歲思歸夜   옥하거세사귀야   지난해 옥하관에서 귀국하기를 생각하던 밤에,

霜月半天宮漏遲   상월반천궁누지   서리 기운 조각 달은 나직이 떠 있고 궁중의 물시계 소리 더뎠는데,

故國卽今還惜別   고국즉금환석별   오늘날은 고국에서 도리어 이별을 애석하게 여기게 되였으니,

中秋何事每生悲   중추하사매생비   중추 계절이 무슨 일로 매번 서글픈 일이 생기게 되는가?

王庭君試三千邁   왕정군시삼천매   조정에서는 그대를 삼천리 강토에서 뛰어나다고 시험하려 하는데,

客日吾曾百五羈   객일오증백오기   나그네 생활한 나는 일백오 일 동안 속박되었다오.

遊子最難堪處在   유자최난감처재   오랫동안 타관에서의 삶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夢中雙鶴倚門時   몽중쌍학의문시   꿈속에 양친이 문에 기대어 자식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때였네.

 

상평운(상평운) 지:支 (지:遲,비:悲,기(羈,시:時,)

 

[仁政殿] 배율(排律) 이십운(二十韻)   인정전

 

龍興赫業屬眞人   용흥혁업속진인   왕조를 일으키는 빛난 업적은 어진 사람에게 달렸으니,

龜卜丕其闢漢濱   귀복비기벽한빈   거북으로 점을 친 큰 기틀을 한강가에 열었네.

地塞崤函三面固   지새효함삼면고   지리적으로는 효산(崤山)과 함곡관(函谷關)의 요새처럼 삼 면이 튼튼하고,

路分瀍洛四方均   로분전락사방균   길은 전수(瀍水)와 낙수(洛水)에서 나누어진 것 같이 사방이 균일하네.

治宮用壯存蕭計   치궁용장존소계   궁정을 다듬는데 장엄함을 적용하니 소하(蕭河)의 계책(計策)을 보존시켰고,

發政施仁采孟陳   발정시인채맹진   정치를 펴고 어짊을 시행하여 맹자(孟子)의 진달(陳達)을 채택하였네.

別殿創規非直美   별전창규비직미   특별 궁전을 세우는 규모는 아름답게 할 뿐 만이 아니라,

明堂遺意要追遵   명당유의요추준   명당을 물려주는 뜻 계승하고 준수하기를 요체로 여겼네. 

金楹牢落撑重極   금영뢰낙탱중극   금빛 기둥은 드문 드문 남북극을 버티게 하였으으며,

玉座玲瓏曜北辰   옥좌령롱요북진   옥좌는 찬란하여 북극성처럼 빛나도다.

 

二字爲名良以實   이자위명량이실   인정이란 두 글자로 이름한 것은 참으로 사실대로이니,

百年爰處幾行人   백년원처기행인   백년동안 여기에서 거처하며 얼마나 많은 어짐을 행하려는가?

政先鰥寡文傳聖   정선환과문전성   정치는 불우한 홀아비와 과부에게 우선하며 문덕은 성스러움을 전하고,

事述塗丹武繼神   사술도단무계신   일은 도단(塗丹)을 계승하여 무덕은 신묘함을 이었도다.

赤子何曾投水火   적자하증투수화   적자(赤子)를 어찌 일찍이 물과 불에 던지랴?

靑丘從此作岐豳   청구종차작기빈   우리나라(靑丘)도 이를 쫓아 주나라의 기산(岐山)과 빈(豳)처럼 되였네.

邦家己浹慈祥澤   방가기협자상택   국가가 벌써 자애롭고 상서로운 은택에 젖었으나,

天運還嗟杏泰輪   천운환차행태륜   천운은 도리어 비색과 태평이 돌고 돎이 슬프도다.

海虜陸梁前古罕   해노육양전고한   섬오랑캐가 멋대로 날뜀이 예전에는 드물었는데,

關程播越綵輿幸   관정파월채여행   평안도 길로 피난을 떠난 임금의 수레가 고생스러웠네.

故都誰禁秦宮火   고도수금진궁화   옛날 도성을 진(秦)나라 궁궐을 불태우듯이 하였지만 누가 말리며,

御路渾蒙晉寇塵   어로혼몽진구진   임금의 수레를 진(晉)나라의 도둑들이 더럽히듯 하였지만 아주 모호하도다.

幸賴入人仁聞久   행뢰입인인문구   다행하게도 어질다는 소문이 사람들 마음에 박힌지 오래된 탓에,

終能恊力中興新   종능협력중흥신   마침내 힘을 도와 중흥하기를 새롭게 하였네.

漢官更覩朝儀整   한관경도조의정   중국의 관원들 다시 조정의 모습이 정리된 것을 보았고,

魏闕重修舊制因   위궐중수구제인   높다란 대궐의 중수는 옛날의 제도를 따랐었네.

有子方趨及父事   유자방추급부사   자식은 바야흐로 그의 아비 사업을 따라서 하는데,

肯堂旋托嗣王身   긍당선탁사왕신   선대의 사업을 계승하는 것이 대를 이은 왕에게 의탁되었네.

棟隆無復憂傾厦   동륭무복우경하   기둥은 튼튼히 하였으니 다시는 빕이 기울어지는 금심 없겠으며,

額煥惟期惠因民   액환유기혜인민   편액이 빛이 나니 오직 가난한 백성들에게 은혜 베풀기를 기약하도다.

 

日月中天臨袞繡   일월중천임곤수   해와 달이 하늘 가운데 있듯이 곤룡포를 입고 내려다보시니,

臣隣前席任經綸   신린전석임경륜   신하들 앞으로 나와서 국가를 경영하고 처리하는 직무 맡았도다.

五絃彈罷薰生殿   오현탄파훈생전   다섯줄 거문고 뜯기를 마치니 훈훈한 기운 궁전에서 일어나고,

四海甄成德合旻   사해견성덕합민   사방의 나라에 교화가 이루어지니 덕이 하늘에 합치되도다.

周后如傷常惓惓   주후여상상권권   주나라 문왕은 백성을 다친 사람 보듯이햐여 늘 정성스러움을 보였으며,

啇王立愛自親親   적왕입애자친친   은나라 태갑은 사랑하는 도리를 가까운 사람을 가깝게 여기는 데서부터 세웠네.

天心剩見生生理   천심잉견생생리   자연의 마음으로 생겨나서 퍼지는 이치를 충분히 보겠으며,

風化終敎物物春   풍화종교물물춘   풍속과 교화는 마침내 사물을 봄처럼 따뜻하게 하도다.

揭號從來非外假   게호종래비외가   게시된 이름 그전에도 겉치레나 가식이 아니였지만,

出治須更勵精眞   출치수경려정진   정치를 내는데는 모름지기 다시 정밀하고 진실되도록 힘써야 하네.

