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집苟全先生文集
苟全先生文集
제목 시(詩)
작성자 관리자 [2017-12-23 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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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苟全先生文集卷之一]    구전선생문집권지일

 

시(詩)

 

[讀溪山雜詠次陶山南澗古詩韻寫懷]    

   독계산잡영차도산남간고시운사회

 계산 잡영을 읽고 도산 남간 고시운을 베낀 회포에 차운하다

 

 

 

 

我生嶺海陬   아생영해추   내가 영남의 바닷가 시골에서 태어나, 

蹙蹙靡所邁   척척미소매   궁박하고 위축되어 매진할 바가 없었다네.

局束井中天   국속정중천   국량은 우물 안의 개구리,

眼看時俗壞   안간시속괴   눈으로는 시속이 무너짐을 보도다.

空懷千古心   공회천고심   공연히 영원한 마음을 품고서,

竊歎寰宇隘   절탄환우애   가만히 세계가 좁은 것을 탄식하였지.

干時幻蝴蝶   간시환호접   그러한 때에 꿈에 나비가 되는 환상에 빠져,

屢踏江南界   누답강남계   여러 차례 강남의 지경을 밟았었네. 

倏忽三十年   숙홀삼십년   어느덧 삼십 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 

耿耿常自怪   경경상자괴   잊지 못하고 마음에 접어둔 채 늘 스스로 이상하게 여겼지.

幸今奉綸函   행금봉륜함   다행하게도 이번에 왕명을 받들게 되어,

共君千里届   공군천리계   그대와 함께 천리 밖에 이르렀다오.

策馬過箕都   책마과기도   말에 채찍질하여  평양을 지나, 

弭節鴨江介   미절압강개   압록강 지경으로 천천히 걸어가니,  

松鶻與鳳凰   송골여봉황   송골매와 봉황이, 

參差環翠鬃   삼차환취종   들쑥날쑥 빛나는 상투에 둘려있네.

脩程八漢域   수정팔한역   먼 길을 따라 중국 지역에 들어가려고,

短槖裹行債   단탁과행채   작은 봇짐의 행장을 꾸렸었네.

原壑渺無際   원학묘무제   평원과 골짜기는 아득하게 끝이 없고,

雲烟濃若畵   운연농약화   구름과 안개는 짙기가 그림과 같도다.

巾袂雨幾沾   건예우기첨   수건과 소매가 몇 번이나 비에 젖었던가?

行裝晛更曬   행장현경쇄   행장은 햇볕이 나면 다시 볕에 말리도다.

迴首憶君親   회수억군친   머리를 돌려 임금과 어버이를 생각하며,

擲錢推易卦   척전추역괘   엽전을 던져 주역의 점괘로 안부를 추리해 보네.

鶴野何杳茫   학야하묘망   요동(학야:鶴野)은 어찌 그리 아득하기만 하며,

雉堞森如塊   치첩삼여괴   성가퀴는 빽빽하기가 덩어리진 것 같도다.

列舖饒物貨   열포요물화   벌려놓은 점포에는 물화가 풍부하고,

長旌侈標掛   장정치표괘   긴 장대 깃발에는 사치스런 표시들이 걸려있네.

佻佻自誰子   조조자수자   까불대는 자 어떤 이들인가?

輕身事買賣   경신사매매   재빠르게 물건 사고 파는 것을 일삼도다.

恐墜至尊命   공추지존명   지극히 높은 왕명을 실추시킬까 두려워,

購書我猶戒   구서아유계   서책을 사는 데도 나는 오히려 경계하였네.

戰戰復兢兢   전전복긍긍   조심하고 다시 조심하여,

庶免朋儕責   서면붕제책   친구들의 책망을 모면하기 바라네.

觀覽日以富   관람일이부   구경거리는 날마다 풍부하여,

心源仍滌儷   심원잉척려   마음속 근심을 그대로 씻어 내게 하네.

淸秋歷雄關   청추역웅관   맑은 가을에 웅장한 관문을 지나며,

長城吟古砦   장성음고채   긴 성에서 옛날의 진터에 대하여 시를 읊었네.

曉入承天門   효입승천문   새벽에 승천문에 들어가니,

肅肅忘疲憊   숙숙망피비   정돈되고 엄숙하여 피로를 잊게 하였네.

觸目儘奇壯   촉목진기장   눈에 닿는 것 모두가 기이한 장관이여서,

開襟無滯介   개금무체개   가슴을 열어 젖히니 끼이거나 막힌 것이 없네.

偕願喜茲行   해원희자행   즐겁게 이번 행사에 함께 하기를 비랐는데,

亂穀還惡稗   난곡환악패   흩어진 곡식이 도리어 피를 미워하네.

且可勉吾學   차가면오학   그리고 또 우리의 학문을 힘써야 되니,

更須加一簣   경수가일궤   다시 모름지기 한 삼태기 더 보태어 산을 이루게 하세.

 

 

[요동의 학야(鶴野:한나라 때 요동(遼東)사람 정영위(丁令威)가 영허산(靈虛山)에서

선술(仙術)을 수련하여 학을 타고 하늘로 날아간 고사로 요동땅을 말함.]

[책(責)의 음은 채(債)이며, 개(介)는  개(芥)와 같다.  계산잡영(溪山雜詠)의 본주(本注) 이다.]

 

거성운(去聲韻), 괘:卦 (매:邁.괴:壞.애:隘.계:界.괴:怪.계:届.개:介.채:債.화:畵.쇄:曬.괘:卦.괴:塊.

                        괘:掛.매:賣.계:戒.책:責.려:儷.채:砦.비:憊.개:介.패:稗.궤:簣)

 

 

[玉河夜坐用山堂夜起韻]    옥하야좌용산당야기운

 옥하에서 밤에 일어나 앉아 산당 야기운을 쓰다

 

夜坐玉河舘   야좌옥하관   옥하관에서 밤중에 일어나 앉았으니,

 

庭樹商風高   정수상풍고   뜰 앞에 있는 나무에는 가을 바람이 시원하구려.

孤燈暗欲滅   고등암욕멸   외로운 등잔불은 가물가물 꺼지려 하는데,

寒意生經袍   한의생경포   가벼운 옷깃에서 썰렁한 기분이 생기네.

客懷轉凄切   객회전처절   나그네의 회포 너무나 처절하여,

鄕心空自挑   향심공자도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공연히 저절로 솟아나네.

美酒自天廚   미주자천주   아름다운 술은 황제의 주방에서 내려졌고,

肥肉盈公庖   비육영공포   살이 찐 고기는 관가의 푸줏간에 가득하도다.

芬華非不樂   분화비불락   빛나는 명예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底事潛非號   저사잠비호   비통하게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왜 잠재해 있을까?

片言不盡情   편언불진정   짧은 말로 심정을 다 표현하지 못하여,

兩手煩撝撈   양수번휘로   두 손을 번거롭게 잡기만 하네.  

何時定歸去   하시정귀거   언제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날짜 결정되여,

膝下長遊遨   슬하장유오   어버이 슬하에서 길이 즐겁게 지내볼고?

東方有堯舜   동방유요순   동방에 요순같은 임금이 계시니,

庶可追夔皐   서가추기고   기고가 한 일 따르기를 바란다오.

 

[기고(夔皐: 순(舜) 임금의 현신(賢臣) 인 기(夔)와 고요(皐陶).기는 음악을 담당하였고,

                  고요는 옥관(獄官)의 장(長)이였음.]

 

하평운(下平韻), 호:豪 (고:高.포:袍.도:挑.포:庖,호:號.로:撈.오:遨.고:皐)

 

 

[謾題用古韻    만제용고운     옛날 운을 사용하여 부질없이 적다

 

丈夫志四方   장부지사방   대장부가 사방에 뜻을 펴려 하였다면,

不憚遠行役   불탄원행역   나랏일로 멀리 떠난는 것을 꺼려하지 않아야 하네.

孟夏發漢陽   맹하발한양   초여름에 한양을 출발하여 

中秋稅冀域   중추세기역   가을이 한창일 때 기주 지역에 도착했네.

據鞍髀消肉   거안비소육   말을 오래 타느라 넓적다리 살이 빠졌고, 

執策臂無力   집책비무력   채찍을 잡느라 팔힘도 빠져,

長途信酸苦   장도신산고   장도에 쓰라린 고통도 많았지만,

壯觀還暢釋   장관환창석   굉장한 구경거리를 보고 도로 마음이 확 풀리네.

雄關扼地吭   웅관액지항   웅대한 관문은 요새를 차지하여 있고,

魏灍跨天脊   위궐고천척   높다란 대궐은 하늘 등성이에 걸쳐 있도다.

周樂雅頌存   주악아송존   주 나라의 음악으로는 아송이 남아 있고, 

漢官威儀赫   한관위의혁   중국의 관원들 위의가 돋보이네.

盛業戒苞桑   성업계포상   융성한 왕업은 포상 같기를 경계하고, 

鞏基占盤石   공기점반석   튼튼한 기반은 반석 같음을 점치겠네.

古治知在玆   고치지재자   옛 치적 자천(자천)에 있음을 알겠고,

太平欣始覿   태평흔시적   태평함 처음 볼 적에 기쁘네.

如何武夷老   여하무이노   무엇 때문에 무이(武夷)의 늙은이는,

汲汲辭台席   급급사태석   서둘러 대석(臺席)을 사임하였으며,

東山且不起   동산차불기   동산에서도 벼슬하러 나오지 않자,

鶴書空給繹   학서공급역   학서가 쉼없이 이여졌네.

同歸競携手   동귀경휴수   같이 가자고 다투어 손 잡고 이끌어,

太半遺簪舃   태반유잠석   거의 높은 벼슬을 역임하였었지. 

從來恥恊恭   종래치협공   이전부터 지금까지 서로 공경하여 협심하기를 브끄러워하면서,

朔洛紛相敵   삭낙분상적   삭당(朔黨)과 낙당(洛黨)이 어지럽게 서로를 적대시 하였네.

爻象也如此   형상야여차   사물의 변동과 형상이 응당 이와 같으니,

明時眞可惜   명시진가석   영명한 시대에 참으로 애석하게 여길 만하도다. 

深宮拱聖人   심궁공성인   깊숙한 궁궐에서 팔장을 낀 제왕이,

法殿扄不關   법전경불관   법전에서 출입문을 열지를 않네.

 

玄天幽且默   현천유차묵   까마득한 하늘은 그윽하고도 묵묵한데,

四序自遷易   사서자천역   사 계절은 저절로 옮겨가고 바꿔지네.

春僚赤何事   춘료적하사   동궁의 관료들 또한 무슨 일로,

尺疏封狼籍   척소봉랑적   상소문 어지러이 봉해져 있는가?

生知本神聖   생지본신성   나면서부터 사물의 이치를 아는 <성인은>본래 거룩하지만,

陳編肯乾惕   진편긍건척   오래된 책이 어떻게 힘쓰고 조심하게 하랴?

雨露偏永巷   우로편영항   비와 이슬같은 은혜는 후궁들에게 치우쳤고,

金錢行別驛   금전행별역   금전은 특별한 역참에서 유통이 되네.

 

大抵盛文章   대저성문장   대체로 문장이 융성하기는 하나,

途轍異前昔   도철이전석   길과 수레바퀴가 예전과는 다르도다.

鳴呼海上翁   오호해상옹   아아! 해상의 늙은이(해상옹)의,

襟胸猶襞積   금흉유벽적   마음 속은 주름이 쌓였을 걸세.

軒羲不可見   헌희불가견   헌원씨(軒轅氏)와 복희씨(伏羲氏)를 볼 수 없으니,

舍魯吾安適   사로오안적   공자를 버리고 나 어디로 가랴?

歸去事吾王   귀거사오왕   돌아가 우리 임금을 섬기면서,

盡忠期底績   진충기저적   충성을 다하여 치적을 이루도록 기약하리라.

所貴道之行   소귀도지행   귀중하게 여기는 바는 도가 행해지는 일이니,

不須勞遠迹   불수노원적   모름지기 옛 사람의 자취를 따르는데 수고하지 않으랴?

東周豈無日   동주기무일   동주에 어찌 군왕이 없으리오?

聖智元天錫   성지원천석   성스럽고 지혜로움은 원래 하늘에서 내려주었도다.

 

 

[아송(雅頌:시경(詩經)중의 아(雅)와 송(頌).

                 아는 정악(正樂)의 노래이고 송(頌)은 조상의 공덕을 찬미(讚美)하는 노래임.]

[포상(苞桑:뽕 나무 뿌리를 가리키는 말로 근본이 견고(堅固) 함을 비유함.]

[무이(武夷)의늙은이: 송나라 말엽의 대학자인 주희(朱熹)를 가리킴.]

[대석(臺席:주자(朱子)가 만년에 비각수찬(秘閣修撰)의 직에 다시 임명되였으나 한달이 체 안되어 사직 한 것을 가리킴.]

[동산(東山:중국의 여간현(餘干縣) 관산(冠山)의 왼편에 위치하고 있는 동산서원(東山書院)을 가리키며

                 주자(朱子)가 이곳에서 강도(講道)하였음.]

[학서(鶴書:송(宋)나라 때 천자(天子)가 내리는 사면장(赦免狀)을 가리킴.]

[삭당(朔黨:송(宋)나라 철종(哲宗) 때 원우삼당(元祐三黨) 즉, 낙당(洛黨), 촉당(蜀黨), 삭당(朔黨)의 하나.

유지(劉摯)를  영수(領首)로 하여 양도(梁燾), 왕암수(王巖叟), 유안세(劉安世)가 소속된 붕당(朋黨)임.]

[낙당(洛黨:송나라 철종 원우 연간에 왕안석(王安石)의 신법(新法)을 반대하는 조신(朝臣)의 한 붕당.

정이(程頤)가 영수가 되고 주광정(朱光庭), 가이(賈易) 등이 소속되었음.]

[해상옹(海上翁:당(唐)나라 시인(詩人) 이백(李白)을 가리킴.]

[헌원씨(軒轅氏: 황제의 이름. 그가 헌원의 언덕, 지금의 하남성(河南省) 신정현(新鄭縣)에서 태어났다고함.] 

[복희씨(伏羲氏: 상고시대(上古時代)의 제왕(帝王), 삼황(三皇)중의 한 사람으로서 백성에게

어렵(魚獵),농경(農耕),목축(牧畜)을 기르쳤으며, 팔괘(八卦)를 만들었고 함.]

[동주(東周: 조선(朝鮮)을 가리키는 말임.]

 

입성운(入聲韻), 직:職 (역:役.역:域.력:力)

맥:陌 (석:釋.뢰:顂.혁:赫.석:石.석:席.역:繹.작:舃.석:惜.벽:闢.역:易.적:籍.역:驛.석:昔.적:積.적:適.적:迹.) 

석:錫 (적:覿.적:敵.척:惕.적:績.석:錫)

 

[柱宇書來得二絶無非孺慕因次其韻]   주우서래득이절무비유모인차기운

 주우의 편지가 와서 두 편의 절귀를 얻었는데

깊이 어버이를 사랑하며 사모하는 정 아님이 없었기에 그 운에 차운하다

 

雲盡天空露氣淸   운진천공로기청   구름 걷힌 하늘은 휑하고 이슬 기운은 맑은데,

竹風松月惱鄕情   죽풍송월뇌향정   대나무 숲의 바람과 소나무 사이의 달빛이 고향 생각에 잠기게 하네.

重簾不下三更夜   중렴불하삼경야   겹으로 친 발도 내려놓지 않은 한밤중에,

徒倚寒櫳筭去程   도의한농산거정   차가운 창가에 기대여 가야 할 갈을 헤아려 보네. 

 

余季書來趂鴈風   여계서래진안풍   우리 집 셋째의 편지가 가을 바람을 따라 왔는데,

海東難恨薊門同   해동난한계문동   바다 동쪽에서 헤여진 한이 연경의 근교에서도 같구려.

