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집淸休齋文集(揚烈)
淸休齋文集(揚烈)
제목 淸休齋先生文集卷之一,詩(시),疏(소),策(책)
작성자 관리자 [2018-01-08 18:01:30]
첨부파일
첨부된파일갯수 : 0


淸休齋先生文集卷之一(청휴재선생문집권일)


 


()


 


述懷(술회)소회(所懷)를 읊음


 


我是山林客 아시산림객 나는야 벼슬 안한 산림 객인데


何憂廊廟憂 하우낭묘우 무엇 때문에 조정의 걱정을 근심하나?


不憂猶下淚 불우유하루 걱정 안 해도 오히려 눈물지음은


鬢髮日成秋 빈발일성추 머리털만 날로 서리 내려 희어짐이네.


(임인구월자망선암전향여포구점)壬寅九月自望仙菴轉向餘浦口占


1662(顯宗3 9월에 망선암(望仙菴)에서 여포(餘浦)로 방향을 바꾸면서 즉석에서 읊은 시()


 


世事紛如髮 세사분여발 세상사 머리털처럼 분분해도


山間醉不知 산간취부지 산간에 취해서 모르고 있다가


黃花霜後晩 황화상후만 국화는 서리 온 뒤 늦도록 피고


丹葉雨中欹 단엽우중기 단풍잎은 빗속에 기울어 가네.


客興秋來逸 객흥추래일 나그네는 가을이 와서 번지는 흥에


詩情老去奇 시정노거기 시적 정서는 늙어 갈수록 달라져


傍人休促返 방인휴촉반 옆 사람 돌아가길 재촉함도 멈추니


留此更遲遲 유차갱지지 다시 여기 머물다 천천히 가네.


 


彌谷松亭次人松(미곡송정차인송순운)


미곡(彌谷)송정(松亭)의 어떤 사람의 송순()운에 차운(次韻).


 


有香疑赤茯 유향의적복 향이 있어서 적복령인가 의심되며,


無酒愧靑蓮 무주괴청연 술이 없으니 이태백이 부끄럽네.


最是長生藥 최시장생약 이는 가장 좋은 장생약이라고


金光世浪傳 금광세랑전 금광초라고 세상에 물결쳐 전()하네.


 


春祝(춘축)幷小敍(병소서)


봄을 축하함.


작은 서문(敍文)과 함께


 


夫貧賤富貴一係於命而世之人富貴焉汲汲貧賤焉慽慽至祝之春首付諸楣顔甚矣人之癡惑也吾不區區於富貴


부빈천부귀일계어명이세지인부귀언급급빈천언척척지축지춘수부제미안심의인지치혹야오부구구어부귀


貧賤而所祝者疾病之去身則吾之祝反有大於富貴而未免爲世人之歸爾世人之癡吾者其必有如吾之癡世人乎


빈천이소축자질병지거신칙오지축반유대어부귀이미면위세인지귀이세인지치오자기필유여오지치세인호


 


무릇 부귀(富貴)와 빈천(貧賤)은 명()이 하나의 가닥인데, 세상 사람들은 부귀(富貴)는 급급(汲汲)하고, 빈천(貧賤)은 근심스러워한다. 초봄에 모든 문설주에 축()을 붙이기를 심하게 함도 사람들의 어리석은 의혹 때문이다. 나는 구구한 부귀빈천(富貴貧賤)을 나누지 않고 몸에 질병이 떠나가도록 축()하는 바이다. 그런 즉 나의 축()이 반대로 부귀(富貴)보다 큰 것으로 세상 사람들이 의지하는 바인 세인(世人)들의 어리석음을 면()하지 못했을 뿐이다. 내 축()이 반드시 나의 어리석음이 세상 사람들과 같은 것인가?


 


富貴非吾願 부귀비오원 부귀는 내가 원하는 바라 아니요,


貧寒不必傷 빈한불필상 빈한해도 꼭 마음 상하지 않네.


爾年無疾病 이년무질병 금년도 아무 질병 없이


高枕臥茅堂 고침와모당 초당에 고침 베고 누우면 족하리.


 


題冊衣(제책의)책가위를 씌우며


 


有僧持小學及三韻通考兩書過余貸布得之人有笑之者因成一絶勉兒曺


유승지소학급삼운통고양서과여대포득지인유소지자인성일절면아조


 


어떤 스님이 갖고 있던 소학(小學) 3운통고(3韻通考)의 두 책을 지나가면서 내게 빌려주기에 베를 얻어 책표지를 씌우니 사람들이 보고 웃기에 절귀(絶句)하나를 지어서 아이들이 힘쓰게 한다.


 


不喜鳩財喜鳩書 불희구재희구서 재물 거두어 모음은 싫어도 책 모음은 좋아해


傍人爭笑我迂疎 방인쟁소아우소 옆 사람들 세상물정 어둡다고 다투어 웃어도


貧兒從此能爲富 빈아종차능위부 가난한 아이들 앞으로 또한 부자가 될 터이니


滿腹琅玕自有餘 만복낭간자유여 뱃속 가득 아름다운 문장에 절로 여유롭네.


 


次仲父壁上韻(차중부벽상운)


작은 아버지의 벽상(壁上)운에 차운(次韻).


 


九未堂頹艸滿庭 구미당퇴초만정 구미당이 퇴락하여 마당에 풀만 가득하여


再修遺址結茅欞 재수유지결모영 옛터에 다시 수리해 짚 엮고 난간 만들어


祗今溪水鳴寒玉 지금계수명한옥 지금은 다만 개울물만 찬 옥처럼 울고


依舊山光擁翠屛 의구산광옹취병 산 빛은 의구하게 푸른 병풍처럼 둘렀네.


冠冕家聲終有替 관면가성종유체 고위 관직의 집안 명성 끊어지고 바뀌어


淸寒世業更無形 청한세업경무형 청빈한 세업(世業) 또한 형적마저 없어져


娛遊地作悲傷地 오유지작비상지 농사지으며 즐기고 놀다 땅 잃으면 슬프고


忍酌香醪醉不醒 인작향료취불성 술을 참아도 막걸리 향기에 취해서 깨지 못하네.


 


輓虛舟金丈汝煜(만허주김장여욱)허주(虛舟)김여욱(金汝煜)어른의 만시(輓詩)


文星騰彩挺斯賢 문성등채정사현 문성(文星)의 광채 올랐어도 성현에 뺏기고


夙契吾翁長四年 숙계오옹장사년 일찍이 우리 부친과 4년 맏이지만 계를 맺어


紫綬家聲能有後 자수가성능유후 당상관의 집안 명성은 후에도 계속 있을 터


靑襟國學孰爲先 청금국학숙위선 푸른 깃 옷의 성균관에선 누구보다 앞섰네.


久垂冥翮功名薄구수명핵공명박 오랜 변두리에 깃촉도 어두워 공명은 박해


晩茁庭蘭緖業傳 만줄정란서업전 늦게 본 가정의 선인 군자들 사업을 전하고


幸忝苽親情分厚 행첨고친정분후 고맙고 다행스럽게 부부의 정분이 두터워


哀詞題罷涕潸然 애사제파체산연 슬픈 만사를 짓고 쉬니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네.


 


輓琴進士致謙(만금진사치겸)금치겸(琴致謙)진사(進士)의 만시(輓詩)


 


託契投膠漆 탁계투교칠 계()를 핑계로 옻칠처럼 교분이 두터워


忘年吐肺腸망년토폐장 속내를 토로하며 세월 감을 잊었지.


論文頻對案 논문빈대안 자주 책상을 마주해 글을 논하며


呼酒幾傾觴 호주기경상 술을 청해 얼마나 술잔을 기울였던가?


雲樹離多歲 운수이다세 벗을 그리며 떠나길 여러 해.


參商隔兩鄕 삼상격양향 둘이 멀리 떨어져 살고 있었지.


沈綿一疾苦 침면일질고 병이 오래 끌어 또한 괴로워하다가


倏忽四旬忙 숙홀사순망 갑자기 40일이 바빴네.


吉士天何奪 길사천하탈 훌륭한 사람을 하늘은 어찌 뺏는가?


凶音我最傷 흉음아최상 사망 통지에 내 가장 마음 상하네.


屠龍違素志 도룡위소지 용 잡는 기술로 평소 뜻은 틀어졌지만


司馬繼前光 사마계전광 진사시로 선대의 영광을 이었네.


栢嶺新塋築 백령신영축 잣 고개에 새 무덤을 만드니


柯丘故宅荒 가구고택황 가구의 옛 집은 황량하네.


鴒原悲老伯 령원비노백 할미새 언덕에 할아버지가 슬프고


鸞鏡泣孤孀 란경읍고상 난새 새긴 거울에 외로운 과부 우네.


獨立乾坤暮 독립건곤모 홀로 서니 하늘 땅 저물고


相思日月長 상사일월장 연모함에 세월은 기네.


早歸君莫恨 조귀군막한 서둘러 돌아간 그대의 여한 없음은


餘慶在兒郞 여경재아랑 남은 경사가 자손에게 있음이네.


 


次琴汝聖韻(차금여성운)금여성(琴汝聖)의 운()에 차운(次韻).


 


寂寞松關掩不開 적막송관엄불개 적막히 소나무가 빗장을 닫아 열리지 않아


卜隣還似遠離時 복린환사원리시 돌아와 사는 곳이 흡사 멀리 떠날 때 같네.


依微春雨籬簷隔 의미춘우리첨격 잔잔한 봄비가 처마와 울타리를 막아서


坐難堪戀舊知 묵좌난감연구지 묵묵히 앉았으니 옛 벗 생각에 견디기 어렵네.


 


海院次鳳隱朴丈燉詠梅韻(해원차봉은박장돈영매운)


해원(海院)의 봉은(鳳隱)박돈(朴燉)어른의 영매운(詠梅韻)에 차운(次韻).


 


我愛新梅好 아애신매호 난 새 매화가 좋아 사랑하여


來吟酒已래음주이훈 오니 술을 마셔서 이미 얼근히 취하네.


綠陰滋暮雨 녹음자모우 저녁 비에 녹음이 더욱 짙어지고


疎榦帶朝雲 소간대조운 성긴 우물난간에 아침 구름이 띠네.


雖欠香傳斝 수흠향전가 비록 향기는 적어도 옥잔에 전하니


猶憐影入樽 유련영입준 오히려 가련한 그림자만 술잔에 드네.


瓊篇仍索和 경편잉색화 옥편에서 화()를 찾으니


還愧負山蚊 환괴부산문 도리어 과중한 모기가 부끄럽네.


 


偶吟(우음)얼핏 지은 시


黃梅時節雨支離 황매시절우지리 황매 시절에는 비가 지리하고


摘麥蒼頭晩不歸 적맥창두만불귀 보리 따는 푸른 수건의 병졸들 늦도록 안 돌아와


寄語荊妻休且慍 기어형처휴차온 아내에게 말 전하길 그치니 또 성나고


飽看書史足忘飢 포간서사족망기 서사를 실컷 보니 주림을 잊기에 족하네.


 


輓李活齋大方榘(만이활재대방구)幷書(병서)


활재(活齋)대방(大方)이구(李榘)의 만시(輓詩)서문(敍文)과 함께


 


嗚呼公之壽倏忽然四十二年而止則天何卑公以才德之盛天旣卑公之才德如是則又何不假之以年俾展其抱負耶踐履之篤實


오호공지수숙홀연사십이년이지칙천하비공이재덕지성천기비공지재덕여시칙우하부가지이년비전기포부야천리지독실


文章之彪炳此人之所推許而在公爲茶飯吮癰於色憂截指於終天此人之所歎服而在公爲小節公議之未售而見削於國學此朋


문장지표병차인지소추허이재공위다반전옹어색우절지어종천차인지소탄복이재공위소절공의지미수이견삭어국학차붕


儕之所共痛惜公豈介于懷也達而在上則出入臺省振肅朝綱公之責也窮而在下則從事斯文敎誨後生公之事也而二竪嬰身一


제지소공통석공개개우회야달이재상칙출입대성진숙조강공지책야궁이재하칙종사사문교회후생공지사야이이수영신일


臥不起此固命之奇理之變而抑亦吾南之不幸也歟遂以四噫爲之輓曰


와부기차고명지기리지변이억역오남지부행야여수이사희위지만왈


 


아아! ()의 수명은 빨라서 홀연히 마흔 두 살에 그친 즉 하늘은 어찌하여 공()으로 하여금 재덕(才德)을 성()하게 하시고 하늘은 공()으로 하여금 재덕(才德)이 이미 이와 같은데 또 어찌하여 세월을 더하여 그 포부(抱負)를 펼칠 겨를을 없게 하십니까? 경험[踐履]이 독실(篤實)하고 문장(文章)이 범 가죽처럼 문채가 뚜렷하고 아름다운 이 사람을 공경하고 받들어 허여(許與)한 바가 있었고, ()이 살아서는 다반사(茶飯事)인 몹시 아첨하는 연옹지치(吮癰舐痔)에 안색을 근심하고,


손가락을 끊었으니 영원토록 이 사람의 탄복(歎服)하는 바였다. ()이 재세(在世)시에 대수롭지 않은[小節]일로 공론[公議]의 행해짐 없이[未售]성균관[國學]에서 삭제됨을 보였으니 이는 동료들[朋儕]이 함께 몹시 애석하게 여긴 바였었는데,()은 어찌 마음에 두고 생각함[介懷]이 없었으리.위로는 두루 상서성(尙書省)과 문하성(門下省)[臺省] 출입(出入)하며 조정의 어지러운 기강을 엄숙하게 바로잡은[振肅] 것도 공()의 책무였다. 아래로는 후생(後生)들에게 유학[斯文]을 잘 가르쳐서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敎誨] 일에 종사하는 것이 공()이 다해서 한 일이었으며, 이 둘을 아이들이나 동자들에게도 다했으나 몸이 한번 누우매 일어나질 못했으니 이것은 참으로 운명의 기구함이나 이치의 바뀜일 것이다.각설하고 또한 우리 영남의 불행일 것이다. 하여 드디어 네 희자(噫字)로 만시(輓詩)를 짓기를


 


仁未享壽兮噫 인미향수혜희 어진 자는 수를 누리지 못함인가? 아아!


德未達施兮噫 덕미달시혜희 덕을 다 베풀지도 못했는데, 아아!


賢而見斥兮噫 현이견척혜희 어질었지만 배척함을 보였으니 아아!


孝未克終兮噫 효미극종혜희 효도도 극진히 다 못하고 마쳤으니 아아!


 


洞契次友人韻(동계차우인운)


동계(洞契)에서 벗의 운()에 차운(次韻).


 


春意方濃酒又濃 춘의방농주우농 봄뜻에 한편 짙은 술 더욱 진해지고


四山花事錦사산화사금리홍사방 모든 산의 꽃들 비단 펼친 듯 붉네.


蘭亭未聞兼絲竹 난정미문겸사죽난정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관현악과 함께


勝槩千秋足此中 승개천추족차중천추의 좋은 경치 이 속이면 족하리.


 


次全明老翼(차전명로익구)


명로(明老) 전익구(全翼)에 차운(次韻).


 


此日樽前別 차일준전별 이 날 술통으로 먼저 헤어지며


匆匆不勝悲 총총불승비 바쁘고 분주해 슬픔을 이길 수 없네.


臨分更摻手 임분갱삼수 헤어짐에 임하여 다시 손을 맞잡고


相見果何時 상견과하시 서로 만날 날 과연 어느 때 일런지?


 


贈盧好古思敏(증로호고사민)幷小敍(병소서)


호고(好古) 노사민(盧思敏)에게 줌. 작은 서문(敍文)과 함께


 


昨與明老聯枕院齋說及兄歸京仍示送兄韻及兄送明老韻囑余和之以敍別情噫兄我黯然之懷豈後於明老


작여명노연침원재설급형귀경잉시송형운급형송명노운촉여화지이서별정희형아암연지회개후어명노


而我之贈言豈獨於明老哉矧且天雨作戱未做河橋之餞江樹之歎其亦倍於明老敢呈荒拙以慰兄千里之行


이아지증언개독어명노재신차천우작희미주하교지전강수지탄기역배어명로감정황졸이위형천리지행


 


어제 명로(明老) 전익구(全翼)와 재원(齋院)에서 베개를 나란히 베고 누워 말하길“노형(盧兄)이 서울로 돌아간다”기에 노형(盧兄)이 운()을 보낸 것을 보고 노형(盧兄)이 명로(明老)에게 보낸 운()으로 내게 부탁하기에 이별의 정()을 짓습니다. 아아! ()은 나의 우울해 어두운[黯然]생각인데 어찌 명로(明老)의 뒤에 나의 말을 보내며, 어찌 명로(明老)혼자 만이어야 하겠습니까?! 하물며 또 비가 와서 남의 일을 방해[作戱]해 송별하는 전별 잔치도 만들지 못하여 강수(江樹)의 탄식이 그 또한 명로(明老)보다 배()가 되기에 감히 거친 졸작을 드려 형()의 천리(千里) 원행(遠行) 길을 위로합니다.


 


好古還京明老商 호고환경명로상 호고(好古)가 서울 간다고 명로(明老)가 헤아려


匆匆逢別最悲傷 총총봉별최비상 서둘러 만나고 헤어짐이 가장 슬프고 마음 아파


雨中欠做河橋餞 우중흠주하교전 빗속에 송별연도 갖지 못하여


多少情懷說不詳 다소정회설불상 다소의 회포 감정 말로는 자세히 못하겠네.


 


萍水本無期 평수본무기 우연히 만나기란 본래 기약할 수 없고


臨分不耐悲 임분불내비 헤어짐을 맞아 슬픔을 참지 못하네.


應知千里夢 응지천리몽 천리의 꿈을 응당 알지만


惟在月明時 유재월명시 오직 달 밝은 때가 있으리.


 


輓三棄堂琴丈是養(만삼기당금장시양)


삼기당(三棄堂) 금시양(琴是養)어른 만시(輓詩)


 


早從門下兩賢遊 조종문하양현유 어려서부터 두 현인의 문하에 종유하여


慣識吾公學力優 관식오공학력우 관행과 식견은 우리 공이고 학력도 뛰어나


聖代初期夔契志 성대초기기계지 성대의 초기엔 삼가는 뜻을 맺고


亂時終抱魯逢羞 난시종포노봉수 난리 끝에 안은 노둔한 만남 부끄럽네.


崇禎日月明三棄 숭정일월명삼기 숭정(崇禎)년간에는 삼기당도 밝았으나


丙子風塵暗八州 병자풍진암팔주 병자년 호란으로 조선 8도가 어두워져


凜烈高風能立懦 름열고풍능입나 꿋꿋하고 높은 지조로 나약함을 세울 수 있어


英名不朽後千秋 영명불후후천추 뛰어난 명성 천추에도 영원하리라.


 


紫洞偶吟(자동우음)자동(紫洞)을 읊음[偶吟]


 


晩辭塵世入深山 만사진세입심산 늘그막에 속세를 사양하고 심산에 들어와


斷麓茅齋一二間 단록모재일이간 산기슭 깎아 지은 초가집 한 두간.


竹戶高開通遠眺 죽호고개통원조 죽창을 높이 여니 멀리 바라볼 수 있고


石岡圍着挹孱顔 석강위착읍잔안 돌 산등성이 둘러 산 높고 험함을 당기네.