 

[배율(排律:한시(漢詩)의 한 체(体) 오언(五言)이나 칠언(七言)의 대구(對句)를 여섯귀 이상 우수(偶數)로 늘어 놓은 것.]

[효산(崤山)과 함곡관(函谷關:모두 하남성(河南省)있는 험준한 요새지(要塞地) 임.]

[전수(瀍水)와 낙수(洛水:모두 하남성 맹진현(孟津縣)에서 발원(發源)하여 동쪽으로 흐름.]

[맹자(孟子)의 진달(陳達:맹자가 제선왕(齊宣王)에게 어진 청치를 베풀도록 진달한 고사. 맹자 양혜왕 상(孟子梁惠王上)

[적자(赤子:임금의 치하(治下)에서 그 은덕을 입은 백성.]

[청구(靑丘:조선(朝鮮)지역을 달리 이르는 말. 즉 우리나라를 말함.]

[기산(岐山)과 빈(豳:이 두 곳은 주(周)나라 왕조의 발상지 임.빈은 주나라 문왕(文王)의 선조인 공유(公劉)가 다스렸음.]

 

상성운(上聲韻) 진:眞 (빈:濱,균:均.진:陳,준:遵<진:辰,인:仁,신:神,빈:豳<륜:輪,행:幸,

                                진:塵,신:新,인:因,신:身,민:民,륜:綸,민:旻,친:親,춘:春,진:眞,)

 

[安陰放榜日次諸君韻]   안음방방일차제군운   안음에서 향시의 합격자 발표날에 제군의 운에 차운하다

 

世路行逾險   세로행유험   세상을 살아가는 길 갈수록 더욱 험한데,

交情老轉親   교정노전친   벗과 사귀는 정은 늙을수록 더욱 친근하다네.

悲歡苦不定   비환고불정   슬픔과 기쁨이 안정되지 않아 괴로우니, 

離合本相因   이합본상인   이별하였다가 합쳐지는건 본래 서로 따르는 일일세. 

十月窮丁亥   십월궁정해   시월 달 정해월도 다하고, 

新年欲丙辰   신년욕병진   새해는 병진년으로 시작하려하네.

三杯須各盡   삼배수각진   석잔의 술 반드시 각자 다 마시고,

珍重托雷陳   진중탁뢰진   진중한 말 천둥소리 핑계대며 털어놔 보세.

 

상평운(上平韻) 진:眞 (친:親,인:因,진:辰,진:陳,)

 

[閑中次閔旱韻]     한중차민한운     한가한 가운데 가믐을 민망하게 여긴 운에 차운하

 

欲伴長沮作晩農   욕반장저작만농   장저(長沮)를 짝하여 늦게 농사를 지어보려 하니,

却愁今日極無凶   각수금일극무흉   문득 이제처럼 극심한 흉년은 없어야 한다고 걱정이 되네.

但看赤地凄風動   단간적지처풍동   단지 초목이 붉게 마른 땅에는 거센 바람이 일고, 

更有蒼空積靄濛   경유창공적애몽   다시 푸름 공중에는 놀이 끼어 흐릿하도다.

東作失平雲不合   동작실평운불합   봄 농사는 공평함을 잃어 구름이 끼이지도 않았고,

南訛愆秋雨方濃   남와건추우방농   여름 농작물은 궂은 날씨로 비가 너무 내렸네.

海邦豈乏商霖者   해방기핍상림자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에서 어찌 큰 가뭄에 단비 내리게 할 자 없으랴?

笑殺區區畵土龍   소살구구화토룡   구구하게 토룡(土龍)을 그리는 것이 우습구려.

 

[장저(長沮:춘추시대(春秋時代) 초(楚)나라 섭(葉)땅의 사람으로 은자(隱者)임.

                공자가  제자들과 섭 땅을 지나면서 장저가 걸익(桀溺)과 함께 농사짓는 것을 본 고사가 있음.]

[토룡(土龍:흙으로 만든 용(龍). 옛날 기우제(祈雨祭)에 사용하였음.]

 

상평운(上平韻) 동:冬 (흉:凶,몽:濛,농:濃,용:龍,)

 

[偶吟]   우음    우연히 읊다

 

平生勤苦立科門   평생근고입과문   반평생 동안 과거에 합격하려고 부지런히 애를 쓰다가,

白首烏紗愧負君   백수오사괴부군   머리가 세어 관복을 입고서 임금을 저버린 것이 부끄럽구려.

兩日正言言不正   양일정언언부정   이틀 동안 정언(正言)이 되였지만 말을 바르게 못하였고,

一旬文學學惟文   일순문학학유문   한 달 동안 문학(文學)으로 있었지만 배운 것은 문장뿐이였네.

林泉芘拙眞愚分   임천비졸진우분   임천(林泉)에서 옹졸함을 가리는 것이 진정 어리석은 자의 본분인데,

河海添洪奈聖恩   하해첨홍내성은   하해보다 더 넓은 성상의 은혜는 어찌하랴?

早晩銅章如可佩   조만동장여가패   조만간에 구리로 된 인장을 차게 된다면,

願承仁化字元元   원승인화자원원   어진 교화를 받들어 백성을 사랑하며 다스리기를 으뜸으로 바라네.

 

상평운(上平韻) 문:文 (군:君,문:文,)   원:元 (은:恩,원:元,)

 

[蘆川韻僧軸]    노천운승축     노천에서 중의 시축(시를 적은 두루마리)을 제목으로

 

山接淸凉水洛東   산접청량수락동   산은 청량산에 닿아 있고 물은 낙동강에 이어져 있어,

地閑千載桂生叢   지한천재계생총   천년토록 한가한 지역에 계수나무가 떨기로 났네.

已聞人臥草堂上   이문인와초당상   이미 주인이 초당 위에 누워 있다고 들었는데,

更見詩題僧軸中   경견시제승축중   다시 중의 시축 가운데 시제를 보겠구려.

結寺爲添精舍勝   결사위첨정사승   절을 지어 놓으니 정사의 경치에 보탬이 되고,

捐錢要藉故人功   연전요자고인공   돈을 기부하게 되니 옛 사람의 공을 의뢰하게 되네.

一端雪布吾何足   일단설포오하족   한 끝의 흰 면포를 내가 어찌 만족해하랴?

須看煙霞氣味同   수간연하기미동   모름지기 산수의 경치를 좋아하는 기미가 같음을 보겠도다.

 

상평운(上平韻) 동:東 (총:叢,중:中,공:功,동:同,)

 

[解佩贈鄭交甫] 고시(古詩) 월과(月課)  해패증정교보    차고있던 구슬을 풀어 정교보에게 주다

 

江與漢兮瀏其淸   강여한혜유기청   양자강과 한수여 그 맑음이 시원스러운데,

女曰觀乎春正暮   여왈관호춘정모   두 여자가 진정 봄이 저물어 감을 살폈다 하였네.

