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苟全先生文集 續集
제목 苟全先生文集續集卷之一
작성자 관리자 [2018-03-14 18: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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苟全先生文集續集卷之一(구전선생문집 속집 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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廉泉排律十韻(염천배율10)

 

人何多慾浪  (인하다욕랑)사람들 어찌나 욕심의 격랑이 많은지

水幸有廉泉  (수행유렴천)물은 다행히 청렴한 샘이 있었네.

乃出梁州地  (내출양주지)이는 양주 땅에서 나와

曾聞范栢年1)(증문범백년)일찍이 양주자사 범백년에게 들었네.

 

隔貪眞脉別  (격탐진맥별)탐함을 멀리하고 진맥과 헤어져

隣讓活源連  (인양활원연)이웃에 양보하여 살리는 근원 이어져

地六成初潔  (지육성초결)땅은 1,6수로 처음처럼 깨끗함을 이루고

天元稟自全  (천원품자전)하늘 근원은 스스로 온전함을 받았네.

 

融珠味則淡  (융주미즉담)진주를 녹이면 그 맛은 담백하고

開鏡色惟玄  (개경색유현)거울을 열면 색은 오직 검지만

一點塵無撓  (일점진무요)먼지 한 점도 어지럽힐 수 없듯이

千秋德不鐫  (천추덕불전)천추의 덕은 새길 수가 없네.

 

見之心覺爽  (견지심각상)보노라면 마음이 상쾌함을 깨닫고

飮者善仍遷  (음자선잉천)마시는 사람은 선함으로 옮겨가네.

甘醴難稱匹  (감례난칭필)단술은 짝을 칭하기 어렵듯이

淫枉況可肩  (음왕황가견)굽고 음란함을 하물며 견줄 수 있으리?

 

性智玄武崔  (성지현무최)본디 타고난 지혜는 북방 현무와 얽혀서

名共伯夷傳  (명공백이전)이름은 백이와 같이 전하네.

勺水如能借  (작수여능차)한 모금의 물은 빌릴 수 있어도

貪夫願盡湔  (탐부원진전)탐부는 다 더럽히길 원하네.

 

2)取履圖(제 이교취리도)古詩(고시)

 

遊子下邳路  (유자하비로)비읍 길의 협객 밑에서

彷徨獨何事  (방황독하사)방황하며 홀로 뭘 하는가?

有叟逢古橋  (유수봉고교)옛 다리에서 어떤 이를 만나

面目驚奇詭  (면목경기궤)이상하고 기이한 면목에 놀랐네.

 

交際則倨傲  (교제즉거오)교제는 거만하고

視之如童樵  (시지여동초)보기에는 나무꾼 아이 같았네.

相對嘿無語  (상대묵무어)상대방은 말없이 침묵해도

但自墜弊  (단자추폐사)다만 절로 무너져 신발만 닳았네.

 

坐令取而進  (좌령취이진)앉아서 호령하면 나아가게 하고

偃然呼孺子  (언연호유자)누워서도 선비를 부르네.

豈無愕訑色  (개무악탄색)방자한 기색에 어찌 놀람 없으리?

却堅含忍志  (각견함인지)도리어 굳게 참는 뜻을 품었네.

 

俛首就橋下  (면수취교하)고개 숙여 다리 밑에 이르니

手拾而膝跪  (수습이슬궤)손을 모으고 무릎 꿇었네.

受授肯親  (수수거긍친)주고받는데 어찌 어버이 뜻 따르리?

直敎來著趾  (직교래저지)직접 가르치러 종적을 드러냈네.

 

一言許可敎  (일언허가교)한마디로 가르침을 허락하여

五日重期訊  (오일중기신)5일을 거듭 기다렸네.

翁來何太卑  (옹래하태비)노인이 오자 매우 낮출 수밖에

怒我每後至  (노아매후지)자신의 분노를 매양 뒤로 했네.

 

恨失事長禮  (한실사장례)어른 예절을 잃은 일은 한이 되어도

半夜起  (갱진반야기)한 밤중에 일어나 다시 따라가네.

猶恐遲  (질추유공지)마구 내달려도 오히려 늦을까 두려워

夙向江之  (숙향강지애)일찍이 강가로 향했네.

 

候翁翁乃臨  (후옹옹내임)척후하던 그 노인이 오자

始見翁顔喜  (시견옹안희)처음으로 노인의 얼굴에 희색을 띄고

還將一編書  (환장일편서)한 권의 책을 돌려주려 하자

雍容出神裡  (옹용출신리)온화하고 조용히 귀신이 안에서 나오네.

 

帝王師在玆  (제왕사재자)제왕의 스승이 여기에 있다고

托付良有以  (탁부량유이)잘 부탁함이 있었네.

嗚呼太公法  (오호태공법)아아! 태공망의 병법서로구나!

幾年神所秘  (기년신소지)여러 해를 신이 감춰둔 곳에 있었네.

 

得人而後傳  (득인이후전)사람을 얻은 뒤에야 전한다는

天也非人爾  (천야비인이)하늘은 사람이 아니니

不試亦不許  (불시역불허)시험치 않으면 또한 허락지 않는다고

盖見重意  (개견진중의)어찌 진중한 뜻을 보임이 아니랴?

 

視履考其祥  (시리고기상)이력을 보면 그 상서를 고찰할 수 있어

撫圖因歎美  (무도인탄미)그림 어루만지며 탄상하네.

丈夫忍性處  (장부인성처)대장부의 참는 성품이 있는 곳에

甘心取人履  (감심취인리)안심하고 인재 씀을 따르게 하네.

 

和權樂而來3)石泉韻(락이 권래의 석천운에 화답함)

 

爲掃琴軒展脫筵  (위소금연전태연)금헌을 청소하고 느긋한 연회 펼치니

望君雙眼暮山前  (망군쌍안모산전)그대 두 눈에 저녁 산이 앞에 있네.

仲秋己晦跫音斷  (중추기회공음단)8월 그믐이라 발자국 소리 끊기고

新月方姸雁信連  (신월방연안신연)예쁜 초승달은 기러기 소식 전하네.

 

客裡呻吟嗟有日  (객리신음차유일)나그네 마음 이 날을 탄식하고

世間離合奈關天  (세간이합나관천)세간의 이합을 하늘이 관여할까만

紅流一約如終負  (홍류일약여종부)화류와의 언약에 노부로 마치듯이

誰道仙源有夙緣  (수도선원유숙연)누가 선도와 인연이 있었던가?

 

題狄仁傑4)望白雲圖(제적인걸망백운도)古詩(고시)

 

幷州天一角  (병주천일각)병주 하늘 한 모퉁이에서

遊子行邅迍  (유자행전둔)여행자가 머뭇거리며 험한 길을 가네.

有母不遑將  (유모불황장)모친이 있는데 어찌 허둥대지 않으리?

烏紗身許君  (오사신허군)자신에게 임금이 관복을 허락했네.

 

風塵雁亦斷  (풍진안역단)풍진에 기러기 역시 끊기니

消息憑誰聞  (소식빙수문)소식을 누구에게 전해 들을거나?

晨登太行山  (신등태행산)새벽에 태행산에 올라가

入望河陽雲  (입망하양운)하양의 구름에 들어가 보고 싶었네.

 

萬里一片白  (만리일편백)만 리가 한 조각처럼 희고

怳帶三春氳  (황대삼춘온)잠시 봄기운이 성하네.

能知陟屺心  (능지척기심)집나간 아들 그리는 어머니 마음 알아

不散仍成迍  (불산잉성둔)흩어지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네.

 

淸眸寒欲裂  (청모한욕열)맑은 눈동자는 찬 알음 깨고 싶어도

獨立心如焚  (독립심여분)홀로선 마음은 마치 불타는 듯하네.

欲行未忍行  (욕행미인행)가려고 하니 참지 못하고 가서

蒼茫天日曛  (창만천일훈)넓고 먼 하늘의 해만 석양빛이네.

 

瞻望不盡情  (첨망불진정)우러러 봐도 정을 다할 수 없고

龍眠難寫云  (용면난사운)용이 잠들어 그리기 어렵다고 하네.

 

輓朴郞昕(사위 박흔 만시)

 

少婉吾偏愛  (소완오편애)막내 딸을 내 편애하여

謀歸擇有才  (모귀택유재)재주 있는 사람 택해 시집보내려고

得名兼美質  (득명겸미질)이름나고 또 아름다운 자질로

造物却多猜  (조물각다시)조물주는 도리어 시기심 많아

 

二竪沈仍痼  (이수심잉고)병마로 고질병이 깊어

三秋逝不廻  (삼추서불회)3년 만에 가서 돌아오질 않네.

最憐孀抱女  (최련상포녀)가장 가련한 과부된 여인

哭盡更生哀  (곡진갱생애)곡을 마치니 다시 슬픔이 살아나네.

 

吟示新安諸君(신안의 제군들에게 읊어서 보임)

 

寒宵獨坐伴燈紅  (한소독좌반등홍)추운 밤 홀로 앉아 붉은 등 마주하니

秋雨空階響竹叢  (추우공계향죽총)가을비는 빈 섬돌에 댓잎소리를 내고

太守愧無循吏政  (태수괴무순리정)태수는 부끄럼 없이 서리 행정 따르니

居民謬襲古人風  (거민교습고인풍)주민은 그릇된 유습 고인풍이라네.

 

行藏此日還憎口  (행장차일환증구)도를 행하다 물러난 이날 도리어 미움의 구설만 돌아오고

歸去平生奈玷躬  (귀거평생나점궁)평생 귀거래사 읊으려 돌아가려 함이 어찌 내 자신의 잘못이랴?

爰我諸君如恕我  (원아제군여서아)한가한 날 제군들은 날 용서해 주어

忍敎霜鬢城中  (인교상빈집성중)참으라고 가르친 백발 성중에 묶어두게.

 

輓朴全義台賢5)(전의현감 박태현 만시)

 

托媾當年兮有因  (탁구당년혜유인)당년의 혼인으로 인연이 되어

許知經歲意偏親  (허지경세의편친)세월 지나며 홀로된 어버이 뜻 알게 했네.

襟期澹澹元無累  (금기담담원무루)품은 기약은 담담하여 원래 묶임이 없고

才調恢恢更出倫  (재조회회갱출륜)재주 갖춤은 넓고 커서 월등히 뛰어났네.

 

百里二符寧展足  (백리이부녕전족)백리에 둘이 꼭 맞았는데 어찌 발을 구르 게 하는지?

烏紗白髮但勞神  (오사백발단로신)늙어 관직에 올라 정신만 피곤케 했네.

傷心秋露晞還促  (상심추로희환촉)가을 이슬 마르길 재촉함에 상심되고

憶得風儀淚滿巾  (억득풍의루만건)멋스런 풍채 회억하니 수건을 다 적시네.

 

次李子敏端午頌扇韻(이자민의 단오 송선운에 차운함)

 

一本從來貫萬殊  (일본종래관만수)한 근본은 종래부터 가지각색을 꿴다더니

淸風無盡此間儲  (청풍무진차간저)맑은 바람이 무진장 이 사이에 쌓이네.