風淸蕙帳人無夢 풍청혜장인무몽 향기 전하는 맑은 바람에 꿈도 없어지고


月白梅壇鶴自閒 월백매단학자한 달처럼 흰 매화 둔덕엔 학이 절로 한가하네.


小逕斜回人不到 소경사회인부도 작은 비탈길로 둘러있어 사람들 오지 않아


擬將雲牖號常關 의장운유호상관 마치 구름 창 본떠 늘 닫힌 문으로 불리네.


 


次韻寄謙兒讀書山寺(차운기겸아독서산사)


장남 지겸(至謙)이 독서하는 산사(山寺)에 차운하여 부침.


 


爲問兒消息 위문아소식 애들 소식 물으러


欣迎渡水僧 흔영도수승 물 건너 온 스님을 기쁘게 맞아.


莫嗟離病父 막차이병부 병든 아비 떠났다고 탄식 말고


猶喜得情朋 유희득정붕 오직 정든 벗 얻음을 기뻐하거라.


寄玉催寒기옥최한침 돌로 만든 찬 다듬잇돌에 기대어


封書對小燈 봉서대소등 작은 등잔불에 봉한 편지를 보니


臘前須勿返 납전수물반 섣달 전에는 돌아오지 못한다네.


山路險千層 산로험천층 천길 산길이 험해서.


歲除日有感 세제일유감 섣달그믐의 느낌


此夜除前歲 차야제전세 이 밤이 새면 묵은해가 가고


明朝卽令辰 명조즉영신 내일 아침인 즉 좋은 날.


雪天纔過臘 설천재과납 눈 오는 날의 그믐을 겨우 보내고


霜鬂又添春 상빈우첨춘 봄 되면 또한 흰 귀밑털만 더하겠지.


可嗟衰謝客 가차쇠사객 늙은 손님 사절함을 탄식함은


曾是少年身 증시소년신 이 몸도 일찍이 소년이었다네.


安得金光草 안득금광초 어찌해서 금광초를 얻는다면


長爲不老人 장위불노인 어른이 되어도 노인은 되지 않으리.


 


輓梅軒洪丈俊亨(만매헌홍장준형)매헌(梅軒)홍준형(洪俊亨)어른 만시(輓詩)


 


多公擅藝場 다공천예장 여럿이 기예를 펼치는 마당에


幸我接鄰鄕 행아접인향 다행히도 난 이웃 마을에 살면서


蘭室曾薰德 난실증훈덕 일찍이 선인의 훈도 덕을 입어


蓮池拜着檣 연지배착장 연못의 돛대에 붙어 절했네.


靑襟稱國士 청금칭국사 학생 때 이미 나라의 선비라 불리고


白首屈齋郞 백수굴재랑 노인 되선 재() 집사를 꿇렸네.


佇見仁人壽 저견인인수 바라보니 어진 이는 수를 하던데


何催孝子亡 하최효자망 어찌하여 효자의 망함을 재촉하셨나?


過哀仍帶疾 과애잉대질 애통함이 지나쳐 질병을 앓으며


深服善居喪 심복선거상 상중에도 잘함에 깊이 감복하네.


澤涸珠藏色 택호주장색 못물이 말라 진주도 빛을 감추고


山枯玉梅光 산고옥매광 산의 옥매화도 빛이 시드네.


鸞孤糚鏡影 난고장경영 짝 잃은 난새가 거울 속 그림자 보듯


雁斷碧天行 안단벽천행 기러기는 푸른 하늘을 가르며 가네.


書室烏床冷 서실오상냉 서재의 옻칠한 책상도 차고


梅壇鶴夢凉 매단학몽량 매화 화단의 학 꿈도 서늘하네.


向誰承雅韻 향수승아운 누굴 향해 고상한 운을 이으며


無處吐中腸 무처토중장 속내를 토로할 곳이 없네.


賴有螟蛉在 뢰유명령재 기댈 양자가 있으니


傳家業再昌 전가업재창 전해온 가업이 다시 창성하길 비네.


 


 


輓權公在機(만권공재기)권재기(權在機)()을 위한 만시(輓詩)


 


聞說南州學子叢 문설남주학자총 영남의 배우는 애들의 모든 물음에 설명함에


有誰超出甲於公 유수초출갑어공()이 누구보다도 가장 뛰어났네.


靑年荊屋名無愧 청년형옥명무괴 젊어서 가시나무 집 이름 부끄러움 없고


白首蓬廬道莫通 백수봉려도막통 늙어선 허술한 집에서 도()에 두루 통해


靑筐藏書知最富 청광장서지최부 푸른 광주리의 장서를 가장 부자로 알며


單瓢生産告頻空 단표생산고빈공 단사표음에도 생산함은 자주 빔을 알리고


人云坎坷吾云泰 인운감가오운태 남들은 불우하다 해도 자신은 태연하다네.


蘭玉盈庭福未窮 난옥영정복미궁 자손들 뜰에 넘치니 복이 무궁하리.


 


偶吟(우음) 얼핏 지은 시


 


中宵孤倚壁 중소고의벽 한밤중에 홀로 벽에 기대어


屈指流齡 굴지산유령 손가락 꼽아 지난 나이 세어보니


五十前三歲 오십전삼세 50세 전의 3(47)


四旬後七蓂 사순후칠명 40세 하고도 7.


身衰心益壯 신쇠심익장 몸은 쇠약해져도 마음은 더욱 굳어져


時否道猶亨 시부도유형 때는 못 만났어도 오히려 도에는 형통해


夕死吾何恨 석사오하한 저녁에 죽은들 내 무슨 한이리?


要須踐是形 요수천시형 이 모양으로 실천해 감이 필요하리라.


 


次裵晦伯壁上韻(차배회백벽상운)배회백(裵晦伯)의 벽상운(壁上韻)에 차운(次韻).


 


勝地今歸羽化儔 승지금귀우화주 명승지에 이제야 돌아와서 신선과 짝이 되고


洞神慳秘幾千秋 동신간비기천추 신께서 몰래 아끼길 수 천 년.


山含元氣擎天立 산함원기경천립 산은 원기 머금고 하늘 받들어 서 있고


水曳淸溪向海流 수예청계향해류 물은 맑은 시내 끌며 바다로 향해 흘러가네.


虛室月光宜夜翫 허실월광의야완 빈집의 달빛은 밤에 감상하기 제격이고


小樽花影可春遊 소준화영가춘유 작은 술잔의 꽃 그림자는 봄놀이로 그만이네.


分華一半君休嗇 분화일반군휴색 화려함을 반으로 나눔을 그대는 인색치 말고


願托金蘭契事修 원탁금란계사수 부탁하노니 금란지교 닦기를 바라네.


 


謝琴虞卿雲達會款巖臺(사금우경운달회관암대)


우경(虞卿)금운달(琴雲達)을 관암대(款巖臺)서 만나 사례하며


 


谷口淸塘半鏡開 곡구청당반경개 골짜기 입구의 맑은 연못은 거울 반쯤 열렸고


岸楓當午綠陰堆 안풍당오녹음퇴 언덕 위 단풍나무는 한낮을 맞아 녹음이 쌓였네.


主翁携客巖顚坐 주옹휴객암전좌 주인장이 손님 끌고 관암대에 마주 앉아


蕭散風流酒一杯 소산풍류주일배 조용하고 한가한 풍류에 술 한 잔씩.


 


種松(종송)소나무를 심으며


 


最嫌斜逕斷前岡 최혐사경단전강 앞 언덕 비탈길로 깎여져 제일 보기 싫어서


手植穉松趁載陽 수식치송진재양 양지 쫓아 어린 소나무를 손수 심었네.


寄語村童休剪伐 기어촌동휴전벌 애들이 꺾거나 베지 말라고 말 전하고


會看蒼翠拂雲長 회간창취불운장 구름 뚫고 푸르게 자라길 지켜 보세나.


 


採薇(채미)고사리를 꺾으며


 


雨後前山饒蕨薇 우후전산요궐미 비온 뒤 앞산엔 고비 고사리가 풍요로와


携筐村女競先歸 휴광촌녀경선귀 광주리 낀 아낙들 서로 먼저 돌아오길 다투네.


煙生石鼎調新味 연생석정조신미 돌솥에 불 피워 새 맛을 조리하니


兼爨香粳慰我飢 겸찬향갱위아기 부뚜막의 구수한 밥 냄새가 내 배고픔을 더네.


 


薔薇(장미)


 


手植薔薇傍短籬 수식장미방단리 장미를 낮은 울타리 곁에 손수 심으니


桑枝繁葉雨中垂 상지번엽우중수 뽕 가지가 잎 무성하여 빗속에 드리웠네.


風吹落蘂香金散 풍취낙예향금산 바람 불어 꽃술 떨어지니 좋은 향기 날려서


飛入瓦樽最絶奇 비입와준최절기 토기 술잔에 날아드니 가장 기이하네.


 


假鷗(가구)俗所謂臥葭裡(속소위와가리) 외가리


 


有鳥怪且奇 유조괴차기 괴상하고 기이한 새가 있으니


非鷗亦非鶿 비구역지자 갈매기도 아니고 가마우지도 아닌


文章去彩飾 문장거채식 아름다운 문장으로 꾸밈없이


黲衣大樸姿 참의대박자 퇴색한 옷에 질박한 자태라네.


日親山野客 일친산야객 날로 산야의 손님과 친해져


不厭游淤泥 불염유어니 진흙탕에 놂을 싫어하지 않고


豈無江海志 개무강해지 어찌 강과 바다의 큰 뜻이 없으랴


畏彼虞人機 외피우인기 우인의 틀에 갇힘이 두려울 뿐.


豈乏魚蛤謀 개핍어합모 어찌 조개와 물고기의 생각이 없을까?


足充飢 와마족충기 개구리 두꺼비로 허기 채우기 족하니


愛此潛寂地 애차잠적지 이 고요하고 쓸쓸한 곳이 좋아


俯仰隨心爲 부앙수심위 굽어보고 우러르길 마음 따라 하네.


有時乘風起 유시승풍기 때로는 바람타고 날아올라


冥冥雲外飛 명명운외비 아득히 구름 밖으로 날아가네.


誰測爾爲智 수측이위지 누구라 너의 지혜를 측량하랴?


可以爲吾規 가이위오규 내 규범으로 삼을 만 하구나.


 


輓金院長如亮(만김원장여량)김여량(金如亮)원장(院長)만시(輓詩)


 


夫公氣槪軒 부공기개헌 무릇 공의 기개는 헌활하고


良玉栗而溫 양옥율이온 좋은 옥같이 엄하고 온화해


處世門闌大 처세문란대 처세함에는 문지방이 크고


居鄕齒德尊 거향치덕존 향리에 살면서 어른으로 존경받았네.


難辭天上記 난사천상기 천상의 기록은 말하기 어려우나


終作地中魂 종작지중혼 마침내 땅 속의 혼백을 만드네.


也幸綿餘慶 야행면여경 다행히도 남은 경사가 면면히


傳家子若孫 전가자약손 집안의 아들 손자에게 전하네.


 


小少偏蒙撫頂憐 소소편몽무정련 잘고 몽매함에 치우침을 가련히 어루만지고


兩家緣分葛苽纏 양가연분갈고전 양가의 연분이 칡과 줄 풀처럼 얽어져


曾遊蕭寺陪閒酌 증유소사배한작 한적한 절에서 한가히 잔기울이며 같이 놀고


頻拜花山許下筵 빈배화산허하연 안동에서 자주 뵈면 자리 내려 허여하시며


季父舊情公一體 계부구정공일체 막내 삼촌의 옛정이 공과 같아서


阿郞新契我齊肩 아랑신계아제견 어른들의 신계에 나도 어깨 나란히 하고


九原應見吾先子 구원응견오선자 저승길에서 응당 우리 아버지도 보시리니


爲說孱孤血涕漣 위설잔고혈체연 잔약하고 외로움을 말하니 피눈물이 흐르네.


 


輓李子愚惟顔(만이자우유안)자우(子愚)이유안(李惟顔)만시(輓詩)


 


落地何須論骨肉 낙지하수논골육 세상 태어나 하필 골육의 정을 논하나


弟兄交分漆膠深 제형교분칠교심 형제간의 교분은 옻칠 아교처럼 깊으니


槃泉夜話開靑眼 반천야화개청안 반천에서의 밤 이야기로 친한 눈매 열리고


昌海春遊露赤心 창해춘유노적심 창해 봄놀이에선 진심을 토로했네.


人說壽徵仁可驗 인설수징인가험 사람들이 수명은 어짊으로 징험할 수 있다더니


鬼猜遐算理難諶 귀시하산리난심 귀신의 시기로 셈 멀리한 이치 믿기 어려워


乾坤獨立知音寡 건곤독립지음과 천지가 따로 서도 알아주는 이는 드물고


誰和峩洋一曲琴 수화아양일곡금 누가 높 낮은 거문고 한 가락에 화답하려나?


 


醉和李道淵(취화이도연) 취하여 이도연(李道淵)께 화답함.


 


秋雨黃花下 추우황화하 가을비에 국화꽃 아래서


醉客忘歸 취객총망귀 취객들 모두 돌아갈 줄 모르네.


一場團罷後 일장단파후 한 마당의 무리가 마친 뒤에


誰是更誰非 수시갱수비 누가 옳고 다시 또 누가 그르다네.


 


次洪九以敍夏韻謹呈李僉知振南重牢宴(차홍구이서하운근정이첨지진남중뢰연)


구이(九以)홍서하(洪敍夏)의 운()에 차운(次韻)하여 첨지(僉知)이진남(李振南)의 중뢰연(重牢宴)에 삼가 바침.


 


庚戌重回六十春 경술중회육십춘 경술(1670) 60년의 회갑이 다시 돌아와


舊郞華髮照筵新 구랑화발조연신 늙은이의 백발이 연회에 새롭게 비취네.


德門餘慶稀前古 덕문여경희전고 덕망 높은 집에 남은 경사 고금에 드문데


賀舌爭騰四座賓 하설쟁등사좌빈 빙 두른 손님들의 축하 말들 다투어 오르네.


壽鄕文物耀殷春 수향문물요은춘 장수촌의 문물은 풍성한 봄에 빛나고


鳴鴈嗈嗈瑞旭新 명안옹옹서욱신 기러기 짝지어 우니 경사 더욱 새롭네.


白首阿迎白首 백수아랑영백수 늙은이가 서고에 기대어 늙은이를 맞아


一筵酬酌敬如賓 일연수작경여빈 한 자리서 주고받으며 손님처럼 공경하네.


不老長留壽域春 불로장유수역춘 늙지 않는 수역에 봄은 오래 머물러


綵繩重結舊維新 채승중결구유신 색실 줄 겹쳐 묶어 옛 것을 새롭게 하네.


廻環庚戌知無盡 회환경술지무진 돌고 돌아온 경술년 다 함 없음을 알기에


幾度來參下席賓 기도래참하석빈 말석의 손님께도 몇 번이나 와서 참석하네.


 


次李愚忍齋德滋韻(차우인재덕자운)


우인재(愚忍齋) 이덕자(李德滋)의 운()에 차운(次韻)


 


翁記中有色慾難忍之語正得下工之地尤有所感故首篇及之


()의 글 속에 색욕(色慾)을 참기 힘들다는 말이 있어서 서툰 재주[下工]로나마 바름을 얻고자 하는 느낌이 있어서 수편(首篇)에 부쳐 보낸다.


 


一帶淸流萬疊岡 일대청류만첩강 한 줄기 맑은 물이 여러 겹의 산을 흘러


小堂冬夏適溫涼 소당동하적온량 작은 집에도 여름 겨울에 서늘함과 따뜻함이


蕭條門巷淵明宅 소조문항연명댁 쓸쓸한 도연명 집의 대문과 거리라도


跌蕩風流阮尉狂 질탕풍류완위광 질탕한 풍류는 완적도 미침이 편안하네.


愚以自謙眞大智 우이자겸진대지 어리석다고 겸손함은 참으로 큰 지혜


忍之惟色是剛腸 인지유색시강장 색을 참노라면 바로 장기가 튼튼해져


紅塵暫落旋知返 홍진점락선지반 속세에 잠시 떨어졌어도 되돌아감을 아니


橘裏乾坤日月長 귤리건곤일월장 귤 속 신선 사는 세계엔 세월도 길다네.


爲訪閒翁度石岡 위방한옹도석강 한가한 늙은이 만나러 돌산을 지나가


短床相對敍暄凉 단상상대서훤량 책상 마주하니 차례로 따뜻하고 시원해


靑年托契情청년탁계정미독 젊어선 계를 빌어 정이 두루 돈독했고


皓首開襟喜欲狂 호수개금희욕광 백발되어 흉금을 여는 기쁨에 미치겠네.


夜爨間黃聊拄腹 야찬간황료주복 밤에 밥 짓는 사이의 애들은 배 채우길 원하고


曉斟浮白足澆腸 효침부백족요장 날 새운 새벽 술잔은 장에 물대기 족하네.


要津乾沒何須說 요진건몰하수설 요직서 횡령물 뺏기니 무슨 말을 하리오?


散地方知此味長 산지방지차미장 사방 널린 이 맛 영원함을 알리라.


 


輓外舅李公榮遠(만외구이공영원)


장인(丈人)인 이영원(李榮遠)공 만시(輓詩)


 


高門叨贅卄年餘 고문도췌입년여 귀한 집에 외람히 혹 붙이길 20여년


終始恩情父子如 종시은정부자여 시종 은혜로운 정은 친 부자 같았네.


梅雨每分雲碓玉 매우매분운대옥 장마철 구름은 매번 옥 방아로 나뉘고


荇風頻寄淥江魚 행풍빈기록강어 마름풀은 바람에 맑은 강 고기에게 자주 기대


心中尙記前承誨 심중상기전승회 전에 받은 가르침 높이 마음속에 새기며


筐裏時看舊贈書 광리시간구증서 때때로 광주리의 전에 받은 책들을 보네.


平昔音容尋底處 평석음용심저처 이전의 말씀과 모습들 이른 곳 찾으니


几床猶在故茅廬 궤상유재고모려 옛 초가엔 오히려 안석과 책상만이 있네.


 


輓琴子若以亨(만금자약이형)


자약(子若)금이형(琴以亨)만시(輓詩)


 


濡毫頻寫送終詩 유호빈사송종시 붓 적셔 장사지내는 시 자주 썼지만


爾來親舊幾人遣 이래친구기인견 자네가 친구로 와서 몇 명이나 보냈나?


於公別有無涯痛 어공별유무애통 그런 그대와 헤어지니 끝없는 아픔만 있고


孝服捐生理莫知 효복연생리막지 부모 상중에 생을 버리는 이치는 알지 못하네.


 


輓鳳隱朴丈(만봉은박장)봉은(鳳隱)박돈(朴燉)어른 만시(輓詩)


 


斯文斯丈老 사문사장로 유학에서 이 어른은 원로로


齒德卓吾鄕 치덕탁오향 우리 고장에선 고령과 덕행이 탁월해


氣槪傾雲漢 기개경운한 기개는 은하수도 기울일 수 있고


名聲擅藝場 명성천예장 재주 겨루는 마당에선 이름 떨쳤네.


丹桂樹 미변단계수 계수나무 단약도 물리치지 않아


終襲玉蓮香 종습옥련향 마침내 옥련향이 베었네.


謾抱經綸器 만포경륜기 널리 포용하는 경륜의 그릇이


閒棲水石庄 한서수석장 한가히 산수 농막에 깃들었네.