翶翔自是凌波仙   고상자시릉파선   오르내리는 것은 스스로 물결을 우습게 아는 신선인데,

婉孌雙姿花浥露   완련쌍자화읍로   젊고 예쁜 두 여자의 자태는 꽃이 이슬에 젖은 듯,

人間恐洩物外遊   인간공설물외유   인간의 속세 밖의 노닒 누설될까 두려워서,

綺語還愁生細霧   기어환수생세무   곱게한 말 도리어 가는 안개 일게 됨을 근심하네.

蹁躚風渚興未已   편선풍저흥미이   바람 부는 물가에서 빙빙 돌며 추는 춤의 흥취 끝나지도 않아,

彼何人斯來古渡   피하인사래고도   저기 어떤 사람이 옛 나루터로 오누나.

我佩之光兩枚珠   아패지광양매주   내가 차고 있는 건 광채 나는 두 개의 구슬이건만,

天地所慳神所護   천지소간신소호   하늘과 땅 숨기는 건 귀신도 보호하는 대상이라오.

躕躇江滸如有思   주저강호여유사   강가에서 머뭇거리며 무슨 생각이 있는 듯 하였길래,

知子之心惟我慕   지자지심유아모   그대의 마음 오직 우리를 사모하는 줄 알았지.

煩君一請寶何愛   번군일청보하애   그대를 번거롭게 하면서 한 번 청하노니 보배를 어찌 아끼랴만,

解而投之若將汚   해이투지약장오   풀어서 던져 주는 것이 장차 더렵혀 질 듯 하여서라오.

郞心則降女心貞   랑심칙강여심정   사내의 마음은 가라앉고 여자의 마음은 꼿꼿하여,

不許塵蹤暫時住   불허진종잠시주   인간 세상에서 잠시 머무는 것도 허락하지 않네.

仙凡一別肯相惜   선범일별긍상석   신선과 인간의 한 번 이별 어찌 서로 애석해하리?

玉佩鏘鏘江外步   옥패장장강외보   딸랑딸랑 옥을 차고 강 밖으로 걸었었네.

霓裳不見佩隨空   애상불견패수공   애상(霓裳)은 보이질 않고 차고 있던 구슬도 없어졌으며,

只有人寰鄭交甫   지유인환정교보   단지 인간 세상의 정교보만 있도다.

 

[애상(霓裳:무지개로 만들었다고 하는 신선(神仙)이 입는 의복.]

 

거성운(去聲韻)  우:遇 (모:暮,로:露,무:霧,도:渡,호:護,모:慕,오:汚,주:住,보:步,보:甫,)

 

[五噫歌] 고시(古詩) 월과(月課)  오희가

 

梁生慷慨士   양생강개사   양생(梁生)은 의분에 복바치어 슬퍼하고 한탄하는 선비이니,

匹馬西京過   필마서경과   한 필의 말을 타고 낙양을 지나다가,

回頭心不平   회두심불평   머리를 돌려보니 마음이 편치 않아,

不平其謂何   불평기위하   마음이 편치 않음은 그 무엇 때문이였던가?

累累北邙間   누누북망간   많고 많은 북망(北邙) 사이에,

寐者嗟無訛   매자차무와   고이 잠든 자들 아! 변화가 없구려.

帝里鬱蒼蒼   제리울창창   황제 계신 마을의 나무 울울창창한데,

悵望頭欲皤   창망두욕파   슬퍼하면서 바라보니 머리가 세려고 하네. 

縹緲出五雲   표묘출오운   아득하게 오색의 구름이 나타나니,

宮室空嵯峨   궁실공차아   궁실은 부질없이 높다랗기만 하구려.

搢紳有何人   진신유하인   고관 대작으로 어떤 사람이 있는가?

汨汨隨頹波   골골수퇴파   거침없이 퇴폐적인 물결에 따르네.

況復彼未央   황복피미앙   더구나 저 미앙궁(未央宮)을 복원하여,

遼哉瀍洛阿   요재전락아   멀찌감치 전락(瀍洛)의 언덕에 있는 것이겠는가?

噫噫噫未了   희희희미료   아아!! 탄식을 다 못하고,

涕涙雙滂沱   체누쌍방타   눈물과 콧물 두 줄로 흘러내리네.

嗚呼夫子心   오호부자심   아아! 양부자(梁夫子)의 마음은,

斷斷猗無他   단단의무타   성실 전일하여 다른 뜻은 없도다.

傷時固如此   상시고여차   시대상을 마음 아파함이 진실로 이와 같아,

使我還苦哦   사아환고아   나로 하여금 도로 글 읊기를 괴롭게 하네.

長歌甚痛哭   장가심통곡   긴 노래에 매우 슬피 울었는데,

且歌五噫歌   차가오희가   또 오희가를 부르게 되였도다.

 

[미앙궁(未央宮:한(漢)나라의 유명한 궁전(宮殿) 이름.]

[전락(瀍洛:강이름. 하남성(河南省) 맹진현(孟津縣) 서북쪽에서 발원하여 낙수(洛水)로 흐른다.]

 

하평운(下平韻) 가:歌 (과:過,하:何,와:訛,파:皤,아:峨,피:彼,아:阿,타:沱,타:他,아:哦,가:歌,)

 

[斜川八詠]     사천팔영

 

玲瓏白石瀉淸泉   영롱백석사청천   영롱한 빛이 나는 흰 돌이 맑은 샘물을 쏟아내니,

別有寬閑洞裏天   별유관한동리천   특별히 널찍하고 한가한 신선이 사는 곳이 있구려.

爲秘靈區巖作戶   위비령구암작호   감춰둔 신령한 구역에는 바위가 지게문이 되였으니,

千年一闢屬詩仙   천년일벽속시선   천년에 한 번 열리어 시선(詩仙)을 따르도다.

 

하평운(下平韻) 선:先 (천:天,선:仙,)

 

[乾支松栢]     건지송백

 

西望嵬峨聳翠巔   서망외아용취전   서쪽으로 높게 솟은 우뚝한 푸른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鎭坤雄勢欲支乾   진곤웅세욕지건   땅을 진압하는 웅장한 형세는 하늘을 가누려하네.

三冬最好看松栢   삼동최호간송백   겨울 석 달 동안 소나무와 잣나무 보는 것이 가장 좋은데,

一色饕風虐雪邊   일색도풍학설변   탐욕스런 바람이 잘난 체하며 눈 내린 주변에서 사납게 구네.

 

하평운(下平韻) 선:先 (건:乾,변:邊,)

 

[龍峀晴嵐]     용수청남

 

蔥鬱絪緼氣吐呑   총울인온기토탄   왕성한 푸르름과 화창한 날에 기운을 토했다가 머금는데,

屹然當戶卽龍門   흘연당호즉용문   높다란 민둥산 지게문과 마주하고 있으니 바로 용문이구려.