節回大火方躔脊  (절회대화방전척)절기 돌아 큰불이 막 등마루 건너가서

人苦端炎政剝膚  (인고단염정박부)오로지 불꽃이 살갗 벗겨 정말로 괴롭네.

 

片片微凉分殿閣  (편편미량분전각)약간 서늘함이 조각조각 전각을 나누고

團團疎影落明盧  (단단소영낙명로)둥글고 성긴 그림자 숙직실 조명 떨어뜨려

却嫌近侍偏恩雨  (각혐근시편은우)근시들은 도리어 은혜로운 비도 싫어해

枯死生靈八路俱  (고사생령팔로구)팔도의 생령들 함께 말라 죽게 하네.

 

次人韻(차인운)

 

嶺海八年久  (영해팔년구)영남 바다에서의 8년은 오래라서

霜華兩鬢稠  (상화양빈조)하얗게 서리 내린 양 수염만 날리네.

入城迷舊陌  (입성미구맥)도성에 들어와 옛 저자거리를 헤매는데

隨處煥新樓  (수처환신루)가는 곳마다 새로운 누각으로 바뀌었네.

 

旅宿終何托  (여숙종하탁)나그네 잠자리는 어디에 기탁하나?

行吟未便休  (행음미편휴)걸어가며 읊느라 편히 쉬지도 못했네.

不如卽歸去  (불여즉귀거)고향 전원으로 돌아감만 못하니

仍臥桂場頭  (잉와계장두)고향 계장동으로 머리나 두고 누워본다네.

 

謾題(만제)

 

老去心如古井寒  (노거심여고정한)늙어가는 마음은 옛 우물처럼 차서

旣無塵穢亦無瀾  (기무진예역무란)속세의 더러움 없으니 난만함도 없지만

箇中若有神龍在  (개중약유신룡재)개중에 만약 신룡이 있다면

遇旱興雲或不難  (우한흥운혹불난)가뭄 만나 구름 일으키면 곤란 없으려나.

 

次金汝精臥龍庵韻(김여정의 와룡암운에 차운함)

 

庵如星斗寄山南  (암여성두기산남)암자는 두성처럼 산 남쪽에 기대어 있고

井冽幽寒味自甘  (정열유한미자감)우물은 맑고 깊고 차서 맛이 절로 달고

感慨洋洋如在上  (감개양양여재상)양양한 감개는 마치 천상에 있는 듯

傴僂馝馝幾曾叅  (구루필필기증참)구부려 향기 솔솔 몇 번이나 더 맡네.

 

有朋自遠良宵話  (유붕자원양소화)먼데서 온 벗과 밤 깊도록 얘기 나누니

無卷不披秋夜龕  (무권불피추야감)옷 벗어 개지 않고 가을밤을 지세네.

薄暮等閒多事業  (박모등한다사업)땅거미도 아랑곳없이 많은 일 소홀히 해

白足如何伴我談  (백족여하반아담)내 얘기에 맞춰 밤을 새운들 어떠랴?

 

偶吟(우음)

 

韓魏6公言眞藥石 (한위공언진약석)진의 부호인 한씨 위씨의 말은 진짜 교훈

保初雖易保終難  (보초수이보종난)처음은 지키기 쉬워도 끝까지 가긴 어려워

或於中夜潛思處  (혹어중야잠사처)혹시 한밤중에 생각에 잠길 때라도

回首平生不忸顔  (회수평생불뉴안)평생을 돌아봐도 얼굴 부끄러운 적 없네.

 

聞北報(북쪽 보고를 듣고)

 

宋朝和議主何人  (송조화의주하인)송나라 조정에서 누가 화의를 주장했는가?

花拂東風獨對春  (화불동풍독대춘)동풍이 불어 꽃만 홀로 봄을 맞이하네.

東國秪今多壁壘  (동국지금다벽루)우리나라엔 지금 보루 벽만 많은데

雁穿疎雨訴蒼旻  (안천소우소창민)기러기는 성긴 비 뚫고 창공에 호소하네.

 

贈別(헤어지면서 줌)

 

送子關西花正飛  (송자관서화정비)그대 평안도로 갈 때 꽃비가 날리더니

携盃還覺鬢成絲  (휴배환각빈성사)잔 들고 돌아올 땐 수염이 백발이네.

世間離合元關數  (세간이합원관수)세간에선 만나고 헤어짐이 원래 운수소관 이라지만

不必臨岐淚兩垂  (불필임기루양수)갈림길에서 흐르는 눈물은 필요 없다네.

 

偶吟(우음)

 

古院三春晝漏遲  (고원삼춘주루지)옛 서원의 봄날, 낮 시간은 더디고

滿庭幽草翠均時  (만정유초취균시)마당 가득 깊이 우거진 풀들 고를 때

烏紗盡日閑無事  (오사진일한무사)관복 입고 종일 일 없이 한가로워

却向滄浪夢  (각향창랑몽진기)푸른 물가로 가서 기한이 참을 꿈꾸네.

 

謾題(만제)

 

古人能察影  (고인능찰영)고인들의 영향은 살필 수 있어도

今我未看形  (금아미간형)지금의 내 모습은 보지 못하네.

終日難容俟  (종일난용사)종일을 기다려도 형용하기 어려워

明行又欲停  (명행우욕정)밝은 행신 또 멈추고 싶네.

 

定誰醫萬病  (정수의만병)누가 모든 병에 의사가 정해졌다 했는가?

自笑坐護盲  (자소좌호맹)앉아서 맹인 보호한다니 절로 웃네.

漢世逢萌者  (한세봉맹자)한나라 때 촌사람을 만난 자

扁舟早汎溟  (편주조범명)일찍이 바다에 조각배 띄웠다네.

 

輓南斯文好禮(사문 남호례 만시)

 

爲爲不失士之常  (위위불실사지상)하고 해도 잃지 않는 선비의 일상

夫子平生善處鄕  (부자평생선처향)공자께서 평생 잘 처리하신 고향

自謂晩聞修以拙  (자위만문수이졸)스스로 만년에 닦음이 졸렬하다고 하며

吾知早學志惟長  (오지조학지유장)나와는 학동으로 알아 뜻은 오직 길었네.

 

時談義理絲毫析  (시담의리사호석)시국 대담은 의리로 털실처럼 분석하고

如見賢愚取捨詳  (여견의리취사상)현우를 보고 취사선택을 상세히 했네.

八十享年由守靜  (팔십향년유수정)80 향년을 마치 청정함을 지켜서

門闌餘慶付孤郞  (문란여경부고랑)집안의 남은 경사는 자녀들께 부탁하네.

 

輓孫進士興慶(진사 손흥경 만시)

 

去歲容顔今歲隔  (거세용안금세격)전에는 자주 뵙다가 요즘은 뜸했었는데,

人間八十却茫然  (인간팔십각망연)80 인생이 도리어 망연해지네.

奇春司馬持門戶  (기춘사마지문호)그 봄에 진사에 뽑혀서 문호를 부지하고

白首藏龜理野田  (백수장귀리야전)백수로 귀감을 감추고 전야만 관리했네.

 

爲富且仁今獨見  (위부차인금독견)부자 되어 어질기 지금 홀로 보이고

因心則友古誰肩  (인심칙우고수견)마음으로 벗한 즉 고래로 누구와 견주리?

傳家有後公何憾  (전가유후공하감)전가하는 뒤가 있어도 공이 어찌 느낄까?

共被無賢伯可憐  (공피무현백가련)더불어 어진이 없어져 가장 가련하네.

 

次贈印潭僧(인담 스님께 차운하여 줌)

 

北去南遊爲宦客  (북거남유위환객)북으로 가서 남쪽 유람하는 벼슬아치로

匡廬十載首空回  (광려십재수공회)여산에서 10년간 머리는 비어 돌아와

如今白髮逢僧話  (여금백발봉승화)지금은 백발되어 스님 만나 대화하니

羨爾雲山任去來  (선이운산임거래)저 구름 산을 부르며 오고 감을 맡기네.

 

聞劉天使渡龍灣詩次韻(유천사가 의주를 건넜음을 듣고 쓴 시에 차운함)

 

義順門西鴨水涯  (의순문서압수애)의주 성문 서쪽은 압록강의 끝으로

龍翩旌盖鳳騰槎  (용편정개봉등사)용이 날아 기를 덮으니 봉황도 뗏목 뛰고

御天聖德開新運  (어천성덕개신운)하늘을 나는 성덕이 새로운 운을 열고

耀海文章大家  (요해문장린대가)바다 빛나는 문장은 대가도 어려워하네.

 

東野題詩驚戞玉  (동야제시경알옥)동야에서 지은 시는 옥 소리처럼 놀랍고

江淹有華定生花  (강엄유화정생화)강가는 생화가 있어서 화려함이 있네.

靑丘白日飛仙下  (청구백일비선하)동방의 대낮에 신선이 날아 내리니

流光色色霞  (채수류광색색하)수놓은 옷에 흐르는 빛 색색의 무지개네.

 

檜山有感題壁(회산유감제벽)2

 

魚遊北客昔從師  (어유북객석종사)노닐던 북객이 옛날에 스승을 따라

鯤化南來更住惟  (곤화남래갱주유)대붕이 되어 남으로 오니 또 생각 머무네.

欲問太平痕在處  (욕문태평흔재처)태평스런 흔적 있는 곳 묻고 싶었지만

兩三殘妓尙歌詞  (양삼잔기상가사)두 서너 남은 기생이 가사를 바라네.

 

二十八年前過客  (이십팔년전과객)28년 전의 과객이었다가

重來誰識白頭吾  (중래수식백두오)다시 온 백발의 나를 누가 알리오?

逢人爲問當時事  (봉인위문당시사)만나는 사람마다 당시의 일을 물으니

有妓猶傳昔日娛  (유기유전석일오)기녀가 있어서 옛날의 즐거움을 전하네.

小閣兵餘新制度  (소각병여신제도)작은 집에도 병사를 남기는 새 제도나

方塘花下舊規模  (방당화하구규모)연못의 꽃나무 아래 규모는 옛 그대로네.

處處非還是  (의희처처비환시)곳곳마다 어렴풋해서 돌아온 게 아니라

恰作令威坐柱孤  (흡작영위좌주고)마치 위세부리 듯 기둥 홀로 앉아있네.

 

(嘯皐朴先生由諫院來荏此府余從學漢書于衙中時乙酉春也)소고박선생유간원래임차부여종학한서우아중시을유춘야

(소고(嘯皐) 박승임(朴承任) 선생께서 사간원(司諫院)을 거쳐 이곳 안동부(安東府)로 부임해 오셨기에

내가 관아(官衙)에 나아가 한서(漢書)를 배웠는데, 때는 을유(乙酉: 1585)년 봄이었다.)

 

無極驛次人韻(무극역차인운)

 

萬事爲爲不盡爲  (만사위위부진위)만사는 해도 해도 다 하지 못하고

二毛還減舊容儀  (이모환감구용의)중 늙은이라서 옛 행동거지들 줄어드네.

暮投殘驛行裝濕  (모투잔역행장습)저녁 무렵 잔역에 투숙하니 행장이 젖어

無極洞天春雨時  (무극동천춘우시)무극 동천에 봄 비 내릴 때이네.