無心營利祿 무심영리록 영리나 벼슬에는 무심하고


安分務農桑 안분무농상 농사와 양잠에 힘쓰며 편히 분수 지켜


事業詩千軸 사업시천뉴 사업은 작시 천 두루마리에


風流酒一觴 풍류주일상 풍류론 술 한 잔.


亨屯知有命 형둔지유명 어려움에 형통하면 운명을 아는데


倚伏固靡常 의복고미상 굳게 떳떳함에 기대어 쓰러졌네.


吉士天胡奪 길사천호탈 훌륭한 선비를 어찌 하늘은 빼앗는가?


凶音我最傷 흉음아최상 흉한 부음에 내 가장 마음 상하네.


穉孫傳緖統 치손전서통 어린 손자들은 전통 사업 전하고


側胤護門墻 측윤호문장 맏이는 가문의 울타리를 수호하겠지.


梅竹猶存砌 매죽유존체 매화와 대나무 아직도 섬돌에 있고


圖書宛在堂 도서완재당 책들은 집안에 완연히 있네.


葭親承眷厚 가친승권후 먼 친척들도 권속의 후함을 이어


駑劣把輝光 노열파휘광 우둔 용렬해도 휘광을 잡았네.


謦欬嗟難接 경해차난접 기침 탄식에 범접하기 어렵겠지만


題輓裂腎腸 제만열신장 만사를 지으니 콩팥이 터질 것 같네.


 


移居有感(이거유감) 이사한 느낌


 


半世長飄泊 반세장표박 오랜 반평생을 정처 없이 떠도니


吾生可歎嗟 오생가탄차 내 인생도 참 탄식 할 만 하네.


何曾黔墨突 하증검묵돌 어찌 일찍이 동분서주했던가?


頻戒白公車 빈계백공거 백두로 자주 응시함을 경계했네.


往歲莎皐月 왕세사고월 이사 갈 때는 음력 5월에 비벼


今春少洞花 금춘소동화 올 봄에는 작은 마을에도 꽃이 펴서


風光隨處好 풍광수처호 경치는 이르는 곳마다 좋은데


無地不宜家 무지불의가 더없이 마땅한 집이 아닌가?.


 


紫洞留置梅盆夢見枯落之容命使僮僕灌之以水(자동유치매분몽견고락지용명사동복관지이수)


자동(紫洞)에 맡겨둔 매화 화분이 꿈에서 말라 시드는 것을 보고 애들을 시켜서 물을 주라고 이르며


 


故菴留守獨梅兄 고암유수독매형 옛 암자를 홀로 지키고 있는 매화야


風雪那堪戀戀情 풍설나감연연정 풍설을 어찌 견디는지 정만 연연해


惟悴枯客來入夢 유췌고객래입몽 파리하게 마른 손님으로 내 꿈에 들어와


亟令童子灌溪淸 극령동자관계청 빨리 얘들에게 맑은 시냇물 떠 물주라 했네.


 


今歲凶歉劇於去歲聖上軫念累下哀慟之詔而列邑賑政未免文具之歸竊盜虛譽濫被恩賞者間或有之豈不痛哉仍成近體一首


금세흉겸극어거세성상진념루하애통지조이열읍진정미면문구지귀절도허예람피은상자간혹유지개불통재잉성근체일수


금년에도 흉년이 극심하여 작년에 임금님께서 백성을 염려하시는 마음이 누적되어 진휼(賑恤)정책을 펴라는 애통해 하시는 조서(詔書)를 각 고을[列邑]에 내리셨지만 (현지에서는) ()조문만 갖추기를 면하지 못하고, 허황한 명예를 훔쳐 은상(恩賞)을 받은 자가 간혹 있다.어찌 가슴 아프지 않은가? 이에 근체시(近體詩) 1()를 짓는다.


 


閭巷居人孰富殷 여항거인숙부은 거리의 사람들 누가 부자고 넉넉한가?.


今年民事去年艱 금년민사거년간 금년 농사 일 작년에도 가난했네.


烏瓢簇簇盈街오표주주영가개 어찌 바가지든 거지 떼들만 거리에 넘쳐나고


鵠面遑遑滿路곡면황황만로전 수척한 모습만 황황히 길을 가득 메웠네.


百里賑施徒文具 백리진시도문구 사방 진휼책을 실시한다는 법 조문뿐


九重哀詔只勤頒 구중애조지근반 궁궐선 애통하단 조서 힘써 반포했건만


濫將虛譽希恩賞 람장허예희은상 외람되게 은상 받으려는 헛된 명예만 바라


銅珮臨民柰靦顔 동패임민내전안 도장만 차고 백성 대하는 후안을 어쩌나?


 


小刀(소도) 작은 칼


赤菫當年鍊鑄成 적근당년련주성 병진(1676)년에 불리고 담금질해서 만들어


寸餘寒鍔匣中鳴 촌여한악갑중명 작으나 시퍼런 칼날 칼집 속에서 우네.


擲抛床上明霜落 척포상상명상락 상위에 던져두면 서릿발 내린 듯 밝고


掛置窓間細電驚 괘치창간세전경 창틈에 걸어두면 가는 번개에 놀라네.


持入穎川宜지입영천의연독 칼집에 넣어 내에 들어가면 송아지도 적시고


珮歸燕市可傾城 패귀연시가경성 차고 잔치에서 돌아오면 성도 기울일 수 있네.


我非刺客於何用 아비자객어하용 난 자객도 아니니 어디에 쓸까나?


時剪花牋閃閃輕 시전화전섬섬경 때론 꽃 전지하고 장계 번뜩 가볍게 하려네.


 


怪石(괴석)


 


玉斧何年巧琢修 옥부하년교탁수 옥도끼로 몇 년이나 묘하게 쪼아 다듬었나?


水宮珍秘閱千秋 수궁진비열천추수궁의 감춘 보배로 천년을 지냈나?


拕移波底潛蛟泣 타이파저잠교읍 물밑에 잠긴 교룡의 눈물을 끌어왔나?


破雲根怪鬼愁 촉파운근괴귀수 바위를 깎고 쪼개 괴상한 귀신의 수심됐네.


窓外却疑連碣石 창외각의연갈석 창밖엔 이어진 비석 돌인가 의심 떨치고


軒前常對小崑丘 헌전상대소곤구 집 앞엔 늘 작은 곤륜산을 마주하네.


靜中自與心神會 정중자여심신회 나와 더불어 고요한 가운데 심신을 모으니


俗客誰知趣味幽 속객수지취미유 그윽한 취미를 세상사람 그 누가 알리오?


春霧(춘무) 봄 안개


 


非雨非煙細細飛 비우비연세세비 비도 연기도 아닌 것이 하늘하늘 날리니


氣籠陵谷白依依 기롱릉곡백의의 구릉 골짜기에 공기 바구니 희미하게 희네.


山窓曉月墜殘影 산창효월추잔영 산속 집 창문에는 새벽달이 잔영을 떨구고


海岳朝暾秘瑞暉 해악조돈비서휘 바다 산엔 아침 해에 신비한 서광 빛나네.


隔水孤僧迷去路 격수고승미거로 물 건너 혼자 가는 스님 길 헤매고


渡橋漁子失苔磯 도교어자실태기 다리 건넌 어부는 이끼 낀 낚시터 잃었네.


乾坤萬衆濛然閉 건곤만중몽연폐 천지 만물이 자욱한 가랑비에 닫혔다가


暗逐輕風透客衣 암축경풍투객의 몰래 쫒은 솔바람에 나그네 옷 속 파고드네.


 


蚌漆靈草竹(방칠영초죽) 방칠한 영초죽 담뱃대


 


鐵爲頭尾竹爲腰 철위두미죽위요 머리 꼬리는 쇠로 되고 허리는 대나무로 되어


蚌粉分明漆幷膠 방분분명칠병교 조개 가루로 분명 옻칠과 아교 칠 했네.


床上橫抛文蚓滑 상상횡포문인활 상위에 던져 놓으면 지렁이 미끄러진 무늬고


袖中抽出彩蛇跳 수중추출채사도 소매 속에서 뽑아내면 꽃뱀이 뛰어나오네.


凹脣含火星星요순함화성성설 입술 오므려 머금으면 불이 희뜩희뜩 살고


虛腹通煙縷縷飄 허복통연루루표 빈 배에 연기 통하니 가늘게 나부끼네.


多病年來疎四友 다병년래소사우 요즘 들어 병이 많아 문방4우와 멀었는데


爾能隨我托心交 이능수아탁심교 네 능히 나를 따라 마음 나눔을 맡기는구나.


 


詰犬(힐견)개를 꾸짖으며


 


古人養客食無魚 고인양객식무어 고인들은 손님 대접에 고기 없어 길렀고


今我飼渠飯又骨 금아사거반우골 난 지금 뼈다귀와 죽으로 기르는데


如何忘却主翁恩 여하망각주옹은 어찌하여 주인 은공도 잊어버렸나?


不吠長眠軒外月 불폐장면헌외월 짖지 말거라. 죽으면 집밖의 달이니.


 


蒼玉硯滴(창옥연적) 푸른 옥 연적(硯滴)


 


誰採藍田璞裏奇 수채남전박리기 누가 남전의 옥을 캐서 묘하게 다듬었나?


玉人磨琢作文龜 옥인마탁작문귀 옥 장인이 갈고 쪼아 거북이 문양 만들었네.


虛心客水淸無累 허심객수청무루 잡념이나 거리낌 없는 군물 맑고 새지 않아


綠背雕紋細似絲 록배조문세사사 푸른 등에 조각한 문양 가늘기가 실과 같네.


寄與書生留靜几 기여서생류정궤 서생에게 붙어서 고요히 책상위에 머물며


肯隨凡介縮淤池 긍수범개축어지 모두 긍정하며 다 따름이 진흙 못 줄인 듯


碧窓滴露吾多愧 벽창적로오다괴 푸른 창의 이슬방울 내 많이 부끄러워


也愛稀珍不暫離 야애희진불잠리 희귀한 보물 좋아해 잠시도 못 떠나네.


 


戱題兒輩冊匣(희제아배책갑)장난삼아 애들 책갑에 지음.


 


雲霄翼 봉쇄운소익 봉황이 하늘에 날개 펴고


龍墜碧海鱗 용추벽해린 용의 비늘이 벽해에 떨어진 듯


終歸騷客手 종귀소객수 마침내 시인의 손에 돌아와


護得簡編新 호득간편신 서책들을 보호하여 새것처럼 하네.


 


文房四友(문방사우)


 


可愛石居가애석거묵 사랑스러운 석거묵(石居)


曾封卽墨城 증봉즉묵성 일찍이 묵성에 봉해졌지.


方圓成器度 방원성기도 모지고 둥글게 그릇의 법도 이루어


曲重不浮輕 곡중불부경 진중히 굽어 경솔히 가볍지 않네.


廣面丹如渥 광면단여악 넓은 면은 두꺼운 단사 바른 것 같고


中心坦且平 중심탄차평 가운데는 평탄하네.


論交無貴賤 논교무귀천 토론하고 교제함에 귀천이 없어


卿相又書生 경상우서생  삼정승 육판서나 백면서생까지도.


 


右南越高要人石虛中字居弘農陶泓之傍支也隱遁不仕因採訪遇於丹陽拜卽墨侯


우남월고요인석허중자거홍농도홍지방지야은둔불사인채방우어단양배즉묵후


 


위는 남월(南越)의 고요(高要)사람인 석허중(石虛中)인데 자()는 거묵()이고, 홍농(弘農) 도홍(陶泓)의 방손(傍孫)이다. 벼슬하지 않고 은둔(隱遁)하다가 채방사(採訪使)를 단양(丹陽)에서 만나 벼슬을 받은 즉 묵후(墨侯)이다.


 


可愛毛元銳 가애모원예 사랑스러운 모원예(毛元銳)


管城是貫鄕 관성시관향 관성(管城)을 관향(貫鄕)으로


麟經專與奪 인경전여탈 공자님의 춘추경을 오롯이 뺏고


羲卦畫陰陽 희괘획음양 복희씨 괘()로 음양도 그렸네.


直舌排雲闕 직설배운궐 바른 말로 궁궐에서 쫒겨나고


尖頭動墨場 첨두동묵장 뾰족한 머리로 먹 마당을 움직여


有招無不往 유초무불왕 부르는데 있으면 가지 않는 곳 없어


時或近閨娘 시혹근규낭 때론 규중 아녀자에게도 가까이 있네.


 


右宣城人毛元銳字文鋒管城公毛穎之後也拜毛州刺史


우선성인모원예자문봉관성공모영지후야배모주자사


 


위는 선성(宣城)사람인 모원예(毛元銳)로 자()는 문봉(文鋒)이고, 관성공(管城公) 모영(毛穎)의 후손이다. 모주자사(毛州刺史)의 벼슬을 했다.


 


可愛龍香劑 가애용향제 사랑스러운 용향제(龍香劑)


規模最正方 규모최정방 규모는 가장 반듯한 사각형


皀圭登帝闕 흡규등제궐 향내 나는 서옥으로 황궁에 올라


玄笏赴文堂 현홀부문당 검은 홀의 정3품 문관에 부임했네.


犀角琅琅響 서각낭낭향 무소 뿔 부딪는 낭랑한 음향


烏顔燦燦光 오안찬찬광 까마귀 얼굴 찬연히 빛나네.


漆膠交孰密 칠교교숙밀 칠과 아교로 무엇보다 꼭 붙어


磨戞尙書郞 마알상서랑 상서성 낭관의 가는 소리네.


 


右燕人易玄光字處晦絳人陳玄之族孫也封九錫拜松滋侯玄香太守兼毫州楮郡平章事唐明皇朝賜姓名龍香劑


우연인역현광자처회강인진현지족손야봉구석배송자후현향태수겸호주저군평장사당명황조사성명용향제


 


위는 연()나라 사람인 역현광(易玄光)으로 자()는 처회(處晦)고 강()사람인 진현(陳玄)의 족손(族孫)이다. 구석공(九錫公)에 봉()해 졌으며, 송자후(松滋侯) 현향태수(玄香太守)겸 호주(毫州)저군(楮郡)평장사(平章事) 벼슬을 했고, ()나라 현종(玄宗)때 용향제(龍香劑)라고 성()과 이름을 내렸다.


 


可愛楮知白 가애저지백 사랑스러운 저지백(楮知白)


繭生是弟兄 견생시제형 비단과는 바로 형제간.


膚沾桄葉露 부첨광엽로 피부는 광랑나무 잎에 붙은 이슬


膩洗剡溪淸 니세염계청 맑은 개울물에 때 씻고 깎였네.


性質雖輕薄 성질수경박 성질은 비록 경박해도


容光最潔明 용광최결명 모습은 가장 깨끗하고 밝네.


古今多少事 고금다소사 고금의 많고 적은 일들을


記得卷篇成 기득권편성 기록하여 책으로 이룸을 얻었네.


 


右華陰人楮知白會稽楮先生之後也封九錫楮園公拜白州刺史統領萬字軍


우화음인저지백회계저선생지후야봉구석저원공배백주자사통령만자군


 


위는 화음(華陰)사람 저지백(楮知白)으로 회계현(會稽縣) 저선생(楮先生)의 후예다. 구석저원공(九錫楮園公)에 봉()해졌으며, 백주자사(白州刺史)와 만자군(萬字軍)을 다스리는[統領] 벼슬을 했다.


 


辛亥秋夏間年飢疫熾牛無一遺人亦死盡翌春見鄰翁播麥而馬代牛身代奴有感而作


신해추하간년기역치우무일유인역사진익춘견린옹파맥이미대우신대노유감이작


 


신해(辛亥:1671)년 여름 가을 사이에 굶주림과 역병(疫病)이 극심해서 소도 한 마리 없고,남은 사람도 역시 죽을 지경이라. 이듬해 봄에 이웃 늙은이가 보리 파종을 하면서 소 대신 말을, 노비 대신 자신이 하는 걸 보고 느낌이 있어서 지음.


 


耕犧旣不得 경희기부득 밭갈이하는 소 아직 얻지 못해서


牽出渥洼龍 견출우와룡 끌고 나온 건 우와룡(渥洼龍)


逸足端宜騁 일족단의빙 편안하면 의당 단정히 달릴 수 있지만


蘭筋豈合農 난근개합농 난 같은 근육으로 농사가 어찌 맞을까?


拘荊傷霧鬣 구형상무렵 가시 쥐니 자욱한 말갈기 상하고


沒土汚風몰토오풍종 흙 묻은 바람에 말갈기 더렵히네.


失用非惟爾 실용비유이 쓰임새 잃은건 오직 너만이 아니라


還嗟爾主翁 환차이주옹 네 주인어른의 탄식 되돌아온단다.


 


過朴鳳隱公舊墟有感(과박봉은공구허유감)


봉은(鳳隱) 박돈(朴燉)공의 옛 집을 지나 가면서의 느낌.


 


一樹寒梅碧水堧 일수한매벽수연 한매 한그루만 푸른 물가 빈터에 있고


丈人遊跡摠成煙 장인유적총성연 어른께서 놀던 자취는 다 연기가 됐네.


只今惟有枝頭月 지금유유지두월 지금은 단지 가지만 달을 이고 있고


留得精神向我娟 유득정신향아연 나를 향한 예쁜 정신만은 여전히 남아있네.


 


次寄宣城倅李公斗光(차기선성쉬이공두광)


선성(宣城=예안)원 이두광(李斗光)공에게 차운하여 부침.


 


朱幡南度嶺 주번남도령 붉은 깃발 남쪽 고개 넘어와


瞻望幾興嗟 첨망기흥차 바라다보니 자못 흥과 감탄만.


我臥三椽屋 아와삼연옥 나는 삼간 모옥에 누웠건만


君榮五馬車 군영오마거 그대의 광영은 다섯 필 수레네.


投詩新似錦 투시신사금 지어 던진 시는 비단 같이 새롭고


着眼眩生花 착안현생화 착안함이 햇살의 생화 같아


樂府宜添譜 악부의첨보 악장의 가사로 첨부할 만하고


還嫌落野家 환혐락야가 퇴락한 시골집에 돌아가기 싫네.


 


和沈子實(화심자실) 심자실(沈子實)에게 화답함.


 


來詩錯比興 래시착비흥 보내온 시는 비와 흥의 섞임으로


披讀愧兼嗟 피독괴겸차 읽을수록 부끄러움과 함께 감탄스럽네.


安分靑山屋 안분청산옥 청산의 집에서 편한 맘으로 분수지키니


無心紫陌車 무심자맥거 도성 길의 수레도 무심하네.


素歉蘭播馥 소겸난파복 난 향기 뿌림은 소박하고 작으니


休說桂生花 휴설계생화 월계수에 꽃핀다는 얘긴 그만두게.


雕虫誠小技 조충성소기 미사려구에만 정성들인다면


羞較大方家 수교대방가 바른 대가와 비교하면 부끄러워진다네.


 


呈邊丈有翰二十四韻(정변장유한이십사운)


변유한(邊有翰)어른께 드린 24()


 


淸凉山以北 청량산이북 청량산(淸凉山) 북쪽에


八曲溪之東 팔곡계지동 팔곡(八曲) 시내의 동편


龜縮愚安分 귀축우안분 거북 움츠리듯 어리석게 편히 분수지켜


鳩巢拙未工 구소졸미공 보잘것 없는 초라한 집 다 짓지 못했네.