輕嵐藹藹因風起   경람애애인풍기   가벼운 아지랑이는 맑고 성하게 바람 따라 일어나는데,

白日靑山水墨痕   백일청산수묵흔   대낮의 푸른 산은 수묵화(水墨畵)를 그린 흔적 같네.

 

하평운(下平韻) 원:元 (문:門,흔:痕,)

 

[雲峰皓月]     운봉호월

 

縮來天柱作東峯   축래천주작동봉   하늘을 바치는 기둥이 줄어서 동봉이 되였는데,

月上寒顚皓色空   월상한전호색공   달이 차가운 산꼭대기로 떠오르니 흰빛이 없어지네.

夜到三更淸十分   야도삼경청십분   밤 삼경에 이르니 너무나 맑아, 

直須收殺入胸襟   직수수살입흉금   곧바로 거둬들이기를 기다리면 가슴으로 들어올 것 같네.

 

상평운(上平韻) 동:東 (공:空,)  침:侵 (금:襟,)

 

[砧橋勸耕]     침교궝경

 

雨後溪橋滿眼春   우후계교만안춘   비가 내린 뒤 시내의 다리에는 봄빛이 눈에 가득 들어오고,

稻塘千頃水初勻   도당천경수초균   벼를 심은 일천 이랑의 논에 물빛이 처음으로 희게 보이네.

坐看强亞爭徂隰   좌간강아쟁조습   앉아서 건강한 아이들 다투어 따비 밭으로 가는 걸 보니,

贏作田家勤發人   영작전가근발인   여유 있게 농가에다 농사를 권면하는 사람되였네.

 

상평운(上平韻) 진:眞 (인:人,)

 

[舍寺尋眞]     사사심진

 

仙都更有上淸雄   선도경유상청웅   신선이 기거하는 곳에 다시 상청의 웅장함이 있고,

古寺風煙縹緲中   고사풍연표묘중   경치 좋은 묵은 절은 아득하게 보이네.

竹杖日尋眞境界   죽장일심진경계   대나무 지팡이 짚고 날마다 진정한 경계를 찾았지만,

軟塵千尺夢還空   연진천척몽환공   천자나 되는 먼지 뿐 꿈에는 도로 아무것도 없도다.

 

상평운(上平韻) 동:東 (중:中,공:空,)

 

[郡城曉角]     군성효각

 

朝息幽栖臥若憨   조식유서와약감   아침에 그윽한 거처에서 누워 쉬니 미련한 것 같고,

角聲淸曉動城南   각성청효동성남   뿔피리 소리가 맑은 새벽에 군성 남쪽에서 들리네.

披衾試揭寒簾聽   피금시게한렴청   이불을 헤치고 차가운 발을 걷고 들어보니,

發省還將至理探   발성환장지리탐   성찰을 촉발하다가 도리어 지당한 도리를 찾게 하도다.

 

하평운(下平韻) 담:覃 (남:南,탐:探,)

 

[蹄灘暮帆]     제탄모범

 

渚豁天底水遠廻   저활천저수원회   탁 트인 물가 하늘은 나직하며 물은 멀리 둘렸는데,

歸帆落日下灘催   귀범낙일하탄최   지는 해에 돌아오는 돛단배 여울로 내려가기를 재촉하네.

秋風飽領江東興   추풍포령강동흥   강동에서의 흥취받아 가을바람 흠뻑 맞으니,

不恨舟橫野渡隈   불한주횡야도외   시골의 나루 후미진 곳을 배로 가로지른 것 호회하지 않도다.

 

상평운(上平韻) 회:灰 (최:催,외:隈,)

 

[直侍講院次諸友韻]   직시강원차제우운   시강원에서 숙직하며 여러 친구 운에 차운하다

 

小院淸幽近九墀   소원청유근구지   조그마한 시강원 맑고 그윽하여 조정에 가까운데,

雨餘新浪欲生池   우여신랑욕생지   비내린 나머지 새 물결이 못에서 일어나려 하네.

穩開一部西山訣   온개일부서산결   평온하게 한 부의 서산결(西山訣)을 펴놓으니,

棐几金爐白日遲   비궤금로백일지   비자나무로 된 궤와 쇠로된 화로에 한낮은 더디구려.

 

[서산결(西山訣:진서산(眞西山)의 비결(秘訣)이란 뜻으로,

             송(宋)나라 말엽의 학자 진덕수(眞德秀)가 지은 경연강의(經筵講議)를 가리키며 서산은 진덕수의 호(號)임.]

 

상평운(上平韻) 지:支 (지:池,지:遲,)

 

[伽倻山次古韻一絶]   가야산차고운일절   가야산에서 옛날 운 일절에 차운하다 

 

竹杖淸晨學士臺   죽장청신학사대   대나무 지팡이 짚고 새벽공기 맑은 학사대(學士臺)에 오르니,

宿雲初起濕秋苔   숙운초기습추태   잠자던 구름은 처음으로 일어나고 가을 이끼는 축축하네.

一聲長笛心千古   일성장적심천고   한 곡조 긴 피리 소리에 마음은 태고 같은데,

巖上靑松鶴去來   암상청송학거래   바위 위의 푸른 소나무에는 학이 오락가락 하누나.

 

상평운(上平韻) 회:灰 (태:苔,래:來,)

 

[河濱李內翰江亭次古韻]     하빈이내한강정차고운  

하빈 이 내한의 강정에서 옛날 운에 차운하다

 

鷄鳴江上村   계명강상촌   강가의 마을에 닭이 우니,

宿客起將發   숙객기장발   묵고 있던 나그네가 일어나 떠날 채비를 하네.

舟子整歸橈   주자정귀요   뱃사공은 돌아갈 노를 정돈하는데,

驚波春落月   경파춘락월   물결이 높게 일렁이니 지는 달 절구질하는 듯하도다.

 

[내한(內翰:송(宋)나라 때 한림학사(翰林學士)를 이르는 말로, 조선조의 예문관 관원을 지칭함.]

 

입성운(入聲韻) 월:月 (발:發,월:月,)

 

[過烏山書院有感口占]   과오산서원유감구점   오산서원을 지나면서 느낌이 있어 읊다

 

孤竹千年德不孤   고죽천년덕불고   고죽군 떠난 후 오랜 세월 흘렀지만 덕은 외롭지 않아,

洛東江畔聳金烏   낙동강반용금오   낙동강 가에 오산서원(烏山書院) 우뚝하네.

停船爲問中流柱   정선위문중유주   배를 정박시키고 묻노니 난세에 의연히 절개 지켜서,

此日頹綱可更扶   차일퇴강가경부   오늘날 무너진 기강을 다시 부지할 수 있을까?