 

次杜(차두)

 

泰運新王聖  (태운신왕성)태평한 기운에 새 임금이 성군이라

淸朝吉士稠  (청조길사조)그 당시 왕조에 훌륭한 선비 빽빽하고

延英開晝殿  (연영개주전)왕립 도서관인 연영전은 낮이면 열어

勤政御晨樓  (근정어신루)새벽부터 루에 임어하여 정무에 부지런하네.

 

學富爭交迪  (학부쟁교적)학식이 풍부하면 교제하기를 다투지만

謨明恥自休  (모명치자휴)꾀만 밝으면 부끄러워서 저절로 그치네.

無才將底用  (무재장저용)재주가 없으면 장차 낮게 쓰여져서

司果雪渾頭  (사과설혼두)6품직 사과(司果)로 온 머리가 희었네.

 

次古韻(차고운)

 

衰門科第幸  (쇠문과제행)영락한 집안에서 급제하니 다행이고

治世賤貧羞  (치세천빈수)치세에 빈천함은 수치라네.

英俊招盈幄  (영준초영악)영민하고 준수한 사람 부르니 장막 안에 넘치고

循良遍州  (순량인편주)선량한 사람 고을 두루 모으네.

 

寡知元坐拙  (과지원좌졸)근본 앎이 적으니 자리도 소용없고

興謗豈回修  (흥방개회수)비방 일으켰는데 어찌 수행으로 돌리나?

九未堂猶在  (구미당유재)구미당(九未堂)은 오히려 있는데

東華7不必留 (동화불필유)왕초 신선인 동왕공은 머물 필요도 없다네.

 

別權齊仲朴晦而(권제중과 박회이를 보내며)

 

男子功名要早成  (남자공명요조성)남자는 공명을 일찍 이뤄야 하지만

汗駒千里挾風鳴  (한구천리협풍명)천 리가는 한혈마는 바람 공명을 끼고

江生染筆元多彩  (강생염필원다채)강에 붓을 적시니 많은 문채가 생기듯

韓少臨場更勵精  (한소임장갱려정)한유도 과장에 임해 더 정력을 쏟았다네.

 

已信文章人怯敵  (이신문장인겁적)이미 믿는 문장은 적도 겁낸다니

不須占筮運徵亨  (불수점서운징형)점칠 필요도 없이 운수 형통함을 밝히오.

歸來二妙花交暎  (귀래이묘화교영)돌아와 두 묘한 꽃이 서로 비추어

應道英豪華鳳城  (응도영호화봉성)응당 도의 영웅호걸로 봉성을 빛내리.

 

近體題鳴巖亭8)記後(명암정 기문 뒤에 지은 근체시)

 

槐陰奇巖幾劫灰  (괴음기암기겁회)회나무 그늘 기암은 몇 겁의 석회로

自然成榭水西廻  (자연성사수서회)저절로 정자 이뤄 물은 서로 감돌고

秪今形勝坤難秘  (지금형승곤난비)지금의 좋은 경치 땅도 숨기기 어려워

終古登臨屋未開  (종고등임옥미개)항상 올라도 집은 열려있지 않네.

 

三架小亭應有待  (삼가소정응유대)세 칸 작은 정자 응당 기다림이 있어

一衾雙老共徘徊  (일금쌍로공배회)한 이불에 두 노인 같이 배회하고

更因得主名逾擅  (갱인득주명유천)다시 점점 주인 이름 차지함을 얻어서

俶聞知爲警俗雷  (숙문지위경속뢰)비로소 알게 되어 세상이 번쩍 놀라네.

 

桂玉歎次童曹(시량 귀한 탄식을 동조에 차운함)

 

小廚烟斷鼎生寒  (소주연단정생한)작은 주방 연기 끊어져 솥에는 냉기만

白屋生涯火食難  (백옥생애화식난)서민 생애 밥 익혀먹기 어렵네.

粒米束薪如可致  (입미속신여가치)쌀 한 톨, 섶 한 단을 준다면

玉猶能采桂猶攀  (옥유능채계유반)옥이라도 캐고 달에도 오르련만

 

次暘谷(차양곡)

 

鳩拙平生巢不定  (구졸평생소부정)평생 재주 없어 보금자리 정하지 못하고

去官無處臥淵明  (거관무처와연명)관직 떠나 거처 없이 귀거래 해 누웠네.

經營豈選藏修地  (경영개선장수지)일찍이 책 읽고 학문할 곳 골라 경영해

棲息還深慷慨情  (서식환심강개정)깃들어 사니 강개한 정이 도리어 깊네.

 

九未一身眞大歉  (구미일신진대겸)구미당에서의 일신은 참으로 큰 흉년이니

高官末路奈浮榮  (고관말로내부영)고관의 말로가 어찌 덧없는 영화일까?

小堂若得輸輿志  (소당약득수여지)만약 소당을 얻는다면 뜻을 실어 날라

千載應多講此名  (천재응다강차명)응당 영원히 이 이름으로 많은 강의하리.

 

輓具別坐忠胤9)(별좌 구충윤 만시)

 

庭府當年樂有賢  (정부당년낙유현)그 때 관청에는 현자가 있어 즐거웠는데

箕裘此日恨無傳  (기구차일한무전)가업을 잇는 이날 한을 전할 수 없네.

風煙一曲潭誰管  (풍연일곡담수관)일곡의 바람 연기 못은 누가 관리하며

松檜千章谷不遷  (송회천장곡불천)천장의 소나무 전나무 골은 못 옮기네.

 

別坐小官銘在  (별좌소관명재조)별좌란 작은 관직 명정 기에 있고

司徒佳壻哭營阡  (사도가서곡영천)교육 영상인 사위가 무덤가에서 곡하네.

人生七十元如夢  (인생칠십원여몽)인생 칠십은 원래 꿈같다지만

零孀奈可憐  (소차영상내가련)과부가 된 아가씨 가련하기만 하네.

 

葉古詩(감잎에 쓴 고시)

 

慈恩寺裡鄭先生  (자은사리정선생)자은사 뒤의 정선생

矹矹窮年何所業  (올올궁년하소업)올올한 한 평생 무슨 일을 했는지?

襟期遠慕古蒼頡10(금기원모고창힐)마음 다하여 옛 창힐을 깊이 사모하여

手把霜毫學書法  (수파상호학서법)흰 새 붓을 손에 쥐고 서법을 배우네.

 

園收葉貯滿屋  (원수시법저만옥)정원의 감 잎 주워 집안 가득 모아서

大書小書卽隨葉  (대서소서즉수엽)작고 큰 글씨 잎에 따르네.

團團素地善受墨  (단단소지선수묵)동글동글한 바탕이 먹을 잘 받아

筆落能令心畵燁  (필락능령심화엽)붓을 놓으면 마음 그림 빛나게 하네.

 

端楷奚但鳥迹成  (단해해단조적성)단정한 해서가 어찌 새 발자국만일까?

屈曲龍蛇騰復蟄  (굴곡용사등복칩)굴곡은 용사가 올랐다가 숨는 듯하네.

乾乾日夕葉葉功  (건건일석엽엽공)밤낮 쉼 없는 잎마다의 공이고

妙去還尋神境入  (묘거환심신경입)묘한 운필 또 신의 경지 들어감을 찾네.

 

終然三絶擅才名  (종연삼절천재명)마침내 3절이란 재주 있는 이름을 물려줘

千古臨池嗟莫及  (천고임지차막급)먼 훗날의 글씨 연습 감탄 막급이네.

誰知片葉中做來  (수지편엽중주래)누가 조각 잎 속에서 지은 줄 알리오?

筆法直過來禽帖  (필법직과래금첩)곧게 간 필법이 금첩에서 왔다네.

 

溪藤必用金錢買  (계등필용금전매)시내 등은 반드시 돈으로 사서 쓰지만

素縑況復供能給  (소겸황복공능급)흰 비단은 다시 더 공급해 줄 수 있고

取之無禁用不竭  (취지무금용불갈)주워 옴을 막지 않는다면 다 쓰지 못하고

不亦悅乎11先生習(불역열호선생습)선생 따라 익힘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次蘆川僧軸韻(노천의 스님 시축 운에 차운함)

 

水勢山形冠海東  (수세산형관해동)수세와 산 모양이 해동의 으뜸이고

煙霞無主荻千叢  (연하무주적천총)주인 없는 자연에 물억새만 천 떨기네.

詞仙晩卜淸流際  (사선만복청류제)늦게 신선에 알려 잡은 데라 청류 사귀어

韻釋新營絶峙中  (운석신영절치중)맨 꼭대기에 새로 지어 운을 따르네.

 

石室道名非佛制  (석실도명비불제)석실이란 법명은 불교식이 아니고

巖臺天作少人功  (암대천작소인공)저절로 된 암대라 사람이 공들인바 적어

百年勝事能護創  (백년승사능호창)백년의 뛰어난 일은 세워서 지킬 수 있고

物外閑蹤同不同  (물외한종동부동)속세 벗어난 한가한 자취 같아도 다르네.

 

輓朴陽甫燧(양보 박수 만시)

 

玉樹靑春半夜摧  (옥수청춘반야최)고결한 청춘이 한 밤중에 꺾어져

天生秀質鬼何猜  (천생수질귀하시)빼어난 자질이라 귀신이 시기함인가?

人言舊井君宜舍  (인언구정군의사)옛 우물이라 했지만 그대는 사양하고

自謂先基我可恢  (자위선기아가회)선조의 기틀이라 자위하여 나도 넓어졌네.

 

臥豹12十年文欲變(와표십년문욕변)엄혹한 관리의 10년 글도 변하고 싶어

騁駒千里路方開  (빙구천리로방개)야생마를 찾아서 천리 길을 뚫었네.

可憐寘漢封還促  (가련치한봉환촉)가련하게도 이사람 무덤 돌아가길 재촉해

留與孤鸞不盡哀  (유여고란부진애)남은 과부와 함께 슬픔 이기지 못하네.

 

輓成宣傳鐸(선전관 성탁 만시)

 

長安悤相見  (장안총상견)서울서 급하게 만난

嶺外一源親  (영외일원친)영남 바깥의 한 원류의 친척으로

弧矢追先業  (호시추선업)활과 화살처럼 선대의 업적을 따라

官衙卽近臣  (관아즉근신)관아는 바로 근신이었네.

 

可憐初拜闕  (가련초배궐)가련하게도 처음 대궐에 인사하고

旋作未訛身  (선작미와신)돌아서버린 건 잘못된 행신이 아니고

千里孤魂返  (천리고혼반)천리의 외로운 영혼이 돌아오기를

其如倚閭人  (기여의려인)기다림은 문 기다리는 어머니 마음 같다네.

 

次架上鷹(시렁 위의 매에 차운함)

 

役役人間鳥  (역역인간조)사람이 심력을 기울인 새는

悠悠物外心  (유유물외심)유유히 속세 벗어난 마음이라

春風如鮮絆  (춘풍여선반)봄바람이 산뜻하게 감싸면

後可戒斯今  (후가계사금)훗날 지금을 경계할 수 있으리.