向陽開竹牖 향양개죽유 양지 쪽 향해서 죽창을 열고


臨水架松임수가송롱 물가엔 소나무 난간 세웠네.


石砌存松菊 석체존송국 돌계단엔 소나무와 국화가 있고


山門亂蓽蓬 산문난필봉 산 어귀엔 가시와 쑥이 어지럽네.


 


巷深人罕到 항심인한도 깊숙한 마을이라 사람들 드물게 오고


簷短鳥爭沖 첨단조쟁충 처마가 짧아 새들 서로 화합하네.


靜榻眠如偶 정탑면여우 고요한 긴 탑상은 짝처럼 자고.


閒齋臥似弓 한재와사궁 한적한 서재는 활처럼 누워있네.


知心惟素月 지심유소월 오직 마음 앎이 밝은 달 같으니


吹面但淸風 취면단청풍 다만 얼굴에 맑은 바람만 부네.


釣玉隨江叟 조옥수강수 강에서 월척 따라 낚시하는 늙은이


擔槀混野童 담고혼야동 나뭇짐 진 아이들 들에 섞여있네.


 


朝耕埋隴草 조경매롱초 아침엔 풀로 덮인 밭이랑 갈고,


曉汲灌園菘 효급관원숭 새벽엔 배추밭에 물주네.


問柳投芳岸 문유투방안 버들이 언덕에 향기 던지냐 묻고


搜花繞碧叢 수화요벽총 푸른 떨기에 싸인 꽃을 찾네.


襟期千古上 금기천고상 마음 기약함은 천고보다 오래고


身世一壺中 신세일호중 몸은 세상의 한 호리병 속이네.


壁立塵生白 벽립진생백 벽은 먼지가 하얗게 앉아 서있고


廚寒鼎齒紅 주한정치홍 가난한 주방 솥 물 닿는 곳 붉네.


 


鯤鵬初志誤 곤붕초지오 댓 닭과 붕새는 초심이 달라


濩落暮途窮 확락모도궁 세상 버려져 노년이 궁색하네.


學履要存敬 학리요존경 학문의 밟음은 경에 있음을 요하고


工程貴理躳 공정귀리궁 공부 과정은 몸소 닦는 이치 귀하네.


靑年曾暴棄 청년증포기 청년들 일찌감치 자포자기하고서


皓首卽盲聾 호수즉맹롱 백발노인 되선 귀머거리 장님돼지.


才短工難就 재단공난취 짧은 재주로 공부 나아가기 어려워


疵多德未充 자다덕미충 잘못도 많고 덕도 못 채웠네.


 


行身多履險 행신다이험 행신함에 많은 위험을 겪고


搖舌輒興戎 요설첩흥융 말하면 번번이 전쟁을 하고


處世難弭謗 처세난미방 처세함에 비방의 말 그치기 어렵고


逢場孰告忠 봉장숙고충 만나는 곳 누구나 충심으로 알리네.


毛皮皆末路 모피개말로 머리털과 피부는 다 마지막이지만


情義獨吾公 정의독오공 나와 공의 정의는 남달랐네.


陟席開靑眄 척석개청면 자리에 오르면 친밀한 청안이 열려


承顔露赤衷 승안로적충 안색 살펴 진심 충심을 토로했네.


 


投詩彩錦 투시리채금 지은 시는 채색 비단 펼친 듯 하고


揮筆吐長虹 휘필토장홍 휘두른 글씨는 긴 무지개 폈네.


擅藝奴曺謝 천예노조사 멋대로의 기예는 우리들이 사양해


調音叶徵宮 조음협치궁 조율 음은 5음과 화합했네.


酬恩無縞帶 수은무호대 은혜 갚을 선물이 없어


忘拙獻雕虫 망졸헌조충 졸렬함도 잊고 잔재주(시문)를 드리네.


自是苽要玉 자시고요옥 나 스스로는 줄풀인데 옥고를 바라니


休靳犬珮筩 휴근견패통 아끼지 말고 하찮은 대통에나 채워주게.


 


贈吳起仲始興(증오기중시흥)


기중(起仲)오시흥(吳始興)에게 줌.


 


妙郞淸似臘前梅 묘랑청사랍전매 청수한 묘한 사내 흡사 세전의 매화 같고


爲謝巖程冒雪來 위사암정모설래 사례하려고 바윗길을 눈 무릅쓰고 왔네.


叩破心中多少語 고파심중다소어 절하며 안부 묻고 마음속의 많은 이야기 하며


短床相對病眸開 단상상대병모개 낮은 책상 마주하니 병든 눈동자 열리네.


 


窩南丈亨會雪月韻(차탑와남장형회설월운)


탑와()남형회(南亨會)어른의 설월운(雪月韻)에 차운(次韻)


 


雪裏思人苦 설리사인고 눈 속에서 남을 사모함은 괴로워


天淸月政中 천청월정중 하늘은 맑아 달은 정말로 중천이네.


跨岑光不隔 과잠광불격 산마루에 걸터앉아 빛 경계가 없어


照屋夢應同 조옥몽응동 집에 비치니 꿈에도 같네.


難遣今宵恨 난견금소한 보내기 어려워 이 밤도 한스러워


飜嗟此路窮 번차차로궁 이 길 극진하려고 뒤척이며 탄식하네.


休言三白瑞 휴언삼백서 정월 눈이 상서롭다는 말 말고


貧者餒年豊 빈자뇌연풍 굶주린 가난한 사람 풍년들기 비세.


 


五噫歌(오희가)


 


北風其凉兮噫 북풍기량혜희 북풍의 그 서늘함이여! !


雨雪其霏兮噫 우설기비혜희 눈비의 그 흩날림이여! !


孤芳萎林兮噫 고방위림혜희 향기로운 시든 숲이여! !


蓬萊隔遠兮噫 봉래격원혜희 봉래산의 멀리 떨어져있음이여! !


美人不見兮噫 미인불견혜희 미인을 보지 못함이여! !


 


輓金鳩齋啓光(만김구재계광)


구재(鳩齋)김계광(金啓光)만시(輓詩)


 


君我花山後 군아화산후 그대와 난 같은 안동김의 후예로


交情卽一身 교정즉일신 나눈 정분 즉 한 몸 같았네.


名聲南嶺最 명성남령최 명성은 영남에서 가장 높아


絃誦武城春 현송무성춘 현악기 타며 무성의 봄을 노래했네.


天奪雕龍手 천탈조룡수 하늘은 문장 수식가를 빼앗아가


朝無秉翰人 조무병한인 조정엔 문서 잡을 사람이 없네.


九原知有友 구원지유우 저승에서도 벗 있음을 알리니


應與伯源親 응여백원친 응당목재 백원과 같이 친하리.


 


和琴士文壁上韻(화금사문벽상운)


금사문(琴士文)의 벽상운(壁上韻)에 화답함.


 


謝氏家郞玉出藍 사씨가랑옥출람 사씨집 사내처럼 명문에서 현자 나오게


爲親新構小茅庵 위친신구소모암 어버이 위해 초가 암자 새로 지었네.


千年春色巖顚柏 천년춘색암전백 천년의 봄빛으로 바위가 잣나무에 기울고


五月秋聲檻外柟 오월추성함외남 5월에 가을 소리 내는 난간 밖의 녹나무.


鶴髮眞仙留地上 학발진선류지상 백발의 참 신선이 지상에 머물듯


壽星精彩耀天南 수성정채요천남 남극성 노인성이 남녘 하늘서 광채 빛내네.


身親甘旨兼詩禮 신친감지겸시례 어버이에게 시예와 맛있는 음식봉양하며


論孝前流也不慙 론효전류야불참 효를 논하기 전에 그래야 부끄럽지 않지.


 


巖從天地劈初頭 암종천지벽초두 자연따라 바위는 첫머리 쪼개지고


僻峙荒灣杜妄遊 벽치황만두망유 궁벽한 산과 거친 만이 망녕된 놀이 막네.


造物深藏知有意 조물심장지유의 조물주가 깊이 감춘 의미를 안다면


待君封築在今秋 대군봉축재금추 그대 이번 가을에 흙 쌓아 올림을 기대하네.


 


 


和李景則韻(화이경칙운)


이경칙(李景則)의 운()에 화답함.


 


山如玉立水如銀 산여옥립수여은 산은 옥이 선듯하고 물은 은처럼 희게 빛나


捿寄方知趣味眞 서기방지취미진 깃들어 사는 곳의 진짜 취미를 알겠네.


樂道未追先聖訓 락도미추선성훈 공자님 가르침인 안빈락도 못 따라


食貧頻被細君嗔 석빈빈피세군진 먹을게 없어 자주 아내의 진노를 당하네.


回看世事徒存眼 회간세사도존안 세상사 돌이켜보면 다만 눈앞에 있어서


歎時危久閉脣 묵탄시위구폐순 묵묵히 위태로운 때 탄식하며 입 닫은지 오래네.


休說前途多嶮巇 휴설전도다험희 앞길에 험준함이 많다는 말이나 말고


雲林隨處可安身 운림수처가안신 구름 낀 숲이라면 편히 분수 지킬 수 있네.


 


輓琴洛浦和叔聖徽(만금낙포화숙성휘)


낙포(洛浦)화숙(和叔)금성휘(琴聖徽)만시(輓詩)


 


欽仰風儀傾盖日 흠앙풍의경개일 멋스런 행동거지 흠앙하여 대개 날로 기울어져


志同調合兩靑春 지동조합양청춘 같은 뜻 조합한 두 청춘이었네.


論文陶院頻聯榻 논문도원빈연탑 도산서원서 글 논하느라 자주 탑상 마주하며


把酒汾江更斫鱗 파주분강갱작린 분강에서 작살로 고기 잡아 술잔 들었지.


太學曾推華國士 태학증추화국사 일찍이 성균관에서 뛰어난 인물로 추천되고


寢郞仍作臥雲人 침랑잉작와운인 능참봉이 은거하여 벼슬 않은 사람 됐네.


九原應抱無涯痛 구원응포무애통 저승 무덤에 응하니 한없는 아픔을 안고


堂上哀臨鶴髮親 당상애림학발친 당상에는 백발의 어버이가 슬피 임하네.


 


次韓公相皐韻(차한공상고운)


한상고(韓相皐)공의 운()에 차운(次韻)


 


虛閣登臨俗慮灰 허각등임속려회 빈집에 오르니 속된 생각 재가 되고


塘開鏡浸高臺 당개경침고대 연못에 물대니 거울 편듯 높은 대도 잠기네.


野鳧踏水浮還沒 야부답수부환몰 들오리는 물 밟으며 떴다가 다시 잠기고


簷燕含泥去復來 첨연함니거부래 처마의 제비도 진흙 물고 왔다가 다시 가네.


秋露充腸消積鬱 추로충장소적울 가을 이슬로 배 채우면 쌓인 근심 해소되고


晩風吹雨浥輕埃 만풍취우읍경애 저녁바람 불어 날린 가벼운 먼지 비에 젖네.


座中詩伯知誰最 좌중시백지수최 좌중의 뛰어난 시인 누가 최고인지 알겠고


洛客文聲動九垓 락객문성동구해 서울 손님의 문명이 하늘 끝 진동하네.


 


瞻仰聲華久 첨앙성화구 좋은 평판 우러러 본지 오래고


逢場喜得師 봉장희득사 만난 자리에서 선생 얻음을 기뻐했네.


肝腸傾古劍 간장경고검 간장은 옛 검에 기울어


然諾自今時 연락자금시 방금부터 승낙했네.


高義追周覬 고의추주기 뛰어난 덕행 두루 넘겨보며 따라


庸姿愧德彛 용자괴덕이 떳떳한 덕에 보통 모습 부끄러웠네.


聊將膠漆分 료장교칠분 모쪼록 앞으로도 아교 칠 같은 교분으로


白首以爲期 백수이위기 백발 되도록 기약 하세나.                


 


輓邊丈有海(만변장유해) 변유해(邊有海)어른 만시(輓詩)


 


俱是爐城裔 구시로성예 다 노성 변씨의 후예로서


敦婣分義親 돈인분의친 돈독한 인척으로 의로운 친분 나눴지.


曾遊昌海月 증유창해월 일찍이 창해의 달과 놀면서


頻醉入溪春 빈취입계춘 봄 되면 취해서 자주 개울에 들어갔지.


耕鑿康衢老 경착강구로 갈고 파서 사통오달한 노인이


安閒聖代民 안한성대민 성대에 어찌 한가한 백성이 되었나?


九原今日別 구원금일별 오늘 무덤으로 헤어지니


令我最傷神 령아최상신 나로 하여금 가장 정신 상하게 하네.


 


輓金君則憲(만김군칙헌) 군칙(君則) 김헌(金憲) 만시(輓詩)


 


溪院蘭薰弱冠初 계원난훈약관초 계원에서 20세초부터 난향을 피우며


漆膠情分弟兄如 칠교정분제형여 아교 칠 같은 정을 형제처럼 나눴지.


淺深盃酒頻聯榻 천심배주빈련탑 깊고 얕은 잔술로 자주 탑상 마주하고


多少情懷數贈書 다소정회삭증서 다소 생각하는 마음에 책도 자주 주었지.


婣睦家風宜表準 인목가풍의표준 화목한 가풍은 준거로 나타내도 마땅하고


禮詩庭訓乃菑예시정훈내치가정교육의 예절과 시는 거친 땅 개간한 듯


曩時儀範尋何處 낭시의범심하처 지난번 예의 규범은 어디서 찾을까?


川上惟餘故草廬 천상유여고초려 강 위엔 오직 살던 초가집 남아있건만.


 


與友人約赴淸凉遇雨留飮草堂(여우인약부청량우우유음초당)


친구들과 청량산(淸凉山)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비가 와서 초당(草堂)에 묵고 마시면서


 


孤負淸凉約 고부청량약 홀로 청량산 약속 때문에


難尋玉洞天 난심옥동천 옥동천은 찾기 힘드네.


聯榻秋宵雨 연탑추소우 가을 밤비에 탑상 붙여놓고


空留鶴上仙 공유학상선 학을 탄 신선들이 공연히 묵고 있네.


 


春帖(춘첩) 입춘첩


 


天上初回斗 천상초회두 하늘의 북두칠성 자루가 첨으로 돌아와


人間又是春 인간우시춘 인간 세상엔 또 봄이 되었네.


康衢何所祝 강구하소축 태평세월의 강구연월 빌지 않으리?


耕鑿養吾眞 경착양오진 태평하게 나의 참을 기를거나.


 


次大隱堂韻(차대은당운)


대은당(大隱堂)()에 차운(次韻).


 


亭臨城市何扁隱 정임성시하편은 정자가 시내에 있는데 어찌 현판에 은일까?


大隱當從不隱求 대은당종부은구 대은에 필적함은 은둔하지 않는데서 찾아야.


絶跡名場寧役役 절적명장녕역역 훌륭한 업적과 이름에 심력 기울이랴?


和光塵世任悠悠 화광진세임유유 재주 감추고 속세에 따르며 유유히 임했네.


時聞鼓角聲雖聒 시문고각성수괄 북과 각적소리 비록 떠들썩하게 들릴 때도


靜對琴書意自幽 정대금서의자유 고요히 거문고와 책 대하며 뜻을 깊게 했네.


底事桐江漁釣叟 저사동강어조수 왜 동강에서 낚시질 고기 잡는 늙은이인가?


謾尋遐僻着羊裘 만심하벽착양구 괜히 멀리서 양갖옷 입은 은자의 습벽 찾네.


 


見孫輩聚戱有感作(견손배취희유감작)


손자들이 모여 노는 것을 보고 느낌을 지음.


 


六十衰翁何所樂 육십쇠옹하소락60의 쇠약한 늙은이 무슨 낙이 있을까만


孫次第羅中堂 손차제라중당 손자들 차례대로 중당에 나열했네.


才與不才皆悅目 재여부재개열목기량 있고 없고 보니 다 즐겁고


擬將斯里號高陽 의장사리호고양 장차 이 마을이 고양이라 불릴지 헤아리네.


 


弔病竹(조병죽) 병든 대나무를 슬퍼함.


 


穉竹經冬不耐風 치죽경동부내풍 어린 대나무 겨울 지나며 삭풍을 못 견디고


一般園草作枯叢 일반원초작고총 일반 원예 풀들은 떨기 말랐네.


凋傷枝葉根猶在 조상지엽근유재 지엽은 시들고 오히려 뿌리는 있어서


地底知君獨蟄龍 지저지군독칩룡 땅 밑에서 그대 홀로 숨은 영웅임을 아네.


 


輓朴以承后基(만박이승후기)


이승(以承)박후기(朴后基)만시(輓詩)


 


朴以承兄於我厚 박이승형어아후 박이승 형은 나에게 후했고


愛之不啻驪珠明 애지부시려주명 사랑할 뿐 아니라 여의주의 밝음 같았네.


睦婣行誼稱州里 목인행의칭주리 화목하고 방정한 품행 고을에서 칭송받고


冠冕家聲說錦城 관면가성설금성 집안 명성 제일로 금성을 애기하네.


醉月高情憐麴蘖 취월고정련국얼 달 보며 취한 고상한 마음 누룩 술 사랑하고


棲雲閒趣力耘耕 서운한취력운경 구름집의 한가한 취향으로 농사에 힘쓰네.


少時不屑科場業 소시부설과장업 소시부터 과거공부에는 수고하지 않고


晩歲方知德器成 만세방지덕기성 만년엔 도를 알아 어진 도량 이루었네.


 


言笑以時無恥辱 언소이시무치욕 말에 웃음으로써 생시에 치욕이 없었고


蓽蓬安分謝功名 필봉안분사공명 자기 집에서 편히 분수지켜 공명을 사양했네.


富能潤屋身兼潤 부능윤옥신겸윤 부자면 집도 윤택하고 몸도 비대하건만


財自盈囷志不盈 재자영균지부영 재산은 절로 곳간 넘치나 뜻은 넘치지 않았네.


款接鄕隣無失意 관접향린무실의 관대한 접대에 이웃 기분 상함 없고


洞開城府各輸情 동개성부각수정 동네 경계심 열어 각기 정 보냈네.


倥侗亦忝分驂客 공동역첨분참객 어리석게 곁마 나눈다고 손님들 욕해도


髫齔曾隨竹馬行 초친증수죽마행 7~8세 아이들 따라 죽마 타러 갔었네.


 


戚分已疎瓜分厚 척분이소과분후 친척에게는 소원해도 인척에게는 후했고


甲生稱弟癸生兄 갑생칭제계생형 갑생께는 동생이라 하고 계생께는 칭형했네.


分山自幸芳隣近 분산자행방인근 산 넘어보다 인근의 이름남을 바라서


携杖頻尋小逕橫 휴장빈심소경횡 지팡이 짚고 자주 작은 길 비껴 찾았네.


靑眼逢迎煩解榻 청안봉영번해탑 손님 친근하게 맞아 탑상치우기 번거롭고


赤心開吐幾班荊 적심개토기반형 진심을 토로하며 가시 얼마나 폈는가?


黃花白酒秋宵酌 황화백주추소작 국화꽃과 탁주 있는 가을밤엔 잔 들고


玉子文楸夏日枰 옥자문추하일평 글은 옥 바둑돌에 여름날 바둑판같네.