 

[오산서원(烏山書院:고려말(高麗末)조선초의 학자 야은(冶隱) 길재(吉再)를 주벽(主壁)으로 모신 서원(書院).

                길재가 고려 왕조의 신하로 절의를 지켜 조선에 벼슬하지 않았으므로,

                옛날 은(殷)나라의 신하로 주(周)나라에 벼슬하지 않은 고죽군(孤竹君)의 두 아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에게 견주어 말한 것임.]

 상평운(上平韻) 우:虞 (오:烏,부:扶,)

 

[墨稼] 배율(排律) 월과(月課)  묵가

 

藝業吳中客   예업오중객   기예와 학술을 주도하는 오중(吳中)의 나그네,

農談洛下傳   농담낙하전   농사에 관한 이야기는 낙하(洛下)에 전수하도다.

異於遲學稼   이어지학가   농사짓는 일 배우기를 더디게 하는 것과는 다르니,

不是亮歸田   불시량귀전   그것은 진실로 전지로 돌아가지 않아서라오.

耒耜非揉斲   뇌사비유착   쟁기로 휘거나 깎는 것이 아니며,

菑畬豈陌阡   치여기맥천   황무지를 개간하는데 어찌 밭둑길이 있으랴?

雪藤分畎畝   설등분견무   흰눈 같은 종이로 밭도랑과 이랑을 나누고,

霜穎作鉏錢   상영작서전   서릿발같은 붓으로 호미와 돈을 만드네.

俶載時無奪   숙재시무탈   일을 시작할 적에는 시기를 빼앗지 말아,

其耕事亦專   기경사역전   그 경작하는 일 또한 전일하게 해야 한다오.

半生沾體苦   반생점체고   반평생 동안 몸을 물에 적셔야 하는 괴로움이며,

一片澯身硏   일편찬신연   한 조각이라도 몸이 까맣도록 갈아야하지.

已盡金壺液   이진금호액   이미 금속으로 된 수병의 물도 동이 나고,

旋窮豹帒煙   선궁표대연   곧바로 얼룩진 부대 속의 그을음먹도 다떨어졌네.

紙田多稼日   지전다가일   종이 땅에 농사짓는 날 많으니, 

文苑大豊年   문원대풍년   문장 동산에는 대풍년이 들었구려.

收獲千箱富   수획천상부   곡식을 거둬들여 일천 상자가 가득하고,

耕耘五典全   경운오전전   갈고 김을 맴에 오전(五典)이 온전하네.

義肥緣菽粟   의비연숙속   의리는 콩이나 조 같은 곡식을 인연하여 살이 찌고,

食力在陳編   식력재진편   먹고 사는 힘은 옛날 책에 있도다.

 

[낙하(洛下:낙양성(洛陽省)을 말함.]

[오전(五典:사람으로서 항상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 또는

                 부의(父義),모자(母慈),형우(兄友),제공(弟恭),자효(子孝),

                 오륜(五倫).오경(五經).오제(五帝) 떼 있었다는 고서(古書)의 이름.]

 하평운(下平韻) 선:先 (전:傳,전:田,천:阡,전:錢,전:專,연:硏,연:煙,년:年,전:全,편:編,)

 

[琴堤川應壎輓]    금제천응훈만     금 제천 응훈 만사

 

七十子從溪叟遠   칠십자종계수원   칠십 명의 제자 퇴계선생을 따른 지 오래였는데,

當年親炙獨斯人   당년친자독사인   당시 가까이서 친히 가르침을 받은 이로는 유독 이 사람만 남아 있었는데.

國褒孝友曾通籍   국포효우증통적   나라에서 그의 효우를 포상하여 일찍이 벼슬길 흥하게 하였고,

縣試循良幾悅民   현시순량기열민   고을에서 법을 지키고 잘 다스려 얼마나 주민을 기쁘게 했던가?

去歲相逢猶款晤   거세상봉유관오   지난 해 서로 만났을 적에 오히려 다정하게 이야기했었는데,

今春歷問奈沈呻   금춘력문내심신   올 봄에 지나면서 물으니 오래 앓고 있다니 어인 일이였오?

一方從此無遺老   일방종차무유노   한 지방이 이제부터 남아 있는 노숙한 이 없으니,

爲痛先賢澤漸湮   위통선현택점인   선현의 은택 점점 없어져감이 마음 아프도다.

 

상평운(上平韻) 진:眞 (인:人,민:民,신:呻,인:湮,)

 

[次晦谷五松韻]    차회곡오송운    회곡의 다섯 그루 소나무 운에 차운하다

 

五松長丈萬   오송장장만   다섯 그루의 소나무 만 길이나 높은데,

一色劫灰千   일색겁회천   일천 번의 겁회(劫灰)를 겪었어도 색깔은 한결같네.

肯被秦封汚   긍피진봉오   어찌 진(秦)나라에서 봉하여 준 더러운 벼슬을 지니고 있었던가?

從來伴鶴仙   종래반학선   이제까지 학이나 신선과 짝이 되였다던데.

 

[겁회(劫灰:불교(佛敎)에서 말하는 세계가 파멸(破滅)될 때에 일어 난다는 큰 불의 재(회:灰).]

 

하평운(下平韻) 선:先 (천:千,선:仙,)

 

[次權樂而來]    차권낙이래    권 낙이 래 운에 차운하다

 

朋來自遠急開筵   붕래자원급개연   먼 곳에서 친구가 왔기에 급히 자리를 펴고,

晩酌春宵短燭前   만작춘소단촉전   봄날 밤 짧은 촛불 앞에서 늦도록 술잔을 주고 받았네.

倻峀中秋期已失   야수중추기이실   가야산에서는 중추에 이미 기회를 놓쳤었는데,

葛川今日枕猶連   갈천금일침유연   갈천에서는 오늘날 나란히 묵게 되었네.

 

一場樽酒元關水   일장준주원관수   한바탕 술두루미의 술을 마시는 것도 원래 운수소관이며,

萬事洪任聽天   만사홍로임청천   만 가지 일 큰 용광로 같기에 하늘의 결단에 맡겨 둔다오. 

莫道文章相上下   막도문장상상하   문장이 서로 높으니 낮으니 말하지 마소.

但知交契有寅緣   단지교계유인연   교유하며 마음 맞는 것이 인연 있음을 알 뿐이라오.

 

하평운(下平韻) 선:先 (전:前,연:連,천:天,연:緣,)

 

[次別辛公遠赴洛]     차별신공원부낙  

신공이 멀리 서울로 부임하는데 떠나 보내는 운에 차운하다

 

春風馹騎向長安   춘풍일기향장안   봄 바람에 역마를 타고 장안으로 향하는데,

病客還淹嶺海間   병객환엄영해간   병 든 나그네는 도리어 영남의 해안 사이에 머물러 있다오.