 

次洛下李子陵景嚴13)(락하 자릉 이경엄의 운에 차운함)

 

萬事皆關數  (만사개관수)모든 것이 운수에 관계되지만

人心却有機  (인심각유기)인심은 생활력 있음을 물리치네.

平生無  (평생무도축)평생 의심 없음을 쫒아서

此日就噓吹  (차일취허취)오늘날 서로 도와 추천하게 이르네.

 

未着衙帽  (미착추아모)관모 쓰지 않음을 취택하여

方開望野扉  (방개망야비)막 열고 시골집 바라보네.

淸詩帶香至  (청시대향지)맑은 시는 향기 띠어 오고

重荷深知  (진중하심지)보배처럼 중한 책망 깊이 알겠네.

 

文廟次車太常(문묘서 봉상시 첨정 차천로14)에 차운함)

 

千古尊師屈帝王  (천고존사굴제왕)만고의 스승으로 존경받아 제왕도 꿇리고

萬邦今日共焚香  (만방금일공분향)만방에서 오늘날 다 같이 분향하네.

敍明典禮天人極  (서명전례천인극)차례에 밝은 전례로 인사를 다하여

垂耀文章宇宙光  (수요문장우주광)빛 드리운 문장은 우주에 빛나네.

 

淸廟夜闌鐘磬罷  (청묘야란종경파)엄숙한 영전의 밤 난간 종과 경쇠도 그쳐

曠庭秋早檜杉凉  (광정추조회삼량)초가을 넓은 뜰 노송 삼나무가 서늘하네.

駿奔無射皆時俊  (준분무사개시준)질주하며 활 안 쏘아도 다 좋고 훌륭해

何幸龍鐘忝庶常  (하행용종첨서상)실의한 욕된 관리에게 어찌 다행 아니리?

 

次李叔平埈韻(창석(蒼石) 숙평 이준15) 운에 차운함)

 

三春當日養連枝  (삼춘당일양연지)봄날 당일 형제자매가 봉양해

先後榮筵耀盛輝  (선후영연요성휘)앞뒤 영광된 자리 성대히 빛났네.

請看北堂雙鶴髮  (청간북당쌍학발)모친을 청해 뵈니 둘 다 백발이라

人生八十古來稀  (인생팔십고래희)인생 80은 예로부터 드물다네.

 

次韻(차운)

 

霜滿江天鴈叫秋  (상만강천안규추)서리 찬 강 하늘에 기러기 우는 가을

夕陽長笛送行舟  (석양장적송행주)석양의 긴 피리 가는 배를 전송하고

白雲嶺外吾親在  (백운령외오친재)흰 구름 걸린 고개밖엔 내 어버이 계신데

何事君歸我獨留  (하사군귀아독류)어찌 그대는 돌아가고 나 혼자 남는가?

 

次疎庵韻(소암 임숙영16)에 차운함)

 

琅琅牙韻八期聽  (낭랑아운팔기청)낭랑한 아운 8년이나 들리고

不啻巖僧喚主惺  (불시암승환주성)암자의 스님이 많아 주인 불러 깨우네.

自笑風埃顚倒了  (자소풍애전도료)속세가 전도되어 버림에 스스로 웃고

相望咫尺隔參星  (상망지척격삼성)지척에서 삼성처럼 멀리 서로 바라보네.

 

偶然題句自成聲  (우연제구자성성)우연히 지은 구절 절로 운률 이뤄져

辭意還能出性情  (사의환능출성정)사임 의사 되돌려서 성정을 부릴 수 있네.

我去皇都如有問  (아거황도여유문)내가 북경에 가서 들은 바와 같이

海東雄筆說君名  (해동웅필설군명)우리나라의 명필이라 그대 이름을 말했네.

 

覲程次琴彦康愷(근친가는 언강 금개17)에게 차운해 줌)

 

遠將門外感君情  (원장문외감군정)문밖으로 장차 멀리 갈 그대 감정은

溪柳山花惹恨生  (계류산화야한생)산꽃 실버들이 한스러워 어지럽겠지.

鶴髮南州相見了  (학발남주상견료)남주의 학발을 서로 만나고 나면

還從白日任葵傾  (환종백일임규경)다시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겠지.

 

送卞誠之赴關東幕(관동막료로 가는 변성지를 보내며)

 

大丈夫今底事堪  (대장부금저사감)사나이로서 이번 일 어찌 견디리?

薇垣栢府只革銜  (미원백부지혁함)사간원 사헌부가 다만 직함만 바꿔

欲行小惠專城如  (욕행소혜전성여)작은 혜택으로 온 성을 가지려고

加飽奇觀佐幕甘  (가포기관좌막감)배부르고 좋은 경치 보는 비장이 좋다네.

 

山水海區眞勝地  (산수해구진승지)산수 경치와 바다는 참으로 명승지라

蓬瀛仙伴有童男  (봉영선반유동남)신선이 사는 봉래 영주라 동남도 있을 터,

賦遊去君何幸  (부유지거군하행)그대는 다행히 바람 잔데 시가 읊으니

不佩銅章我却慚  (불패동장아각참)구리 도장 차지 않아 난 부끄럼 떨치네.

 

遊伽倻山次韻(가야산을 유람한 차운)

 

飽聞海印勝  (포문해인승)해인사가 명승지란 말 실컷 들어서

恨未斷塵緣  (한미단진연)속세 인연 끊지 못해 한하다가

忙裏偸閑日  (망리투한일)바쁜 중에 한가한 날을 내어

公餘着晩鞭  (공여착만편)공무 미루고 늦게 채찍을 들었네.

 

水呵知謝容  (수가지사용)물소리는 물러남을 아는 모양이고

巖峻爲藏仙  (암준위장선)높은 바위는 신선이 숨을 만 하고

學士臺猶古  (학사대유고)학사대는 옛 그대로

懸琴月幾娟  (현금월기연)가야금 매단 달은 얼마나 예쁜지.

 

伽倻山面目  (가야산면목)가야산의 모습을

昔聞今見之  (석문금견지)옛 부터 듣고 지금 보러 가니

巖巖皆道趣  (암암개도취)바위마다 모두 도를 향하니

俗子也誰知  (속자야수지)속인들이야 누가 알리오?

 

古古前朝寺  (고고전조사)옛날 옛적 고려 때의 절엔

閑閑聖代僧  (한한성대승)조용하고 침착한 태평성대의 스님들이

遊仙問何處  (유선문하처)신선 놀음을 어디서 하느냐 묻기에

笑指白雲層  (소지백운층)웃으며 흰 구름층을 가리켰네.

 

壽席次韻(수연에서 차운함)

 

爲借公庭肆壽筵  (위차공정사수연)관청 뜰을 빌러 수연을 펴니

畵樽如海海棠前  (화준여해해당전)바다 같은 화려한 술잔 해당화 앞 인양

三春未老韶華動  (삼춘미로소화동)봄날처럼 늙지 않은 청춘이 동하고

寸草方榮棣萼連  (촌초방영체악연)작지만 한편 빛나는 형제의 정 이어지네.

 

祝壽直期千歲日  (축수직기천세일)천년을 바로 하루 같으라고 축수하고

霈恩遙自九重天  (패은요자구중천)넘치는 은택이 구천을 흔들기 시작하여

傍人休道昔年事  (방인휴도석년사)남들도 옛날 일을 말하지 말라니

從古悲歡儘有緣  (종고비환진유연)옛날 따라 슬프고 기쁜 인연이 다 있었네.

 

贈權生赫(권혁에게 줌)

 

從來世路險  (종래세로험)세상 길을 따라 오면 험난하니

君子要安行  (군자요안행)군자는 안전한 길을 요한다네.

向裏工夫在  (향리공부재)마음 공부에 있어서는

寧論反覆情  (영논반복정)논리는 차라리 근본을 뒤집는 것이라네.

 

贈別(헤어지면서 줌)

 

落日携掃袂  (낙일휴소몌)석양에 이별하여 떨어져서

寒香對晩花  (한향대만화)철 늦은 꽃의 찬 향기를 대하네.

交情老更切  (교정로경절)사귀는 정은 늙을수록 다시 간절하고

世路險仍斜  (세로험잉사)세상 살이 험하고 비탈길이네.

 

好惡人同我  (호오인동아)좋아함과 싫어함은 나와 남들과 같지만

公私國異家  (공사국이가)공과 사는 나라일과 집안일이 다르네.

行藏愼復愼  (행장신복신)행신을 숨겨서 삼가고 또 삼가서

不必慕榮華  (불필모영화)영화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네.

 

輓朴都事汝仁(여인 박선장(朴善長18)도사 만시)

 

九原長路起悲風  (구원장로기비풍)길고 긴 무덤길에 슬픈 바람이 일고

萬事人間一夢空  (만사인간일몽공)인간 만사가 일장춘몽처럼 공허하네.

甘苦禮圍平日伴  (감고예위평일반)평소의 동무로 달고 쓴 예를 지키며

醉醒公舊年同  (취성공관구년동)공관에서 취하고 깬 일이 옛날 같은데.

 

晩來榮祉鄕稱碩  (만래영지향칭석)만년에 온 영록은 석학으로 칭송하고

老去文章我許工  (로거문장아허공)문장은 늙어가며 내 공부 허용했네.

多少慈闈晨夜職  (다소자위신야직)자당 돌보느라 다소 밤낮 소임 맡아

托傳猶幸有三公  (탁전유행유삼공)다행히 삼공이 있어서 전해지길 바라네.

 

金烏山次韻(금오산차운)

 

首陽山與金烏峀  (수양산여금오수)수양산과 금오산의 바위굴은

若較高低竟孰加  (약교고저경숙가)높낮이가 어느 것이 더할지 비교한다면

博大九州千古後  (박대구주천고후)넓고 큰 이 땅 천년 후에나

會看蒼壁更巍峩  (회간창벽갱외아)푸른 벽을 마주보니 다시 우뚝 솟았네.

 

次謝金汝精送硯(벼루를 보내준 김여정에 사례 차운)

 

故人寄硯來  (고인기연래)옛 친구가 부친 벼루가 오니

慰我文房寂  (위아문방적)적적하던 내 문방구가 위로되네.

簿牒沒白頭  (부첩몰백두)늙은이가 장부책에 몰두하여

得之終何益  (득지종하익)얻는 것이 있다한들 끝내 무슨 이득이 될까?

 

河濱李正字草堂次韻(하빈의 이정자 초당에 차운함)

 

匹馬長郊路  (필마장교로)필마로 긴 시골길을 가니

東風欲暮天  (동풍욕모천)동풍불고 하늘에 해 지려고 하네.

草堂邀過客  (초당요과객)초당에서 과객을 맞이하려고

江角歸船  (강각의귀선)강모서리에 돌아가는 배를 대네.

 

把酒靑人眼  (파주청인안)친밀한 벗이 술을 잡으니

籠流白野烟  (롱유백야연)연기가 흰 들판을 감싸 안네.

留連今夕會  (유연금석회)못가고 머뭇거리는 오늘 저녁 모임은

何似去年筵  (하사거년연)어찌 흡사 작년의 연회 같은가?