且須不失君親意   차수부실군친의   모름지기 임금과 어버이의 뜻을 잃지 말고,

孩老方能盡孝忠   해노방능진효충   어릴 때나 늙어서나 효도와 충성을 다하도록 하라 

 

하평운(下平韻), 경:庚 (정:情.정:程)  상평운(上平韻), 동:東 (동:同.충:忠) 

 

 

[玉殿佛像]     옥전불상     대궐안의 새 금불상

 

  [玉殿佛像]  옥전불상      

   聞朝天宮安金佛三像。百官演儀時。自閣老以下必須擊皷焚香。先致拜叩。然後乃設天子位於佛前。

   문조천궁안금불삼상。백관연의시。자각로이하필수격고분향。선치배고。연후내설천자위어불전

   以講山祝之儀。此固前昔所未有也。今其言曰人君之禍福。家國之興亡。皆是天神所命。

   이강산축지의。차고전석소미유야。금기언왈인군지화복。가국지흥망。개시천신소명

   皇帝卽其子也。天尊之前。天子未爲尊。故凡有祈祝。必先焉禮也。於乎異哉。是禮也周公之所未制。

   황제즉기자야。천존지전。천자미위존。고범유기축。필선언례야。어호이재。시례야주공지소미제

   孔子之所未言。而不知何處又有聖於周公孔子者。創出新規。使我聖朝治象。允升於大猷。

   공자지소미언。이불지하처우유성어주공공자자。창출신규。사아성조치상。윤승어대유

   年歷直指於無窮。而不憂其或汚或替也。見今上自國都。下及閭巷。皆有佛堂。或畫像或塑形。

   연역직지어무궁。이불우기혹오혹체야。견금상자국도。하급려항。개유불당。혹화상혹소형

   莫不竆奇而侈恠。民之奉之也。朝夕朔望。寧置其父祖。而不敢不盡其誠。豈非偃於朝天風者耶。

   막불궁기이치괴。민지봉지야。조석삭망。영치기부조。이불감불진기성。기비언어조천풍자야

   賦一律以紀其事。頌之而已。其敢諷乎

   부일율이기기사。송지이이。기감풍호                                       

 

 

들으니

천자에게 조회로 뵙는 대궐에 금으로 만든 세 개의 불상(佛像)을

안치하여 놓고서 백관이 의식 연습을 할 때이면,

각로(閣老:재상(宰相)이하가

반드시 북을 울리게 하고 향을 피우며 <불상에>먼저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한 연후에야 천자의 좌석을 불상 앞에다 설치하여

천자의 장수를 축원하는 의식을 행한다고 하였으니,

이는 진실로 예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지금 그렇게 하면서 말하기를,

인군(人君)의 화복(禍福)과 국가의 흥망 모두가 이 천신(天神)이 명하는 것이고,

황제는 바로 그의 아들이다.

하늘 같이 높은 그 앞에는

천자도 높은 존재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무릇 기원하거나 축원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먼저 그 앞에 의식을 행한다.

고 하였으니, 

아아! 괴이하도다.

이러한 의식은 주공(周公)께서 만드신 바도 아니며  공자(孔子)께서도 말하지 않은 바이다.

그런데 모르기는 하지만,

어느 곳에 또 주공이나 공자보다 더 훌륭한 성인이 있어서 새로운 국정을 만들어 내어

우리 성조(聖朝:명나라릉 가리킴)로 하여금

정치현상은 진실로 원대한 계책을 실현하는 데로 옮겨지게 하며,

누리는 해는 끝이 없는데로 곧장 나아갈 수 있게 하여

혹시라도 더렵혀지거나 혹시라도 쇠미해짐을 염려하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는가?

현재 위로는 국가의 도성에서주터 아래로는 좁은 골목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당(佛堂)이나 훅은 화상(畵像) 혹은 소형(塑形)을 소유하고 있는데,

극도로 기이하고 사치스러워 괴상하지 않음이 없었고,

백성들이 그것을 받들기를,

아침저녁 또는 초하루와 보름에 차라리 그들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방치하더라도

감히 그들의 정성을 다하지 않음이 없으니,

그것이 어찌 천자에게 조회할 때에 하는 풍습에 휩쓸린 것이 아니겠는가?

한 편의 율시(律詩)를 읊어 그 일을 기록하여 외울 따름이다.

감히 비난한다고야 하겠는가? 

 

 

玉殿金軀坐幾年   옥전금구좌기년   옥으로 꾸민 궁전에 금으로 된 몸으로 몇 년이나 앉아 있었던가?

天尊帝釋望巍然   천존제석망외연   하늘처럼 높은 제석 바라보니 우뚝하구려.

主張禍福皇靈倚   주장화복황령의   재화와 복록을 주장하면서 황제의 영혼에도 의탁했네,

句斷興亡國命懸   구단흥망국명현   흥망을 맡아 결단하며 국가의 운명도 달려있네.

山祝聖辰儀且講   산축성진의차강   산처럼 장수하기를 비는 성황제의 탄신 의식 또한 강구하면서,

鼓鳴香卓禮須先   고명향탁례수선   북을 울리고 향을 피우는 탁자에서의 의식을 반드시 먼저하네.

奇規遠出周家制   기규원출주가제   기이한 국정이 주나라 제도에서 멀리 벗어났으니,

盛曆誰虞不萬千   성력수우불만천   성대하게 누릴 해 천만년 못되리라 누가 염려하리.

 

[관청의 제도에 또 이르기를,

각 부(府),주(州),현(縣)에서 천자의 탄신과 정조(正朝), 동지(冬至)를 만나면, 하루 먼저 용정(龍亭:천자의 위패(位牌),

채여(彩輿:천자가 타는  채색으로 꾸민 수레) 을 갖추고  사관(寺觀)에서 의식을 연습한다하니 그 규정이 이와 같다.]

 

하평운(下平韻), 선:先 (연:然.현:懸.선:先.천:千)

 

 

[次任汝壽碩齡]     차임여수석령     임 야수 석령의 운에 차운하다

 

欲霜秋夜旅窓虛   욕상추야여창허   서리가 내리려는 가을밤 나그네가 묵고 있는 창가 허전하고,

庭樹風高月影踈   정수풍고월영소   뜰에 있는 나무엔 바람이 거세고 달 그림자 성기네.

寒意滿幨眼不得   한의만첨안부득   차가운 느낌이 옷깃에 가득하여 잠을 으룰 수 없어,

故鄕歸夢五更初   고향귀몽오경초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도 오경 초에나 꾸었네.

 

상평운(上平韻), 어:魚 (소:踈.초:初) 

 

 

[次人韻]     차인운     다른 사람의 운에 차운하다

 

北京遊子海東心   북경유자해동심   북경에서 노니는 사람의 마음은 해동에 가 있어,

寒舘深秋夜夜吟   한관심추야야음   차가운 여관에서 가을이 깊어가므로 밤마다 시를 읊네.

宮漏苦遲人易老   궁루고지인역노   궁궐의 물시계 지겹도록 더뎌 사람이 쉽게 늙는 듯하여,

起看窓外小庭陰   기간창외소정음   일어나 창밖 뜰의 그늘이 작아졌음을 보도다.

 

赤葉黃花見可傷   적엽황화견가상   붉게 물든 나뭇잎과 누른 꽃을 보니 마음 상하는데,

異鄕佳節近重陽   이향가절근중양   타향에서의 아름다운 계절 중양이 가깝네.

香醪未信寬心物   향료미신관심물   향긋한 막걸리 마음을 넓게 하는 물건인줄 믿진않지만,

强醉還多惱客腸   강취환다뇌객장   억지로 취하다보니 도리어 나그네의 창자가 번뇌스럽네.

 

來時春在灞橋楊    래시춘재파교양   올 때에는 파교의 버들이 봄빛이 완연했는데,

燕邸今看晩菊香    연저금간만국향   북경의 여관에서 지금 늦게 핀 국화의 향기를 맡게 되였지.

不識東歸何日是    불식동귀하일시   동쪽으로 귀국할 날 언젠지도 모르고,

天涯剩作白頭郞    천애잉작백두랑   하늘가 먼 곳에서 시만 지어 하얗게 머리 센  사람이 되였지.

 

客中情緒亂如麻    객중정서난여마   객지에서의 마음의 실마리 삼같이 어지러위,

疊恨層愁水湧波    첩한층수수용파   겹쳐진 한과 층층의 시름 솟아 물결치는 듯 하네.

頼有丁寧閩洛訣    뢰유정녕민낙결   또렷하게 민락의 비결을 의뢰함이 있어,

玩心還喜攝心多    완심환희섭심다   마음으로 구경하니 도리어 마음을 다스릴 기회가 많아 즐겁구려.

 

 

[중양(重陽: 음력(陰曆) 9월 9일 을 가리키는 말임.]

[파교(灞橋:중국 장안(長安) 의 동쪽에 있는 파수(灞水) 에 건 다리 이름.

         옛날 사람들이 이별할 때 이 다리에 이르러 버들가지를 꺾어 송별의 뜻을 표하였다고 함.] 

[당시 정자(程子)와 주자(朱子)의 글을 읽어 자못 몸과 마음을 수습하고 안정시키는 방법을 깨달아

  다소의 객지 회포를 다스려 묶어 둘 수 있었기에 우연히 언급하였음.]

 

하평운(下平韻), 침:侵 (음:吟.음:陰), 양:陽 (양:陽.장:腸.향:香.랑:郞) 가:歌 (파:波.다:多)

 

 

 

[妖書寧免火    요서영면화     요사스런 책 어찌 불태움을 면할까?

   [妖書寧免火] 요서영면화

   上使得李氏莊書一部以爲奇示余。其書自做題目。勒諸前代君臣。其是非予奪。無不徇己偏見。

   상사득이씨장서일부이위기시여。기서자주제목。륵제전대군신。기시비여탈。무불순기편견

   以荀卿爲德業儒臣之首。屈我孟聖於樂克,馬融,鄭玄之列。明道先生僅參其末。與陸九淵並肩。

   이순경위덕업유신지수。굴아맹성어악극,마융,정현지렬。명도선생근참기말。여륙구연병견

   若伊川,晦庵兩夫子則又下於申屠嘉,蕭望之。稱之以行業。肆加升黜。少無忌憚。

   약이천,회암량부자칙우하어신도가,소망지。칭지이행업。사가승출。소무기탄

   余見而大駭曰此等書。寧火之不可近。居數日。偶閱經書實用編。馮琦正學䟽有曰皇上頃納張給事言。

   여견이대해왈차등서。영화지불가근。거수일。우열경서실용편。풍기정학소유왈황상경납장급사언

   正李贄誣世之罪。悉焚其書云。所謂贄。乃作莊書者。倡爲異學。率其徒數千。日以攻朱爲事

   정이지무세지죄。실분기서운。소위지。내작장서자。창위이학。솔기도수천。일이공주위사

   而卒爲公論所彈。伏罪於聖明之下。至以妖談恠筆多少榟板。一炬而盡燒。猗歟大朝之有君有臣也。

   이졸위공론소탄。복죄어성명지하。지이요담괴필다소재판。일거이진소。의여대조지유군유신야

   感題二律。旣傷之又快之。快之之中又有傷焉。傷哉傷哉。其誰知之。

   감제이율。기상지우쾌지。쾌지지중우유상언。상재상재。기수지지 

 

상사(上使)가 이씨(李氏)의 장서(莊書) 1부를 얻어다 기이하게 여기면서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그 책의 스스로 만든 제목에 억지로 전대(前代) 군신(君臣)의 옳고 그름과 주고 빼았은데 대하여

자신의 치우친 경해를 그대로 따르지 않은 것이 없어 순경(荀卿)을 덕업유신(德業儒臣)의 첫째로 삼고,

우리가 추앙하는 맹자[孟聖]를 낮추어 악정극(樂正克), 마융(馬融),정현(鄭玄)의 대열에다 끼게 하였다.

그리고 명도선생(明道先生)은 겨우 그 대열의 끝에 육구연(陸九淵)과 함께 나란히 참여하게 하고

이천(伊川)과 회암(晦菴) 두 부자(夫子)는 또 신도가(申屠嘉) 소망지(蕭望之)의 아래에다 두고서

유업(儒業)을 행하였다고 일컬으면서 멋대로 올리고 깍아내리며 조금도 거리킴이 없이 하였다.

내가 그것을 보고 크게 놀라 말하기를,

이런 등류의 책은 차라리 불에다 태워 버려야 하고,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

고 하였다.

그리고 난 후 며칠 있다가

우연히 경서 실용편(經書實用編)의 풍기(馮琦:명(明)나라때 예부상서(禮部尙書)를 지낸 학자)

정학소(正學疏:정도(正道)에 맞는 학문을 해야한다는 내용의 상소문))를 보니,

거기에 쓰여있기를,

황상(皇上)께서 지난번 장급사(張給事)의 말은 받아들여 이지(李贄)가 세상을 속인 죄를 바로잡고 

그 책을 모두 태워 버렸다. 고하였다.

이른바 이지란 바로 장서(莊書)를 지은 자로서 이단(異端)의 학설을 주창하며

그를 따르는 무리 수천 명을 데리고 날마다 주자(朱子)를 공경하는 것으로 일을 삼다가

마침내 공론(公論)의 탄핵하는 바가 되어 성명(聖明) 아래에서 복죄(伏罪)되였다.

그리고 요사스러운 말과 괴상한 글 그리고 다소의 재판(滓坂)들은 한꺼번에 모두 태워버렸으니

아아! 대국인 명나라 조정에 훌륭한 임금이 있고 현명한 신하가 있도다.

그 느낌을 두 편의 오언율시(五言律詩)로 쓰게 되었는데,

벌써 속이 상하였다가 다시 상쾌하기도 하며 상쾌한 가운데 다시 상함이 있으니 그 속이 상함을 누가 알리오. 

 

 

孔去東遷日   공거동천일   공자는 동주 시대때 돌아가셨고, 

朱生南渡天   주생남도천   주자는 남송 때에 태여났지만, 

工夫兼體用   공부겸체용   공부는 본체와 작용을 겸하였고,

義理極精硏   의리극정연   옳은 이치는 정교히 연마함을 극치로 하지.

甚矣人多怪   심의인다괴   심각하구려 괴상한 짓을 하는 사람 많아,

居然口誚賢   거연구초현   꼼짝도 않고서 입으로 현인을 나무라니,

妖書寧免火   요서영면화   요사스런 책 불태워지기를 모면하겠는가?

天子聖明全   천자성명전   천자의 거룩하고 영명함이 온전하도다.

 

世間饒怪舌   세간요괴설   세상에 괴상한 말들이 많고 많아,

天下是非誣   천하시비무   천하의 옳고 그름을 속이네.

鶴脛疑鳧短   학경의부단   학은 긴 다리로 오리의 짧은 다리를 의심하고,

鷄趐笑鳳孤   계혈소봉고   닭의 볼품없는 날개로 봉새의 고고함을 비웃네.

周衰荀已甚   주쇠순이심   주나라가 쇠미해지자 순자의 학설이 너무 심각했었지만,

明盛贄何愚   명성지하우   명나라가 융성한데 이지가 어찌 그리 어리석은가?

給事能言距   급사능언거   장급사가 능숙한 말로 막았으니,

聖人猶有徒   성인유유도   성인에게는 오히려 따르는 무리가 있도다. 

 

[순경(荀卿:전국시대(戰國時代) 조(趙) 나라의 유학자(儒學者)인 순황(荀況)의 존칭. 순자(荀子)]

[악정극(樂正克:전국시대으 노(魯)나라 사람으로 맹자(孟子)의 제자.]

[마융(馬融:후한(後漢)의 유학자. 무릉(武陵) 사람.]

[정현(鄭玄:후한의 유학자. 마융의 제자.]

[명도선생(明道先生: 송(宋)나라의 유학자인 정호(程顥)]

[육구연(陸九淵:남송(南宋)의 유학자. 강서 금계(江西金溪) 사람. 호(號)는  상산(象山).] 

[이천(伊川:송나라의 유학자.만년에 용문(龍門) 이수(伊水)가에서 살았던 정이(程頤)를 말함]

[회암(晦庵:송나라의 유학자.주희(朱熹)가 학문을 강론하던 서재(書齋)이름.

                 후세 사람들은 주자(朱子)를 회암선생이라 부른다.]

[신도가(申屠嘉:한(漢)나라 초기 고조(高祖)를 도와 항우(項羽)를 공격 하였음]

[소망지(蕭望之:한(漢)나라 때 난릉(蘭陵)사람. 학문을 좋와하고 문견(聞見)이 많았음.]

 

 

하평운(下平韻), 선:先 (천:天.연:硏.현:賢.전:全)

상평운(上平韻), 우:虞 (무:誣.고:孤.우:愚.도:徒)

 

 

[見新月戯題]     견신월희제     새로 떠오른 달을 보고 장난하며 쓰다

 

旣見去月月                 기견거월월                 이미 지난달의 달을 보았고,

又見今月月                 우견금월월                 또 이 달의 달을 보았네.

何處去去月月              하처거거월월             지난달의 달은 어느 곳으로 가 버렸으며,

何處來今月月              하처래금월월             이 달의 달은 어느 곳에 왔는가?

來又去去又來              래우거거우래             왔다가는 또 떠나고 떠났다가는 또 오는,

支難玉河月                 지난옥하월                 옥하에서 보내는 달은 지루하기도 하네.

此月不歸去                 차월불귀거                 이 달에도 돌아가지 못하고서,

且待十月月                 차대십월월                 또 다시 10월의 달을 기다리네.

九月又十月                 구월우십월                 9월이 지나고 10월이 되였으니,

今年餘幾日                 금년여기일                 올해도 며칠이나 남았는가?