白首臨歧須各愼   백수임기수각신   센 머리로 갈림길에 이르러 각기 조심하도록 당부했는데,

近來風雨暗前山   근래풍우암전산   요즈음 궂은 비바람에 앞산이 침침해서였네.

 

상평운(上平韻) 산:刪 (간:間,산:山,)

 

[次人韻寄呈五峯老爺]    차인운기정오봉노야 

다른 사람의 운에 차운하여 오봉 어른에게 부쳐보내다

 

人自石隅至   인자석우지   어떤 사람이 바위 모퉁이에서 와서,

爲言峯老居   위언봉노거   오봉 늙은이가 살고 있다고 말을 하네.

寂寥車馬斷   적요거마단   수레며 말소리 끊기니 고요한데,

窂落戶庭虛   노낙호정허   집과 뜰이 텅 비었으니 심심하겠구려.

日向芳林照   일향방림조   해는 방림(芳林)을 향하여 비춰주고,

風從苦竹噓   풍종고죽허   바람은 고죽(苦竹)을 따라 불어 대도다.

死生知有命   사생지유명   죽고 사는 것은 운명에 달려 있음을 알고서,

閑坐檢詩書   한좌검시서   한가롭게 앉아 시와 산문을 검토하리라.

 

[방림(芳林:봄날의 숲을 말함.  향기로운 숲.]

[고죽(苦竹:대나무의 한 종. 참대.]

 

상평운(上平韻) 어:魚 (거:居,허:虛,허:噓,서:書,)

 

[童奴徒摶栖禽有感口占]     동노도전서금유감구점  

어린 종이 맨손으로 새를 잡았으므로 느낌이 있어 읊다

 

五尺能傷兩翼垂   오척능상양익수   조그마한 아이가 새의 양날개를 손상시켜 축 늘어트렸으니, 

占巢當日恨湫卑   점소당일한추비   둥우리 틀던 당시에 좁고 낮은 곳 차지한 것이 한스럽네.

靑山最好長林蔚   청산최호장림울   푸른 산 깊은 숲 울창한 곳의

有鳥高栖第一枝   유조고서제일지   제일 높은 가지에 깃드는 새가 가장 좋으리.

 

상평운(上平韻) 지:支 (비:卑,지:枝,)

 

[題淨土寺僧玄一詩軸次鵝翁韻]     제정토사승현일시축차아옹운

정토사의 중 현일의 시축 제목으로 아옹운에 차운하다

 

山僧自何方   산승자하방   산 속의 중이 어느 곳에서,

公庭來叩頭   공정래고두   공(公)의 뜰(월천(月川)선생)에 와서 머리를 조아리는가?

欲言久不言   욕언구불언   말을 하려고 하면서도 오래도록 말하지 않으니,

似喜還似愁   사희환사수   기쁜 것처럼 하다가 도리어 근심에 젖네.

爲師訟其寃   위사송기원   스승을 위하여 그의 원통함을 호소하려 하는데,

我何能距鉤   아하능거구   내가 어떻게 은밀한 정황을 탐지 할 수 있을까? 

但看滿軸詩   단간만축시   단지 두루마리에 가득한 시를 보니,

多汝門墻遊   다여문장유   그대가 스승의 문하에서 종유한 적이 많았구려.

 

하평운(下平韻) 우:尤 (두:頭,수:愁,구:鉤,유:遊,)

 

[次廣居草堂韻]    차광거초당운     광거초당 운에 차운하다

 

雪意侵衰鬂   설의침쇠빈   하늘에서 눈이 내리려는 뜻이 늙어 가는 구렛나루에 침노하니,

流光劇逝波   류광극서파   거침없는 세월은 흘러가는 물결처럼 바쁘네.

宦情隨夜短   환정수야단   벼슬살이 하고픈 심정은 밤마다 짧아지는데,

歸夢入春多   귀몽입춘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은 봄에 들어와서 많구려.

偶踏溪村路   우답계촌로   우연히 시냇가 마을을 거닐다가,

仍尋處士家   잉심처사가   그대로 처사의 집을 찾게 되었소.

片時閑十分   편시한십분   잠시 동안이나마 너무 한가로우니,

從此去歸何   종차거귀하   이를 쫓아 모든 걸 버리고 돌아감이 어떠랴?

 

하평운(下平韻) 가:歌 (파:波,다:多,)  마:麻 (가:家,하:何,)

 

[次曹汝益友仁寄酉川戀几]     차조여익우인기유천연궤

조 여익 우인의 운에 차운하여 유천 연궤에 부치다

 

此地何年卜子居   차지하년복자거   이곳에다 어느 해에 자네의 거처를 정하였던가? 

滿山松檜蔭村墟   만산송회음촌허   산에 가득한 소나무와 회나무가 마을의 터를 가려주네.

落紅溪塢三春老   락홍계오삼춘노   붉은 꽃이 떨어져버린 시내와 언덕에는 석 달의 봄이 저물어가고,

涵碧林塘一鑑虛   함벽림당일감허   푸른빛이 잠긴 숲속의 연못은 한 개의 거울이 비어있는 듯하네.

興至閑吟心自得   흥지한음심자득   흥취가 이르면 한가로이 읊으니 마음에 저절로 얻어 질 터이며,

憂來浩嘯氣仍舒   우래호소기잉서   근심이 생기면 침착하게 휘파람 부니 기운이 그대로 펴지네.

幽貞契活還餘欲   유정계활환여욕   그윽하고 꼿꼿하면 오래 만나지 못하여도 도리어 여유가 있으니,

更有蘭馨襲我裾   경유난형습아거   다시 난초의 향기가 나의 옷깃에 엄습하도다.

 

상평운(上平韻) 어:魚 (허:墟,허:虛,서:舒,거:裾,)

 

 

    頃於醫局。看得壁上四絶。知首作爲叔平。以余曾聞蒼石之有號也。而第二第三第四曰聽竹,南溪,

    경어의국。간득벽상사절。지수작위숙평。이여증문창석지유호야。이제이제삼제사왈청죽,남계

   石潨等號。俱所未耳者。故只以句法之輕重。語意之精粗。私竊揣擬。謂竹爲茂朱。石爲江陵。

   석총등호。구소미이자。고지이구법지경중。어의지정조。사절췌의。위죽위무주。석위강릉

   至於溪則以爲决非公直。似出於無悔。而又有可疑者。方反覆致意之際。孫汝受乃至。叙寒暄外。

   지어계칙이위결비공직。사출어무회。이우유가의자。방반복치의지제。손여수내지。서한훤외

   不暇及他語。先問其三作出誰手。汝受初不深省。換指二四於茂江。余大言折之。汝受乃曰子之擬皆是。

   불가급타어。선문기삼작출수수。여수초불심성。환지이사어무강。여대언절지。여수내왈자지의개시

   但溪亦非公直無悔。乃康上舍應哲云。余乃嗩而曰恨吾未甞見上舍述格也。於是遂綴蕪拙。以志所感。

   단계역비공직무회。내강상사응철운。여내쇄이왈한오미상견상사술격야。어시수철무졸。이지소감

   四用一韻。各和其意。今並錄呈。幸一粲賜敎。又以示石竹溪三老如何

   사용일운。각화기의。금병록정。행일찬사교。우이시석죽계삼로여하

 

지난번 의국(醫局)에서 벽에 걸려있는 네 절귀의 시를 보았는데,

맨 첫째의 작품은 숙평(叔平)이 지은 것 인줄 알겠으니

그것은 내가 일찍이 창석(蒼石)의 호(號)가 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서이다.