 

次張仲順韻兼示金行初

(중순 장제원(張悌元19)운에 차운하여 김행초에게 보임)

 

玉山君與行初隣  (옥산군여행초린)옥산 장제원군과 행초는 이웃에 살며

晩竹相逢欠一人  (만죽상봉흠일인)만죽을 만나면 굽히는 한 사람.

把酒何時俱眼碧  (파주하시구안벽)술잔 잡으면 언제나 은근한 눈빛으로

賞花須洛江春  (상화수진락강춘)봄꽃 감상하러 슬슬 낙동강으로 가네.

覺華寺次僧軸韻  (각화사 스님의 시축에 차운함)

 

三十年前讀書寺  (삼십년전독서사)30년 전에 독서하던 절을

重來此日感懷深  (중래차일감회심)이날 다시 오니 감회가 깊어지네.

老禪已古少禪老  (노선이고소선로)노승은 이미 고인됐고 젊은 선승도 늙어

佛頭惟見舊時金  (불두유견구시금)불두엔 오직 옛날의 금륜만 보이네.

 

贈金善元(김선원에게 줌)

 

君家花草龜城最  (군가화초구성최)그대 집의 화초는 영주서 가장 좋아

梅月淸宵幾把盃  (매월청소기파배)5월 맑은 밤 몇 번이나 술잔을 들었지.

詠嘯一軒須掃灑  (영소일헌수소쇄)모름지기 청소한 일헌에서 읊조리려고

秋風我且去徘徊  (추풍아차거배회)가을 바람에 내 또 가려고 서성이네.

 

留寄霞鶩主人(하목 주인집에 묵으면서)

 

北去南來歲月遒  (북거남래세월주)북으로 갔다가 남으로 오며 세월만 가고

思君不見過三秋  (사군불견과삼추)임금 그리며 못 본지 3년이나 지났네.

偸閑此日尋霞鶩  (투한차일심하목)겨를을 내어 이날 하목을 찾으니

風滿空庭竹自脩 (풍만공정죽자수)바람 가득한 빈 뜰에 대만 자라고 있네.

 

若木縣李同知家次張仲順

(약목현 이 동지사 집에서 중순 장제원 운에 차운함)

 

漁魚水在前  (어어수재전)물고기 잡는 강이 앞에 있고

採菜山在後  (채채산재후)나물 뜯는 산이 뒤에 있는 곳에

主人卜居戶  (주인복거호)주인이 살 집을 골라 지어놓아

客來延佇久  (객래연저구)손님들 와서 연이어 머문지 오래라

滿盤風味足  (만반풍미족)소반 가득 맛깔스런 풍미 족하니

肯辭盃入手  (긍사배입수)술잔에 손댐을 사양함이 옳으리.

 

右贈李同知  (위는 이 동지부사에게 준 시)

 

心交無少長  (심교무소장)마음으로 교제함은 노소가 없어서

相從亂前後  (상종난전후)상종함이 전후가 헷갈리네.

三十有餘年  (삼십유여년)30여 년 동안

悲懽經各久  (비환경각구)기쁨과 슬픔을 각각 오래 겪었네.

恥看末路人  (치간말로인)말로에 부끄러움을 보인 사람들

爭飜雲雨手  (쟁번운우수)세력 성함에 다투어 손을 뒤집네.

 

右贈張上舍  (위는 진사 중순 장제원에게 준 시)

 

次張仲順贈別柱宇20)

(주우와 헤어지며 장중순에 차운하여 줌)

 

伴鶴前宵合  (반학전소합)반학 장중순과 전날 밤에 만나서

阿豚此日分  (아돈차일분)아들과 오늘 헤어지네.

悲懽本不定  (비환본부정)슬픔과 기쁨은 본래 정해짐이 없지만

悵望去來雲  (창망거래운)창연히 가고 오는 구름만 바라보네.

 

伴鶴悌元別號(반학은 장제원의 별호임)

 

仲秋送柱宇之京(8월에 주우를 서울로 보내며)

 

送汝登東樓  (송여등동루)너를 동루에 오르라고 보내니

雲收天歸秋  (운수천귀추)하늘은 구름 거두어 가을로 돌아가는구나.

錦還猶外事  (금환유외사)금의환향은 오히려 겉 일로 하더라도

且自愼交遊  (차자신교유)스스로 삼가고 교유도 신중히 하거라.

 

和謝李樂夫(이요부에게 사례하며 화답함)二首(2)

 

命駕我未先  (명가아미선)나는 먼저 길 떠날 차비를 못했는데

寄詩君不後  (기시군불후)부탁한 시를 그대는 늦지 않았네.

自恨交際疎  (자한교제소)교제 소원했음을 스스로 한탄하면서

更信相知久  (갱신상지구)서로 안지 오래임을 다시 믿게 되네.

何時洛江畔  (하시낙강반)언제나 낙동강 물가에서

重携舊年手  (중휴구성수)작년의 손을 다시 잡아 볼까나?

 

幾年場屋中  (기년장옥중)여러 해 시험장 속에서

追隨上舍後  (추수상사후)진사의 뒤를 뒤따랐었지요.

不謁江右雄  (불알강우웅)경상 우도의 영웅을 뵙지 못하여

尙此沈淪久  (상차침륜구)항상 이렇게 깊이 잠김이 오래네.

大才莫能售  (대재막능수)큰 재주를 팔수는 없지만

可惜經濟手  (가석경제수)경제 수완은 안타깝기만 하네.

 

次贈朴吏部(박이부에게 차운하여 줌)

 

高名騰免榜  (고명등면방)명성이 높이 올랐음에도 과거를 안보고

韻姓煥鷄林  (운성환계림)성명 울림이 우리나라에 빛났네.

海內求挹面  (해내구읍면)나라 안에 인재를 구하니

都中賞越音  (도중상월음)계원 전부 월나라 노래를 감상하네.

 

士稱一世最  (사칭일세최)선비들이 당대의 최고라고 칭하자

聲達九重深  (성달구중심)명성이 궁궐에까지 전달됐네.

繩糾言超古  (승규언초고)과실을 바로 잡는 말 고금을 넘어

銓衡事冠今  (전형사관금)전형하는 일이 지금 관직이네.

 

爲臣期得失  (위신기득실)신하는 기회의 득실이 되고

結友肯須金  (결우긍수금)친구 맺음은 반드시 금석처럼 해야지.

赤舌21非身累(적설비신루)모함하는 참언이 자신의 허물이 아니라고

丹田信帝臨  (단전신제임)단전에 믿는 상제가 임해 있네.

 

尺疏辭闕日  (척소사궐일)대궐에 긴 사직 상소 올리던 날

天監倚閭心  (천감의려심)상제도 문 기다리는 어머니 마음을 감시했네.

驛路春花媚  (역로춘화미)역로에는 봄꽃이 아름답고

庭筵夜月侵  (정연야월침)마당의 연회는 밤 달을 먹어드네.

 

新恩翁整笏  (신은옹정홀)신은행차에 옹의 홀들 정연하고

餘福穉牽衿  (여복치견금)남은 복은 옷깃 끄는 어린것들.

盛蹟行輸史  (성적행수사)성대한 치적은 역사로 날라 가고

荒詞試吐襟  (황사시토금)거친 사설로 흉금 토로를 시험하네.

 

次贈辛麟伯(신인백에게 차운하여 줌)

 

多君匹馬冒炎程  (다군필마모염정)벗들은 더위 무릅쓰고 말 타고 왔건만

病我寧辭倒  (병아녕사도사영)병든 난 진심으로 손님을 맞을 수 없네.

半世風塵俱雪鬢  (반세풍진구설빈)풍진 세상의 반백년 동안 머리만 희고

百年蘭契自書生  (백년난계자서생)백년의 좋은 모임 절로 글이 나오네.

 

題詩尙有當時調  (제시상유당시조)시는 항상 당시의 운조로 짓고

把酒仍言舊日征  (파주잉언구일정)술잔 잡고 하는 말은 옛날로 가네.

靑眼卽今還惜別  (청안즉금환석별)은근한 정 나누다 지금 바로 석별하니

可能重訪秋淸  (가능중방진추청)맑은 가을에 다시 찾아 올 수 없겠나?

 

城山會口占(성산 모임에서의 즉흥시)

 

一朶城山壓兩川  (일타성산압양천)한 가지 성산이 두 강을 누르고

千年遺迹憶孤仙  (천년유적억고선)천년의 남긴 자취 고선을 추억하네.

淸和偶酌西臺上  (청화우작서대상)4월에 서대 위에서 같이 술잔 나누니

雲作奇峯聳晩天  (운작기봉용만천)구름도 뭉실뭉실 저녁 하늘에 솟네.

 

魯叟當年歡逝川  (노수당년환서천)공자님도 당시에 흐르는 냇물 좋아해

漢皇何必謾求仙  (한황하필만구선)진시황은 하필 신선 구한다고 속였나?

逢場且好開心曲  (봉장차호개심곡)이 마당에 또 좋은 개심곡을 만나니

萬事人間摠付天  (만사인간총부천)인간 만사 모두 하늘이 준다네.

 

諸友稱門生壺榼來會時旱甚適喜雨而賦之

(여러 벗들이 제자라 칭하며 통과 항아리를 갖고 온 모임에서 가뭄이 심하던 차에 마침 단 비가 와서 지은 시)

 

當年時雨化22云誰 (당년시우화운수)올해 교화 널리 미친다고 누가 말했나?

喜見行雲過水湄   (희견행운과수미)물가로 흘러가는 구름을 기쁘게 보네.

一陣沛然蘇物我   (일진패연소물아)한줄기 소나기가 만물과 나를 소생시켜

方知此會世間稀   (방지차회세간희)이제 이런 모임이 세상에 드묾을 알리라.

 

與李君顯彦英23)李茂伯潤雨24)兄弟李新之濯都諧仲汝兪25)旣送先生還泊沙門次韻

(군현 이언영,무백 이윤우 형제와 신지 이약,해중 도여유와 같이

선생님(寒岡)을 보내드리고 사문으로 돌아와 묵으며 차운함.)

 

晩風吹雨度芳洲  (만풍취우도방주)저녁 바람이 비를 향초 섬으로 건너 불고

更泛中流別後舟  (갱범중류별후주)중류에 배 띄우니 따로 뒤에 배있네.

不須催向前村宿  (불수최향전촌숙)앞 마을에 가서 자길 재촉하지 않아도

誰復明朝辦裝遊  (수복명조판장유)누가 또 내일 아침 여장 갖춘 놀이 할까?

 

東溪吟贈李士厚26)(동계에서 읊어 이사후에게 줌)

 

泉石端宜一畝宮  (천석단의일무궁)산수가 단아한 30여 평의 집에

蔭庭杉老翠含風  (음정삼로취함풍)그늘진 뜰 늙고 푸른 삼나무 바람 머금고

多君此日重修意  (다군차일중수의)여러 벗들 이날 뜻을 다시 고치니

還愧文翁脫着  (환괴문옹탈착공)문옹이 부끄러워져 지팡이 벗어 던지네.

 

次贈李上舍命龍(이명룡 진사에게 차운하여 줌)

 

城本無常主  (성본무상주)성에는 본래 주인이 무상하니

吾何有此民  (오하유차민)나도 어떻게 이 백성으로 있지 않은가?