今年某道甲寅年           금년모도갑인년          올해를 갑인년이라고 말하지 마오.

只是江南之甲寅           지시강남지갑인          단지 여기는 강남땅의 갑인년일 뿐,

扶桑別有吾甲寅           부상별유오갑인          해뜨는 곳에 따로 우리의 갑인년이 있어,

也應留待東歸人           야응유대동귀인          응당 동방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머물러 주겠지

東歸彩戲北堂前           동귀채희북당전          동방으로 돌아가 어머님 계시는 북당 앞에서 때때옷 입고 놀리라.

一日如一年                 일일여일년                 하루가 일년 같고,

一月三十年                 일월삼십년                 한 달이 삼십년 같으니,

如過年年三百六十日    여과년년삼백육십일    만일 해마다 삼백 육십 오일을 보낸다면, 

直指三萬六千年又年    직지삼만육천년우년    그것은 곧바로 삼만 육천에 또 몇 년이 되는 셈이네.

                                                                                                (3개월*30년*365일)

 

입성운(入聲韻), 월:月 (월:月)  하평운(下平韻), 선:先 (년:年)

 

 

 

[漂人方初陽曾以二近體投示適氣愆未報今次以副]

    표인방초양증이이근체투시적기건미보금차이부

 

표류했던 방초양이라는 사람이 일찍이 두 편의 근체시를 보내 주었는데,

마침 심기가 불편하여 회보를 못하였다가 이제 차운하여 그의 뜻을 맞추어 준다.

 

亭亭落日向山低   정정낙일향산저   저멀리 지는 해가 산밑으로 향하고,

點點歸鴻天末嘶   점점귀홍천말시   점을 찍은 듯한 기러기떼 하늘가에서 울어대네. 

萬里路迷箕堞外   만리로미기첩외   만리나 되는 길 조선의 국경 밖에서 아득하고,

三秋人老蘇河西   삼추인노소하서   석 달의 가을에 사람은 계하의 서쪽에서 늙어가도다.

出關早晩猶無定   출관조만유무정   국경을 나섬이 이르고 늦음도 오히려 결정하지 못하엮고,

入夢悲歡也不齊   입몽비환야불제   꿈속에서의 슬픔과 즐거움도 가지런하지 않다네.

鶴髮倚門應已久   학발의문응이구   늙으신 어버이 문 기대여 기다린 지 이미 오래 되였으리니,

豈知寒舘坐含悽   기지한관좌함처   쓸쓸한 여관에서 서글픔을 먹음은 채 앉아 있음을 어찌 알리요?

 

君到皇城意氣揚   군도황성의기양   그대가 명나라 수도에 와서 의기가 양양하여,

達人隨處醉壺觴   달인수처취호상   사람을 만나는 곳마다 술을 마시고 취하도다.

自言偏荷靑丘主   자언편하청구주   크나큰 조선왕의 은혜를 입었다고 제 스스로 말하고,

頻謝同行白髮郎   빈사동행백발낭   함께 백발의 낭관에게 자주 사

人海誰知生不死   인해수지생불사   바다에 빠졌을 적에 누가 죽지 않고 살아올 줄 알았겠으며,

還家應有喜兼狂   환가응유희겸광   집으로 돌아가면 응당 미칠 것만 같은 기쁨이 있으리라.

他年倘說今年事   타년상설금년사   훗날 혹시라도 올해의 일을 말하거들랑,

定指三韓作故鄕   정지삼한작고향   삼한조선이 고향이 되였다고 지정하여 주시게.

 

상평운(上平韻), 제:齊 (시:嘶.서:西.제:齊.처:悽)

하평운(下平韻), 양:陽 (상:觴.낭:郎.광:狂.향:鄕)

 

 

[九日次人韻    구일차인운     구일에 다른 사람의 운에 차운하다

 

歸程關外遠   귀정관외원   돌아갈 길은 국경 밖에 멀고,

時序客中忙   시서객중망   계절은 나그네 생활하는 가운데 바삐도가도다.

厭見三秋月   염견삼추월   석달의 가을달 보기 싫어,

愁傾九日觴   수경구일상   구일에 술잔을 기울이며 시름에 젖었네.

楓衰異地色   풍쇠이지색   단풍이 시들하니 땅 빛깔이 달라지고,

菊晩故園香   국만고원향   국화가 늦게 피니 옛 전원이 향기롭네.

何處一聲鴈   하처일성안   어느 곳에서 들려오는 외마디 기러기 울음소리에, 

斜陽更喚霜   사양경환상   저물어 가는 해가 다시 서리를 부를 것 같네.

 

 

하평운(下平韻), 양:陽 (망:忙.상:觴.향:香.상:霜)

 

 

[讀康節先生詩次獨坐韻]     독강절선생시차독좌운

 강절선생의 시를 읽고 혼자 앉아 있는 운에 차운하다

 

性拙事仍簡   성졸사잉간   성격이 옹졸하니 일이 그대로 소홀해지고,

坐孤寒更多   좌고한경다   외롭게 앉았으니 싸늘한 기운이 많도다.

霜墜虛舘柳   상추허관유   서리는 비여 있는 여관의 버드나무에 떨어지고,

風擺古垣籮   풍파고원라   바람은 해묵은 담장의 칡넝쿨을 흔들도다.

開券還慵閱   개권환용열   책을 펴놓고는 도리어 읽기를 게을리 하고,

待人猶未過   대인유미과   사람을 대해서는 오히려 그 수준을 넘지 못하도다.

憑兒問顔色   빙아문안색   심부름하는 아이를 의지하여 낯빛을 묻기를,

憔悴近如何   초췌근여하   초췌한 모습 근래에는 어떤가 하였네.

 

[당시 양자승(楊子昇)이 오기로 약속을 하고서 오래 되오도 오지 않았다.]

하평운(下平韻), 가:歌 (다:多.라:籮.과:過.하:何)

 

 

[又次加押和字]     우차가압화자     또 화자운을 더한 데 차운하다

 

學貴驗中和   학귀험중화   학문은 중화를 귀하게 여기니,

静時看得多   정시간득다   고요히 있을 적에 그런 경우를 얻을 때가 많도다.

寂然垂書慢   적연수서만   조용하게 낮에 장막을 드리우니, 

閑似閉煙蘿   한사폐연라   한가하기가 안개 속에 칡넝쿨이 덮여 있는 것과 같네.

漸覺心猿縶   점각심원집   점차로 원숭이의 마음[心猿]이 묶여짐을 깨닫겠고,

聊防意馬過   요방의마과   애오라지 말의 뜻[意馬]처럼 지나감을 방지하게 되니.

此間眞好境   차간진호경   이러한 무렵 참으로 좋은 경지인데,

其奈怠乘何   기내태승하   그 게으름이 틈을 엿보는 데야 어쩌랴?

 

[심원(心猿):원숭이의 마음은 가볍고 조급하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산란함을 가리키는 말임.]

[의마(意馬):말의 마음은 늘 번거롭고 뛰어다니는데 있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분주함을 가리키는 말임.]

 

하평운(下平韻), 가:歌 (다:多.라:蘿.과:過.하:何) 

 

 

   [賜宴北舘] 사연북관

    賜宴北。該部侍郞何宗彦奉命爲儐。精膳司郞中賈之鳳監撿于外。自光祿寺供進饌卓。陳十行。

    사연북관。해부시랑하종언봉명위빈。정선사랑중가지봉감검우외。자광록사공진찬탁。진십행

    豆極其華饒。牀花帽花皆金玉其英。備奏絃管。行七爵禮。兼令俳優間呈雜戱。賦感皇恩七言律。

    두극기화요。상화모화개금옥기영。비주현관。행칠작례。겸령배우간정잡희。부감황은칠언률

 

북관(北館)에서

사연(賜宴:임금이나 관원이 잔치를 베풀어 사람을 초대함. 또는 그 찬치) 을 하였는데

해부시랑(該部侍郞) 하종언(何宗彦)이 황제의 명을 받들어 빈객의 응접을 맡았으며,

정선사(精膳司) 낭중(郎中) 가지봉(賈之鳳)이 외부에서 감독하고 단속하였다.

그리고 광록사(光祿寺)에서 제공하여 올린 찬탁(饌卓)에 열 줄의 예기[두:]를 진열하여

그 화려함과 풍요로움을 극대화하였고,

상화(牀花)외 모화(帽花)는 모두 그 꽃부리를 금()과 옥()으로 하였다.

그리고는 현악기(絃樂器)와 관악기(管樂器)를 갖추어 연주하며

칠작례(七爵禮:연례(燕禮)에서 일곱 차례 술잔을 돌리는 의식)를 행하고

겸해서  배우(俳優)로 하여금 간간이 잡희(雜戱)를 올리게 하였으므로

황제의 은혜에 감격하여 칠언율시를 읊다.

 

帝爲藩人勅肆筵   제위번인칙사연   황제가 제후국의 사신을 위하여 칙명으로 연회를 베풀게 하니,

大堂欽準膳司虔   대당흠준선사건   관부에서는 공경히 따르고 정선사에서는 조심스럽게 받들었네. 

綺羞珎品排盈案   기수진품배영안   맛 좋은 음식과 진기한 것들은 상에 가득 배열되어 있고,

玉朶仙葩降自天   옥타선파강자천   옥으로 된 줄기며 신선의 꽃은 하늘에서 내려진 것일레라.

禮盛從來三爵又   예성종래삼작우   의식은 성대하여 그전의 삼작에서 또 더하게 하였으며,

樂諧猶古八音全   악해유고팔음전   음악은 알맞게 오히려 옛날의 팔음이 온전하도다.

不須着意看俳戯   불수착의간배희   배우들의 장난을 유의해서 볼 필요는 없겠으나,

惟有皇恩誦可傳   유유황은송가전   오직 황제의 은혜는 칭송하며 전파할 만 하도다.

 

[삼작(三爵):세 잔의 술이나 세 순배의 술. 또는 작은 참새 모양의 술잔을 말함.]

[팔음(八音):여덟 가지의 악기.금(金:종(鐘)), 석(石:경(磬)) 사(絲:(현(絃)) 죽(竹(관(管))

포(抛:(생(笙))토(土:(훈(壎)) 혁(革:(고(鼓)) 목(木:(축어(祝敔))]

[옛날의 연례(燕禮)에는 모두 삼작(三爵)을 하였는데 이제는 보태어 칠작(七爵)을 규정으로 삼았다.]

 

 

상평운(上平韻), 선:先 (건:虔.천:天.전:全.전:傳)

 

 

 

   [宴時西蕃] 연시서번

   宴時西蕃,畏兀,回回諸奴。殊言恠狀。環立觀光。曾見安南有若襟牛而裾馬。

   연시서번,외올,회회제노。수언괴상。환립관광。증견안남유약금우이거마

   今又見此數種。其醜詭之狀。同一揆也

   금우견차수종。기추궤지상。동일규야。   

 

연회 때에 서번(西蕃)의 외올회회(畏兀回回:종족(種族)이름.)

당나라 때의 회흘(回屹)의 여러 종(노:奴)들이 특수한 말과

괴상한 모양을 하고 둘러서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일찍이 안남(安南:중국의 남방지역. 지금의 월남)

사람들의 마치 마소에다 옷을 입힌 것 같음을 보았는데,

지금 또 여러 인종(人種)을 보니

그 추악하고 괴이한 모습은 동일한 형태인 듯하였다.

 

萬國會同日   만국회동일   모든 나라가 함께 모이는 날은, 

四夷來貢時   서이래공시   사방의 오랑캐가 와서 공물을 바치는 때이네.

侏難言各異   주난언각이   의미가 통하지 않는 오랑케의 말 각기 다르고,

詭怪服參差   궤괴복삼차   괴상한 의복도 들쑥날쑥 일세.

削髮會何耻   삭발회하치   박박깍은 머리 일찍이 무엇이 부끄러우랴?

無裳赤不疑   무상적불의   치마가 없는 것 또한 의심스럽지 않네.

誰知吾禮樂   수지오예악   누가 우리 나라의 예악을 알리, 

天子寵之宜   천자총지의   천자가 총애함은 당연한 일일세.

 

 

 

    四國皆削髮又不袴。唯畏兀服華服。盖以其國別無君長。只有都督府。

    사국개삭발우불고。유외올복화복。개이기국별무군장。지유도독부

    聽中國除遣而進貢。或至三四年留滯不還故也。然醜詭則無異。

    청중국제견이진공。혹지삼사년류체불환고야。연추궤칙무이

 

[네 나라 사람들이 모두 머리를 박박깍고 또 바지도 입지 않았는데,

외올(畏兀)만은 중국의 의복을 입고 있얶다.

그것은 대체로 그 나라에는 따로 군장(君長)이 없고

단지 도독부(都督府)가 있는데 중국에서 임명되게 하여

청리(聽理:송사를 자세히 듣고 심리함) 하게  하며 공물을 바치는데도

더러는 3,4년에 이르게 되므로 머물면서 되돌아가지 않기 때문에서 였다.

그러나 추악하고 괴상한 것은 다름이 없었다.]

 

 

상평운(上平韻), 지:支 (시:時.차:差.의:疑.의:宜)

 

 

[盆菊用東坡韻]     분국용동파운     화분의 국화를 보고 소동파의운을 쓰다

 

數叢寒艶燦金葩   수총한염찬금파   몇 떨기 차갑고 요염한 금빛의 꽃이 찬란하니,

分自東籬架短丫   분자동리가단아   동쪽 울타리에서 나누어다 짧은 아귀를 받치였네.

種著小盆成客伴   종저소분성객반   조그마한 화분에다 심어드니 나그네의 짝이 되었는데,

偏燦氣味異凡花   편찬기미이범화   일반 꽃과 다른 정취에 매우 어여쁘게 여기도다.

 

新移晩朶欲開葩   신이만타욕개파   새로 옮긴 늦게 피는 꽃망울에 꽃이 피려고 하는데,

爲護孤根倚竹丫   위호고근의죽아   외로운 뿌리를 보호하느라 대나무 아귀를 의지하였네.

苦節正看搖落日   고절정간요낙일   어려움에도 변하지 않는 절개를 모든 꽃이 떨어진 때 보게 되므로, 

從來君子愛斯花   종래군자애사화   옛날부터 군자가 이 꽃을 아낀다오.

 

盈前百玩勝寒葩   영전백완승한파   눈앞에 가득한 많은 구경거리가 차가운 꽃보다 낫다고 

投却霜莖委棘丫   투각상경위극아   서리맞은 줄기를 가시나무 아귀에 던져 버렸다오. 

收殺晩香吾己富   수살만향오기부   늦은 향기를 주운 내가 너무 여유가 있으니,

不須煩說有奇花   불수번설유기화   기이한 꽃이 있다고 번거롭게 말하는 것 필요치 않네.

 

[동리(東籬:진(晉)나라의 도연명(陶淵明)의 잡시(雜詩)에,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캐다가 우연히 남산을 바라보았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라고 한 싯구를 인용한 것임.]

[수행하는 자(伴送:반송)가 두 개의 화분을 보냈는데,

  상사(上使)가 방이 좁다는 이유로 뜰밖에 던져 버렸으므로 내가 그것을 모두 주웠다.

  그랬더니, 어떤 사람이 와서, 따로 사랑할 만한 기이한 종류가 있고 이것은 가까이 할 것이 못된다.

  고말하였는데, 그 또한 상사를 따르는 사람이였다.]

 

하평운(下平韻), 마:麻 (아:丫.화:花)

 

 

[又用陳白沙]     우용진백사운     또 진백사의 운을 쓰다

 

菊無疪病赤吹毛   국무비병적취모   국화에는 하자나 병통이 없는데도 털을 불며 결점을 찾는데, 

誰道凌霜氣本豪   수도능상기본호   누가 서리를 얕잡아 보는 기상이 본래부터 호걸스럽다고 말하는가?

千載幽人三逕趣   천재유인삼경취   천년토록 그윽한 곳에 숨어사는 사람의 삼경의 취미는, 

栽培不問品卑高   재배불문품비고   심고 가꾸는데 품질의 높고 낮음은 묻지를 않는다오.

 

色色秋花映二毛   색색추화영이모   색색의 가을꽃이 반쯤 센머리에 비치니, 

客中赢作掇英豪   객중영작철영호   객지에서도 여유를 가지고 영준하고 호걸스러움을 줍도다.

某言貳榻偏孤寂   모언이탑편고적   두 탑상에서 치우치게 고고하고 적적함을 말하지 마오,

幽趣看他幾格高   유취간타기격고   그윽한 취미는 다른 것보다 얼마나 격조가 높은가?

 

黃花休笑我霜毛   황화휴소아상모   국화야 나의 머리가 세었다고 비웃지 말라,

年老心貞也是豪   연노심정야시호   나이는 많지만 마음이 곧으니 응당 이가 호걸일세. 