그러나 재2,제3, 제4에 청죽(聽竹),남계(南溪),석총(石潨) 등의 호(號)는 모두 듣지 못했던 이들이기 때문에,

단지 구법(句法:시문의 구(句)를 짓는 법)의 경중(輕重)과 말뜻의 정조(精組)를 가지고 개인적으로

헤아려보기도 하고 모방해 보기도 하면서 대나무는 무주(茂朱)를 가리키고 돌(石)은 강릉(江陵)을 가리킨다고

하였는데 시내에 이르러서는 결단코 공직(公直)도 아니며 무회(無悔)에서 나온 듯 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또 의심스런 것이 있어 바야흐로 반복해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무렵에 손여수(孫汝受)가 왔기에

안부를 묻는 외에 다른말을 채 언급하기도 전에 먼저 그셋째 작품이 누구의손에서 나온것인가를 먼저물었더니

여수가 처음에는 깊이 살펴보지 않고 제2와 제4가 무주와 강릉이라고 바꾸어 가리키므로 내가 큰 소리로

절충(折衷)을 하자 여수(汝受)가 그제야 말하기를 자네의 비교가 모두 옳기는 하다.

다만 시내에 대해서는 공직이나 무회를 가리킨 것이 아니고 바로 강상사응철(康上舍應哲)이다고 말하기에,

내가 바로 아! 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일찍이 상사의 저술하는 품격을 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하고서,

이에 드디어 거칠고 졸렬한 솜씨로 엮어 느낀 바를 기록하면서 네 절귀 모두 같은 운자(韻字)를 써서

각기 그 뜻에 화답하였다.

그리고는 지금 모두 적어서 올리니 한 차례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으나 잘못된 부분은 지적해 주면 다행이겠다.

라고 하고,

또 창석, 청죽, 남계 세 어른에게 보여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였다.


常看皓彩滿天流   상간호채만천유   항상 깨끗한 달빛이 하늘 가득히 흐르고 있음을 보면서,

只喜浮雲蔽却收   지희부운폐각수   단지 떠도는 구름이 가리우는 것을 문득 거둬들이는 것 즐겁네.

賞月誰如李學士   상월수여이학사   달을 구경하는데 누가 이학사와 같을 이 있으랴?

能將霽色反而求   능장제색반이구   활짝 개인 빛을 가지고 자신에게 돌려 구하기를 잘하도다.

                                                                                    右和蒼石  위는 창석에게 화답함.

多子醫人異俗流   다자의인이속류   많은 의원들 속된 부류와는 달라,

立言要使放心收   입언요사방심수   이론을 세워 이야기하니 흐트러진 마음 수습이 요긴하다 하네.

藥方始覺無他妙   약방시각무타묘   약과 처방이 다른 오묘함이 없음을 이제사 깨닫겠으니,

伸屈何須千里求   신굴하수천리구   폈다 굽혔다 하는 것을 어찌 모름지기 천리 밖에서 구하랴? 

                                                                                     右和聽竹  위는 청죽에게 화답함.

一片人心本易流   일편인심본역류   한 조각 사람의 마음은 본래 유동하기 쉬운 것,

涓涓不塞竟難收   연연불새경난수   막히지 않고 졸졸 흐르는 것이 마침내는 수습하기 어렵게 되네.

欲知前聖惟精法   욕지전성유정법   예전 성인의 오직 정일하게 하는 법을 알려고 하면,

自有餘師詎遠求   자유여사거원구   저절로 스승이 많은데 어찌 먼 곳에서 구하랴?

                                                                                     右和南溪  위는 남계에게 화답함.

石老南州第一流   석노남주제일류   석총 어른 남쪽 고을에서 제일류이니,

誰將唾玉壁間收   수장타옥벽간수   누가 장차 지은 훌륭한 글을 벽면에서 주우랴?

操存寶訣呼吾寐   조존보결호오매   보배로운 비결을 가지고 보존하면서 나의 잠을 불러 깨웠으니,

賢聖從今可學求  현성종금가학구   현인이나 성인이나 이제부터 배워서 구할 수 있다오.

                                                                                     右和石潨  위는 석총에게 화답함.

하평운(下平韻) 우:尤 (수:收,구:求,)

 

[金栢巖玏輓]     김백암늑만     김백암 늑 만사

 

栢老淸標輩類超   백노청표배류초   백암 어른의 깨끗한 모습은 무리에서 뛰어나,

鳳池承渥自先朝   봉지승악자선조   홍문관에서 예우 받기는 앞선 조정애서부터였네.

匪躳國許安危倚   비궁국허안위의   한 몸의 이해를 돌보지 않아 국가가 편안할 때나 위태할 때 의지하길 허락했고,

對面人知鄙吝消   대면인지비린소   얼굴을 대하면 사람들이 비루하고 인색함이 없어짐을 안다오.

 

海府當年坐戇直   해부당년좌당직   영월부사로 있을 당시에는 고지식한 것으로 사건에 연루됐으나, 

湖山晩計任逍遙   호산만계임소요   호산(湖山)에서 늙으막 계획은 마음대로 바람을 쐬는 것이였다오. 

道衰哲萎嗟何及   도쇠철위차하급   유교도 쇠미해지고 철인도 떠나니 슬퍼한들 어찌 미치랴?

龜鶴春風銷寂寥   귀학춘풍소적요   귀학정(龜鶴亭)에 봄바람이 불어도 고요함만 잠긴 듯하도다. 

 

[귀학정(龜鶴亭:백암(栢巖) 김륵(玏)의 정자(亭子). 영주시(榮州市) 수도(水島)에 있었음.]

 

하평운(下平韻) 소:蕭 (조:朝,소:消,요:遙,요:寥,) 

 

[別李評事子實]    별이평사자실     이 평사 자실을 이별하면서          

 

天借湖山晦養遲   천차호산회양지   하늘이 호수와 산을 빌려주어 덕을 길러 재능 숨기기를 더디하더니,

玉成今日肯終遺   옥성금일긍종유   덕을 갖춘 오늘날 어찌 끝내 버려두리오.