衡門歸去後  (형문귀거후)은자의 집으로 돌아간 뒤에는

只可命車巾  (지가명거건)다만 임금이 내리는 명령이 있어야 가능하지.

 

玉山次張仲順悌元(옥산원 중부 장제원에 차운함)

 

輕舟行色白鷗知  (경주행색백구지)가벼운 배의 행색을 백구는 알리라.

江上飄飄風吹衣  (강상표표풍취의)강 위엔 펄럭펄럭 옷깃에 바람이 부네.

多謝故人來別我  (다사고인래별아)벗들이 와서 날 작별하니 매우 감사한데

爲題佳句更華歸  (위제가구갱화귀)좋은 글귀 지으니 다시 화려히 돌아가네.

 

次崔上舍恒慶27)(최항경 진사에 차운함)

 

風雨城中苦聚頭  (풍우성중고취두)비바람의 성중에서 머리 모으기 괴로워

靳將離席展江頭  (근장이석전강두)자리 떠서 강 머리에 가슴걸이 펼치네.

寧知匹馬吾行李  (녕지필마오행리)정녕 필마로 가는 내 짐을 아는가?

君疴未擧頭  (각진군아미거두)못간 그대는 병으로 머리 들지 못했네.

 

次崔(최은에 차운함)

 

輿戀空勞舊守前  (여연공로구수전)공연히 옛것을 지켜 가마 좋아하다가

歸程己斷洛江邊  (귀정기단낙강변)낙동강 변에 돌아갈 길 이미 끊겼네.

堪誇牒訴無吾惱  (감과첩소무오뇌)과장된 소송 견디느라 내 번뇌 없어지고

猶憶情杯與子傳  (유억정배여자전)정다운 축배 기억을 그대와 함께 전하네.

 

政積不仁元有愧  (정적불인원유괴)어질지 못한 정무가 쌓여 본래 부끄러워

毁來非實奈求全  (훼래비실나구전)사실 아닌 헐뜯음에 온전함을 구하리?

世間萬事皆泡幻  (세간만사개포환)세상살이 만사가 다 물거품과 환형인 걸

笑把榮枯付碧天  (소파영고부벽천)영고성쇠 잡고 웃도록 하늘에 부탁하네.

 

鄕堂九老會次柱宇韻(향당 구로회서 주우 운에 차운)

 

衰盛人間若轉輪  (쇠성인간약전륜)인간의 영고성쇠는 마치 수레바퀴 같아

太平行樂此時新  (태평행락차시신)태평한 행락이 이 때 새롭네.

窮懽摠是庭中寶  (궁환총시정중보)기쁨 다한 이 모든 마당의 보배는

起舞誰非席上  (기무수비석상진)춤추는 누가 아니라 바로 상석의 보배지.

 

揷花前夜猶仍在  (삽화전야유잉재)전날 밤에 꼽은 꽃은 오히려 그대로 있고

浮白今朝也飮勻  (부백금조야음균)부옇게 뜬 오늘 아침엔 고루 마시네.

是是非非空自擾  (시시비비공자요)시시비비는 공연히 절로 어지럽고

且須終作醉鄕人  (차수종작취향인)또 종내는 반드시 취한 시골 사람 만드네.

 

輓宋僉知從祖(첨지 송종조 만시)

 

拔貧長務從宜  (발빈장산무종의)가난 면하려 오래 계산 업무에 종사해

處富還能散以施  (처부환능산이시)부자가 되자 다시 재물 흩어 베풀었네.

畝畝收功盈室庚  (묘묘수공영실경)이랑마다 거둬들여 곳간 가득 이어져

干戈給餉遍公私  (간과급향편공사)공사로 두루 전쟁 군량미를 보급했네.

 

一資通政寧云報  (일자통정녕운보)통정대부로 한 자급 보답 받았다고

七十生平也可悲  (칠십생평야가비)70 평생이 평탄해도 슬프기만 하네.

福慶將來知底托  (복경장래지저탁)경사와 복은 장래 밑에 의지함을 알아

滿庭蘭玉有孫兒  (만정난옥유손아)마당 가득 난옥 같은 아들 손자들이네.

 

輓尹希賢慈闈(윤희현의 자당 만시)

 

卄餘年寡婦  (입여년과부)20여년을 과부로 살며

五十四人生  (오십사인생)54년을 산 인생이네.

善哭城崩盡  (선곡성붕진)많은 곡은 붕성지통을 다한 곡성이었고

沈吟劒化輕  (침음검화경)깊은 신음은 칼보다 가볍게 됐네.

 

旌褒夫人節  (정포부인절)부인의 정절을 정려 포상했고

弔怳子孫誠  (조황자손성)멍하니 조상하는 자손들 정성스러우니

好向重泉下  (호향중천하)구천에 잘 가셔서

更調如鼓聲  (갱조여고성)다시 부부 화락하소서.

 

(希賢父欽信以兵戰死于壬辰倭亂朝廷旌閭)희현부흠신이병전사우임진왜란조정정려

(희현의 부친인 윤흠신은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전사하여 조정에서 정려했다.)

 

輓金首善(김수선 만시)

 

春風初弔棘欒形  (춘풍초조극란형)봄바람의 첫 조문은 가시마저 파리한데

此日還驚葬在明  (차일환경장재명)다시 놀란 이날 장사에 광명이 있네.

斷指血誠嗟莫驗  (단지혈성차막험)손가락 자른 피의 정성도 효험 없이

茫茫天地孝孤情  (망망천지효고정)망망한 천지에 효정만 외롭네.

 

(金公眼中病劇其第二子斷指和藥以進未見其效)금공안중병극기제이자단지화약이진미견기효

(김공이 눈병이 극심하여 그 둘째 아들이 단지(斷指)를 하여 약에 섞어 드렸으나 그 효험을 보지 못했다.)

 

昌海口占(창해(문암)서원28)에서의 즉흥시)

 

拓基當日限非時  (척기당일한비시)터 닦던 당일은 이 때만은 아닌데

駿走如今喜得依  (준주여금희득의)분주히 달려온 지금처럼 기쁨을 얻네.

寄語諸君須看力  (기어제군수간력)제군들께 꼭 힘써 보라고 부탁하는 말로

年年庭檜長新枝  (년년정회장신지)해마다 뜰의 회나무는 새 가지가 자라네.

 

次司馬29)會韻(사마회의 운에 차운함)

昔琴進士聾叟元貞30)病臥無盡藏齋舍一時司馬諸賢壺榼往慰聾叟以故人誠信病中知一句作詩以謝之厥後

석금진사롱수원정30)병와무진장재사일시사마제현호합왕위롱수이고인성신병중지일구작시이사지궐후

次而和之者相繼今其遺風餘韻足以起後人感于中也肆於今司馬之會次其韻

차이화지자상계금기유풍여운족이기후인감우중야사어금사마지회차기운

(옛날에 농수(聾叟) 금원정(琴元貞) 진사가 병으로 무진장(無盡藏) 재사(齋舍)에 누워 있자 일시에

사마(司馬)동방(同榜)의 제현들이 술과 안주를 들고 농수(聾叟:금원정)를 위문 갔었는데,

농수(聾叟)는 친구들의 정성에 병중임에도 시() 한 수를 지어서 사례를 하자 그 다음에

화답하는 사람들이 서로 이어져서 지금 그 유풍(遺風)의 여운이 남아 족히 후인들의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지금 사마회(司馬會)에 그 운으로 차운한다.)

 

後來繼往先  (후래계왕선)뒤에 온 사람은 앞서 간 사람을 이어가는 것이

事物當然故  (사물당영고)사물의 당연한 까닭이니

稧會古如斯  (계회고여사)계 모임이 이처럼 옛날과 같으니

須知朋友道  (수지붕우도)반드시 붕우의 도를 알리라.

 

莫道盃盤侈  (막도배반치)잔과 반찬이 사치라고 하지 마오.

要看上舍誠  (요간상사성)진사의 정성을 볼 필요가 있다오.

溪山春歆暮  (계산춘흠모)산과 시내에는 봄이 저물려고 하는데

花柳摠新情  (화류총신정)아름다운 꽃과 버들은 다 새로운 정이네.

 

昔曾有英豪  (석증유영호)옛날에는 영웅호걸이 있었지만

今豈無才俊  (금개무재준)지금은 어찌 준재도 없는가?

才俊繼英豪  (재준계영호)준재가 영웅호걸을 이어간다고

春風講大信  (춘풍강대신)봄바람이 큰 믿음을 강의하네.

 

太守病先歸  (태수병선귀)태수는 병으로 먼저 돌아가고

却敎民不病  (각교민불병)도리어 백성 교화하면 병도 안 들 텐데.

擧白欲黃昏  (거백욕황혼)잔 들어 술 권하니 황혼이 되려 하고

前庭花月影  (전정화월영)앞뜰의 꽃은 달그림자 드리우네.

 

老螭非司馬  (노치비사마)노치는 진사가 아니지만

寧辭酒一中  (녕사주일중)어찌 한 속에서 술을 사양하랴?

誰我又誰物  (수아우수물)내가 누구고 또 어떤 물건인가?

相忘醉興濃  (상망취흥롱)서로 잊고 취흥만 짙어지네.

 

東郊喜逢雨  (동교희봉우)동교에서 기쁜 비를 만나니

西稼占如茨  (서가점여자)서쪽 벼가 가시처럼 지키네.

眼前山萬丈  (안전산만장)눈 앞의 산이 만 길인지

昏昏醉不知  (혼혼취부지)가물가물 취해서 도통 모르겠네.

 

又題五言一律以要僉和(51율로 지어 화답함)

 

司馬周餘制  (사마주여제)사마는 주나라가 남긴 제도이고

登龍宋後規  (등룡송후규)등용문이 된 건 송나라 이후의 규정이지.

太平猶此會  (태평유차회)태평은 마땅히 이 모임이어야 하고

朋酒幸重持  (붕주행중지)다행히 벗이 술을 거듭 가져왔네.

 

花雨春三月  (화우춘삼월)꽃비가 내리는 춘3

笙歌夜二時  (생가야이시)생황에 맞춰 노래하는 밤 이경에

繼懷各盡暢  (계회각진창)이어진 회포를 각각 다 펼치며

滿酌不須辭  (만작불수사)가득 찬 술잔을 사양하지 않네.

 

次權晦甫克明31)(회보 권극명에 차운함)

 

十年遊子阻桑鄕  (십년유자조상향)10년의 벗이 가난한 시골을 걱정하며

漢北江西役宦場  (한북강서역환장)이북과 강서에서 벼슬 마당의 역할로

波積國恩空髓浹  (파적국은공수협)쌓인 나라 은혜 빈 골수에 미치는데

案堆官牒奈懷裝  (안퇴관협나회장)관첩에 쌓인 관안 어찌 마음 꾸미나?

 

歸來白首營新計  (귀래백수영신계)백수로 돌아와 새로운 경영을 계획하여

爲卜靑山近舊庄  (위복청산근구장)청산에 복축을 하니 옛집과 가깝네.