晩節深盟須永保   만절심맹수영보   늦은 계절에 깊은 맹서를 반드시 길이 보전하니,

不然安用爾爲高   불연안용이위고   그렇지 않으면 너의 고상함을 어디에다 쓰랴?

 

[진백사(陳白沙):명(明)나라 유학자인 진허장(陳獻章)의 호(號) 신회(新會) 백사리(白沙里)사람임.]

[삼경(三經):은사(隱士)의 문정(門庭).

         한(漢)나라의 은사인 장후(張詡)의 정원(庭園)에 오솔길이 셋 있었던 고사에서 나온 말.]

 

 

하평운(下平韻), 호:豪 (호:豪.고:高)

 

 

[偶題用上韻    우제용상운     우연한 제목에 위의 운을 쓰다

 

世交無處不皮毛   세교무처불피모   대대로 사귄 교분 곳곳마다 얄팍하지 않음이 없어,

徇俗底昻我豈豪   순속저앙아기호   세속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데 내 어찌 호걸스러우리?

歸去南陽隴上里   귀거남양농상리   남양의 농상리로 돌아가서, 

更伸閑脚事方高   경신한각사방고   다시 한가롭게 다리를 뻗어야 일이 바야흐로 고상해지리라. 

 

[남양(南陽):하남성(河南省)남양현(南陽縣)을 가리키는 지명(地名),

         촉한(蜀漢)의 제갈량(諸葛亮)이 출사하기 전에 몸소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곳으로서 은거지(隱居地)를 기리킴.]

 

하평운(下平韻), 호:豪 (호:豪.고:高)

 

 

[憶鄕友    억향우     고향의 친구를 생각하다

 

晨昏盡職力猶餘   신혼진직력유여   아침저녁으로 어버이 섬기는 도리를 다하고도 여력이 있거들랑,

端坐明窓讀古書   단좌명창독고서   밝은 창가에 단정히 앉아 옛날 책을 읽겠구려.

不赤樂乎朋自遠   불적락호붕자원   친구가 먼 곳에서 왔으니 어찌즐겁지 아니하랴?

更從初筮事提撕   경종초서사제서   다시 처음 점친 데로 후진 인도를 일삼도록 하세.  

 

吾鄕孝友說君家   오향효우설군가   우리 고장의 효도와 우애는 그대 집안을 들먹이니,

殷款因心上舍多   은관인심상사다   넉넉하고 관곡한 마음으로 인해 진사가 많도다. 

可惜立揚功間斷   가석입양공간단   입신양명하려던 공이 중간에 끊긴 것이 애석하게 여길 만하니, 

却將才調老丘阿   각장재조노구아   문득 재능과 조화를 가지고서 초야에서 늙는구려. 

 

奉檄元非子所期   봉격원비자소기   임금의 부름을 받드는 것은 원래 자네가 기약한 바 아니니,

可憐升斗屈其頎   가련승두굴기기   얼마 안되는 녹봉에 그 훤칠함을 굽히는 것이 가련해서이네.  

工夫造次曾何輟   공부조차증하철   공부는 잠깐 동안이라도 어떻게 중지하랴? 

紗帽籠頭却下帷   사모롱두각하유   휘장 드리운 속에서 사모쓰고 가르치도다.

 

春三悔吝入秋消   춘삼회린입추소   봄 석달 동안의 후회와 한탄이 가을이되어 사라졌으니, 

禾稼初登歲事饒   화가초등세사요   농가에 처음으로 풍년이 들어 여유가 있도다. 

釀得新醪淸滿甕   양득신료청만옹   새로 빚은 막걸리의 시원함은 동이에 가득한데,

爲探西報候征軺   위탐서보후정초   서쪽 소식 알아보려 가는 수레  기다린다오. 

 

天敎美質更增能   천교미질경증능   하늘이 아름다운 자질을 길러 다시 능력을 보태어, 

進步如今定幾層   진보여금정기층   이제 같이 진보하기를 몇 층계나 하였던가? 

萬首新詩猶瑣藝   만수신시유쇄예   일만 수의 새로운 시도 예술품으로 잠겨 두었지만,

會看他日岸先登   회간타일안선등   뒷날 피안에 먼저 오를 것을 보리라.

 

志在功名不少衰   지재공명불소쇠   뜻을 공명에 두고 조금도 쇠퇴하지 않았으니,

日携鉊槧尙云爲   일휴초참상운위   날마다 분필과 서판을 지녔는데 더 이상 뭐라고 하리오, 

傷哉冷活仍家患   상재냉활잉가환   상심이 되는 구려 쓸쓸한 생활이 그대로 집안의 근심이니, 

不識今年底樣支   불식금년저양지   금년에도 어떤 모양으로 버틸는지 모르겠구려.

 

 

상평운(上平韻), 어:魚 ((서:書) 제:齊 (서:撕) 하평운(下平韻), 가:歌 (다:多.아:阿)

상평운(上平韻), 미:微 (기:頎) 지:支 (유:帷) 

하평운(下平韻), 소:蕭 (요:饒.초:軺.증:蒸.층:層. 등:登) 상평운(上平韻), 진:眞 (위:爲.) 지:支 (지:支) 

 

 

[次閔芝谷閏甫]     차민지곡윤보     민 지곡 윤보의 운에 차운하다

 

幸躡名公後   행섭명공후   다행스럽게도 명망이 있는 공경의 뒤를 밟긴 하였으나,

其如異地何   기여이지하   그 지위가 다른 데야 어찌하랴?

烏蠻秋月苦   오만추월고   오만에서의 가을달은 괴롭기만 한데,

燕郭暮雲多   연곽모운다   연나라 성곽에는 저물녘의 구름도 많구려.

 

客興輸佳句   객흥수가구   나그네의 흥취는 아름다운 글귀에 다 나타나고,

鄕心入短歌   향심입단가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짧은 가락에 들어 있도다.

許交無早晩   허교무조만   교유를 허락하는데로 이르고 늦음이 없으니,

京國儻相過   경국당상과   도성에서도 혹시 서로 세월 보내게 될는지?

 

[오만(烏蠻: 원래는 중국 남부에 사는 종족이름. 여기서는 낯선 중국 땅을 말함.] 

 

하평운(下平韻), 가:歌 (하:何.다:多.가:歌.과:過)

 

 

[차임여수]     차임여수     임 여수 운에 차운하다

 

永夜寒鍾漏漏鳴   영야한종누누명   긴 밤 싸늘한 종소리와 물시계 소리 울리는데,

落庭秋葉又多聲   낙정추엽우다성   뜰에 떨어지는 낙엽소리 또한 많도다.

孤燈半壁殘仍滅   고등반벽잔잉멸   벽에 반쯤 걸려있는 외로운 등잔은 그대로 꺼져 버리니,

欲睡還驚報五更   욕수환경보오경   잠이 들려고 하다가 도로 놀라는데 오경을 알리누나.

 

物不平來便自鳴   물불평래편자명   사물은 공평하지 않으면 마땅히 저절로 울리는 법,

越吟和鴈作燕聲   월음화안작연성   월나라 노래에 화답하는 기러기가 연 나라 소리를 내도다.

寬心且盡盃中物   관심차진배중물   마음을 너그럽게 하여 술잔 속의 술을 다 마시니,

人世悲歡已飽更   인세비환이포경   인간 세상의 슬픔과 기쁨 이미 배불리 격어서이네.

 

[오경(五更: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눈 다섯번 째 오전 3시에서 5시경임.] 

 

하평운(下平韻), 경:庚 (성:聲.경:更)

 

 

[謾題]     만제     부질없이 쓰다

 

職分當爲便可爲   직분당위편가위   직분으로 당연히 해야 할 것은  의당 하는 것이 옳은 데,

計功明道却規規   계공명도각규규   공을 계획하고 도를 밝히는 것도 도리어 변변치 못하네.

世間倘有眞南子   세간당유진남자   세상에 혹시라도 진정한 남자가 있다면,

定笑荒鷄起舞兒   정소황계기무아   제 시간에 울지 않는 닭 때문에 춤추며 일어나는 아이를 비웃으리.

 

상평운(上平韻), 지:支 (규:規.아:兒)

 

 

[再聞夜鹊占得訟之未濟    재문야작점득송지미제

 밤중에 까치 소리를 두 번 듣고 점을 쳐서

송괘(천수송:天水訟)와 미제괘(화수미제:火水未)를 얻다

 

一鳴驚我耳   일명경아이   첫 번째 울 적에는 내 귀가 놀랐고,

再鳴驚我心   재명경아심   두 번째 울 적에는 내 마음이 놀랐었네.  

朝鳴云自古   조명운자고   아침에 우는거야 옛날부터 그렇다고 하지만,

夜鳴只聞今   야명지문금   밤에 우는 것은 단지 지금에야 듣겠네.

我可問庖犧   아가문포희   내가 포희씨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하다고 여겨,

晨興整冠襟   신흥정관금   새벽에 일어나 갓과 의복을 정돈하고서, 

擲錢而得卦   척전이득괘   얍전을 던져 점쾌를 얻었는데,

坎下乾上尋   감하건상심   건상감하의 천수 송(天水訟)괘를 얻었네.

九五變爲六   구오변위육   구오의 효가 변하여 육오가 되니,

女火融父金   여화융부금   딸의 화가 아비의 금을 융화하는 모양으로,     

體用有生格   체용유생격   본제와 작용이 생성하는 격이여서,

爻辭又可諶   효사우가심   효사 또한 믿을 만 하네.

所訟抑何事   소송억하사   송사하는 바가 또한 무슨 일인가?

爲此憂難任   위차우난임   이를 맡기가 어렵다고 근심함이로다.

有孚若元吉   유부약원길   만약 성실함이 큰길(大吉)함이라면,

且當徵爾音   차당징이음   또한 응당 네 울음소리로 징험하리리.

 

 

[포희씨(庖犧氏:팔괘를 만든 태호 복희씨를 가리키는 말로서 시초를 뽑아 점괘를 뽑는다는 말임.]

[천수송(天水訟: 괘에서 양(陽) 5효가 변하면 건(乾)괘가 이(離)괘로 바뀌어 화수미제(火水未濟)괘가 된다는 말임.] 

 

하평운(下平韻), 침:侵 (심:心.금:今.심:尋.금:金.심:諶.임:任.음:音)

 

 

[擬題契軸]     의제계축     계축을 모의 제목으로

 

一時燕邸四朝宗   일시연저사조종   한 때에 연저에서는 사방의 제후국에서 조회를 보는데,

來本參差滯却同   래본삼차체각동   모여드는 것은 본래 들쭉날쭉 하지만 머물기는 거의 같도다.

客裏盈處多夜月   객이영처다야월   객지 생활 속에서의 찼다가 기우는 많은 밤의 달,

海東消息阻秋風   해동소식조추풍   바다 동녘 조선의 소식은 가을 바람에 막혔구료.

開襟賴有聯牀話   개금뢰유연상화   흉금을 터놓으니 으뢰하여 평상을 나란히 하여 대화 할수 있고,

結契寧忘異地逢   결계영망이지봉   계를 결성 하는데 어찌 다른 지역에서 만나는 것을 잊겠는가?

歸去三韓雲散後   귀거삼한운산후   고국(三韓)으로 돌아가 구름처럼 흩어진 뒤에도,

展圖猶見此顔客   전도유견차안객   그림을 펼쳐 놓으면 이 얼굴이 보는 것과 같으리.

 

[연저(燕邸):중국 북경에 있는 관저(官邸).제후국(諸侯國)에서 황제에게 조회하러 가서 기숙하는 곳.]

[조회(四朝):옛날의 천자(天子)가 여러 제후(諸侯)의 나라를 순시할때 사방의 제후들이 방악(方岳)의 및에서 천자에게

                                                     배알(拜謁)하던일.일설에는 4년에 한번씩 상경하여 천자에게 배알 했다고 도 함.]

상평운(上平韻), 종:宗 (동:同.풍:風.봉:逢.객:客(동:冬)

 

 

[送閔呂兩使任書狀東歸五色]    송민여양사임서장동귀오색

 민,여 두 사신과 임서장관이 동쪽으로 돌아가는데 전송하는 5언절구

 

萬里同爲客   만리동위객   만리 이국 땅에 함께 나그네 되였다가,

三秋子獨歸   삼추자독귀   석 달의 가을에 그대 홀로 돌아가는구려.

故鄕如有問   고향여유문   고향에서 만일 묻거들랑,

去我夢魂飛   거아몽혼비   나는 꿈속에 넋이 되어 날아간다고 말해주오.

 

君歸白雲下   군귀백운하   그대는 저 흰구름 뜬 아래로 돌아가건만,

我滯烏蠻秋   아체오만추   나는 이 가을 오만에서 지체하고 있다오.

無恨思親淚   무한사친누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한없는 눈물이,

空添河水流   공첨하수유   부질없이 황하수에 보태어 흘려보내네.

 

晩來還早去   만래환조거   늦게 왔다가 도리어 먼저 떠나가니, 

却參差   란만각삼차   난만하기가 참으로 가지런하지를 않네.

此別不須恨   차별불수한   이번의 이별은 한탄할 필요가 없으니,

終南有後期   종남유후기   한성에서 뒷날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오. 

 

斜陽去馬嘶   사양거마시   해는 기울고 떠나는 말은 울어대는데,

關路暮雲低   관로모운저   국경의 길에는 저물녘의 구름이 나직이 떠 있는데.

不忍別君後   불인별군후   차마 그대와 이별한 뒤에,

還投空院捿   환투공원서   도로 빈 객관으로 돌아와 들어 앉았네.

 

東堤相送罷   동제상송파   동제에서 소로 전송하기를 마치니,

南舘更寥寥   남관경요요   남관은 다시 고요하기만 하도다.

獨臥黃花下   독와황화하   혼자 국화꽃 아래 누웠노라니,

寒香也自饒   한향야자요   싸늘한 향기가 저절로 풍요롭네.

 

상평운(上平韻), 미:微 (귀:歸.비:飛), 하평운(下平韻), 우:尤 (추:秋.류:流), 상평운(上平韻),지:支. (차:差,기:期)

상평운(上平韻), 제:齊 (저:低.서:捿), 하평운(下平韻), 소:蕭 (요:寥.요:饒)

 

 

[次孫學士汝遊賦李應嶽兩色鷄冠花韻 

    차손학사여유부이응악양색계관화운

손학사 여유가 이응악이 두 가지  색의 맨드라미 꽃을 읊은 운에 차운하다

  

有冠還色色   유관환색색   맨드라미에 벼슬이 있으니 여러 가지 색깔인데,

無翅豈提提   무시기제제   날개가 없으니 어떻게 떼지어 날아가랴? 

不爲天晨呌   불위천신규   새벽에 때맞추어 울지 않으니,

非因日夕栖   비인일석서   날마다 저녁이면 깃들게 되는 때문도 아니네.

 

托根孤寺晩   탁근고사만   뿌리는 외로운 절의 늦은 철에 의탁을 했는데,

開艶數叢迷   개염수총미   요염한 몇 떨기가 흐릿하게 되였구려,

紅紫知誰勝   홍자지수승   붉은색과 자주색 어느 것이 나은 줄 알랴.

淺深看盡底   천심간진저   얕거나 깊은 것이 모두 나지막함을 보겠도다.

 

一枝寧兩種   일지영양종   한 가지에 어찌 두 종류의 벼슬이 피랴?

萬象自千蹊   만상자천혜   만 가지 형상은 천 갈래의 방법에서 부터이네.

剩被居僧玩   잉피거승완   그 절에 살고 있는 중에게서 넉넉하게 완상함을 받았고,

新經學士題   신경학사제   새로 학사의 글 재목에 거치기도 하였지.

奇花富中土   기화부중토   기이한 꽃이 중국 땅에 많은데,

何獨産天西   하독산천서   어찌 유독 서역에서만 생산이 되랴?

 

상평운(上平韻), 제:齊 (재:提.서:栖.미:迷,저:低.혜:蹊.제:題.서:西)

 

 

[孫學士韻]     차손학사운     손학사 운에 차운하다

 

大才逢聖主   대재봉성주   대단한 재능이 성스러운 군주를 만나, 

天下倚經綸   천하의경륜   온 천하가 그의 경륜을 의지하네.

翰苑修新史   한원수신사   한림원에서는 새로운 사기를 편수하여,

英聲動遠人   영성동원인   영명하다는 명성이 먼 곳의 사람에게도 충동이 되도다.

 

豈饒論說誤   기요논설오   어찌 논설함에 잘못이 만으랴?

應斷是非眞   응단시비진   응당 옳고 그름의 진실을 결단하리라.