幄中密勿功猶細   악중밀물공유세   군막 안에서 힘쓰는 공은 오히려 세세하겠으나,

塞外橫行事却奇   새외횡행사각기   변방 밖에서 꺼리낌없이 돌아다니는 일은 문득 기이하다오.

瀚海冥波驚欲動   한해명파경욕동   고비 사막 쪽의 어두운 물결은 놀라워 동요되게 하려는데,

朔天寒月滿仍虧   삭천한월만잉휴   북방 하늘의 차가운 달은 찼다가 그대로 기울어지네.

男兒一起非徒爾   남아일기비도이   남아가 한번 일어나는 것은 그것으로 그칠 뿐만이 아니니,

須使聲名草木知   수사성명초목지   모름지기 명성을 풀과 나무에게도 알도록 해야 한다오.

 

상평운(上平韻) 지:支 (유:遺,기:奇,휴:虧,지:知,)

 

[索妻作詩] 고시(古詩) 월과(月課)   색처작시    아내를 찾아 시를 짓다

 

東坡先生愛吟詩   동파선생애음시   소동파 선생이 시 읊기를 아꼈는데,

遇興隨處濡毫題   우흥수처유호제   흥취를 만나는 곳마다 붓을 적셔 썼구려.

湖州偶得蟄龍句   호주우득칩용구   호주(湖州)에서 우연히 엎드려 있는 용이라는 글귀를 얻었는데,

播咏更被時人擠   파영경피시인제   읊은 글 전파된 데다 다시 당시 사람들의 모함을 받았네.

案之以律死有餘   안지이율사유여   형률로 적용하면 사형 당하고도 남음이 있으니,

就岸行色何其悽   취안행색하기처   강가의 언덕으로 나아가 떠나려는 모습 어찌 그리도 처량한가?

老妻出門挽不得   노처출문만부득   늙은 아내가 문에서 나와 만류하였지만 말릴 수 없어,

惻惻向我空悲啼   측측향아공비제   측은하게 나를 향하여 부질없이 섧게 우네.

先生回首託一言   선생회수탁일언   선생이 머리를 돌려 한 마디 부탁하기를,

作別須如楊子妻   작별수여양자처   작별을 하려거든 모름지기 양자의 아내처럼 하구려.

楊子之妻何以別   양자지처하이별   양자의 아내는 어떻게 이별하였던가?

二十八字聯玻瓈   이십팔자연파려   스물 여덟 글자로 칠보를 연결해 놓은 듯 하였네.

懲詩戒酒出性情   징시계주출성정   시는 징계하고 술은 경계함이 성정에서 우러나와,

能動帝心哀孤睽   능동제심애고규   황제의 마음을 감동시켜 남이 배반하여 고립된 것을 애처롭게 여겼네.

大笑因許勅放還   대소인허칙방환   크게 웃고는 인해서 칙명으로 방면하여 돌아오도록 허락하여,

偕老從今無解携   해노종금무해휴   부부가 함께 늙으면서 이제부터는 흩어지거나 끌려감이 없으니,

哭則不可吟則可   곡칙불가음칙가   통곡하는 것은 불가하지만 읊는 것은 가한데,

一篇如成吾欲賫   일편여성오욕재   한 편이 만일 완성이 된다면 내가 가져가고 싶네.

嗚呼索詩太閑暇   오호색시태한가   아아! 시를 구하는 것이 너무나 한가로우니,

入直刺刺嗟何迷   입직자자차하미   입직하면서 불평하는 모양 아! 어찌 그리도 분명치 못한가?

其去以詩又求詩   기거이시우구시   그가 떠난 것도 시 때문인데 또 시를 구하니,

固知禍福無端倪   고지화복무단예   진실로 재화와 복록은 처음과 시작이 없음을 알겠네.

難將古事免今囚   난장고사면금수   옛날의 사건을 가지고 오늘날의 구속을 모면하기 어려우니,

世道日異終誰齊   세도일리종수제   세상의 도의는 날마다 달라지는데 끝내 누가 가지런히 하랴?

 

상평운(上平韻) 제:齊 (제:題,제:擠처:悽,제:啼,처:妻,규:睽,휴:携,재:賫,미:迷,예;倪,제:齊,)

 

[輓權司諫夫人]     만권사간부인     권사간 부인 만사

 

生大夫家配大夫   생대부가배대부   사대부의 집안에 태어나 사대부를 맞았으니,

無兒還與有兒踰   무아환여유아유   자식 없는 것이 도리어 자식 있는 것 보다 낫도다.

班衣玉頂三牲孝   반의옥정삼생효   때때옷에다 옥으로 이마를 장식하고서 성찬을 장만하여 효도하니,

綠髮梨顔萬福俱   록발이안만복구   윤기 나는 검은 머리에 안색은 언 배 같아 모든 복이 갖춰졌도다.

新歲榮闈歡共壽   신세영위환공수   새해에 좋은 기색으로 내실에서 함께 장수하심을 기뻐하시더니,

暮春冥路痛長徂   모춘명로통장조   저물어 가는 봄에 저승길로 떠나심이 슬프도다.

九原有弟吾慈母   구원유제오자모   황천에는 우리 자모이신 동생이 계시리니,

爲說人間啞啞烏   위설인간아아오   인간 세상에서는 까마귀처럼 울더라고 전해주세요.

 

상평운(上平韻) 우:虞 (유:踰,구:俱,조:徂,오:烏,)

 

[輓吳府尹澐]     만오부윤운     오부윤 운 만사

 

接人辭氣悃無華   접인사기곤무화   남을 대하는 말씨는 정성스럽되 화려함은 없고,

持己常期玉去暇   지기상기옥거가   몸가짐은 항상 옥에 티를 없애는데 기약하였네.

向老劬書功愈密   향노구서공유밀   늙어가면서 수고롭게 책을 대하는 공부는 더욱 주밀했고,

平生爲善福宜遐   평생위선복의하   평생토록 착한 일을 하였으니 복록은 당연히 오래 가도다.

九天優渥兼雙胤   구천우악겸쌍윤   대궐에서의 두터운 은혜는 두 자제가 겸해서 입었고,

三世同朝又幾家   삼세동조우기가   삼대가 한 조정에서 벼슬한 경우 또한 몇 집이나 될까?

倦臥淮陽歸計得   권와회양귀계득   회양에서 피로하여 누웠으니 돌아갈 계책을 얻었는데,  

豈知閑頂便凋花   기지한정편조화   한가한 정상에서 문득 꽃이 시들 줄 어찌 알았으랴?

 

하평운(下平韻) 마:麻 (하:瑕,하:遐,가:家,화:花,)

 

 

<<14세손 김태동 옮겨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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