 


羨子後時頭漆髮 선자후시두칠발 부러워하는 애들 검은 머리카락도 훗날엔


悶余先老鬢霜莖 민여선로빈상경 먼저 늙은 나처럼 하얀 수염 민망하네.


每料仁者能延壽 매료인자능연수 자료마다 인자는 수명을 느릴 수 있다더니


豈意良朋早殞生 개의양붕조운생 좋은 친구가 어찌하여 일찍 죽었는가?


扁鵲神方非蔑驗 편작신방비멸험 편작의 신효한 처방이면 효험 없진 않았을걸


冶長拘恐耗情 야장구공모정 오랜 속박 단련하여 정기 소모 겁냈지.


抱寃哀訴天無語 포원애소천무어 원망을 슬프게 호소해도 하늘은 말이 없고


有痛長呼地欲傾 유통장호지욕경 아픔에 오래 호곡하니 땅에 쓰러질듯 하네.


 


月冷黃樓鶴影 월냉황루학영 황루의 찬 달빛에 멀리 학 그림자 있건만


塵生古匣斷琴聲 진생고갑단금성 먼지 쌓인 옛 상자에 거문고 소리 끊겼네.


涕沾枯栢玉兒孝 체첨고백옥아효 송백이 마르게 눈물 흘리는 아들이 효자고


哭致崩城杞妻誠 곡치붕성기처성 남편 잃은 슬픔에 지성으로 호곡하는 처 있네.


夜燭寒炎明祖道 야촉한염명조도 찬 불꽃의 밤 촛불은 영결 제사 밝히고


曉風悽色耀丹旌 효풍처색요단정 새벽바람도 슬픈 빛으로 붉은 명정 비치네.


乾坤獨立知音寡 건곤독립지음과 천지 창조 이래로 지음지기의 벗은 드물어


白首空悲伐木丁 백수공비벌목정 늙은이는 슬픔 뚫려 정적만 깊어지네.


 


題刀川柳亭(제도천유정) 도천유정(刀川柳亭)이라 쓰고


主人云是疎狂客 주인운시소광객 주인이 이르길 상규 벗어난 사람 드무니


凉薄生涯瀨不治 량박생애뢰부치 수더분찮은 얼굴에 게으름 못 고친 생애


溪自文殊山谷出 계자문수산곡출 시냇물은 문수산 계곡에서부터 나오고


柳從靖節宅邊移 류종정절댁변이 도연명을 따라 집 주변에 버들 옮겨 심었네.


數間蝸屋朽將覆 수간와옥후장복 몇 간의 작은 내 집 노후되어 곧 쓰러질 듯


一尺烏床破欲欹 일척오상파욕의 한 자짜리 까만 책상 깨뜨리고 싶네. !


笑道甁空無半粒 소도병공무반립 도의 그릇 반 톨도 없이 비었음 비웃고


雨餘黃麥合新炊 우여황맥합신취 비온 뒤 누렇게 익은 보리 새 밥 짓기 적당하네.


 


和裵晦伯韻(화배회백운)


배회백(裵晦伯)의 운()에 화답함.


 


臘盡春生日 납진춘생일 섣달 지나 봄이 살아나는 날


梅殘雪積時 매잔설적시 매화에 쌓인 눈 남아있을 때네.


逢迎驚舊面 봉영경구면 깜짝 놀라 맞으니 낯익은 얼굴


談笑吐襟期 담소토금기 담소하며 흉금을 토로하길 바라네.


贈我詩如錦 증아시여금 내게 준 시는 비단 같았고


看君鬢似絲 간군빈사사 그대를 보니 수염이 실처럼 희네.


山家無別味 산가무별미 산촌 집에 별미는 없지만


疏糲勿須辭 소려물수사 거친 현미밥이나마 사양치 말게나.


 


 


輓金善叔世鳴(만김선숙세명)


선숙(善叔)김세명(金世鳴)만시(輓詩)


 


哭以承兄纔五月 곡이승형재오월 박이승 형 돌아가신지 겨우 다섯 달인데


呑聲此別又吾公 탄성차별우오공 또 나와 공이 이별하니 울음참고 흐느끼네.


龍墀未獻縱橫字 용지미헌종횡자 언덕의 섬돌도 안됐는데 구불구불한 글 드리니


書榻虛勞點討功 서탑허로점토공 책상에서 점찍어 토의한 공로도 허사일세.


洛館昔年憂疾劇 낙관석년우질극 작년 낙관에서 질병이 극심해서 근심했는데


達城今夏途窮 달성금하도궁 금년 여름 달성에서는 위문할 길 궁하네.


貳郞自任門闌責 이랑자임문란책 두 아들이 문지기 책임을 스스로 맡으니


天運由來窒更通 천운유래질갱통 유래된 천운이 막혔다가 다시 통하네.


 


拜呈安城主重行軒(배정안성주중행헌)


동헌에 갈 때 안중(安重)현령[城主]께 절하며 드림.


 


叔度來何暮 숙도래하모 말세의 법도가 왔는데 어찌 저무나?


於今遽爾歸 어금거이귀 그대가 돌아가 지금까지 급했네.


氷壺無點累 빙호무점루 맑고 깨끗한 마음 한 점의 티 없어


天日照晶暉 천일조정휘 태양이 비추니 수정이 빛나네.


 


種善亭會次友人韻(종선정회차우인운)


종선정(種善亭)모임에서 벗의 운()에 차운(次韻).


 


鳳城形勝斯爲最 봉성형승사위최 봉성의 경치 좋은 곳 중 이곳이 최고고


臨水高亭勢欲飛 임수고정세욕비 물가 높은 정자의 기세는 날아가려 하네.


金井梧桐秋氣早 금정오동추기조 금정의 오동잎은 가을 기미에 빠르고


華樽竹葉翠濤微 화준죽엽취도미 화려한 술통에 푸른 댓잎이 작게 일렁이네.


昔賢遺馥今猶在 석현유복금유재 옛 현인들이 남긴 향기 오직 지금도 있어서


多士奇才古所稀 다사기재고소희 기이한 재주 가진 많은 선비 옛날에는 드문바


村以文名名實副 촌이문명명실부 촌에서 글 잘한다는 명성 명실상부하니


無疆休運繼前輝 무강휴운계전휘 좋은 운 무궁토록 이어서 옛날처럼 빛내세.


 


讀小學(독소학)소학(小學)을 읽으며


 


小學一書合敎兒 소학일서합교아 소학 한 책은 애들 교육에 합당하니


兄親愛敬擴良知 형친애경확량지 부형을 사랑하고 공경하는 참 지식 넓히네.


爲賢爲聖皆由此 위현위성개유차 성현이 되려면 모두 여기서 말미암아


遵墨遵繩是所期 준묵준승시소기 법도를 지키는 데는 이것으로 기약하는 바이네.


 


謝琴友寄贈山蔬(사금우기증산소)


금우기(琴友寄)가 산나물을 준데 감사하며


 


野翁生事淡如僧 야옹생사담여승 촌 늙은이 사는 일 담백하기가 중과 같아


瓊圃仙蔬嚼未曾 경포선소작미증 선약 밭의 신선 채소 일찍이 씹은 적 없어


今期斗覺盤盂侈 금기두각반우치 이번에 소반과 사발이 사치함을 문득 깨닫고


肉臭朱門較孰勝 육취주문교숙승 고기 냄새와 화려한 저택 비교하면 누가 나을까?


 


覆呈窩丈幷敍(복정탑와장병서)


탑와()어른께 살펴 드림. 서문과 함께


 


謹覩投帖說盡苦懷謂之窮魔所使而各有數名在十去六滿七除三曰室如懸磬曰夜思鑿壁曰老腹長曰愁城日高此


근도투첩설진고회위지궁마소사이각유수명재십거육만칠제삼왈실여현경왈야사착벽왈노복장왈수성일고차


生素所苦苦而深識者也至如食肉一款固是耄耆所資如揚烈未六十者不敢僭擬丈老而痼病纏身非肉難支則腹


생소소고고이심식자야지여식육일관고시모기소자여양열미육십자불감참의장로이고병전신비육난지칙복


之歎不以老少而有間且夫僻居窮峽雖欲穿壁計無所施則無燈之苦反有甚焉故逐篇續貂以爲愁城笑破之資爾


지탄부이노소이유간차부벽거궁협수욕천벽계무소시칙무등지고반유심언고축편속초이위수성소파지자이


 


삼가 보내주신 시첩(詩帖)을 보니 이야기를 다하려면 괴롭지만 인박힌 바로써 심정을 다 말한다면 여러 명이 각기 있었는데 10 6은 가고 만 7개 중에 3개를 제외하고 실여현경(室如懸磬:방이 경쇠 달아 맨 것 같다.)이라 하고,야사착벽(夜思鑿壁:밤에 벽 뚫을 생각을 함.)이라 하고,노복장괘(老腹長:늙은이 배는 긴 지팡이.)라 하고,수성일고(愁城日高:근심 걱정으로 고생하는 처지 날로 높고.)라고 했습니다.이는 모두 소생(小生)들의 소박하나마 괴롭고 괴로운 바와 깊은 식견입니다.식육(食肉:고기를 먹다.)하나만 기록해 본다면 진실로 이는 질기(:70~80 노인.)의 자격인데 저 양열(揚烈)처럼 60이 안된 사람이 노인 어른들께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웃 사람인체 함[僭擬]을 무릅쓰고라도 고질병이 몸에 휘감겨서 고기가 아니면 버티기 어려운 즉 복괘(:뱃속에 지팡이 짚은 노인이 있는 듯.)의 탄식을 한 것이지 노소(老少)로서가 아니라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또 무릇 깊고 험한 산골짜기[窮峽]에 사는 습벽이 있어서 비록 벽을 뚫고 싶어서 계획만 하고 시행한 바가 없은 즉 반대로 등불 없는 고통이 더 심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편을 쫒아서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에 변변찮은 것을 뒤이어[續貂] 근심 걱정하는 처지[愁城]가 되겠지만 심심풀이 우스개 자료는 되지 않겠습니까?


 


白首淪沈愧沒名 백수륜침괴몰명 늙은이가 영락하여 이름 묻힐까 부끄럽고


暮道多苦因浮生 모도다고인부생 늘그막에 덧없는 인생으로 인해 고생만 많네.


窮廬壁立旬三食 궁려벽립순삼식 벽만 세운 허술한 집서 세끼 때는 돌아


暗室燈枯夜五更 암실등고야오경 새벽 4시경 등잔도 말라 암실이 되었네.


充腹有謀茹草惡 충복유모여초오 배 채우길 도모하나 풀 먹기는 싫고


破愁無計欲樽傾 파수무계욕준경 수심 깰 방도 없어 술잔 기울이고 싶네.


從知貧賤長貧賤 종지빈천장빈천 지식 쫓아 빈천하니 늘 상 가난하여


虛擲龍泉匣裏鳴 허척용천갑리명 헛된 과거 꿈 임천에 던지니 상자 속 울리네.


 


右和謾吟(우화만음) 위는 생각대로 읊음에 답함.


 


老去愁多病 노거수다병 늙어가는 수심에 병도 많아지니


文房疎硯筆 문방소연필 붓 벼루 같은 문방구와도 멀어지네.


富貴固無望 부귀고무망 부귀는 진실로 바란바 없어서


潦倒在蝸室 요도재와실 하릴없이 그냥 골방에 있네.


樂道非顔子 낙도비안자 안연처럼의 안빈낙도가 아니라


憂貧困相如 우빈곤상여 서로 같이 빈곤을 걱정하네.


儉歲乏검세핍담저 매년 검소해도 한 섬 저축하기 곤란해


官倉覓腐餘 관창멱부여 관청 창고의 썩은 나머지를 찾네.


志非雪松操 지비설송조 지조도 설송처럼 굳지 않고


心似風旌懸 심사풍정현 마음은 바람에 매단 깃발처럼 펄럭이네.


天命苟如此 천명구여차 진실로 천명이 이와 같다면


分外何求焉 분외하구언 분수 밖을 어찌 구하랴?


顧與細君語 고여세군어 마누라의 말을 돌이켜 보면


休嗔甁已罄 휴진병이경 이미 경쇠 같은 병속의 성냄도 참네.


來詩說困窮 래시설곤궁 온 시의 설명이 곤궁하니


圭復仍自警 규복잉자경 되풀이 읽으며 스스로를 경계하네.


 


右次室如懸罄(우차실여현경)


위는 실여현경(室如懸罄:방에 경쇠를 매어단 듯)에 차운(次韻).


 


華髮不耐秋 화발불내추 흰 머리털이 가을을 못 견디고


春容已凋謝 춘용이조사 봄 되니 이미 모양이 시들어 떨어졌네.


愁多眠不成 수다면불성 수심 많아 잠 이루기 어려워


窮吟坐長夜 궁음좌장야 신음하며 긴 밤을 앉아서 지세네.


短檠棄牆角 단경기장각 낮은 등잔대는 담 모퉁이 버리고


久乏焚膏資 구핍분고자 오래 부족한 기름으로 불살랐네.


燃燭無一策 연촉무일책 불 켜는 촛불 한 자루 없어


徒勞百爾思 도로백이사 백방으로 생각해도 헛수고일세.


古人用智明 고인용지명 옛 사람들은 지혜 밝게 써서


寒壁向鄰鑿 한벽향린착 찬 벽을 이웃 향해 뚫었네.


容光明不隔 용광명불격 빛을 수용하여 막힘이 없이


分占殘炎灼 분점잔염작 작은 불빛도 나눠 가졌네.


我家四無鄰 아가사무린 내 집은 사방 이웃이 없으니


此計難效則 차계난효즉 이 계획은 효과가 어려운 즉


殘書掩不閱 잔서엄불열 나머지 책들은 덮어놓고 보지 않고


咄咄向暗壁 돌돌향암벽 탄식과 혀 차며 어두운 벽만 향하네.


 


右次夜思鑿壁(우야사착벽)


위는 야사착벽(夜思鑿壁:밤에 벽 뚫을 생각)에 차운(次韻).


 


先王養老政 선왕양로정 옛 임금들은 노인 봉양 정치했는데


惟憑周禮考 유빙주례고 오직 주나라 예법을 참고해 따랐네.


無告必先問 무고필선문 반드시 선인께 묻거나 고할 것 없이


不獨推老老 부독추노로 유독 나만 늙어가는 노인이 아니니까.


我今食不足 아금식부족 난 지금 먹는 게 부족한데


復論無肉 황복론무육 하물며 고기 없음을 다시 논할까?


康衢寂興謠 강구적흥요 태평성대란 흥겨운 노래도 적적하니


疲癃難鼓腹 피륭난고복 늙어 병들고 말라 배불리 먹기 어렵네.


徒羨聖代氓 도선성대맹 모두들 태평성대의 백성 부러워하나


覃被恩風長 담피은풍장 은혜 입은 노래들이 오래 미침이네.


糠粃不厭口 강비불염구 겨나 쭉정이도 입에서 싫지 않아야


惟充腸 여한유충장 비름 명아주로 뱃속 채울 생각하지.


筋衰膚不實 근쇠부부실 근력은 쇠해지고 피부도 부실해져


氣餒肚長기뇌두장괘 긴 지팡이 같은 밥통과 기 굶주려


君看食方丈 군간식방장 그대 보니 사방 한 발씩 먹는 것 같아


年少占淸要 년소점청요 갈수록 젊어지고 청수해지길 바라네.


 


右次老腹長(우차노복장괘)


위는 노복장괘(老腹長:노인 배는 긴 지팡이)에 차운(次韻).


 


平生不平事 평생불평사 일평생 마땅찮은 일은


委積端緖稠 위적단서주 모아 쌓인 실마리가 조밀함이네.


亂我方寸間 난아방촌간 방촌 사이의 마음이 날 어지럽혀서


飜成萬斛愁 번성만곡수 만 가마니의 수심으로 뒤척이네.


丹田一片地 단전일편지 배꼽 밑 단전의 한 조각 땅에


鬱紆成層城 울우성층성 마음 맺힌 우울함이 층층 성을 이뤘네.


秦兵掃不墜 진병소불추 진나라 병사도 쓸어 떨어뜨리지 못했고


漢將其何征 한장기하정 한나라 장수 그 누가 정복했나?


起不土 연무기불토 영토도 없이 일어나 뻗어나고


險固拔無日 험고발무일 험하고 견고해서 뽑힐 날이 없네.


歡伯可破除 환백가파제 술로 깨뜨려 제거할 수 있으니


窮魔奈多궁마내다체 궁한 마귀에 끌림이 어찌나 많은지?


影久斷 청렴영구단 푸른 주막기 그림자 오래 끊으면


白屋心如熬 백옥심여오 천한 사람의 마음은 볶는 것 같네.


羨他富兒流 선타부아류 다른 부자 애들 부러워


醉對華樽高 취대화준고 취해서 꽃 술잔 높이 든다네.


 


右次愁城日高(우차수성일고)


위는 수성일고(愁城日高:근심 걱정 날로 높고)에 차운(次韻).


 


次豊樂山主人韻(차풍락산주인운)


풍락산(豊樂山) 주인(主人) ()에 차운(次韻).


 


山名夙著驅翁說 산명숙저구옹설 산 이름은 일찍이 노인 얘기 쫓아 드러나


專壑如今付與君 전학여금부여군 오직 산골짜기로 지금 그대가 붙인 것과 같네.


倘借德鄰容足地 당차덕린용족지 혹시 이웃 덕 빌어 받아들이기에 족한 곳이라


石田春雨共耕雲 석전춘우공경운 봄비에 돌밭을 구름과 같이 밭갈이 하네.


 


親舊爾來零落盡 친구이래영락진 친구가 왔건만 살림이 다 보잘 것 없어서


逢場肝膽獨吾君 봉장간담독오군 만난 그 자리에서 그대에게 내 속내 드러냈네.


回看世態多飜覆 회간세태다번복 돌아보니 세태가 많이 뒤집어졌고


平地層峰鎖雨雲 평지층봉쇄우운 평지와 산봉우리들이 비구름을 가두네.


 


世間離合皆由數 세간이합개유수 세간에서의 이합집산은 다 운수로 말미암고


坐失前期愧負君 좌실전기괴부군 앉아서 전기를 잃으니 그대 부담 부끄럽네.


遙想樽前團破後 요상준전단파후 술잔 앞에서 먼 상상하다 모임 마친 후


還入幾層雲 환입기층운 한 지팡이로 몇 층 구름 돌아 들어왔네.


 


峴東翁是風流最 현동옹시풍류최 고개 동쪽의 늙은이 풍류는 최고라서


酒滿華樽苦企君 주만화준고기군 꽃 술잔에 술 가득 부어 그대 괴롭게 하네.


君去倘詢誰後者 군거당순수후자 그대 가면 혹시 뒷사람이 누구냐고 묻고


爲傳狂客又披雲 위전광객우피운 구름 헤치고 가는 미친 손님께 전하네.


 


綠陰芳草勝花時(녹음방초승화시)


푸른 나무의 그늘과 향기로운 풀들이 꽃보다 나을 때.


 


暖風無力煽微和 난풍무력선미화 따뜻한 바람도 작고 온화한 부채질에는 힘 못써


芳樹濃陰雨後多 방수농음우후다 향내 나는 나무의 짙은 그늘 비 온 뒤 많아졌네.