已信邦誣釋   이신방무석   이미 나라가 불교의 속임을 믿고 있으니,

行看詔誥巡   행간조고순   다니다가 조서를 받들고 알리려 순행함을 보겠도다.

 

상평운(上平韻), 진:眞 (륜:綸.인:人.진:眞.순:巡)

 

 

[憶四兒及季壻]     억사아급계서    넷째 아들과 막내 사위를 생각하다

 

親庭萬事汝能任   친정만사여능임   어버이 계신 집안의 모든 일 네가 잘 맡고 있으니,

 曠職晨昏我恨深   광직신혼아한심   아침 저녁으로 자식 직분 비워둔 나의 한이 깊도다.

想得溪亭逢令節   상득계정봉령절   좋은 철 시냇가 정자에서 만날 적을 생각하니,

逢觴權慰倚閭心   봉상권위의여심   술상을 받들고 자식 돌아오기를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위로하리.

 

草草新居我舊廬   초초신거아구려   새로운 거처를 서두르지만 나는 옛 집에서 생활하니,

傳家契活本迂踈   전가계활본우소   집안에 전해오는 근고함을 본래 사정 어둡고 허술하였네.

春風送別溪邊涙   춘풍송별계변루   봄바람 불제 떠나보내면서 시냇가에서 흘린 눈물,

今日應添萬掬餘   금일응첨만국여   오늘도 응당 웅큼을 보태고도 남도다.

 

消息新秋自海傳   소식신추자해전   초가을의 소식은 바다에서 전해지는데,

北天霜月又重圓   북천상월우중원   북쪽 지방의 서리치는 밤 달은 또다시 둥그네.

可憐洛下思親詠   가련낙하사친영   가련하다 낙양성에서 어버이를 그리며 읊은 글은,

獨向西風寫幾篇   독향서풍사기편   홀로 가을 바람을 향하여 몇 편이나 썼던가?

 

如癡如拙復如狂   여치여졸복여광   바보 처럼 옹졸한 이처럼 또 미치광이처럼,

逐隊秋羣擅儺場   축대추군천나장   떼를 쫓고 무리를 따라 마음대로 산대놀이하는 장소에도 갔었지.

縱有明師寧變化   종유명사영변화   아무리 분명한 스승이 있다하여도 어찌 기질이 변화되였겠는가?

邇來寒冱不瑕傷   이래한호불하상   요즈음 같은 추위에도 흠이 생기거나 손상되지 않는다오.

 

弱冠憐作素冠人   약관련작소관인   약관에 가련하게도 흰 갓 쓰는 사람이 되였으니,

經暑迎寒詎耐辛   경서영한거내신   여름을 보내고 겨울을 맞는 쓰라림을 어찌 견뎠겠는가?

爲學過時將扞格   위학과시장한격   학문을 하는데 시기를 놓쳐버리면 장차 어긋나게 되니, 

委珠深怕未成珍   위주심파미성진   구슬을 맡겨 두고 너무 겁을 내면 보배를 이루지 못하네.

 

거성운(去聲韻), 심:沁 (심:深),하평운(下平韻), 침:侵 (심:心),상평운(上平韻), 어:魚 (소:踈.여:餘)

하평운(下平韻), 선:先 (원:圓.편:篇) 하평운(下平韻), 양:陽 (장:場,상:傷) 상평운(上平韻), 진:眞 (신:辛.진:珍)

 

 

[提督送新曆用白沙韻]   제독송신력용백사운

제독이 새 달력을 보냈기에 백사의 운을 쓰다

 

十月今朝是   십월금조시   오늘이 10월 초하루 아침이니,

三圓便歲更   삼원편세경   달이 세 번만 둥글게 되면 문득 해가 바뀌게 되네.

驚看新曆日   경간신력일   깜짝 놀라 새 달력의 날짜를 보니,

不耐故園情   불내고원정   고향 전원의 생각을 견디지 못하겠네.

對酒衰腸怯   대주쇠장겁   술을 대하니 쇠약한 창자가 겁이 니고,

吟詩苦調成   음시고조성   시를 읊으니 괴로운 음조가 이루어지도다.

分明昨夜夢   분명작야몽   어제 밤의 꿈이 분명한데,

何以度滄瀛   하이도창영   어떻게 해서 창해와 영해를 건넜던가?

 

하평운(하평운), 경:庚 경:更.정:情.성:成.영:瀛)

 

 

[謾題]     만제     부질없이 쓰다

 

東照云云北照査   동조운운북조사   동쪽에서 대조한다고들 하면서 북쪽에서 대조하고 조사하니,

他鄕又見是非多   타향우견시비다   타향에서 또한 시비가 많음을 보겠구려.

惺翁處事如無失   성옹처사여무실   똑똑한 늙은이의 일 처리에 실수가 없는 듯하니,

醉客高談竟奈何   취객고담경내하   술취한 사람의 고상한 이야기 해선 무엇하리.

 

逢場盡道舊相知   봉장진도구상지   만나보면 다들 도에 대해 옛부터 서로 알고 있다고 하지만,

心地還誰不九疑   심지환수불구의   마음의 본 바탕은 도리어 누가 구의산이 되지 않겠는가?

此世須觀前聖訓   차세수관전성훈   이 세상에서는 모름지기 옛날 성인의 가르침을 관찰해야 하니,

行危猶是語危非   행위유시어위비   위태로운 행동은 그래도 괜찬으나 위태로운 말은 그르다오.

 

[구의산(九疑山: 산 이름. 아홉개의 산봉우리가 있는데 그 형세가 서로 비슷하여 어느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여기서는 의심스러움을 말함. 구의봉(九疑峯)] 

 

하평운(下平韻), 가:歌 (다:多.하:何)  지:支 (의:疑.비:非)

 

 

[天檀次沙老十二韻]     천단차사노십이운

천단에서 사로의 열 두 운에 차운하다

 

圓丘遵古制   원구준고제   원구는 옛날의 제도를 따라,

神宰位純陽   신재위순양   주제 신은 순수한 양기인<하늘>이네.

碧玉粧前墠   벽옥장전선   푸른 옥으로 앞의 제사 터를 장식하였고,

黃金飾後堂   황금식후당   누런 황금으로 뒤의 본채를 꾸몄도다.

宏規洪永創   굉규홍영창   굉장한 규모로 넓고 길게 세웟으며,

靈運正嘉昌   령운정가창   신령한 운기는 바로 아름답고 창성하도다.

極配尊高后   극배존고후   태조를 높여서 배향할 만하니,

明禋屬太常   명인속태상   깨끗한 제사는 태상시에 소속하도록 하였네.

三淸仙鳳吹   삼청선봉취   삼청에는 선봉취를 울리고,

重極月麟香   중극월린향   중극에는 월린향의 연기가 올라가네.

星日分躔次   성일분전차   별과 태양은 괘도를 나누어 운행하고,

風雷有序行   풍뢰유서행   바람과 우뢰는 순서 있게 움직이네.

瑤簾垂書戶   요렴수서호   구슬로 엮은 발을 낮게 문에다 드리우고,

瓊樹繞秋墻   경수요추장   옥과 같이 아름다운 나무는 가을철의 담장에 둘려 있네.

玄浄非人境   현정비인경   까마득하고 깨끗한 곳은 사람이 사는 지경이 아니니,

淸空卽帝鄕   청공즉제향   맑은 공중은 바로 옥황상제의 고향이지.

桂林霜兎在   계림상토재   계수나무 숲 에는 흰 토끼가 있고,

雲路紫鸞翔   운로자란상   구름이 오가는 길에는 자주빛 난새가 날도다.

漢使窮沿泝   한사궁연소   한 나라에서는 끝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하였고,

周觀極上方   주관극상방   주 나라에서는 상방을 극대화하도록 살폈도다.

井中天若小   정중천약소   우물 안에선 하늘이 작은 듯하지만,

壇表眼還長   단표안환장   원구단 밖으로보이는 곳이 도리어 멀도다.

開闔無辭阻   개합무사조   열고 닫음에 사양하거나 막힘이 없으니,

閽人可重償   혼인가중상   내시들에게 중하게 보상함이 가하겠네.

 

[삼청(三淸):도교(道敎) 에서 말하는 옥청(玉淸),상청(上淸),태청(太淸),의 삼청(三淸)을 말함]

[선봉취(仙鳳吹): 곡(曲) 의 이름]  

[중극(重極):하늘을 말함]  

[월린향(月麟香): 향(香) 종류]

[상방(上方): 양기(陽氣)가 나오는 북방(北方)과 동방(東方).] 

 

하평운(下平韻), 양:陽 (양:陽.당:堂.창:昌.상:常.향:香.행:行.장:墻.향:鄕.상:翔.방:方.장:長.상:償)

 

                                   

[謁先師廟]     알선사묘    선사의 사당에 알현하다

皇上不行親祭。于今二十五年。

황상불행친제。우금이십오년

[황상(皇上)이 친제(親祭)를 행하지 않은 지가 지금까지 25년이 되였다]

  世宗皇帝改題位板曰至聖先師孔子。因以先師廟三字揭額。廟宇變盡元家舊號。

  세종황제개제위판왈지성선사공자。인이선사묘삼자게액。묘우변진원가구호

  萬曆初。因輔臣議以陳獻章,王守仁從祀。二人皆攻朱而王又甚焉。

  만력초。인보신의이진헌장,왕수인종사。이인개공주이왕우심언

 

세종황제(世宗皇帝)가 위판(位版)을 지성선사공자(至聖仙師孔子) 라고 고쳐 쓰고

선사묘(先師廟) 라는 세 글자의 편액(扁額)을 걸게 하였으며,

묘우(廟宇)도 모두 원(元)나라 때의 옛날 이름으로 변경 시켰다.

만력(萬曆:명나라 신종(神宗)의 연호) 초에 보필하는 신하들의 의논으로 인해서

진헌장(陳獻章), 왕수인(王守仁)을 종사(從祀) 하게 하였는데,

두 사람은 모두 주자(朱子)를 공격한 인물이며 왕수인이 더 심하게 공격하였다.

 

天不生吾聖   천불생오성   하늘이 우리의 성인을 태어나게 하지 않았으면,

人皆禽獸如   인개금수여   사람들은 모두 날짐승이나 길짐승 같았을 것이네.

文章光日月   문장광일월   문장은 해와 달처럼 빛이 나도,

道德準堪輿   도덕준감여   도덕은 하늘과 땅에 표준이 되도다.

位素皇王屈   위소황왕굴   지위는 본래 황제나 제왕에게 굽혔었는데,

題新爵諡除   제신작시제   새로 쓴 위판에는 관작과 시호를 없애 버렸다네.

却嫌庭有莠   각혐정유유   문득 뜰에 가라지가 있음이 혐오스러우니, 

安得把長鋤   안득파장서   어떻게 긴 호미를 잡고서 뽑아 버릴까? 

 

상평운(상평운), 어:魚 (여:如.여:輿.제:際.서:鋤)

 

 

[廟東學西門謁太學二字內有彛倫堂及東西六齋]

    묘동학서문알태학이자내유이륜당급동서육재

 

 廟東學西門。揭太學二字。內有彜倫堂及東西六齋。一旬內。每以三六九三日齊會講經。

 묘동학서문。게태학이자。내유이륜당급동서륙재。일순내。매이삼륙구삼일제회강경

 

묘우의 동쪽  태학의 서쪽 문에다 태학 두 글자를 게시하였는데

그 안에는 이륜당 및 동서의 여섯 재가 있다.

 

廟西開太學   묘서개태학   묘우의 서쪽에 태학을 열고,

庭北敞高堂   정북창고당   뜰의 북쪽에는 높은 강당을 넓혔네.

博士明經座   박사명경좌   박사가 경학을 밝히는 자리이고,

諸生講道場   제생강도장   생도가 도학을 강독하는 장소이도다.

六齋分次第   육재분차제   여섯  서재가 차례로 나뉘어 있으며,

三日會爲常   삼일회위상   열흘 동안에 세 번 모이는 것을 일반화하였도다.

聖世今多曆   성세금다력   성왕의 세대 지금 많이 흘렀어도,

賢材幾育良   현제기육량   현명한 인재들 얼마나 잘 육성할까?

 

하평운(하평운), 양:陽 (당:堂.장:場.상:常.량:良)

 

 

[石鼓]     석고     돌로 만든 북

 

辟雍無古制   벽옹무고제   벽옹은 옛날 제도에 없었으나,

石鼓有周餘   석고유주여   돌 북은 주나라에 남아 있었도다.

篆籒元非俗   전주원비속   전자와 주문 원래 속된 것이 아니니,

韓蘇豈誑余   한소기광여   한퇴지와 소동파가 어찌 나를 소이랴?

自然天護寶   자연천호보   저절로 하늘이 보배를 보호하여,

不得虜偸儲   부득로투저   오랑캐들이 훔처다 감춰둘 수 없게 하였네.

讀罷車攻句   독파거공구   거공의 글귀를 다 읽으니,

如觀中興初   여관중흥초   마치 중흥하는 초기를 보는 것 같도다.

 

[벽옹(벽雍):주대(周代)의 천자(天子)의 도성(都城)에 설립한 대학(大學).

                  주위의 형상이 벽(壁)과같이 둥글고 물이 둘려 있음]

[전주(篆籒):모두 한자의 옛 자체(字體). 주나라 선왕(宣王)때의 태사(太史)주(籒)가 창작한 것으로

                  소전(小篆)의 전신(前身)으로 대전(大篆)이러고함.]

[거공(車攻):<시경(詩經)>의 책이름.]

 

상평운(上平韻), 어:魚 (여:餘.여:余.저:儲.초:初)

 

 

[敬一亭]     경일정

 

    亭有六碑。其一乃嘉靖皇帝制下敬一箴。又有御書御註四勿箴心箴等碑焉。

    정유륙비。기일내가정황제제하경일잠。우유어서어주사물잠심잠등비언

 

[정자에 여섯 개의 비석(碑石)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가정황제(嘉靖皇帝:명나라 세종(世宗)을 가리킴)가 지어서 내려 준 경일잠(敬一箴)이며,

또 어서(御書)와 어주(御註), 사물잠(四勿箴),심잠(心箴) 등의 비가 있다.]

 

敬是學終始   경시학종시   공경하는 것은 바로 학문의 시작이자 끝이니,

一爲無貳工   일위무이공   한결 같이 해야하고 다른 공부 없도다.

題箴指道閫   제잠지도곤   경계하는 글을 써서 도의 한계를 가리키고,

鐫玉堨儒宮   전옥알유궁   옥에다 새겨서 유생들이 공부하는 집에다 게시하였네.

責盡君師重   책진군사중   임금과 스승으로서의 무거운 책임을 다하고,

傳承聖統宗   전승성통종   성인의 종통(宗統)를 전수 받아 계승하도다.

從知肅皇帝   종지숙황제   따라서 엄숙한 황제의,

大德與天同   대덕여천동   큰 덕이 하늘과 같음을 알겠네.

 

상평운(上平韻), 동:東 (공:工.궁:宮.종:宗.동:同)

 

 

[又題]    우제    또 제목으로 삼다

 

平生初賦遠遊篇   평생초부원유편   평생을 처음으로 원유편을 읆으며,

千里燕城試着鞕   천리연성시착경   천리나 되는 연경에서 시험삼아 남을 앞질러 보았네.

龜縮還經堤上月   구축환경제상월   거북이는 도리어 둑 위의  달을 거치면서 움츠리고,

蛙觀猶是井中天   와관유시정중천   개구리는 오히려 우물 속에서 보이는 하늘을 전체인줄 여기도다.

靈檀薄晩方高步   영단박만방고보   영단에 어둠이 얕게 깔리니 바야흐로 발걸음이 높아지고,

太學淸晨更折旋   태학청신경절선   태학에 새벽이  맑으니 걸음걸이가  법도에 맞도다.  

宇宙胸襟兼禮樂   우주흉금겸예악   우주와 흉금에는 의식과 음악이 겸하고 있으니, 

槃翁從此不幽悁   반옹종차불유연   반천늙은이[苟全先生]는 이로부터 깊이 근심하지 않아도 되겠네.

 

[원유편(遠遊篇): 초사(楚辭)의 편명(篇名). 굴원(屈原)이 지었음.]

[영단(靈壇):신령(神靈)에게 소원을 비는 단(壇).또는 기우제를 지내는 단.]

 

하평운(下平韻), 선:先 (경:鞕 .천:天.선:旋.연:悁)

 

[偶吟]     우음     우연히 읊다

 

海客燕山儘有緣   해객연산진유연   해외의 나그네와 연경의 산은 참으로 인연이 있어,

淹留九月又冬天   엄유구월우동천   구월 한 달을 머물고 또 겨울철이 되였네.