得意盤貪可樂  (득의반거탐가락)소반 고리에 만족하여 즐거움을 탐하다가

庭闈還恨壽停觴  (정위환한수정상)부모님 수가 한이 되어 되레 잔을 멈추네.

 

謝人送酒(술 보내준 분께 감사)

 

窮閭稀見客  (궁려희견객)가난한 마을에 손님 보기 드문데

兀坐獨燒香  (올좌독소향)오뚝 앉아서 홀로 향을 피우네.

取醉非關酒  (취취비관주)취하는 것은 술 관계가 아니라

開懷數擧觴  (개회삭거상)소회를 펴려고 자주 술잔을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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遺經咀覺味  (수경저각미)경전을 따라 씹으면 맛을 느끼고

聖訓佩知香  (성훈패지향)성인의 가르침은 지혜의 향기를 차네.

白首心偏醉  (백수심편취)백수의 마음이 한 쪽으로 취하니

中和挹滿觴  (중화읍만상)중화를 위해 잔 가득 채워 누르네.

 

題寒水亭(제한수정)

 

林亭此日客重來  (임정차일객중래)산속 정자에 이날 손님이 다시 오니

欲問主人波咽哀  (욕문주인파인애)주인에게 묻고 싶어 목구멍이 울먹이네.

多少山陽聞笛恨  (다소산양문적한)상수가 산양적32)을 듣고 회구한 한을

不堪江上獨徘徊  (불감강상독배회)이기지 못하여 강 위를 홀로 배회하네.

 

次朴侯尙賢持酒登山

(박상현 후가 술을 갖고 등산한데 차운함)

 

春服旣成春日和  (춘복기성춘일화)봄 옷이 이미 지어진 화창한 봄 날

滿堤垂柳滿山花  (만제수류만산화)뚝 가득 늘어진 버들 온 산엔 꽃이 만발

來遊摠是傷時客  (래유총시상시객)놀이 온 모두 시절 애태우는 손님들로

野酌寧辭算更多  (야작녕사산갱다)야외 술잔 어찌 많이 계산을 사양하랴?

 

與邊子是湜琴聲遠振往成佛庵有吟

(자시 변식과 성원 금진과 성불암에 가서 읊음)

 

常携竹杖飛登處  (상휴죽장비등처)항상 죽장을 짚고 날아오르는 곳

爲策龍駒覺險難  (위책용구각험난)준마도 채찍질하는 험난함을 느끼네.

只是人衰非地幻  (지시인쇠비지환)이는 땅 변함이 아니라 사람 쇠약함

靑山綠水舊年看  (청산녹수구년간)청산과 녹수는 옛날처럼 보이네.

 

突兀新構閣  (돌올신구각)오뚝하게 새로 지은 전각

平生見未曾  (평생견미증)평생 일찍이 보지 못했네.

僧狂誇妙劉  (승광과묘유)스님들이 묘하게 깎은 걸 너무 과장하여

客老劫先登  (객로겁선등)나그네는 늙음이 겁나 먼저 오르네.

 

帶雨烹肥蕨  (대우팽비궐)비 맞아 통통한 고사리 삶아

披雲話舊朋  (피운화구붕)구름 헤치고 옛 벗과 얘기 나누네.

夜來多少感  (야래다소감)밤이 되자 다소의 느낌이 있어

重對讀書燈  (중대독서등)독서하는 등불을 거듭 마주하네.

 

今來看壁墨  (금래간벽묵)지금 와서 벽의 묵흔을 보니

舊要半泉幽  (구요반천유)옛날 절반은 황천 유택에 있네.

白髮懽仍恨  (백발환잉한)백발이 기쁘기도 하지만 한이 되는 걸

山僧知也不  (산승지야부)산승이 아는지 몰라.

 

雙碧堂次金公望仲熊(쌍벽당 공망 김중웅에 차운함)

 

此日傳盃摠舊賓  (차일전배총구빈)이날 잔 돌리는 이는 모두 옛 손님들

當年松竹又歌人  (당년송죽우가인)당년에는 송죽처럼 푸른 가객들이었네.

夕陽誰喚山陽笛  (석양수환산양적)석양에 누가 회구하는 산양적을 부르나?

且飮黃流無限巡  (차음황류무한순)황하처럼 무한한 순배로 또 마시네.

 

醉贈許同庚(취하여 허동경에게 줌.)

 

靑眸白髮三春會  (청모백발삼춘회)봄에 은근한 푸른 눈동자의 백발 모임에

短燭長情半夜樽  (단촉장정반야준)밤까지 술잔으로 긴 정 나누니 초만 닳네.

且有明朝分手恨  (차유명조분수한)또 내일 아침이면 헤어짐이 한스러워

隔江還見舊年雲  (격강환견구년운)강 건너 다시 돌아보니 구름은 옛 구름.

 

次龍山壁上雪月春塘韻

(용산 벽상의 설월 춘당운에 차운함.)

 

龍山遊賞每乘春  (용산유상매승춘)매년 봄에 용산에서 상춘 놀이하며

竹杖今人似古人  (죽장금인사고인)지팡이 짚은 지금 사람 흡사 고인 같네.

尙有當年二老韻  (상유당년이로운)게다가 당년의 두 어른의 운이 있어서

韶華此日幾回新  (소화차일기회신)춘광의 이날 거의 새로 청춘이 돌아오네.

 

又次韻(또 차운함.)

 

晴春勝日足風烟  (청춘승일족풍연)화창한 봄 승일에 바람 안개 자욱한데

匹馬幽蹊欲暮天  (필마유혜욕모천)필마로 깊은 지름길 가니 날 저물려 하네.

爲把吟鞭勤指點  (위파음편근지점)말채찍 잡고 읊으며 부지런히 가리키니

靑山無處不花然  (청산무처불화연)청산에 꽃이 아닌 곳이 없어라.

 

川上次韻(천상에서 차운함)

 

春日川堂百感生  (춘일천당백감생)봄날 천상의 집에서 만감이 생기네.

滿庭梅柳古今情  (만정매류고금정)마당 가득 매화 버들은 고금의 정이네.

携杯談罷當年事  (휴배담파당년사)잔 갖고 당년의 일 얘기 마치니

暝靄還迷水外程  (명애환미수외정)저녁 연무 둘러 물 밖 길이 희미하네.

 

蘆川訪權守之33)遇諸沙汀口占

(노천의 권수지를 찾아 갔다가 모래사장을 만난 즉흥시)

 

興來爲訪蘆川主  (흥래위방노천주)흥이 나서 노천의 주인장을 방문하는데

芳草幽蹊水外橫  (방초유혜수외횡)방초는 깊은 시내 물 밖에 가로질렀네.

白日閉門翁底處  (백일폐문옹저처)한낮에도 문 닫은 옹의 거처에 도달하니

更從飛鶴向沙汀  (갱종비학향사정)모래사장으로 날아가는 학을 또 따르네.

 

五松庵次朴魯直韻(오송암에서 박노직의 운에 차운함)

 

相公高臥五松陰  (상공고와오송음)상공이 은거하는 오송의 그늘에

發匣還藏只寶琴  (발갑환장지보금)상자 열었다 다시 덮는 보물 거문고

唱到四時歌數闋  (창도사시가삭결)사철 창을 하다가 노래 자주 쉼은

臨風幾自憶知音  (임풍기자억지음)거의 바람 맞으며 지음지기를 회억함이네.

 

臨別次韻近體(헤어지며 차운한 근체시)

 

欲歸還見挽  (욕귀환견만)돌아가려 하는데 다시 보자고 이끌어

情話欠從容  (정화흠종용)조용히 굽혀 정담 나누네.

醉興無窮好  (취흥무궁호)취흥이 무진장 좋아서

狂談不必恭  (광담불필공)엉터리없는 말에 공손할 필요도 없네.

 

山如人定靜  (산여인정정)산도 사람처럼 정적에 그치고

水向海朝宗  (수향해조종)물은 바다로 향해 흘러 들어가네.

一半須分我  (일반수분아)하나의 절반을 나와 나눈다면

閑中日月逢  (한중일월봉)한가한 속에 해와 달과 만나리.

 

泛舟又次前韻(배타고 앞 운에 또 차운함)

 

莫道前潭淺  (막도전담천)길은 없고 앞의 못은 얕아

尙可容  (경도상가용)작고 가벼운 배가 오히려 용이하네.

34僧亦憎(격장승역증)상앗대 미는 스님이야 역시 짜증나겠지만

迎客鶴如恭  (영객학여공)손님 영접은 학처럼 공손하네.

 

蘆蓼爲兄弟  (노료위형제)갈대와 여뀌는 형제가 되고

山川卽祖宗  (산천즉조종)산천은 바로 중흥 시조네.

不須携別袂  (불수휴별몌)꼭 이별을 나누지 않아도

相與約重逢  (상여약중봉)서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네.

 

花山蓮臺次退溪先生韻

(안동의 연대에서 퇴계 선생 운에 차운함)

 

荷盡塘空但鳥聲  (하진당공단조성)연꽃 가득하던 연못은 비고 새 소리만

大賢遺唾映紗淸  (대현유타영사청)대현의 남긴 가르침 맑은 깁에 비치네.

起敬晴軒仍起感  (기경청헌잉기감)공경이 일어나는 맑은 집 감흥이 일고

寸心千載似懸旌  (촌심천재사현정)마음은 천년을 동요하여 안정 안 되네.

 

助臥菴憶嘯皐先生35)(조와암에서 소고 선생을 회억함)

 

童丱來遊春一夢  (동관래유춘일몽)어릴 때 와서 논 봄날이 꿈결처럼

如今四十又三年  (여금사십우삼년)지금부터 43년이 됐네.

當時杖屨逍遙地  (당시장구소요지)당시 선생님께서 소요하시던 곳은

唯有松杉抗雪天  (유유송삼항설천)오직 소나무 삼나무만 설천을 버티네.

 

次金上舍汝精得硏36)(여정 김득연 진사의 운에 차운함)

 

日暖風和玉馬筵  (일난풍화옥마연)따뜻하고 화창한 날 봉화의 연회에서

靑眸白髮永嘉賢  (청모백발영가현)친근한 눈빛의 백발인 안동 현자였네.

階花上首偏驚蝶  (계화상수편경접)섬돌에 머리 든 꽃은 나비에 놀라고

山菜盈盤不費錢  (산채영반불비전)소반 가득한 산채는 돈 들지 않았네.

 

六朶新荷春後艶  (육타신하춘후염)새로 핀 6떨기 연꽃 봄 뒤에 농염하고

一枝殘桂露餘鮮  (일지잔계로여선)한 가지 남은 계수는 신선함을 드러내네.

百年勝集惟今夕  (백년승집유금석)백년만의 좋은 모임 오직 오늘 저녁이라

取醉寧辭太白傳  (취취녕사태백전)취하기를 사양 않는다고 이태백에 전하네.

 

贈別都來甫(도래보와 헤어지며 준 시)

 

看君氣度逈超凡  (간군기도형초범)그대의 기국 도량을 보니 보통은 넘어서

男子功名坐可占  (남자공명좌가점)남자의 공명은 앉아서 점칠 수 있겠네.