試把春華論勝負 시파춘화론승부 시험 삼아 잡은 봄이 화려하다는 논의의 승부는


傍人錯道愛山花 방인착도애산화 옆 사람이 길을 섞어 산꽃을 사랑한다로 됐네.


 


戱題梅鶴障子(희제매학장자)


장난삼아 가리개에 매화와 학이라 붙이고


 


梅自無情鶴自眠 매자무정학자면 매화도 절로 무정하고 학도 절로 쉬는데


老翁相對亦愁然 노옹상대역수연 늙은이 역시 근심스런 모습을 상대하고 있네.


畵工若解閒中趣 화공약해한중취 화공이 만약 한가한 정취 풀어낸다면


拜寫衰儂幅一邊 배사쇠농폭일변 한 폭 귀퉁이에 쇠약한 나도 그려주겠지.


 


(도총부) 맏며느리를 애도하며


 


憐汝居貧凍且飢 련여거빈동차기 불쌍하구나! 넌 가난히 살면서 얼고 굶주렸지


愧余爲舅不能資 괴여위구부능자 시아비가 되어서 능력 없는 나 자신 부끄럽구나.


沈綿一病經三朔 침면일병경삼삭 병 한번이 석 달이 지나도록 오래 끌더니


瞑眩諸方閱幾醫 명현제방열기의 수많은 의원 찾아 갖은 처방에도 어지러웠지.


平日克修誠孝道 평일극수성효도 평소에 참고 닦아서 지성으로 효도했었는데


今朝永訣淑貞姿 금조영결숙정자 오늘 아침에 정숙한 모습과 영영 이별하다니


這中最是難堪處 저중최시난감처 이 중에서도 가장 난감한 처지로는


左右啼呼失母兒 좌우제호실모아 좌우에서 울며 부르짖는 어미 잃은 애들이네.


 


春祝(춘축) 봄을 축하하며


 


斗回知歲換 두회지세환 북두칠성이 돌아서 해 바뀐 줄 알고


宵落曙光新 소락서광신 밤 지나가니 아침 햇빛 새롭네.


社樽開臘酒 사준개랍주 사당의 작년 담은 술 항아리를 여니


村笛奏陽春 촌적주양춘 풀피리가 따뜻한 봄을 연주하네.


萬累全消日 만루전소일 모든 얽힌 허물 다 사라지는 날


千祥轉作辰 천상전작신 온갖 상서로움으로 넘어가는 날이네.


帝力何須說 제력하수설 조물주의 능력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長歌擊壤人 장가격양인 긴 격양가 부르는 밭가는 사람들이지.


 


弔枯梅(조고매) 말라 죽은 매화를 조상함.


 


疎枝折盡只餘槎 소지절진지여차 성긴 가지마저 다 부러지고 그루터기만 남아


自此難看臘後花 자차난간납후화 이제부터 과세 후의 꽃은 보기 어렵겠구나.


衰朽老翁無語對 쇠후노옹무어대 노쇠한 늙은이가 마주 대하니 말없어져


理同人物可興嗟 리동인물가흥차 이치가 사람과 같으니 탄식할 만 하네.


 


李聖徵應奎來訪仍向社齋留二夜而病未往寄此一絶以謝


이성징응규래방잉향사재류이야이병미왕기차일절이사


 


성징(聖徵)이응규(李應奎)가 사재(社齋)에 가자고 찾아와서[來訪] 이틀 밤을 묶었는데


(내가)병이 나서 가지 못하고 이 절구(絶句)한 수()만 맡기고 사례함.


 


有客來尋度石程 유객래심도석정 돌길을 지나서 찾아 온 손님이 있었으니


病中深感不遐情 병중심감부하정 병중에도 정 멀리하지 않아 깊이 감사하네.


隔溪未做連宵話 격계미주연소화 개울 건너 일을 못해서 이틀 밤을 얘기하며


雪月分光兩地明 설월분광양지명 눈과 달이 빛을 나누니 양쪽이 다 밝네.


 


送李晉叔時善之金剛(송이진숙시선지금강)


금강산(金剛山)으로 가는 진숙(晉叔)이시선(李時善)을 보내며


 


送君遙指海東天 송군요지해동천 그대를 해동의 먼 하늘 가리키며 보내니


腋挾淸飇躡紫煙 액협청표섭자연 겨드랑에 청풍 끼니 자색 연기 말아 올리네.


吟逌玉岑酬夙願 음유옥잠수숙원 일찍이 옥산에서 읊으며 수작하길 원하더니


嘯臨瓊壑絶塵緣 소임경학절진연 옥 골짜기서 휘파람불며 속세 인연 끊으려나


尋眞逸興追冥鶴 심진일흥추명학 진리 찾아 세속 떠난 풍류와 흥취 명학이 쫒고


超世高情揖羽仙 초세고정읍우선 탈속한 고상한 마음 우화 신선과 절하겠네.


多少風光收拾盡 다소풍광수습진 많은 경치 다 모아다가


錦囊歸向此翁傳 금낭귀향차옹전 주머니 넣고 돌아와 이 늙은이에게도 전해주오.


 


輓李察訪(만이찰방선)찰방(察訪)이선(李瑄)만시(輓詩)


 


手閱心經勤翫索 수열심경근완색 손수 심경을 보며 부지런히 즐겨 탐색해


半生存養篤工程 반생존양독공정 반평생을 독실히 본성 기르는 공부를 했네.


花月殿知餘事 화월전지여사 아름다운 꽃 달은 나머지 일로 여겨서 버리고


攷牧銀溪豈大名 고목은계개대명 목민 살피다 어찌 은하수에 이름 올랐나?


夜壑雲沈推玉樹 야학운심추옥수구름 잠긴 밤 골짜기서 고결함을 가려


詞壇人去晦奎精 사단인거회규정 문단의 사람이 가니 별도 정기 잃어 어둡네.


小通旋窒何須恨 소통선질하수한 조금 통하다가 되돌아 막히니 한이 안 되리?


佇見庭蘭次第榮 저견정란차제영 우두커니 보니 자식들 차례로 영예롭겠네.


 


送從姪至善還京(송종질지선환경)


종질(從姪:사촌조카)인 지선(至善)이 서울로 돌아간다기에 보내며


 


嶺外冰程幾許長 령외빙정기허장 고개 밖의 얼음 길 그 얼마나 머냐?


臨分無語黯然傷 임분무어암연상 헤어짐에 말없이 우울하여 마음 상한다.


乃翁若問吾消息 내옹약문오소식 아버지가 만약 내 소식을 묻거든


病裏衰髥半是霜 병리쇠염반시상 병중에 쇠한 수염 반은 서리 내렸다고 하거라.


 


盆梅見許於鄰友未及取來聞小兒折枝有感而作


분매견허어린우미급취래문소아절지유감이작


 


이웃 친구에게 매화 분재 보기를 허락했더니 아직 오지 않기에 가져오면서


들으니 어린애가 가지를 꺾었다기에 유감스러워 지음.


 


梅兄淸可敬 매형청가경 매화는 청아해서 존경할 만 한데


童子奈無知 동자내무지 어린애가 어찌나 무지한지


折瓊枝損 변절경지손 옥 같은 가지를 치고 꺾어 손상시키니


狂奔竹騎馳 광분죽기치 죽창 들고 말달리도록 미쳐 날뛰겠네.


鄰燈愁短影 인등수단영 이웃은 걱정에 등잔 그림자도 짧아


憑夢惱長思 빙몽뇌장사 꿈에서도 괴로워 오래 생각되네.


易土宜春雨 역토의춘우 분갈이하고 봄비 맞춰주려고


豫爲仲月期 예위중월기 미리 중춘(5)을 기대하네.


 


無題(무제)


 


世上何人生滿百 세상하인생만백 세상 사람의 수명이 어찌 백 살까지인가?


不百常懷千歲憂 부백상회천세우 백세가 아니면 천년의 근심을 늘 품겠지.


論道未聞君子說 론도미문군자설 도에 관한 군자의 논설 다 듣지 못했는데


傷貧俱是小人流 상빈구시소인류 가난과 함께 소인무리 될까봐 상심하네.


 


輓李進士鍝(만이진사우)진사(進士)이우(李鍝)만시(輓詩)


 


海東才閥說延城 해동재벌설연성 우리나라의 재주 문벌로는 연성김을 말하고


立幟詞壇擅主盟 입치사단천주맹 문단에 기치세우고 오로지 맹주가 되었네.


司馬小名誰謂展 사마소명수위전 진사라는 명예 이름 누가 펼쳐 말하는가?


屠龍壯志意無成 도룡장지의무성 용 잡는 장한 뜻 의지 이루지 못했네.


貧居猶做容顔好 빈거유주용안호 가난하게 살면서도 얼굴 모양은 좋게 만들어


老去尤勤講討精 로거우근강토정 늙어가면서 더욱 부지런히 정밀한 강론 토론해


八十光陰何倏忽 팔십광음하숙홀 80년의 세월 어찌 그리 재빠른지


可憐鸞影鏡中驚 가련난영경중경가련한 부인 난새 그린 거울 속에서 놀라네.


 


病中偶吟(병중우음) ()중에 얼핏 지은 시.


 


六十五年隨水逝 육십오년수수서 65년의 세월 물 따라 흘러갔고


百千萬事逐雲空 백천만사축운공 모든 일이 구름 쫓듯이 부질없네.


半生履歷多羞悔 반생이력다수회 반평생의 이력 부끄럼과 후회됨이 많고


還恐諸孫效乃翁 환공제손효내옹 손자들이 이 늙은이 본받음 돌아올까 두렵네.


 


賀呈金僉知三昆季(하정김첨지삼곤계)


김첨지(金僉知)3형제를 축하하며 드림.


 


一門一老猶云慶 일문일로유운경 한 문중에 한 노인만도 오히려 경사라 하는데


況次恩銜拜及三 황차은함배급삼 하물며 은혜로운 이름이 세 사람에게 미치다니


偏照德星知有驗 편조덕성지유험 덕성이 치우쳐 비춘 효험 있음을 알겠네.


季方前算又彭聃 계방전산우팽담 전에 세어보니 막내도 팽조와 노담이 됐네.


 


諸老會席有吟(제로회석유음)


여러 노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읊은 시.


 


白頭團會摠眞仙 백두단회총진선 백두단의 모임은 다 참 신선들


柳綠花紅錦幕邊 유록화홍금막변 푸른 버들 붉은 꽃 비단 장막 가에


衰喘倘延樗櫟壽 쇠천당연저력수 쇠한 숨결로 다만 쓸데없는 수명만 늘이고


明年今日又年年 명년금일우년년 내년도 오늘처럼 또 해마다.


 


次樓巖主人韻(차루암주인운)


누암(樓巖)주인(主人)의 운()에 차운(次韻).


 


天秘名區幾劫空 천비명구기겁공 거의 몇 겁을 비워둔 하늘이 숨겨둔 명승지에


茅廬今結白雲中 모려금결백운중 백운 속에 지금 초가집을 얽었네.


賞蓮遠揖濂溪趣 상련원읍렴계취 연을 감상하며 멀리서 읍하는 주렴계의 취미고


愛菊猶存栗里風 애국유존율리풍 국화 사랑하는 도연명의 율리풍은 아직 남았네.


玉立層巖開小谷 옥입층암개소곡 옥을 세운 층층 바위로 작은 골짜기 열리고


屛回奇峀揷長穹 병회기수삽장궁 병풍 둘러쳐 기이하게 꽂은 산굴로 하늘 기네.


芳鄰願卜平生志 방린원복평생지 좋은 이웃으로 복축 바란 평생의 뜻


一半須分此老翁 일반수분차노옹 이 늙은이에게도 절반은 나눠주시게나.


 


戱贈聞韶倅黃公應一(희증문소쉬황공응일)


장난삼아 문소(聞韶:의성)고을 원인 황응일(黃應一)공에게 드린 시.


 


心思芝範愁千緖 심사지범수천서 마음 본새가 지초를 본받아 수심은 천 갈래


夢入梅軒月五更 몽입매헌월오경 꿈에 매헌을 들어가니 달은 5(4)이네.


寬政倘收閽外客 관정당수혼외객 너그러운 정사로 외래손님 막는 문지기도 쉬어


更携春酒敍離情 갱휴춘주서이정 다시 청명주를 갖고 와서 이별의 정을 펴네.


 


次聞韶倅壽席韻(차문소쉬수석운)


문소(聞韶:의성)원의 수연운(壽筵韻)에 차운(次韻).


 


中元晬日六旬廻 중원수일육순회 7월 보름날 6순 생일이 돌아와


設宴公庭繡幕開 설연공정수막개 관청 마당에서 수놓은 장막 열고 연회 베푸네.


壽祝南山飜彩舞 수축남산번채무 수를 축하하는 글 남산만 하고 때때옷 춤추고


樽斟北海獻霞杯 준짐북해헌하배 북해 같은 술 단지 신선 술잔 드리며 주고받네.


簪纓滿座榮光動 잠영만좌영광동 비녀 갓 고관들 자리 가득하니 영광이 살아나고


羅綺成行妙曲催 라기성행묘곡최 비단 옷들 행렬 이루니 묘한 가락 열리네.


誠孝感天應有驗 성효감천응유험 지성스런 효도는 하늘을 감동시켜 효험 있으리


佇看王母送桃來 저간왕모송도래 서왕모가 천도복숭아 보내오는지 지켜 보세나.


 


次呈窩丈(차정탑와장)幷敍(병서)


탑와()어른께 차운(次韻)해 드림. 서문과 함께.


 


謹覩下視諸篇創格新奇立語妙絶不屑於古途陳轍而自臻於雅麗淸奧令人翫誦膾口而繡眼怳若致身於兩老座下目見文墨之


근도하시제편창격신기입어묘절부설어고도진철이자진어아려청오령인완송회구이수안황약치신어양노좌하목견문묵지


戱耳廳諷詠之音足以慰瞻慕之情起渴涸之思也念雅頌變而爲河梁之作又變而爲建安之作逮夫晉宋齊梁陳隋唐宋之際衆


희이청풍영지음족이위첨모지정기갈후지사야념아송변이위하양지작우변이위건안지작체부진송제량진수당송지제중


作瀰漫沿襲剽竊而三百之比興遂絶其影響論者以是爲詩學之大病今此八篇又變而爲順倒別體改立尺度超步閫域或不無詩


작미만연습표절이삼백지비흥수절기영향론자이시위시학지대병금차팔편우변이위순도별체개립척도초보곤역혹불무시


家之竊議耶雖然兩老交孚之情發見於酬唱之間隨思放筆擺脫規範此亦壇外立幟而自作盟主又何必拘於彀率而執一爲哉猥


가지절의야수연양로교부지정발견어수창지간수사방필파탈규범차역단외입치이자작맹주우하필구어구솔이집일위재외


承續貂之敎不任感戢之懷忘拙書呈以塵淸覽卽命覆瓮勿資德皐翁之哂幸甚德皐翁卽霧隱任公碻也


승속초지교불임감집지회망졸서정이진청람즉명복옹물자덕고옹지신행심덕고옹즉무은임공확야


 


삼가 아래와 같은 여러 편들을 살펴보아 주십시오. 창작함이 아주 새로운 격식으로 서서 이야기 하는 묘한 절구들은 옛 길에 늘어놓은 전철(前轍)의 부스러기가 아니라 우아하고 아름다우며[雅麗], 맑고 그윽하여 절로 많아진 것으로 선한 사람들[善人]이 애송하며 감상하고 음미하여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것이라 눈이 황홀하게 수를 놓은 것 같았습니다. 만약 자신을 바치는 것이라면 두 어르신의 좌하에 목도하시는 바는 시문(詩文)을 짓는 놀이일 뿐입니다. 시가(詩歌)를 읊조리는 소리를 들으면 족히 우러러 사모하는 정을 위로할 수 있으며, 목마른 생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생각해보니 아송(雅頌)이 변하여 5언 송별시인 하량(河梁:한의 이릉(李陵)과 소무(蘇武)가 흉노 땅에서 헤어지며 지은 시.)의 작품이 되었고,또 변하여 건안(建安:후한(後漢)의 헌제(獻帝)때 건안7자들의 시.)의 작품들이 되었고, 이것이 무릇 진(),(),(),(),(),()에 미쳐서, (),()때 많은 작품들이 널리 퍼져 가득 차게 되어 관례처럼 따르게 되었습니다. 3백여 수()의 비흥(比興:시경(詩經) 6(六義)로서의 수사법들.)의 절구를 표절한 것도 그 영향을 미친 것으로써 논자(論者)들이 시학(詩學)의 큰 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제 이 또 변형시킨 8()은 순서도 바뀐 척도(尺度)를 다시 세운 별체(別體)로 문지방을 넘어선 것이라서 혹 문단[詩家]의 몰래하는 논의가 없지는 않겠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두 어르신께서는 서로 믿고 사귄 정분으로 시문(詩文)을 서로 증답(贈答)하는 사이에 (저를)따르려는 생각이 발견되시면 붓을 놓고 규범(規範)을 벗어 던지신다면 이 역시 기존 문단(文壇)밖에 기치를 세워 스스로 맹주(盟主)를 만드는 것이며,또한 하필 표준[彀率]에 얽매여 하나만 고집하겠습니까!? 외람되게도 남이 다하지 못한 일을 계승[續貂]한다는 가르침을 감당도 못하여 그만 둘까하는 회포도 느꼈지만 졸렬함도 잊고 더러운 글을 드리오니 고람(高覽)하신 즉 사실 무근의 죄를 뒤집어 쓴[覆瓮]가르침으로 덕고옹(德皐翁)의 빙그레 웃는 웃음거리만 되지 않는다면 다행이겠습니다. <덕고옹(德皐翁)은 무은(霧隱)임확(任碻)공이다.>


 


龜縮三冬懷未敍 구축삼동회미서 겨울 석 달을 거북처럼 움츠려 회포 풀지 못해


剔燈長夜懶看書 척등장야라간서 등잔 없는 긴긴 밤 책 볼 생각도 없어졌네.


梅香酷烈參橫後 매향혹렬참횡후 매화 향기는 혹렬한 석 달을 거친 후에라야


桂影玲瓏月上初 계영영롱월상초 계수나무 그림자는 초승달 위에서도 영롱하네.


苦戀情人頻入夢 고연정인빈입몽 사모하는 정인이 자꾸 꿈에 나타나 괴롭고


遙瞻華盖奈靳臨 요첨화개나근임 꽃 덮개는 멀리서 보지 왜 가슴걸이에 붙이나?


一封札到開昏目 일봉찰도개혼목 한 통의 편지가 왔기에 어두운 눈으로 열어보니


八幅詩兼費浪吟 팔폭시겸비랑음 8폭의 시와 쓸데없는 유랑 선비의 읊음도 있네.


 


創立尺繩詞極妙 창립척승사극묘 기준을 새로 세운 가사들 극히 묘하고


左求酬覆感還深 좌구수복감환심 주위에 수창하니 도리어 깊은 느낌 되돌아오네.


潛心會慇懃意 잠심회은근의 마음 가라앉힌 침묵 모임의 은근한 뜻도


忘倦披觀十二時 망권피관십이시 게으름 잊고서 하루 종일 펴놓고 보네.


軸上精神欣共對 축상정신흔공대 시 두루마리의 정신을 흔쾌히 같이 대하니


眼中儀範倍相思 안중의범배상사 눈 속의 예의범절 갑절이나 서로 생각나네.