壯遊已盡觀周興   장유이진관주흥   큰 뜻을 품고 먼 곳에 와서 명나라의 중흥을 보았으니,

歸夢還催鴨水邊   귀몽환최압수변   돌아가고픈 꿈은 도리어 압록강가로 재촉하도다.

 

天地東西本大寬   천지동서본대관   하늘과 땅 동쪽과 서쪽은 본래 크고 넓으니,

男兒何必局偏寰   남아하필국편환   남아가 하필이면 치우친 지역에 국한이 되랴?

往來久速皆王事   왕래구속개왕사   오고가며 더디하고 빨리함도 모두 국가일이니,

隨處甘酸也可安   수처감산야가안   곳곳마다의 달콤하거나 쓰라림도 가히 편안히 여길 수 있으리.

 

王粟飽來仍帝粟   왕속포래잉제속   우리 왕이 주는 밥을 배불리 먹다가 황제가 주는 밥을 먹으니,

國恩山重更皇恩   국은산중경황은   태산 같은 국왕의 은혜에다 다시 황제의 은혜를 입었으니.

回頭悵望思歸意   회두창망사귀의   머리를 돌려 우두커니 돌아가고픈 마음으로 바라보니,

只爲天涯有白雲   지위천애유백운   단지 하늘가에는 흰 구름만 떠 있구려.

 

하평운(下平韻), 선:先 (천:天.변:邊)

상평운(上平韻), 산:刪 (환:寰) 한:寒 (안:安) 원:元 (은:恩) 문:文 (설:雪)

 

 

[記夢用先師韻]    기몽용선사운

꿈속의 일을 기록하는데 선사의 운을 쓰다

 

夢造寒山獨造廬   몽조한산독조려   꿈속에 쓸쓸한 산으로 나아가 혼자 초려로 들어가니,

雍客函丈討朱書   옹객함장토주서   온화한 모습의 선생님이 주자의 글을 탐구하고 계시도다.

覺來點撿昌平誌   각래점검창평지   꿈에서 깨서 창평지를 점검하게 되였으니,

更信精英不我踈   경신정영불아소   다시금 정밀하고 영명함이 나와 소원히지 않음을 믿겠네.

                          時方閱考亭誌 시방열고정지 [당시에 한창 정지(亭誌)를 열람허여 상고 하였다.]

人去芙蓉峯下廬   인거부용봉하려   사람들이 부용봉 아래의 초려로 떠나는데,

滿澤風月自琴書   만택풍월자금서   연못에 가득한 바람과 달은 저절로 거문고와 책 구실을 하네.

夢中庭戶猶依舊   몽중정호유의구   꿈속에서의 뜰과 지게문은 오히려 예전 그대로이니,

松影蒼蒼柳影踈   송영창창유영소   소나무의 그림자는 푸르디 푸른데 버드나무 그림자는 듬성듬성하도다.

 

巖栖空又掩川廬   암서공우엄천려   암서헌이 텅비고 또 천려도 가렸으니, 

小子無從講古書   소자무종강고서   소자가 따르며 옛글을 강론할 데 없도다. 

周樂今看多可質   주악금간다가질   주나라의 음악을 지금 보니 생각해 바로잡을 일 많지만,

東歸何處試分踈   동귀하처식분소   고국으로 돌아가 어느 곳에서 성긴 분변을 시험해볼꼬.  


[암서헌(巖栖軒):도산서원에 있는 부속 건물.]

[천려(川廬):월천 조목이 (月川趙穆)이 기거(起居)하던 곳]

 

상평운(上平韻), 양:養 (서:書.소:踈)

 

 

[次人韻]     차인운     어떤 사람의 운에 차운하다

 

霜樹無餘葉   상수무여엽   서리를 맞은 나무에 남아 있는 잎사귀 없고,

氷河欲凍沙   빙하욕동사   얼음이 언 하수 모래조차 얼리네.

春風經北塞   춘풍경북새   봄바람은 북방의 국경을 거쳐가는데,

秋月老東華   추월노동화   가을 달은 조선의 사신을 늙게 하누나. 

 

千里久爲客   천리구위객   천리나 먼 곳에서 오래도록 나그네 되어,

一年長憶家   일년장억가   일년 동안이나 고국의 집을 그리워했네.

空勞夜夜夢   공로야야몽   부질없이 밤마다 꿈속애서도 애쓰니,

飛繞海天涯   비요해천애   바다와 하늘 닿는 끝으로 날아가 돌다 왔네.

 

白雲遙望處   백운요망처   흰구름 아스라히 바라보이는 곳을 두고,

遊子未歸情   유자미귀정   멀리 떠나는 자식의 돌아가지 못하는 심정일세.

九十日秋盡   구십일추진   석달의 가을이 다 지나가니,

三千丈髮生   삼천장발생   삼천 길이나 되는 백발이 생겼도다.

 

歌寒聲欲斷   가한성욕단   노래가사 처량하니 소리가 끊기려하고,

吟苦句難成   음고구난성   시 읊는 것이 괴로우니 글귀를 완성하기 어렵네.

有鵲啼何事   유작제하사   까치는 무슨 일이 있어 울어대며,

偏令客耳驚   편령객이경   나그네로 하여금 몹시도 귀를 놀라게 하는가? 

 

幹事難竣事   간사난준사   일을 주관하기는 하지만 일을 마무리 짓기는 어려워,

思歸未便歸   사귀미편귀   돌아갈 생각은 하나 돌아가기가 쉽지는 않네.

傷心多客日   상심다객일   객지에서 많은 날 보내니 마음이 아픈데,

卒歲欠冬衣   졸세결동의   한 해가 저물어 가니 겨울옷이 부족하구려.

 

風緊添霜力   풍긴첨상력   바람이 세차게 붊은 서리의 위력 보태서인데,

天嚴凝月輝   천엄응월휘   날씨가 혹독하게 추우니 달빛도 엉기는 듯하네.

不堪羈恨苦   불감기한고   나그네가 한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孤坐下重幃   고좌하중위   외롭게 앉아서 다시 휘장을 내리도다.

 

異地風霜晩   이지풍상만   낯설은 땅에 바람과 서리가 늦게까지 내리니,

行人髮髮華   행인발발화   다니는 사람의 머리털과 구렛나루가 허옇구려.

庭槐鳴落葉   정괴명낙엽   뜰 앞의 괴나무에는 잎새가 울면서 떨어지는데,

盆菊笑殘花   분국소잔화   화분의 국화는 쇠잔해진 꽃들을 비웃고 있도다.

 

宿鳥投空院   숙조투공원   잠을 자려는 새는 빈 집으로 날아가고,

歸鴻下遠沙   귀홍하원사   돌아가는 기러기는 먼 모래톱으로 내리네.

何時辭帝里   하시사제리   어느 날에 황제가 계신 곳을 하직하고,

復我舊邦家   복아구방가   나의 고국으로 되돌아가려나.

 

하평운(下平韻),마:麻(사:沙.화:華.가:家.애:涯),하평운(下平韻),경:庚(정:情.생:生.성:成.경:驚)

상평운(上平韻),미:微(귀:歸.의:衣.휘:輝.위:幃),하평운(下平韻),마:麻(화:華.화:花.사:沙.가:家)

 

 

[風雪獨坐聽人讀樞經用白沙詠仙韻]    

    풍설독좌청인독추경용백사영선운

 바람 불고 눈이 내리는데 홀로 다른 사람이 옥추경 읽는 소리를 듣고

백사가 신선을 읊은 운을 쓰다

 

未信眞詮妄指拈   미신진전망지염   참된 도리는 가리키거나 집기를 망령되게 하는 것은 미덥지 않고,

惟將聖訓要沈潛   유장성훈요심잠   오직 성인의 가르침을 가지고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네.

立當平地行如健   입당평지행여건   평지에 선 것처럼 건실하게 떠나야만,

終到高山萬丈尖   종도고산만장첨   마침내 만 길이나 되는 높은 산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다오.

 

說妙談玄若手拈   설묘담현약수념   현묘함을 말하기를 마치 손에 쥔 듯이 하면서도,

不知天理在飛潛   부지천리재비잠   자연의 이치가 새가 날고 물고기가 헤염치는데 있음을 모르네.

玉樞夜夜高聲讀   옥추야야고성독   옥추경을 밤마다 소리 높여 읽어보지만,

肝肺其如露細尖   간폐기여로세첨   본심은 가늘고 뾰족하게 나타나는데야 어찌하리.

 

客懷多少語難拈   객회다소어난념   나그네의 회포 많고 적음을 말로 집기가 어려우니,

默定心源更自潛   묵정심원경자잠   묵묵히 마음의 근원을 안정시켜 다시 스스로 가라 앉혀야 하네.

風起朔天天欲撼   풍기삭천천욕감   바람이 세차게 부는 북방의 날씨 하늘이 흔들리려 하는데,

眼前惟見鼻顚尖   안전유견비전첨   눈앞에 보이는 것은 뾰족한 콧등 뿐이네.

 

義卦周辭謾筮拈   의괘주사만서념   복희씨의 괘와 주공의 단사로 부질없이 점을 쳐보며, [서죽을 쥐며]

重簾旅榻獨鱗潛   중렴여탑독린잠   나그네의 숙소에 거듭  발을 내리니 외로운 물고기가 물속에 잠긴 격이네.

雪餘風定處生白   설여풍정처생백   눈이 내린 뒤에 바람도 고요해지니 쓸모 없는 백발만 생기는데,

皎月團團上屋尖   교월단단상옥첨   흰달은 둥그스름하게 지붕 꼭대기 위로 솟아오르도다.

 

[옥추경(玉樞經):도교(道敎)의 경문(経文)의 하나. 주로 소경들이 외우며 읽음.]

 

하평운(下平韻), 고:盬 (잠:潛.첨:尖)

 

 

[北風次嘯皐先生韻]     북풍차소고선생운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두고 소고선생의 운에 차운하다

 

朔天飆起勁仍高   삭천표기경잉고   북쪽 하늘에서 폭풍이 일어 거세게 그대로 높이 올라가며,

怒挾霜威氣更豪   노협상위기경호   노여움은 서리의 위엄을 끼고 기세가 다시 호방하도다.

衝屋勢傾掀地軸   충옥세경흔지축   가옥이 부딧히며 기울어진 형세로 지축을 흔들고,

捲沙聲亂瀉溟濤   권사성란사명도   모래톱을 걷는 소리는 요란하여 바다의 파도를 쏟아내게 하네.

推顚古樹蛟龍撃   추전고수교룡격   윗부분이 꺽인 해묵은 나무는 교룡의 팔뚝 같고,

飄倒寒樓鳥雀號   표도한루조작호   넘어져 날리는 차가운 새둥지에는 새들이 울부짓도다.

遠客深房猶穩息   원객심방유온식   먼 곳에서 온 나그네가 깊숙한 방에서 온편하게 쉬고 있으니,

皇心煦煦費甄陶   황심후후비견도   황제의 어진 마음 따뜻하여 사람을 교도하는데 쓰이도다.

 

하평운(하평운),  호:豪 (호:豪.도:濤.호:號.도:陶)

 

 

[次履霜堅氷至韻]     차리상견빙지운

서리를 밟으며 단단한 얼음이 어는 시기가 이른다는 운에 차운하다


金神老去水宮承   금신노거수궁승   금신은 늙어서 떠나고 수궁이 계승하니,

乾剝方窮地氣凝   건박방궁지기응   양기는 다하여 한창 곤궁하고 음기는 엉기도다.

白露曉寒霜入履   백로효한상입이   흰 이슬이 새벽 추위에 서리가 되어 신 속에 들어가고,

黑風宵勁野生氷   흑풍소경야생빙   검은 바람이 밤중에 거세지니 들에는 얼음이 알었도다.

小馴大致皆由積   소순대치개유적   작은 것을 길들여 큰 것을 이룸이 모두 쌓는데서 연유하니, 

始忽終差某或勝   시홀종차모혹승   처음에 소홀히 하면 나중이 어긋나 혹시라도 나은 것이 없도다.

理勢自然爻象著   리세자연효상저   이치와 형세가 저절로 효와 상에서 나타나,

不占還可見昭微   불점환가견소미   점을 치지 않아도 도리어 분명한 징조를 볼 수 있도다.

 

[금신(金神:천택이괘(川澤履卦).

          즉 위의 건괘(乾卦)와 아래의 태괘(兌卦)에서 위의 건괘가 금(金)에 속하기 때문에 인용 된것임.

          금(金)은 속살 기운이요,저녁,서쪽의 기운을 말함.]

[수궁(水宮: 이괘(履卦)즉 위의 건괘(乾卦)와 아래의 태괘(兌卦)가 수(水)에 속하기 때문에 인용 된 것임.

          수는 겨울의 응결 기운이요 밤, 북쪽  기운을 말함. 금생수(金生水)함을 말함.]

 

하평운(下平韻), 증:蒸 (응:凝.빙:氷.승:勝.미:微)

 

 

[二十一日祖妣忌憶得去歲覲行是日夜分歸到鳳城一堂會合之樂殆若夢中感題]

  이십일일조비기억득거세근행시일야분귀지봉성일당회합지락태약몽중감제

 

21일은 조모의 기일이였다.

더듬어보니, 지난해 어버이를 뵈러 가면서 이날 밤에 봉성에 도착 했는데

온 당내가 모여서 즐거웠던 일이 마치 꿈속 같기에 그 느낌을 적다.

 

去年竹嶺路   거년죽령로   지난 해에는 죽령길에 있었는데,

今日鳳城家   금일봉성가   오늘날에는 봉성 집에 있네 그려.

匹馬黃昏後   필마황혼후   한 필의 말은 황혼을 뒤로 하였고,

孤燈綠水涯   고등록수애   외로운 등불은 푸른 물가를 비추도다.

倚門驚鶴髮   의문경학발   문에 기대니 어버이가 놀라워하고,

登席排烏紗   등석배오사   자리에 올라서는 관복차림으로 절을 하였도다.

耿耿當時事   경경당시사   그 때의 일 마음에 새겨놓고 잊지 못하니,

悠悠萬里槎   유유만리차   만리 길에 뗏목을 탄 듯 아득하기만 하도다.

 

하평운(下平韻), 마:麻 (가:家.애:涯.사:紗.차:槎)

 

 

[寒夜獨坐有蠅赴燭見燒]    한야독좌유승부촉견소

 

추운 밤에 홀로 앉았노라니 파리가 촛불에 달려들어 타버린 것을 보고

 

逐熱投炎半夜蠅   촉열투염반야승   열기를 따라 불꽃에 몸을 던진 밤중의 파리,

翅粘煎蠟樸難騰   시점전납박난등   끓는 촛물에 날개가 붙어 털어도 날기 어렵네.

終然一燼成灰冷   종연일신성회냉   마침내 한 번 태워져 차가운 재가 되였으니,

爭似寒蟲蟄不興   쟁사한충칩불흥   다툰 듯이 겨울나는 벌레들 칩거하고 일어나지 않네.

 

하평운(下平韻), 증:蒸 (등:騰) 경:庚 (흥:興)

 

 

[謝方初陽以大學衍義見贐]    사방초양이대학연의견신

 

방초양이 대학연의를 선물로 준데 사례하다

 

君若不漂海   군약불표해   그대가 만약 바다에 표류하지 않았으면,

安能來海垌   안능래해동   어찌 조선의 국경에 올 수 있었겠는가?

我適聘上國   아적빙상국   내가 마침 명나라에 서장관으로 가게 되어,

所仁君行   소이동군행   그대와 함께 떠나게 되었었네.

男兒會有緣   남아회유연   남아에게는 적당한 시기에 인연이 있으니,

有綠斯有情   유록사유정   인연이 있으면 여기에는 인정 있는 법.

情綠苟綢繆   정록구주무   인연의 정은 진실로 뒤얽혀,

何人非弟兄   하인비제형   어느 사람인들 형제 되지 않겠는가? 

相見眼相碧   상견안상벽   서로 보면 눈이 서로 반짝이고,

不見心不平   불견심불평   보지 못하면 마음이 편치를 않네.

自然交分深   자연교분심   저절로 사귀는 정분이 깊어지니,

去皮無異形   거피무이형   껍질만 버리면 다른 형체가 없네.

我今出關去   아금출관거   나는 지금 국경으로 나가 떠나가고,

爾赤登鄕程   이적등향정   그대는 또한 고향으로 향하는 길에 오를 터인데.

此別沒前期   차별몰전기   이번의 이별로 앞으로의 기약은 없지만,

茫茫天地宏   망망천지굉   망망한 천지 넓기만 한데,

贈我西山書   증아서산서   나에게 서산이 지은 책을 선물로 주었으니,

爾意何丁寧   이의하정녕   그대의 뜻 어찌 그리 정녕한가?

題詩謝珍重   제시사진중   시를 지어 진중한 뜻에 감사함을 표하니,

且書吾姓名   차서오성명   또 나의 성명을 써 주시게나.