萬里前程橫坦直  (만리전정횡탄직)만 리 앞길이 똑바로 평탄하게 뻗으니

行行須復謹而嚴  (항항수복근이엄)부지런히 가며 꼭 삼가고 엄격하게나.

 

司馬會次韻(사마회 차운)

 

樽開此日亦昇平  (준개차일역승평)술통 연 이날 역시 승평한 때이니

盃到須看手手輕  (배도수간수수경)잔이 오면 손마다 가벼움을 보네.

萬事人間堪一笑  (만사인간감일소)인간 만사는 일소로 계속하고

醉來無語是眞情  (취래무어시진정)취해서 말 없음이 바로 진정이라네.

 

聞韶贈申順夫之悌37)(의성 원 순부 신지제에게 줌)

 

久別靑眸喜欲狂  (구별청모희욕광)오랜 만에 친구 만나 기뻐 미칠 지경

相看白髮問誰長  (상간백발문수장)서로 백발을 보며 누가 기냐고 묻네.

携盃且慰年前事  (휴배차위년전사)잔 들고 또 몇 해 전의 일 위로하며

還恨王程去意忙  (환한왕정거의망)부임 기한 한이 되어 갈 뜻을 잊었네.

 

壽日次韻(수연일 차운)

 

年年壽席午方端  (년년수석오방단)해마다 수연은 단오 날 낮에

若海君恩此日看  (약해군은차일간)바다 같은 임금님 은혜 이날 보네.

絃管亦知人子意  (현관역지인자의)관현악 역시 자녀들의 뜻을 알아서

宮催羽促要窮歡  (궁최우촉요궁환)궁성 우성을 최촉하여 환희 다하게 하네.

 

伴鶴翁泉下  (반학옹천하)반학옹이 돌아가셔서

承綸客馹程  (승륜객일정)임금 명령 받든 객이 역말 일정에

聲呑猶感淚  (성탄유감루)감회에 소리 죽여 오히려 눈물 삼키며

詩就卽深情  (시취즉심정)시를 지으니 즉시 정이 깊어지네.

 

只幸君來見  (지행군래견)다행히 그대가 와서 보니

還愁我趣行  (환수아취행)수심이 도리어 내겐 아취 있는 여행이 되네.

臨歧煩贈語  (임기번증어)갈림길에서 번거로운 말을 주니

白髮保餘  (백발보여령)백발이 여명을 지켜주네.

 

和裴漢龍38)(배한룡에 화답함)

 

風霜當日摧蘭劇  (풍상당일최란극)난옥의 참극을 막은 풍상의 그날처럼

雨雪何時見晛消  (우설하시견현소)언제나 눈비가 햇살에 사라짐을 보네.

遠迹脩門行不再  (원적수문행불재)고인의 자취 익히는 가문 수행 다시없고

餘生陋巷趣還饒  (여생누항취환요)누항에서의 여생 아취 풍요롭게 되네.

 

身被野服無夫競  (신피야복무부경)몸에 입은 야한 복장 견줄 사람이 없고

官免尸居孰我嘲  (관면시거숙아조)관직 면해 조용히 사니 누가 날 조롱하나

只有參同契一帙  (지유참동계일질)다만 참동계 한 질이 있으니

堪將火候煉丹調  (감장화후련단조)장차 신선되는 화후 연단 조식 해 보리라.

 

踏靑次韻(답청차운)

 

春宵旅館苦無眠  (춘소여관고무면)봄밤에 여관에서 잠 못 이뤄 괴로워

坐聽園禽噪曉烟  (좌청원금조효연)앉아 들으니 새벽안개에 새떼들 지저귀네.

幾日定登南去路  (기일정등남거로)이날 바로 남거로를 오르니

舞班堂下有三絃  (무반당하유삼현)춤추는 당하 반열에 삼현육각이 있네.

 

謝李子陵酒訪(자릉(이경엄)이 술을 갖고 방문한데 사례함.)

 

嶺外門閭想早開  (영외문려상조개)령 외의 집안들은 일찍 문 연다고 생각해

幾愁遊子太遲來  (기수유자태지래)늘 유학하는 아들 너무 늦을까 근심되네.

明朝倘踏南州路  (명조당답남주로)내일 아침에는 아마 남도 길을 밟으려니

剩及春風稱壽盃  (잉급춘풍칭수배)춘풍에 미친 나머지 축수 잔이라 칭하네.

 

謁臨皐書院39)有感口占(임고서원을 배알한 느낌의 즉흥시)

 

拜手祠庭晩襲薰  (배수사정만습훈)늦게 포은사당 뜰에 절하니 향훈이 젖고

顒瞻遺像儼仍溫  (옹첨유상엄잉온)유상을 공경히 보니 엄하고도 온화하네.

襄顔皓鬢眉如皺  (양안호빈미여추)든 얼굴에 흰 수염, 미간을 찌푸린 듯

尙有當年憂國痕  (상유당년우국흔)마땅히 당시 나라 걱정의 흔적이 있네.

 

伴鷗亭40)(반구정)

 

地窄東隅水却恢  (지착동우수각회)동쪽 귀퉁이에 땅을 뚫어 물 넓지 않고

天涵滄海未全開  (천함창해미전개)하늘은 창해를 머금고 아직 다 열지 않네.

鶴城始得鷗亭勝  (학성시득구정승)반구정의 명승 얻기 시작한 학성은

山遠潮平日月廻  (산원조평일월회)산 멀고 물결 잔잔해 일월이 배회하네.

 

次都來甫(도래보에 차운함)

 

大觀今日不須樓  (대관금일불수루)오늘의 웅대한 경치 꼭 누대가 아니어도

萬象高臺一眼收  (만상고대일안수)높은 대라 삼라만상이 한 눈에 들어오네.

雨過遠林迷水面  (우과원림미수면)비 지나간 먼 숲은 수면에 흐릿하고

月生滄海掛城頭  (월성창해괘성두)달은 창해에 떠서 성 머리에 걸렸네.

 

探來勝賞行誇富  (탐래승상행과부)경승 감상 찾아와 부자라 자랑하듯

閱盡名區轎孰優  (열진명구교숙우)명승 구역 다 보며 더 나은 곳 비교하네.

把筆欲題多少興  (파필욕제다소흥)다소 흥 나서 붓을 들어 시를 짓고 싶어

句難成處更悠悠  (구난성처갱유유)어려운 구절 이룬 곳 역시 유유하네.

 

贈別柱宇(주우와 헤어지며 준 시)

 

欲爲君子儒  (욕위군자유)군자의 선비가 되고 싶으면

須讀古人書  (수독고인서)반드시 고인들의 책을 읽어야지

明日道峰去  (명일도봉거)내일 도봉산으로 간다니

孜孜窮五車  (자자궁오거)부지런히 오거서를 독파하여라.

 

凌波夜吟(능파야음)

 

天低星易見  (천저성이견)하늘이 낮아 별 보기가 쉽고

山遠月遲淪  (산원월지륜)산은 멀어 달이 늦게 기우네.

多少凌波勝  (다소능파승)다소의 능파 명승지에서

淸宵領略新  (청소영략신)맑은 밤에 새로운 뜻을 깨닫네.

 

德溪次韻(덕계차운)

 

千載名區半日遊  (천재명구반일유)천년의 명승지를 반나절에 유람하니

更憐人去但江流  (갱련인거단강류)강은 흐르건만 인걸 감이 다시 가련하네.

欲知當日心虛淨  (욕지당일심허정)당일의 마음 비워 깨끗함을 알고자

須看澄潭月下舟  (수간징담월하주)달밤에 맑은 못에 배 띄워 보네.

 

輓李堯瑞蓂41)(요서 이명 만시)

 

相國云亡問幾年  (상국운망문기년)재상께서 언제 죽느냐고 물었지요.

滿江風月自漁船  (만강풍월자어선)풍월이 만강한 어선에서요.

守基猶幸能爲後  (수기유행능위후)기틀 지켜 다행히 후일을 도모했지요.

墜業還愁未繼先  (추업환수미계선)선인의 뜻 못 잇고 과업 잃어 걱정됩니다.

 

忽忽人間環一甲  (홀홀인간환일갑)인간이 문득 60갑자를 한 바퀴 돌아서

欒欒膝下哭三賢  (란란슬하곡삼현)슬하에 파리한 세 어진이가 곡을 하네.

從來襄旺關天運  (종래양왕관천운)종래부터 장사 기운은 천운이 관계한다고

會見門闌慶復綿  (회견문란경복면)집안을 만나보니 경사가 면면할 것입니다.

 

入城偶吟(입성 우음)

 

斗極妖星豈久然  (두극요성개구연)북두성에 요상한 별이 어찌 온당하랴

乍災旋廓儘由天  (사재선곽진유천)성곽 포위된 잠깐의 재변이 다 하늘 연유

枕戈將士還閑暇  (침과장사환한가)창 베던 장사들도 한가함으로 돌아오고

底事戎衣滿榻前  (저사융의만탑전)이 일로 전투복들이 탑전에 가득하네.

 

驚聞虛廟社  (경문허묘사)종묘 사직이 비었다는 놀라움을 듣고

入長安  (장일입장안)둔한 장검 들고 도성으로 들어오니

殿在城西闢  (전재성서벽)전하께서는 도성 서쪽을 열고

輩從江外還  (배종강외환)배종들은 강 밖에 둘러 있네.

 

狼殲猶殺氣  (낭섬유살기)낭자한 죽임에 오히려 살기가 있고

龍御更愁顔  (용어갱수안)용안에는 다시 수심이 일어

慟哭出門去  (통곡출문거)통곡하며 성문 나서서 가니

誰知一片舟  (수지일편주)누가 한 조각배를 알아주리?

 

時災感入南斗未久适陷城 秉輿播越公州數日賊就殲一車駕還都故余進賀上疏而退有是作

시재감입남두미구괄함성 병여파월공주수일적취섬일차가환도고여진하상소이퇴유시작

(재성(災星)이 남두(南斗: 6)에 들었을 때 느꼈는데,

미구(未久)에 이괄(李适)이 도성을 함락하자 임금의 수레는 공주(公州)로 파천(播遷)해 넘어갔는데,

며칠 후 적이 섬멸되어 어가(御駕)가 다시 환도(還都)했으므로 나도 진하(進賀)하는 상소(上疏)를 올리고

물러나와 이것을 지음.)

 

次古韻(옛 운에 차운함)

 

客遊京洛久  (객유경락구)서울과 낙동강을 오래 유람한 과객이라

夢入白雲催  (몽입백운최)꿈에도 흰 구름을 재촉하는 꿈을 꾸네.

世濁曾閑秩  (세탁증한질)세상이 혼탁하여 일찍이 한직 벼슬했는데

時晴奈不才  (시천내부재)맑은 시절에 어찌 재주 없다 하는가?

 

爭如歸舊業  (쟁여귀구업)다투어 옛날 업으로 돌아가서

更自掃荒苔  (갱자소황태)다시 스스로의 거친 이끼 청소하고

奉老有餘力  (봉로유여력)노인 봉양할 여력이 있으니

晦翁書可開  (회옹서가개)주자의 책이나 펼쳐 볼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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