病餘呵筆題荒拙 병여가필제황졸 병중의 추위 속에 지은 시제라 거칠고 서툴러


呈寄飜慙德老知 정기번참덕로지 부끄럼 무릅쓰고 부치니 덕고 노인은 알리라.


 


病人偏荷丈人知 병인편하장인지 병든 사람의 치우친 부담을 어른들은 아시리.


數寄情篇慰遠思 수기정편위원사 자주 부친 정겨운 시편들 번잡한 생각 위로하고


箴警益加頭白日 잠경익가두백일 경계하는 잠명에 흰 머리만 날로 더하네.


範儀曾服眼靑時 범의증복안청시 젊었을 적에는 일찍이 예의범절 승복했고,


葭緣豈但從今厚 가연개단종금후 먼 친척의 인연인데 어찌 지금 따라 후한가?


世分交修自古深 세분교수자고심 세교 닦은 교분은 옛날부터 깊었었는데


舊歲新春違顧眄 구세신춘위고면 묵은 해 가고 새 봄 맞아 사방 둘러보니 다르네.


別愁離恨入孤吟 별수이한입고음 이별하는 수심과 한을 홀로 읊으러 들어가


 


一天擡首歸雲杳 일천대수귀운묘 하늘 전체에 머리 드니 구름만 아득히 돌아가고


兩地傾心片月臨 양지경심편월임 두 곳에 마음이 기우니 조각달이 내려다보네.


學退幾多憂暮境 학퇴기다우모경 학문에서 물러나 여러 번 늙바탕을 근심했고


命窮都諉賦生初 명궁도위부생초 명 다해가니 번거로운 시부도 처음처럼 살아나


羨君雅趣專丘壑 선군아취전구학 구릉 골짜기 마음대로 하는 그대의 아취 부럽고


笑我良圖誤劒書 소아양도오검서 난 좋은 도서로 잘못 칼질함이 우습네.


杜蟄茅齊何事業 두칩모제하사업 초가집 닫고 칩거하며 무슨 사업 하는가?


滿床塵牘任披敍 만상진독임피서 책상 가득한 먼지 묻은 편지 맘대로 펼치네.


 


次寄聞韶倅(차기문소쉬)


문소(聞韶:의성)고을 원에게 차운(次韻)하여 부침


 


還入雲山幾疊深 환입운산기첩심 거의 첩첩 깊은 구름 산을 되돌아 들어가서


遙瞻鈴閣惹愁心 요첨령각야수심 장수 있는 곳을 먼데서 보니 수심이 생기네.


賴玆壁上淸詩在 뢰자벽상청시재 벽 위에 맑은 시가 있으니 이를 의지해서


替對芝儀費朗吟 체대지의비랑음 묵은 선인 군자의 의식 대신에 소리 높여 읊네.


老去方知此味深 노거방지차미심 늙어가며 바른 앎 이 맛이 깊어서


世間名利不營心 세간명리부영심 세간의 명리는 마음에 두지 않네.


麻衣草座安愚分 마의초좌안우분 베옷에 초석 자리의 편한 어리석음 나누며


長閱詩篇劇意吟 장열시편극의음시편들 오래 보며 번거로운 뜻 노래하네.


 


追和城皐丈船遊韻(추화성고장선유운)


성고(城皐) 어른의 선유운(船遊韻)에 따르며 화답함.


 


五月南風大麥秋 오월남풍대맥추 5월에 남풍부니 보리 익을 때라


遠征還恨未同舟 원정환한미동주 멀리 가서 같이 배 못 탄 한 되돌아오네.


故人憐我苦無悰 고인련아고무종 고인들도 내 괴로움 가엾게 여겨 즐거움 없다가


更約佳期辦此遊 갱약가기판차유 좋은 때 이런 놀이하길 다시 기약하겠네.


 


好事何專赤壁秋 호사하전적벽추 적벽의 가을 같은 좋은 일 어찌 오로지하려고


綠陰濃處泛孤舟 녹음농처범고주 녹음 짙은 곳에 외로운 배 띄웠네.


飄然獨立遺塵世 표연독립유진세 훌쩍 정처 없이 홀로 서서 속세를 버리니


還勝蘇仙謫裏遊 환승소선적리유 도리어 소동파가 귀양 가서 노닌 곳보다도 났네.


 


座客休言壬戌秋 좌객휴언임술추 손님들 임술년(1682) 가을을 말하지 마시오


醉消長夏漾輕舟 취소장하양경주 긴 여름 취해서 보내다가 가벼운 배를 탔네.


當年明月今猶在 당년명월금유재 그 해의 밝은 달은 지금도 있는데


莫促歸鞭繼夜遊 막촉귀편계야유 밤놀이 이어지는데 돌아감을 재촉하지 말게나.


 


 


贈聞韶倅戒酒(증문소쉬계주)


문소(聞韶:의성)고을 원께 술을 삼가라며 드림.


 


酒爲狂藥非佳味 주위광약비가미 술은 미치게 하는 약이라서 좋은 맛 아니고


醉輒迷心換性情 취첩미심환성정 취하면 마음이 쉬 미혹되어 성정을 바꾼다네.


太白若承賢母訓 태백약승현모훈 이태백이 만약 어진 모친의 가르침 받아들였다면


豈留千載似泥名 개유천재사니 명어찌 천년토록 더러운 이름으로 남았겠는가?


 


贈送鈗孫兼示恒姪(증송윤손겸시항질)


맏손자 김이윤(金爾鈗)에게 주어 보내며 조카 항()께도 보임.


 


憂貧誤作謀生計 우빈오작모생계 가난이 우려되어 잘못 만든 생계 도모하려


送爾東歸向別庄 송이동귀향별장 동쪽의 별도 농막으로 돌아가는 너를 보낸다.


須學古人兼夜讀 수학고인겸야독 반드시 고인을 배우고 아울러 밤엔 글 읽어서


勿隨農老只治場 물수농노지치장 늙은 촌 농부 따르지 말고 다만 전장 다스려라.


 


謝呈窩丈(사정탑와장)


탑와()남형회(南亨會)어른께 사례로 드림.


 


最愛庭前一樹梅 최애정전일수매 뜰 앞의 매화나무 한 그루 가장 사랑스러워


淸風時送暗香來 청풍시송암향래 맑은 바람 불 때면 은은한 향기가 오네.


寄花還得瓊기화환득경꽃에 의지해 좋은 패옥 갚음을 다시 얻어


披翫能令病目開 피완능령병목개 감상을 나눌 수 있어서 병든 눈 열리게 하네.


 


又呈窩丈(우정탑와장) 또 탑와()어른께 드림.


 


一畝東園合種花 일무동원합종화 동쪽 동산의 한 뙤기 밭엔 각종 꽃들 다 있어


芳叢曾借養花家 방총증차양화가 방초 떨기들로 일찍이 꽃 키우는 집이라 하네.


花能自解移根好 화능자해이근호 절로 피는 꽃은 옮겨 심은 뿌리 좋아하고


物性天然也可嘉 물성천연야가가 물성이 천연스러워 또한 좋아할만 하다네.


 


次別洞主人裵興一韻(차별동주인배흥일운)


별동주인(別洞主人)배흥일(裵興一)의 운()에 차운(次韻).


 


殘盃取醉豈參仙 잔배취취개삼선 잔 깨고 또 취하니 어찌 신선에 들지 않으랴?


只帶饞名送暮年 지대참명송모년 다만 이름 탐하면서 늘그막을 보내네.


巖客獨醒離濁俗 암객독성이탁속 홀로 깨달아 혼탁한 속세 떠난 바위 손님


雅疎風味孰能前 아소풍미숙능전 드물고 좋은 풍미 누구 앞에서 가능할까?


 


次別洞主人(차별동주인)


별동주인(別洞主人)의 운()에 차운(次韻).


 


情朋久隔跫音斷 정붕구격공음단 정든 벗과 오래 격조해 발자국소리도 끊기고


獨掩柴扉晝寂廖 독엄시비주적료 홀로 닫힌 싸리문 낮에도 적막하네.


深感淸儀臨曩日 심감청의임낭일 지난날엔 맑은 모양에 깊이 감동했었다가


更驚佳什到今朝 갱경가십도금조 오늘 아침 온 좋은 시가로 다시 놀랐네.


風前白雲庭梅萼 풍전백운정매악 바람에 흰 구름 일듯 뜰의 매화 꽃받침도 일어


雨後黃金岸柳條 우후황김안류조 비온 뒤 황금 언덕엔 온통 버들가지네.


見物思人愁政苦 견물사인수정고 사물 보며 님 생각에 시름 다스리기 괴롭고


願傾華盖莫辭遙 원경화개막사요 원컨대 꽃 덮개에 치우침 멀리하란 말 마오.


 


謝呈別村老兄 幷小敍(사정별촌노형병소서)


별촌(別村)노형(老兄)께 사례하며 드림. 작은 서문과 함께.


 


往復文墨之戱雖是一場好事而專事詼諧不知收拾恐或流入於浮薄而非朋友間


왕부문묵지희수시일장호사이전사회해부지수습공혹류입어부박이비붕우간


互勉之道故倒步前韻以寓革前之意而綴成六七言五絶以塵淸覽望賜斤敎


호면지도고도보전운이우혁전지의이철성육칠언오절이진청람망사근교


 


오고 간 시문(詩文)을 짓는 놀이는 비록 이것이 한 바탕의 좋은 일이라도 오로지 실없는 농담이나 익살스런 말[詼諧]로만 일삼는다면 혹시 천박하고 경솔[浮薄]한데 흘러들까 두려움을 수습함을 알지 못하고 붕우(朋友)간에 서로 권면(勸勉)하는 도()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걸음을 돌려서 앞의 운()으로 먼저의 뜻을 고침을 구실 삼아 5언 절구(絶句)로 시끄러운 6~7()을 만들어 묶었으니 보아[淸覽]주시고 생살(生殺)의 권리를 주는[賜斤] 가르침을 바랍니다.


 


 


徒事詼諧反愧前 도사회해반괴전 농담 우스개로 일삼는 무리들 앞일이 부끄럽고


要追伯玉化行年 요추백옥화행년 형님 같은 옥 되기 바라 살아온 햇수 따랐네.


何須放浪形骸外 하수방랑형해외 어찌 모름지기 육체의 외면을 방랑하여


閒度桑楡便是仙 한도상유편시선 늘그막에 한가한 때 바로 이가 신선이네.


 


病中遙憶草堂前 병중요억초당전 병중에 초당 앞에서 멀리를 추억하니


阻隔三秋苦似年 조격삼추고사년 석달을 멀리 떨어져 괴로움이 해를 잇네.


倘把情杯華髮照 당파정배화발조 혹시 정겨운 잔 잡으니 백발이 비쳐서


傍人錯道兩神仙방인착도양신선 옆의 사람이 두 신선인가 착각하네.


 


春晩當趨靜几前 춘만당추정궤전 봄 저녁에 안석 앞에서 고요히 마땅함을 쫓아


應憐衰朽異年年 응련쇠후이년년 해마다 달라지는 노쇠함에 응당 가련하네.


緣何服得金光草 연하복득김광초 어찌하여 금광초 얻어먹는 인연이 있다면


追躡蓬萊不死仙 추섭봉래부사선 봉래산 밟아 올라가 죽지 않는 신선 되리라.


 


碧溪上靑山前 벽계상청산전 푸른 산 앞 맑은 시내 위에


卜築茅廬幾年 복축모려기년 초가집 짓고 산지 몇 해인가


微醉摘盡吟髭 미취적진음자 조금 취해 딴 시 수염이 다 읊어


酒仙兼是詩仙 주선겸시시선 이는 주선이자 시선일세.


 


外紅杏前 청렴외홍행전 푸른 주막기 밖에 붉은 살구나무 앞


去年閒醉今年 거년한취금년 작년 금년이나 한가함에 취했네.


都忘世間憂喜 도망세간우희 세간의 기쁨 근심을 다 잊으니


地上便有眞仙 지상편유진선 이 땅에 편히 있는 참 신선이라네.


 


輓成進士甲夏(만성진사갑하)


성갑하(成甲夏) 진사(進士) 만시(輓詩)


 


鄕洛追隨許共親 향락추수허공친 낙동강 가 향리에서 같은 친구로 따르며


夫公於我一人身 부공어아일인신 무릇 공과 나는 한 몸처럼 지냈지.


彤墀未獻三千字 동지미헌삼천자 붉은 칠한 섬돌에 3천자를 못 드렸는데


白屋空經六十春 백옥공경육십춘 모옥에서 공연히 60년을 지냈네.


司馬小名丹사마소명단 진사라는 작은 이름 운구 깃발에 앞서고


眠牛孤塚碧山垠 면우고총벽산은 잠든 소처럼 푸른 산자락에 외로운 무덤 있네.


滿庭蘭玉應延慶 만정난옥응연경 뜰에 가득한 자손들 응당 경사 이어 가리니


佇見家聲替更新 저견가성체갱신 가문의 명성 갱신함을 지켜보리라.


 


輓金察訪啓祥(만김찰방계상)


찰방(察訪)김계상(金啓祥)만시(輓詩)


 


景謙分 경겸분효후 경겸에서 나눈 자랑스러운 후손이었고


宗事倚斯兄 종사의사형 종중 일엔 이 형을 의지했네.


非遐算 팔질비하산 팔십 나이가 먼 셈도 아닌데


一銜豈大名 일함개대명 한 번에 어찌 그 이름을 받았나?


矧乖尋誌計 신괴심지계 하물며 어긋남을 찾아 적어둘 요량으로


徒抱報先誠 도포보선성 먼저 정성 갚으려 다 품어 안네.


冥合如眞說 명합여진설 참 얘기는 저승에서도 같으리니


應瞻鼻祖塋 응첨비조영 당연히 시조 산소 쳐다보겠지.


 


輓李護軍時謙(만이호군시겸)


호군(護軍)이시겸(李時謙)만시(輓詩)


 


丈人風範出凡倫 장인풍범출범륜어른스런 풍도와 범절은 보통과는 뛰어나


叩篋先門分誼親 고협선문분의친 앞선 가문 상자 물으며 친한 우의 나눴네.


樽酒幾同楓井月 준주기동풍정월 풍정의 달과 함께 술동이 여러 번 같이해


詩談頻做鳳城春 시담빈주봉성춘 봉성에서의 봄에 시 얘기 자주 만들었지.


雙蓮暎膝知餘慶 쌍련영슬지여경 쌍련이 슬하에 비추니 남은 경사 알겠고


登仙驗是仁 등선험시인 90 노인이 신선되니 이는 어짊을 증험함이네.


衰病纏身違執쇠병전신위집쇠한 병이 몸을 감아 상여 줄도 잡지 못해


爲題哀幅淚沾巾 위제애폭루첨건 애통한 글 지으니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


 


 


 


 


 


輓吳進士慶基(만오진사경기)


오경기(吳慶基)진사(進士)만시(輓詩)


 


早學羲之擅藝場 조학희지천예장 일찍이 서예 익혀서 예술계를 주름잡고


障屛隨處墨生光 장병수처묵생광 병풍 막힌 곳마다 먹빛이 살아났네.


永傳千載名應久 영전천재명응구 천년토록 영원히 전해질 이름 오래 남아


司馬題旌且莫傷 사마제정차막상 진사란 명정에 또 막 속이 상하네.


 


可嗟張籍不盲心 가차장적부맹심 탄식할 만한 장적도 마음이 멀지는 않아


病裏憑傳一絶吟 병리빙전일절음 병중이란 핑계로 한 구절만 읊어 전하네.


祗今繡語留塵篋 지금수어류진협 지금 수놓은 말들 먼지 상자에 머물고


披讀難禁淚滴襟 피독난금루적금 열어 읽으니 옷깃에 눈물 젖음 금할 수 없네.


 


解冰(해빙)얼음 풀림.


 


臘前曾見滿溪冰 납전증견만계빙 세전에 일찍이 온 시내가 얼음으로 보였는데


春後全消玉萬層 춘후전소옥만층 봄 뒤에 여러 층의 옥 다 녹고 말았네.


岸柳成金春意動 안류성김춘의동 언덕의 버들은 아름다움 이뤄 봄 뜻 움직여


石明沙白綠波澄 석명사백록파징 흰 모래와 밝은 돌 푸른 물결도 맑네.


 


輓琴司藝聖(만금사예성본)


사예(司藝)금성본(琴聖)만시(輓詩)


 


八十翁何慟 팔십옹하통 팔십 늙은이를 왜 애통히 울리는가?


情朋入夜臺 정붕입야대 정겨운 벗이 무덤구덩이에 들었는데.


屠龍伸壯志 도룡신장지 용을 잡으려는 장한 뜻 펼친


掌駟屈長才 장사굴장재 사마를 장악할 늘 굴지의 인재였네.


啼血慈烏怨 제혈자오원 피눈물 흘리는 자당의 원망이여!


雲斷雁哀 규운단안애 절규하며 구름 가르는 기러기의 슬픔.


草堂無舊主 초당무구주 당에는 옛 주인이 없고


見一枝梅 수견일지매 이 매화 한 가지만 보이네.


 


輓洪烈婦(만홍열부)


副護軍洪公爾遠女李命寅之妻 열녀(烈女)부인 홍씨(洪氏)만시(輓詩).


부호군(副護軍)홍이원(洪爾遠)공의 여식이고,이명인(李命寅)의 처().


 


覓瑕貞玉賊彛倫 멱하정옥적이륜 정절 옥의 흠을 찾음은 사람도리의 도적이니


視婦如讐豈是人 시부여수개시인 부인 보시기에 이 사람도 원수 같지 않을까?


湔盡汚名身便化 전진오명신편화 모든 오명을 씻고 자신은 편히 화하셨으니


劒頭寃血碧千春 검두원혈벽천춘 칼끝의 원통한 피는 천년을 푸르리라.


 


輓朴執如文(만박집여문규)


집여(執如) 박문규(朴文) 만시(輓詩)


 


兄子吾偏愛 형자오편애 난 형의 아들을 너무 좋아했었는데


謀歸擇有才 모귀택유재 재주 있는 사람 골라서 돌아가게 하네.


靑年旋作寡 청년선작과 청년이 돌아가니 과부 만들어


誰識此翁哀 수식차옹애 이 늙은이의 슬픔을 누가 알리오?


 


戊寅孟冬旣望後三日次兒至一以老父老慈年近八旬爲設壽酌婦姪李君元弼又齎酒饌來助與宗族老少極意歡樂遂成一絶以君


무인맹동기망후삼일차아지일이노부노자년근팔순위설수작부질이군원필우재주찬래조여종족노소극의환락수성일절이시이군


 


무인(戊寅:1698,肅宗24,先生75세 때)년 음력10 19[旣望後3]둘째 아들 지일(至一)이 노부 노모의 나이가 거의 80이 되어가자 수작연(壽酌宴)을 열었는데,처질(妻姪)인 이원필(李元弼)군도 술과 안주를 가지고 와서 노소의 일가친척들과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놀았기에 한 절구(絶句)를 지어서 이군에게 보여주다.


 


入贅高門七十霜 입췌고문칠십상 귀문에 사위로 들어 간지 70여 성상.


八旬糠老髮成黃 팔순강노발성황 조강지처와 8순을 해로하니 머리털도 누렇네.


慇懃把酒來相問 은근파주래상문 술 들고 와서 은근히 서로 안부 물으며


多謝諸親樂一堂 다사제친락일당 모든 친척들 한 집에서 즐기며 많은 사례하네.