面目只在茲   면목지재자   얼굴 모습은 단지 이곳에 있지만,

肝膽遙相傾   간담요상경   속마음은 멀리서 서로 기울이게 될 터이니,

萬里名萬安   만리명만안   만리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 만안 하시길,

一心期一生   일심기일생   한결같은 마음 일평생 지니도록 기약하세.

 

[대학연의(大學衍義:송(宋)나라 학자 진덕수(眞德秀)가 지은 책, 호(號)는 서산(西山)임.]

 

하평운(下平韻),경:庚(행:行.정:情.형:兄.평:平.정:程.굉:宏.명:名.경:傾.생:生)청:靑(경:坰.형:形.녕:寧)

 

 

 

[次李相公應嶽寄示韻]     차이상공응악기시운

이 상공 응악이 부쳐 보인 운에 차운하다

 

春早郊原綠欲齊   춘조교원록욕제   봄 이른 교외의 들에 푸른빛이 가지런하려하고,

平蕪雨後細萋萋   평무우후세처처   잡초 우거진 평원에 비가 지나가니 가는 잎새가 파릇파릇하네.

燒痕已逐條風沒   소흔이축조풍몰   불 그을린 흔적은 이미 동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따라 없어지고.

芳靄初從淑氣迷   방애초종숙기미   아름다운 노을은 처음으로 맑은 기운을 쫓아 희미하도다. 

弱嫩芋綿披霽日   약눈우면피제일   가냘프고 연약하게 우거진 풀은 파랗게 날 개인 듯하고,

穉芽葱蔚覆凘泥   치아총울부시니   어린 싹은 모두 진흙에 덮여 있네.

一般生意終誰禦   일반생의종수어   일반적으로 살려고 하는 뜻 끝내 누가 막으랴?

更有周庭翠水西   갱유주정취수서   다시 뜰의 사면과 비취색의 서쪽에도 있도다.

       新草신초 [새로난 풀]

東風折盡最長枝   동풍절진최장지   동풍이 재일 긴 가지를 모두 부러뜨렸으니,

嫩翠還彫歲暮時   눈취환조세모시   새로 나온 잎새가 도로 해가 저물어 가던 떼처럼 말라 버렸네.

脆弱元無凌雪意   취약원무능설의   무르고 약하여 원래 눈을 업신여길 뜻이 없었으며,

經盈堪惜媚春肢   경영감석미춘지   가벼움이 가득하니 어찌 봄에게 아첨하는 가지를 애석해 하랴?

大賢不復前川過   대현불복전천과   대현이 다시 앞 시냇가를 지나가지 않는데,

行子何從舊伴離   행자하종구반리   나그네가 누굴 쫓아 옛 동반자와 이별하랴?

侍得明年粧更好   시득명년장갱호   명년에 다시 보기 좋게 단장하기를 기대하노니,

須將白日繫新絲   수장백일계신사   모름지기 쨍쨍 비치는 해를 늘어진 새버들 가지에 매어두소.

       衰柳 쇠류 [쇠약한 버들]

有魚賓舘食   유어빈관식   빈 객을 초대한 곳에서 물고기를 먹었는데,

長鋏斷歸歌   장협단귀가   긴 가위 소리에 돌아가는 노래소리가 끊겼도다.

燕郭秋雲薄   연곽추운박   연경의 성곽에는 가을 구름이 얇게 떠 있고,

烏蠻夜月多   오만야월다   오만 지역에는 밤의 달빛이 밝구려.

霜飄上林葉   상표상림엽   서리는 상림의 나뭇잎새를 흩날리게 하고,

風凍古堤沙   풍동고재사   바람은 오래된 제방의 모래를 얼어붙게 하네.

東去難忘處   동거난망처   해동으로 돌아가더라도 잊어버리기 어려운 곳이니,

皇恩大海波   황은대해파   황제의 은혜는 큰 바다의 파도와 같도다. 

西海本兄弟   서해본형제   세계는 본래 형제이고,

華夷同一家   화이동일가   중국과 오랑캐는 똑같은 집안이네.

爲觀吳札樂   위관오찰악   오나라의 계찰은 노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주나라 음악을 관찰하였고,

聊泛漢騫槎   요범한건차   한나라 장건은 서역과 통상하려고 뗏목을 띄웠도다.

大雅驚編玉   대아경편옥   큰 선비가 옥같이 엮은 글이 놀라운데,

荒詞愧綴沙   황사괴철사   거친 글솜씨 모래를 꿰맨 듯 하여 부끄럽네.

報投非敢好   보투비감호   보내준데 대한 보답이 감히 좋지는 않으나,

同軌試吾車   동궤시오거   내 수레도 같은 자욱을 밟고 있나 시험해 봤다오.

 

[상림(上林: 동산 이름. 본래 진(秦)나라 때의 동산. 한무제(漢武帝)가 증축하여 넓혔음.]

 

상평운(上平韻), 제:齊  (처:萋.미:迷.니:泥.서:西), 지:支 (시:時.지:肢.이:離.사:絲)

하평운(下平韻), 가:歌  (가:歌.다:多.사:沙.파:波), 마:麻 (가:家.차:槎.사:沙.거:車)

 

 

[又次謝惠詩扇書花  우차사혜시선서화 

또 시와 부채꽃 그림을 보내준 운에 감사하며 차운하다

 

絳萼金叢綻   강악금총탄   붉은 꽃받침에 황금색의 떨기가 터지니,

淸風玉韻來   청풍옥운래   맑은 바람과 옥같은 운치가 밀려오도다.

絶勝摩詰手   절승마힐수   뛰어난 경치를 그린 것은 왕마힐의 솜씨이고,

仍想謫仙才   잉상적선재   그대로의 시상은 이태백의 재주 같네.

已富江南得   이부강남득   강남에서 얻은 것 이미 많은데,

行誇海外回   행과해외회   해외에서 돌아가면 자랑해야 하겠구려.

居然荷鄭重   거연하정중   온통 정중한 선물

欲謝意難裁   욕사의난재   사례하고픈 마음 끊기 어렵네.

 

상평운(上平韻), 회:灰 (래:來.재:才.회:回.재:裁)

 

 

[謝朝後口占]     사조후구점     조정에서 하직한 뒤에 읊다

 

瑞門放象曙燈稀   서문방상서등희   단문에서 상홀을 놓으니 새벽 등불이 드문데,

海國歸人拜紫微   해국귀인배자미   조선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대궐을 향해 절을 하도다.

奉勅河橋行色促   봉칙하교행색촉   칙서를 받드니 하교로 떠나는 행색이 바빠지는데,

回看五鳳政依依   회간오봉정의의   돌아보니 오봉루는 그대로 있도다.

經帷舊夢雨朝天   경유구몽우조천   경연(經筵)에서의 옛날 꿈은 두 번 명나라에 조회하는 것이였는데,

帝里今來百日旋   제리금래백일선   황제가 계신 곳에 온지가 일백일 지났구려.

旋出長安門外去   효출장안뮨외거   내일 새벽 장안문 밖으로 나가 떠날 터인데,

不知重到又何年   불지중도우하년   또 어느 해에 다시 올런지 모르겠도다.

 

[단문(端門):대궐으 정문]

[오봉루(五鳳樓):연경(燕京)에 있는 루(樓) 이름]

 

상평운(上平韻), 미:微 (미:微.의:依)  하평운(下平韻), 선:先 (선:旋.년:年) 

 

 

[謁三忠祠    알삼충사     삼충사에 알현하다

 

貞珉十尺揭三忠   정민십척게삼충   열 자 되는 비석에 세 충신이라 게시하였으니,

武穆文山臥龍   무목문산배와룡   무목문산와룡에 배향하였네.

再拜祠前重起敬   재배사전중기경   사당 앞에서 두 번 절을 하니 다시 존경심이 일어나는데,

秪今遺像儼英雄   지금유상엄영웅   지금까지 남아 있는 초상에도 엄연한 영웅이로다.

 

[무목(武穆:남송(南宋)나라때,충신이며 장수인 악비(岳飛) 무목은 그이 시호(諡號)39세에 獄死]

[문산(文山:송(宋)나라때,충신인 문천상(文天祥) 문산은 그의 호(號) 임]

[와룡(臥龍:촉한(蜀漢) 의 제갈량(諸葛亮) 을 가리킴]

 

상평운(上平韻), (용:龍.웅:雄)

 

[薊門口占]     계문구점     계문에서 읊다

 

禾黍盈疇我昔來   화서영주아석래   벼와 기장이 이랑에 가득했을 적에 내가 왔었다가,

風霜撲面客今回   풍상박면객금회   바람과 서리가 얼굴을 때리는 나그네가 돌아간다오.

喬林葉脫殘山瘦   교림엽탈잔산수   교목이 있는 숲에 잎이 떨어지니 남은 산만 앙상한데,

寥落長天接海恢   요락장천접해회   적막하기만한 먼 하늘은 바다에 닿아 넓도다.

 

상평운(上平韻), 회:灰  (회:回.회:恢)

 

 

[暮程卽事]   모정즉사   저물녘에 길을 걸으며보고 듣고 떠오르는 일을 읊다

 

玉田長路苦催歸   옥전장로고최귀   옥전의 긴 노정 돌아가기를 재촉하니 괴로운데,

寒日欲低林鳥飛   한일욕저림조비   추운 겨울의 해는 지려하고 숲속의 새도 날아드네.

倦客不勝衫袖重   권객불승삼수중   피로한 나그네가 적삼 소매 무거움을 견디지 못하는데,

暝塵千尺沒征衣   명진천척몰정의   천 자나 되는 어둠의 먼지가 길가는 사람의 옷에 들어가도다.

 

상평운(上平韻), 미:微  (비:飛.의:衣)

 

 

[萬柳庄次人韻題巖壁示居士   만류장차인운제암벽시거사

만류장에서 다른 사람의 운에 차운하여 바위에다 써서 거사에게 보여주다

 

萬柳衰無葉   만류쇠무엽   모든 버드나무가 쇠잔하여 잎이 없는데,

高樓逈欲飛   고루형욕비   높다란 누각이 멀리 날아가려고 하네.

畵欄人獨倚   화란인독의   그림을 그린 난간에는 어떤 이가 홀로 기대어 있는데,

幽逕客初歸   유경객초귀   그윽한 지름길에는 나그네가 처음으로 돌아가도다.

白髮重靑眼   백발중청안   센 머리에 다시 눈 빛은 반짝이고,

黃冠舊縞衣   황관구호의   누런 갓에다 낡은 흰 비단옷을 걸쳤도다.

煩君須記我   번군수기아   그대에게 번거로이 나를 꼭 기억하게 하려고,

詩律寫巖扉   시율사암비   율시를 바위굴의 문에 써 놓는다오.

 

상평운(上平韻), 미:微  (비:飛.귀:歸.비:扉)

 

 

[蘆峯驛夜吟]     노봉역야음     노봉역에서 밤에 읊다

 

投舘卽憑枕   투관즉빙침   역참의 객사에 들어가자마자 베개에 기대였고,

撤餐仍展衾   철찬잉전금   밥상을 물리고는 곧바로 이불을 폈었네.

倦頹容熱散   권태용열산   피로가 풀리니 얼굴의 열기가 흩어지고,

眼罷却寒侵   안파각한침   한잠을 자고나니 문득 추위가 침노하네.

雪意籠殘月   설의롱잔월   눈의 마음은 기울어 가는 달을 가둬두려하고,

風聲度遠林   풍성도원림   바람 소리는 먼 숲속을 건너가도다. 

鷄又趣駕   계우취가   닭이 울자 서둘러 멍에 지어,

未曉踏溪潯   미효답계심   날이 새기도 전에 계심을 밟았네.

 

하평운(下平韻), 침:侵  (금:衾.침:侵.림:林.심:潯)

 

 

[深河驛用使前韻   심하역용사전운    심하역에서 앞서 운을 쓰다

 

朝車暮馬遞相催   조거모마체상최   아침에는 수레로 저물녘에는 말로 번갈아 가며 재촉하니,

摠爲東人去復廻   총위동인거복회   모두가 조선 사람이 명나라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 위함이네.

鞭卒每言居欲散   편졸매언거욕산   채찍 잡은 나졸은 늘 쉴만하면 떠난다고 투덜대고,

村童爭問使何來   촌동쟁문사하래   산골 아이들은 사신이 어디서 왔느냐고 서로 묻네.

可憐驥骨疲無力   가련기골피무력   가련하다 준마의 뼈도 피로하니 힘이 없는데,

豈是郵丞拙不才   기시우승졸부재   이것이 어찌 우승이 옹졸하고 재능 없어서이겠는가?

顚蹶偏愁老御史   전궐편수노어사   넘어지고 거꾸러지니 치우치게 늙은 어사가 걱정이 되는데,

危途未許僕夫陪   위도미허복부배   위태로운 길에는 하인들의 부축도 허락하지 않았도다.

 

[우승(郵丞: 역참(驛站)의 행정을 맡은 관원을 가리킴.]

 

상평운(上平韻), 회:灰 (회:廻.래:來.재:才.배:陪)

 

[謾題    만제     부질없이 쓰다

 

爲瞽爲聾此去來   위고위농차거래   장님도 되고 귀머거리도 되어 이렇게 갔다가 오는데,

繡衣風力死如灰   수의풍력사여회   어사의 풍도와 위력 불꺼진 재와 같구려.

爭將鎌刃遮渠眼   쟁장겸인차거안   다투어 낫이아 칼을 가지고 저의 눈을 가리면서,

自謂人心也可欺   자위인심야가기   인심이란 속일 수 있는 거라고 혼자 말했네.

 

상평운(上平韻), 회:灰 (지:支.기:欺)

 

 

[角山]     각산

 

店舍苦淹滯   점사고엄체   여관에서 지체하니 괴로워,  

招提仍陟攀   초제잉척반   사찰에 그대로 더위잡고 올라갔네.

路危松下石   로위송하석   길이 위태로우니 소나무 아래에는 바위 돌이고,

庵古海濱山   암고해빈산   오래된 암자가 바닷가 산에 있도다. 

寂寞居僧少   적막거승소   적막하니 기거하는 중이 적고,

蒼茫望野寬   창망망야관   창망하니 바라보이는 들은 넓기도하네.

客懷聊遣鬱   객회요견울   나그네의 회포 울적함을 풀려하니, 

寒日度遙巒   한일도요만   겨울 해가 아득한 산 뫼뿌리에 지나가도다.

 

상평운(上平韻), 산:刪 (반:攀.산:山) (관:寬.만:巒)

 

 

[贈劉凛生廷召   증유늠생정소    유늠생 정소에게 주다

 

寺在角山角   사재각산각   절이 각산 꼭대기에 있으니,

平臨海水淸   평임해수청   펀펀하게 맑은 바닷물을 내려다 보도다.

客來攀石磴   객래반석등   손이 오면 돌길을 더위 잡아 오르고,

松老蔭禪欞   송노음선령   소나무가 늙어 선방의 창문을 가려주도다.

勝地逢佳士   승지봉가사   경치 좋은 곳에서 훌륭한 선비를 만나,

仙茶慰遠程   선차위원정   신선이 마시던 차로 먼길 떠나는 사람 위로하네.

怱怱話不盡   총총화불진   서두르느라 이야기 다 못하였는네,

歸路瞑烟生   귀로명연생   돌아오는 길에는 어둠 속에 저녁 연기 피어오르네.

 

하평운(下平韻),  경:庚 (청:淸.령:欞) (정:程.생:生)

 

 

[狗兒堡    구아보     구아보에서

 

狗兒新堡近胡居   구아신보근호거   새로 쌓은 구아보가 오랑캐 사는 곳과 가까워,

十里煙橫獵火餘   십리연횡렵화여   십리쯤 연기가 가로 질리고 가냥하는 불 남았네.

突騎馳來傳好報   돌기치래전호보   느닷없이 말을 타고 달려와 좋은 소식을 전하니,

虜騎今已向氈廬   로기금이향전려   오랑캐들이 말을 타고 지금 이미 전려로 향하였네.

 

[전려(氈廬): 모전으로 만든 천막. 고대(古代)북방의 유목민(遊牧民)이 그것을 거실(居室)로 삼았음.

여기서는 유목민의 본거지를 뜻함.]

 

상평운(上平韻),  어:魚 (여:餘,려:廬)

 

 

[中后所    중후소     중후소에서

 

胡馬年年飮六河   호마년년음육하   오랑캐의 말은 해마다 육하에서 물을 먹이니,

將軍瞋目荷長戈   장군진목하장과   장군이 눈을 부릅뜨고 긴 창을 메고 있네.

試看八月跳梁地   시간팔월도양지   시험삼아 팔월에 날뛰는 곳을 살펴보니,

籬落蕭蕭集暮鴉   이락소소집모아   울타리에 분주히 저물녘의 까마귀 모여 들도다.

 

하평운(下平韻),  가:歌  (과:戈.아:鴉)

 

 

[東關]     동관     동관에서

 

陰風昨夜戰方酣   음풍작야전방감   음산한 바람 부는 어제 밤에는 싸움이 바야흐로 한창이더니,

陽至今朝日正南   양지금조일정남   양기 이른 오늘 아침에는 해가 바로 남쪽에 있네.

反覆天心瑞可見   반복천심서가견   되풀이되는 하늘 마음 명백히 볼 수 있으니,

海東歸客更鞭驂   해동귀객경편참   조선으로 돌아가는 나그네 다시 참마에 채찍질하도다.

 

하평운(下平韻)   담:覃 (남:南.참:驂)

 

 

[杏山]     행산     행산에서

 

去時風雨來時雪   거시풍우래시설   떠날 때는 바람 불고 비가 내리더니 올 때는 눈이 내리니,

最是杏山行路難   최시행산행로난   이 행산이야말로 다니기가 가장 어렵다네.

蓋飄竿折迍邅處   개표간절둔전처   덮개는 흩날리고 장대는 부러져 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곳에,

凍眼未開氷徹肝   동안미개빙철간   얼어붙은 눈은 뜨지 못하고 얼음 기운은 간에까지 사무치도다.

 

擁擁藏顔委轡歸   옹수장안위비귀   소매로 가리고 낮을 감춘 채 고삐를 놓고 돌아오니,

朔風衝背雪盈衣   삭풍충배설영의   북풍은 등에 부딪히고 눈은 옷에 가득하네.

老驢自是知夷險   노려자시지이험   늙은 나귀가 스스로 평탄하고 험악함을 알아,

經踏氷橋瞥電飛   경답빙교별전비   얼음 다리를 가볍게 밟으며 번개처럼 지나도다.

 

상평운(上平韻), 한:寒 (난:難.간:肝) 미:微 (의:衣.비:飛)

 

 

[十三山]     십삼산     십삼산에서

 

陵河遙望十三山   능하요망십삼산   능하에서 멀리 십삼산을 바라보니,

屹立前途候客還   흘립전도후객환   앞으로 가야할 길에 우뚝 서서 나그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네.

見爾便知東塞近   견이편지동새근   너를 보니 문득 조선의 국경이 가까움을 알겠네,

靑眸如對故人顔   청모여대고인안   반짝이는 눈동자가 마치 친구를 대하는 듯하도다.

 

상평운(上平韻). 산:刪 (환:還.안:顔)

 

 

[閭陽曉發]     여양효발    여양에서 새벽에 출발하다

 

曉霧籠郊去路迷   효무롱교거로미   새벽 안개가 들에 끼여 있어  떠나갈 길이 희미하니,

楚鄕歸旅入秦蹊   초향귀여입진계   초나라가 고향인 나그네가 진나라 길로 들어가게 되네.

憑渠不遠能來復   빙거불원능래복   여양을 의지하여 머지 않아 갔다가 돌아올 수 있으리니,

爲解囊錢謝牧奚   위해낭전사목해   주머니의 돈을 풀어 장관에게 사례함이 어떠랴?

 

昨雪今朝霧   작설금조무   어젯밤 눈과 오늘 아침 안개가,

凝成一色皤   응성일색파   엉기어 한 빛깔로 되였네.

乍開銀宇宙   사개은우주   잠깐만에 은빛의 우주가 열리니,

爭發玉枝花   쟁발옥지화   옥색 가지의 꽃이 다투어 피도다.

 

朝日讓寒彩   조일양한채   아침해는 차가운 채색에 양보를 하고,

朔雲添凍華   삭운첨동화   북방의 구름은 겨울철의 꽃에 덮이네.

有村堂盡白   유촌당진백   마을의 집이 모두 흰색이니,

何處覓蘇家   하처멱소가   어느 곳에서 소씨의 집을 찾을고?

 

閭陽宿客趂鷄興   여양숙객진계흥   여양에서 묵은 나그네 닭이 울자 곧 일어나,

別討遼程直線登   별토요정직선등   별도로 요녕의 길 직선으로 오르는 방편을 토론하네.

雪後平看鶴野白   설후평간학야백   눈 내린 뒤에 골고루 학야가 허연 것을 보겠고, 

霧中暗渡魚林氷   무중암도어림빙   안개 속에 가만히 어림의 어름을 건넜도다. 

 

凍樹接天凝遠浪   동수접천응원랑   서리가 어려있는 나무가 하늘에 닿아 있으니 먼 물결이 엉긴 듯하고,

寒雲擁地定層陵   한운옹지정층능   겨울 구름이 대지를 감싸니 층계와 모서리가 정해지네.

行行不盡投孤店   행행불진투고점   가도 가도 끝이 없어 외로운 주막에 들어갔는데,

較殺盤山十里增   교살반산십리증   산을 돌아 간 것과 비교하면 십리는 보탬이 된 듯하네.

 

[어림(魚林)은 여울 이름이다]

 

상평운(上平韻). 재:齊 (계:蹊.해:奚)   하평운(下平韻) 가  (파:皤,화:花) 마:麻 (화:華.가:家)

 

 

[沙嶺]     사령     사령에서

 

客路多氷雪   객로다빙설   여행하는 길에는 얼음과 눈이 많아,

建蹄行復僵   건제행복강   튼튼한 말굽인데도 가다가 다시 넘어지네.

東歸人不倦   동귀인불권   동쪽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권태롭지 않은데,

西下日還忙   서하일환망   서쪽으로 지는 해는 도리어 바쁘기만 하누나.

塞幕煙生直   새막연생직   변방의 군막에는 수직으로 오르고,

村廬水抱長   촌려수포장   시골의 집들은 물을 길게 끼고 있도다.

黃昏尋舊館   황혼심구관   어둠이 깔릴 때 옛 여관을 찾으니,

且喜近遼陽   차희근요양   또한 요양현이 가까우니 즐겁구려.

 

하평운(下平韻). 양:陽  (강:僵.망:忙.장:長.양:陽)

 

 

[西寧    서령     서령에서

 

未到三叉六里餘   미도삼차육리여   삼차를 육리 남짓 못 왔는데,

海邦風味見禽魚   해방풍미견금어   바다를 낀 지방의 기풍과 맛이 새짐승과 물고기에 나타나네.

銀唇作鱐山鷄炙   은순작숙산계적   은순을 말리기도 하고 꿩을 굽기도 하니,

恰是身回故國初   흡시신회고국초   흡사 자신이 고국으로 돌아와 첫발을 들여놓는 듯하도다.

 

상평운(上平韻). 어:魚 (어:魚.초:初)

 

 

[遼東]     요동     요동에서

 

遼東城郭豈吾鄕   요동성곽기오향   요동의 성곽이 어찌 우리의 고향이랴만,

華表看來豁兩眶   화표간래활량광   중국의 변두리를 보니 두 눈이 활짝 열리누나.

此去龍灣雨數百   차거용만우수백   여기서 의주까지의  거리 또한 몇백 리이니,

若投魚齒定顚狂   약투어치정전광   만약 어치에 들어간다면 미친 듯한 흥분이 안정되리라.

 

[어치(魚齒) 섬 이름이며 압록강 가에 있음]

 

상평운(上平韻)  양:광:陽  (眶.광:狂)

 

 

[渡龍灣]    도용만    의주로 건너가다

 

霜添積雪樹生花   상첨적설수생화   쌓인 눈위에 서리가 오니 나무에는 꽃이 생겼는데,

晩涉氷江日欲斜   만섭빙강일욕사   늦게야 얼어붙은 강을 건너니 해는 지려고 하네.

來泊迎春還獨悵   래박영춘환독창   영춘에 와서 묵으니 도리어 혼자 섭섭해,

嶺南遙望又天涯   영남요망우천애   고개 남쪽을 멀리 바라보니 또한 하늘 끝이로다.

 

 

[영춘은 당(堂) 이름 임]

 

하평운(下平韻). 마:麻 (사:斜.애:涯)

 

 

[見兒輩]   견아배   아이들을 보다

柱國,柱宇來候。已滯八日。

주국,주우래후。이체팔일。

[주국(柱國)과 주우(柱宇)가 와서 기다린 지 이미 8일이 되였음]

 

鴨水東頭義順門   압수동두의순문   압록강 동쪽의 의순문(義順門)에서,

雙兒幾日望西雲   쌍아기일망서운   두 아이가 며칠 동안 서쪽의 구름을 바라보았던가?

相逢莫怪頭如雪   상봉모괴두여설   서로 만남에 머리가 눈처럼 새어 있음을 이상하게 여기지 말라,

萬里思親我赤云   만리사친아적운   멀리 국외에서 어버이를 그리는 마음은 나도 역시 그러했단다.

 

상평운(上平韻). 문:文 (설:雪.운:云)

 

 

[九龍淵雪馬次韻]   구룡연설마차운     구룡연 설마에 차운하다

 

某謂人間行路難   모위인간행로난   인간이 가야할 길 어렵다고 말하지 마소,

瞥然飛過雪灣寒   별연비과설만한   별안간에 찬눈 쌓인 의주(용만:용만)로 날아 왔다오.

九龍八駿盤遊興   구룡팔준반유흥   구룡연에서의 팔 준마의 즐거운 놀이 흥취는,

楣君親各萬安   문도군친각만안   임금과 어버이가 매우 편안하시다는 소식 들어서이네.

 

府尹創侈雪馬之規。   駕以八馬。

부윤창치설마지규。 가이팔마。

 

[부윤(府尹)이 새로 썰매(설마:雪馬)를 만드는 규정을 만들어 여덟 마리의 말로 끌게 하였음]

 

상평운(上平韻).한:寒 (한:寒.안:安)

 

 

[松京留守宅次使韻송경유수댁차사운   개성 유수댁에서 정사의 운에 차운하다

 

狼籍高堂醉後盤   랑적고당취후반   훌륭한 집에서 술에 취한 뒤의 술그릇들 어지러운데,

厭厭中夜漏聲寒   염염중야루성한   고요한 밤중에 물시계 소리가 차갑게 들리네.

吟毫試把新詩就   음호시파신시취   시 쓰는 붓 시험 삼아 잡으니 새로운 시가 이루어지고,

舞袖初收短笛殘   무수초수단적잔   춤을 추던 소매 처음처럼 거두니 짧은 피리 소리만 남아있네.

 

領략江南襟正豁   영략강남금정활   강남을 이해하게 되니 가슴이 탁트이는 듯하고,

歸來海外興無闌   귀래해외흥무란   해외에서 돌아오니 흥취는 막히지 않도다.

況聞十二陶山曲   황문십이도산곡   더구나 도산 십이곡을 듣게 되니,

認得泉翁得所安   인득천옹득소안   천옹이 편안하게 귀의할 곳 있음을 알겠도다.

 

留守趙公振曾遊陶山門下。令三妓迭唱十二曲。
유수조공진증유도산문하。영삼기질창십이곡。

[유수 조공 진증(趙公振曾)이 도산문하(陶山門下)에서 유학하였기에

                        세 명의 기생으로 하여금 도산 십이곡을 번갈아 가며 부르게 하였다.]

 

 

 

 

 

 

연경감회를 적은 발문  [燕京感發跋]

  [原文] 원문

   斯作也。何以謂燕程感發也。余非從事吟咏者也。於詩自知非所長。而或遇事物之來。有所動於中。

   사작야。하이위연정감발야。여비종사음영자야。어시자지비소장。이혹우사물지래。유소동어중

   不能無藹然之情。於是乎情以言形。而其言之工不工。有不暇顧焉者。余之習亦痼矣。今余往來燕都。

   불능무애연지정。어시호정이언형。이기언지공불공。유불가고언자。여지습역고의。금여왕래연도

   遠之爲數千里。久之爲夏秋冬。山川崖谷州府亭院之形勝。鳥獸草木人物之奇恠。風雨霜露之變態。

   원지위수천리。구지위하추동。산천애곡주부정원지형승。조수초목인물지기괴。풍우상로지변태

   喜怒窘憂悲愉佚怨恨思慕芬華酣醉無聊不平。嬰乎外而動於內者。不知其幾千萬幻。而情之所感。

   희노군궁우비유일원한사모분화감취무료불평。영호외이동어내자。불지기기천만환。이정지소감

   言不得不發。隨感隨發。欲已而未已。不恥蕪拙。成輒題之。凡若干篇。世之爲唐宋爲李杜黃者。

   언불득불발。수감수발。욕이이미이。불치무졸。성첩제지。범약간편。세지위당송위리두어황자

   固不肯一塵其眼。而他日鄕園。白首退伏。時復披繹。觀我生貞悔。聊以自遣。且使兒曹知乃翁遠遊蹤迹。

   고불긍일진기안。이타일향원。백수퇴복。시부피역。관아생정회。료이자견。차사아조지내옹원유종적

   而仍想大朝爻象。其亦未爲不可。抑或有二三知己。不問其工拙。而卽吾情觀吾志。因而臧否之。

   이잉상대조효상。기역미위불가。억혹유이삼지기。불문기공졸。이즉오정관오지。인이장부지

   引其善者而進之。責其否者而勉之。尤所望於萬一也。是用謄諸冊子。名以是名。以爲私

   인기선자이진지。책기부자이면지。우소망어만일야。시용등제책자。명이시명。이위사거

   噫不曰稿而曰感發。其拙可知矣。                皇明萬曆甲寅冬。苟全翁書于玉河北照之東榻。

   희불왈고이왈감발。기졸가지의。                황명만력갑인동。구전옹서우옥하북조지동탑

 

이 작품들은 어찌하여 연경(燕京)을 오가는 길에 감회를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는가?

나는 본래 시를 짓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며 시에 대해서는 스스로의 능력 가운데

가장 잘하는 장점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간혹 사물과 만나게 되고 마음이 감동되는 바가 있으면 애연한 정이 없을 수 없으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는 하였지만 그말의 기교(技巧)가 있고 없고에 대하여서는 돌아볼 겨를도 없었으니,

내가 익힌 것 역시 고질(痼疾)에서이다.

이번에 내가 연경에 갔다가 왔는데 거리로 말하면 수천 리가 되고

기간으로 말하면 여름,가을,겨울, 동안이였으며, 산천(山川),애곡(崖谷),주부(州府),정원(亭院),의 좋은 경치와

조수(鳥獸),초목(草木),인물(人物)의 특이하고 괴상한 것과 풍우(風雨),상로(霜露)의 변하는 모습과

희로(喜怒),군궁(窘窮),우비(憂悲),유일(愉佚),원한(怨恨),사모(思慕),분화(芬華),감취(酣醉),그리고

무료(無聊)와 불평(不平)이 외부에서 닿아 내부를 움직이는 경우가 그 몇 천만 가지로 변화하는 줄을 알지 못하였으며, 

정(情)에서 느낀 바를 말로 드러내지 않을 수 없어 느끼는 대로 드러내면서 그만 두려고 하였으나,

그만 두지 못하고 거칠고 졸열함을 부끄럽게 여기지를 않은 채 한 편이 이루어지면 곧 기록을 하였는데

무릇 몇 편이 되였다.

세상에서 당(唐)나라 때의 이백(李白)과 두보(杜甫)나 송(宋)나라 때의 소식(蘇軾)이나 황정견(黃庭堅)같은

문장들은 진실로 기꺼이 그들의 눈을 한번 돌려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뒷날 고향의 전원에 머리가 허옇게 세어 물러나 엎드려 있을 때에 다시 꺼내어 펼처 보면서

내 일생을 정회(貞悔)하며 애오라지 스스로 소일하려고 한다.

그리고 또 자제들로 하여금 네 아비가 멀리 유람한 자취를 알게 하고 명나라 조정의 실상(효상:爻象)을

상상하도록 하려고 하니,

그것 또한 불가하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혹시 두세 명의 친한 친구가 그 시의 기교가 있고 서투름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나의 심정을 짚어보고 나의 뜻을 관찰하여 그것을 좋은 것은 좋은대로 나쁜것은 나쁜대로 교훈적 의미를

부여하여 그 좋은 것은 끌어다 진취하게 하고 그 나쁜 것은 책망하여 힘쓰게 한다면,

그것은 더욱 만에 하나라도 바라는 바이다.

그래서 책자에다 베껴서 이 이름으로 붙여 개인이 간직하려한다.

아! 초고[고:稿]라고 하지 아니하고 감회를 드러낸다[감발:感發]고 하였으니 그 졸열함을 알만하다.

 

[명나라 만력(萬曆) 갑인년(甲寅年:1614년)겨울에

 구전옹(苟全翁)이 옥하관 북조(玉河館北照)의 동탑(東榻) 에서 쓰다.]

 

<<14세손 김태동 옮겨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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