 


 


 


 


輓金文瑞漢奎(만김문서한규)


문서(文瑞)김한규(金漢奎) 만시(輓詩)


 


愛公風範出凡人 애공풍범출범인 범인들보다 출중한 공의 풍도와 범절 좋아해


交契何殊骨肉親 교계하수골육친 계 맺어 사귄 것이 어찌 골육지친과 다르랴?


永隔幽明吾獨在 영격유명오독재 영원히 유명을 달리하고 나 혼자 있으니


從今割却半邊身 종금할각반변신 지금 따라 내 몸 반을 잘라 낸 것 같다네.


 


曾聞仁壽今無驗 증문인수금무험 어진 이는 수 한다 들었는데 지금 증험 없고


六十光陰一夢驚 육십광음일몽경 육십 년의 세월 한 꿈에 놀라네.


衰病纏身違執쇠병전신위집노쇠한 병이 몸을 감아서 상여 줄도 못 잡고


臨風揮涕寫哀情 임풍휘체사애정 바람에 눈물 뿌려 슬픈 감정을 그리네.

 

()


 


鄕校一經講額外生辨明疏(향교일경강액외생변명소)


 


慶尙道安東都護列邑儒生生員臣金揚烈等誠惶誠恐頓首頓首謹百拜上言于主上殿下伏以臣等俱以嶺外寒賤名忝鄕學遭逢


경상도안동도호열읍유생생원신김양렬등성황성공돈수돈수근백배상언우주상전하복이신등구이영외한천명첨향학조봉


聖世沐浴淸化鼓舞於菁莪樂育之中者有年于玆矣今者伏見道臣行會以武人韓榮疏內所陳該司啓請根括諸窠而額外校生亦


성세목욕청화고무어청아악육지중자유년우자의금자복견도신행회이무인한영소내소진해사계청근괄제과이액외교생역


在其中責令成案將以定軍臣等且驚且惑竊不勝抑鬱于中敢忘踰分輒有陳乞其事雖濫其情則慽矣伏願聖明幸垂澄察焉臣等


재기중책령성안장이정군신등차경차혹절불승억울우중감망유분첩유진걸기사수람기정칙척의복원성명행수징찰언신등


竊惟嶺南素稱多士之地而安東爲一道之巨邑其他榮川醴泉豊基龍宮禮安寧海靑松盈德奉化義城軍威眞寶比安等邑皆係於


절유영남소칭다사지지이안동위일도지거읍기타영천예천풍기용궁예안영해청송영덕봉화의성군위진보비안등읍개계어


上道幅員之廣人物之衆雖有大小之殊而粉袍之多絃誦之盛號爲嶺南之最矣直以國制榜額有限大官九十小官五十或三十而


상도폭원지광인물지중수유대소지수이분포지다현송지성호위영남지최의직이국제방액유한대관구십소관오십혹삼십이


止故雖志學之士穎秀之才拘於額數不能盡入勢固然也每於薦入之際多士齊會圈點許入年長者爲額內年少者爲額外而額內


지고수지학지사영수지재구어액수불능진입세고연야매어천입지제다사제회권점허입년장자위액내년소자위액외이액내


之年滿四十者還出爲額外其或遭喪而出有過而黜則以前日年少而爲額外者代之互相出入通爲一體故閥閱之裔才俊之士必


지년만사십자환출위액외기혹조상이출유과이출칙이전일년소이위액외자대지호상출입통위일체고벌열지예재준지사필


先由額外以肄其業其間發身仕路聲望茂著者其初皆額外校生也臣等仍伏詳韓榮疏有曰鄕校書院齊民逃役者浩無定限此亦


선유액외이이기업기간발신사로성망무저자기초개액외교생야신등잉복상한영소유왈향교서원제민도역자호무정한차역


必有所指矣他道之事臣等雖不敢知其爲如何而以得於道路者揆之遠外州縣往往失其學制不能精擇校額因循謬例冗賤雜進


필유소지의타도지사신등수불감지기위여하이이득어도로자규지원외주현왕왕실기학제불능정택교액인순류례용천잡진


故稍有向學之志者恥與此輩爲伍絶跡黌堂在在皆然此語誠然則無亦韓榮所居之邑亦有此事而陳其所見遂有此語也歟是未


고초유향학지지자치여차배위오절적횡당재재개연차어성연칙무역한영소거지읍역유차사이진기소견수유차어야여시미


可知也若如本道則不然其在百餘年前亦嘗有混雜之弊矣及先正文純公臣李滉出然後一新舊制規畫正嚴苟非士族之有才藝


가지야약여본도칙불연기재백여년전역상유혼잡지폐의급선정문순공신이황출연후일신구제규화정엄구비사족지유재예


者使不得厠跡於其間至今恪守爲校中三尺此則擧國之所共知而非臣等之私言也冒儒逃役自有其處自有其人邑各異規不可


자사부득측적어기간지금각수위교중삼척차칙거국지소공지이비신등지사언야모유도역자유기처자유기인읍각이규불가


混視昔人所云他郡自有平原自無者正指本道今日事也細事固不須上煩天聽所宜告于邑守申於道臣以冀其處置而第以事關


혼시석인소운타군자유평원자무자정지본도금일사야세사고불수상번천청소의고우읍수신어도신이기기처치이제이사관


啓下不敢擅便累陳腷臆終不見理苟非臣等之自言哀我一方之寃何由而得徹於四聰之下哉忘自輕之嫌冒强聒之罪緘辭千里


계하불감천편루진픽억종불견리구비신등지자언애아일방지원하유이득철어사총지하재망자경지혐모강괄지죄함사천리


赴愬闕庭誠非得已也臣等於此抑有未盡之懷請冒死陳之國家之設庠序學校以養士者豈徒然哉彼其編氓下流假托儒宮圖免


부소궐정성비득이야신등어차억유미진지회청모사진지국가지설상서학교이양사자개도연재피기편맹하류가탁유궁도면


身役者果或有之則固可爲惡除下定軍亦無所惜但旣齒儒籍以士爲名則諒其稱謂異於閒良其在國家待之之道似當處得宛轉


신역자과혹유지칙고가위악제하정군역무소석단기치유적이사위명칙량기칭위이어한량기재국가대지지도사당처득완전


而存事體毋使首善重地馴至屑越恐亦無不可者今若因一武夫之言不問其可否徑先括出與豪民之挾戶官吏之雇士一視同流


이존사체무사수선중지순지설월공역무불가자금약인일무부지언불문기가부경선괄출여호민지협호관리지고사일시동류


無所區別則彼之冗賤雖不足恤獨不重貽聖廟之辱而爲昭代之疵累乎朝家施爲一經受敎便成令典誠使榮說遂行武人俗吏不


무소구별칙피지용천수부족휼독부중이성묘지욕이위소대지자루호조가시위일경수교편성령전성사영설수행무인속리부


知朝廷本意每年抄兵之時諉以額外除出已有成法任意侵沒曾不少顧儒宮爲數慢之歸校門爲抄兵之地流弊無窮將不可救此


지조정본의매년초병지시위이액외제출이유성법임의침몰증불소고유궁위수만지귀교문위초병지지류폐무궁장불가구차


又聖朝之所宜重慮者也方今婁經兵亂學校廢弛大小學官闕而不講遠近縫掖困於泥塗絃誦寂寥敎道寢微此正斯文興喪之一


우성조지소의중려자야방금루경병란학교폐이대소학관궐이불강원근봉액곤어니도현송적요교도침미차정사문흥상지일


大機會倘非聖主有所培植曲加之意則亦恐儒敎疎士氣消沮人惟見利不聞義理無以抑副朝家從前作成之至意此又臣等之


대기회당비성주유소배식곡가지의칙역공유교소사기소저인유견리불문의리무이억부조가종전작성지지의차우신등지


所大懼也則臣等之百舍重繭冒犯天威豈但爲額外人而已哉伏願殿下益恢崇儒之典特停無前之擧慰多士失望之心爲國家元


소대구야칙신등지백사중견모범천위개단위액외인이이재복원전하익회숭유지전특정무전지거위다사실망지심위국가원


氣之補則儒林幸甚學校幸甚臣等無任激切屛營之至謹昧死以聞


기지보칙유림행심학교행심신등무임격절병영지지근매사이문


 


 


鄕校一經額外生辨明疏


향교(鄕校)에 일관(一貫)한 액외(額外:定員 밖)()을 위한 변명(辨明)상소(上疏)


 


경상도 안동도호부(安東都護府)의 여러 고을에 사는 신()김양열(金揚烈)을 비롯한 유생(儒生)들은 진심으로 황공하고, 진심으로 황송하여 머리 숙여 엎드려 삼가 백번을 절하[頓首百拜]며 주상(主上) 전하께 말씀 드립니다. 전하에 엎드린 신()들은 모두 영남[嶺外]의 가난하고 미천한 시골 향교[鄕學]에 이름을 욕되게 하고 있지만 덕()있는 임금이 다스리는 세상을 만나서 태평의 교화(敎化)에 목욕하며 인재를 교육하는 일[菁莪]에 고무(鼓舞)되어 교육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이 일에 여러 해를 보낸 사람들입니다. 요사이 감사(監司)의 행회(行會)에서 무인(武人)인 한영(韓榮)이 해당 기관에 진정하여 계청(啓請)한 상소를 엎드려 보니 향교의 액외생(額外生)과 향교 안에 모든 구멍이 있으니 근원을 헤아려서 장차 군()인으로 정하는 법령 안을 만들어 달라는 것인데 신등(臣等)은 또 놀라고 또 의아스럽게 생각되어 가만히 흉중에 억울함을 이기지 못하고 감히 본분을 넘어섬을 잊고서 오로지 빌며 진정하는 그 일은 비록 외람되오나 그 사정만은 슬픕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거룩하고 밝은 은총을 내리시어 맑게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신등(臣等)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평소에 영남(嶺南)은 선비들이 많다고 칭()하는 곳으로서 안동(安東)은 한 도()의 큰 고을이며, 그밖에 영천(榮川=榮州),예천(醴泉),용궁(龍宮),예안(禮安),영해(寧海),청송(靑松),영덕(盈德),봉화(奉化),의성(義城),군위(軍威),진보(眞寶),비안(比安)등의 고을들은 모두 북 경상도[上道]계열로 면적이 넓고, 인물이 많아서 비록 크고 작음은 달라도 분단장한 여인네와 도포 입은 남정네가 많아서 현악기를 타며 시가(詩歌)를 노래함이 성해서 영남(嶺南)의 최고로 불립니다. 그러나 나라의 제도[國制]상 액생(額生)의 정원(定員)이 한정되어 있어서 큰 관아는 90, 작은 관아는 50명에서 30명에 그칩니다. 그래서 비록 학문에 뜻을 둔 선비로 총명하고 빼어난 수재라도 액내생(額內生)의 숫자(額數)에 묶여서 들어갈 수가 없는 형세가 진실로 이러합니다. 매번 (액내생으로)추천되어 들어갈 때는 많은 선비들이 일제히 모여서 권점(圈點)하여 들어가기를 허락하는데, 나이 많은 사람[年長者]은 액내생(額內生)이 되고, 나이 적은 사람[年少者]은 액외생(額外生)이 되며, 액내(額內)에서의 햇수가 만 40년이면 다시 나와서 액외생(額外生)이 됩니다. 그밖에 혹시 상()을 당하여 나간 경우에는 전에 나이가 적어서 액외생(額外生)으로 밀려났던 사람이 대신해서 들어가 서로 출입함이(액내외의 구분 없이)일체(一體)였으므로 공신 귀족 집안의 후예로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선비라도 반드시 먼저 액외생(額外生)을 거쳐야 합니다. 그 과업을 살펴보면 그동안에 몸을 일으켜 벼슬길에 나아가 영예를 이루어 명성과 평판이 무성하고 뛰어났던 사람도 그 처음에는 모두들 액외교생(額外校生)이었습니다. 신등(臣等)이 엎드려 한영(韓榮)의 상소(上疏)를 자세히 보니 이르길“향교(鄕校), 서원(書院)의 모든 사람들은 부역을 피해[逃役]숨은 자들이 많아 일정한 한도가 없다.”고 했는데, 이는 역시 반드시 이를 가리키는 바입니다. 타도(他道)의 일은 신등(臣等)이 비록 감히 이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는 알 수 없지만 길에서 얻어 들은 바를 헤아려 보건대 멀리 떨어진 주()나 현()에서는 왕왕 그 학제(學制)를 잃어서 교액생(校額生)을 정밀히 가려서 뽑지를 못하여 이치에 어긋난 사례들의 옛 습관을 고치지 못하고 그냥 따라서 천한 잡배들이 섞여 들어감으로써 점점 학문을 향한(向學)뜻이 있었던 사람들을 부끄럽게 함과 아울러 이런 무리들로 인해 학교[黌堂]안에 든 사람들과도 멀리하고 있습니다(그 상소)에 있는“모두 다 그러하다.”는 이 말은 진실로 그러함이 없다는 것은 역시 한영(韓榮)이 살고 있는 읍()역시 이런 일이 있으니 그 소견을 진술한 것이고 따라서 이 말을 한 것일 겁니다. 이는 다만 본도(本道=경상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지 못함입니다. 이런 일은 백여 년 전에 있었는데, 역시 혼잡의 폐단을 겪었었습니다만 선대(先代)의 현인(賢人)이셨던 문순공(文純公)신 이황(李滉)께서 나오신 뒤로는 옛 제도의 규약을 아주 새롭게[一新]해서 엄정하게 획정(劃定)해 참으로 선비들의 재예(才藝)가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곁자리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이런 자취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교내(校內)의 삼척동자(三尺童子)까지도 각별히 정성을 다하여 지키고 있습니다. 이런 즉 (이런 경상도의 일은)거국적으로 다 알려진 바로써 신등(臣等)의 개인적인 말이 아닙니다. 선비들이 부역을 피한다는 말을 덮어씀은 그런 곳이 있음이고, 그런 사람이 있음으로부터이니 고을마다 각기 규약이 다르니 한데 섞어서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옛 사람들이 말하길 “다른 군()은 평원(平原)이 있는 데서부터, 또는 없는데서 부터”란 말이 본도(本道=경상도)의 오늘의 일을 바로 가리켜 줍니다. 세세한 일로 참으로 임금님의 생각과 판단을 번거롭게 하지는 않겠지만 마땅히 고을 수령에게 고()하여 감사[道臣]가 말씀 올려서 그 처치(處置)를 해 주기를 바라야 할 바이지만 이 일에 관해서 임금님의 재가(裁可)를 받으려고 혼자서 일을 멋대로 처리함을 무릅쓰고 끝내 도리를 못 찾아서 가슴이 답답하여 여러 번 진정했습니다만 참으로 신등(臣等)의 슬픈 나 스스로 한 쪽의 원통함을 말함이 아닙니다. 뭣 때문에 만기를 듣는 계하의 관철을 얻으려 하겠습니까? 스스로 경솔하다는 혐의도 잊고, 억지로 떠든[强聒] 죄를 무릅쓰고 천리 밖에서 봉한 편지로 궁중의 뜰에 나아가 하소연함은 참으로 얻고자함이 아닐 뿐입니다.신등(臣等)은 이에 미진한 마음을 억누르고 죽음을 무릅쓰고 청하오니 나라에서 상서(庠序:중국의 고대 지방의 학교,,이라.)와 학교를 설치하여 선비들을 기르는 정책을 편 것이 어찌 까닭이 없었겠습니까? 저들은 호적에 들어있는 하류 백성들로 가짜로 유학 전당(儒宮)에 의탁하여 신역(身役)을 면제받기를 꾀한 자들입니다. 과연 혹시 이런 자가 있다면 진실로 이런 악습을 제거하기 위해 군역(軍役)에 내려 정해야 옳고 또 애석한 바도 없겠지만 다만 이미 유적(儒籍)에 이름이 기록된 선비라면 참으로 그 명칭을 헤아려서 한량(閑良)과는 달리 부르기에 국가가 기대하는 바의 길을 이어가게 하는 데 있음이니 마땅한 조처를 얻을 것 같으면 완전(宛轉)하여 일의 되어가는 형편을 지킬 것입니다. 괜히 천하의 모범을 세우는 서울의 중요한 땅에서 잡다한데 까지 따르도록 해서 넘어섬이 두렵지만 또한 옳지 않음이 없음입니다. 지금 만약 한 무부(武夫=韓榮)의 말로 인해서 그 가부(可否)를 묻지 않고 지나간다면 먼저 헤아리고 나아갈 것은 더불어 세력 있는 백성들의 집을 끼고 관리의 선비를 고용하는 것과 한가지의 류()로 보는 구별이 없는 바이므로 저들의 비록 돌봄이 부족하여 천()하게 떠다닌다 해서 혼자 중하지 않다면 문묘(文廟)의 욕()이자 잘 다스려 지는 세상의 흠결과 누를 끼치는 것이 아닙니까? 왕실에서 진실로 한영(韓榮)의 말을 수행해서 하나의 경서로만 교육을 받는 치우친 법령집을 만들어서 시행한다면 무인(武人)이나 속된 관리들이 매년 병적(兵籍)을 베낄 때 번거롭다고 액외생(額外生)을 덜어낼 뿐 조정(朝廷)의 본 의도는 모르는 것입니다. 정해진 법률이 있는데 임의로 침몰시켰습니다. 일찍이 학교[儒宮]를 돌아보면 게으름으로 돌아간 수가 적지 않아서 교문(校門)은 초병(抄兵)들의 땅이 된 폐단으로 흐른 것이 끝이 없습니다. 장차 이를 구하지 않는다면 이는 또한 성군이 다스리는 조정의 마땅히 깊이 우려해야 할 바일 것입니다. 지금 여러 번 겪은 병란(兵亂)으로 학교가 피폐하고 느즈러지고 크고 작은 학교의 관사(官舍)가 모자라서 강의를 못하고 원근(遠近)의 도포 입은 선비들이 진흙탕에서 곤경에 빠져 거문고를 타며 시문을 읊는 소리[絃誦]가 적막하고 가르치고 인도함도 미미함에 그쳤습니다. 이는 잃어버린 유학[斯文]을 바로 일으킬 하나의 큰 기회로서 다만 성군의 인재를 기르는 곡조를 더하는 뜻이 있는 바로써 또한 유교의 세정에 어둡고 주의가 부족하여 사기(士氣)가 사라지고 저하됨 두렵습니다. 사람들이 오로지 이익만 보고 의리(義理)를 듣지 않는다면 조정에서 곁들여도 누를 수 없으니, 종전에 작성한 지극한 뜻입니다. 이는 또한 신등(臣等)의 크게 두려워 함 입니다.  그런 즉 신등(臣等)이 먼 길[百舍]을 발에 못이 박히며[重繭]임금님의 위광(威光)범함을 무릅쓰며 어찌 단지 액외인(額外人)을 위한 것이겠습니까? 전하께 엎드려 바라옵건대 유학을 숭상하는 특전을 넓히고 더하시어 특히 앞에서 거론 한 것을 중지시켜서 없애 주신다면 많은 선비들의 실망스런 마음에 위로가 될 것이며, 국가의 원기(元氣)를 북돋아 주신다면 유림의 몹시 행복이자 학교의 큰 다행이고 쓸모없는 신등(臣等)의 말이 격렬하고 절실함[激切]에 매우 마음이 두려워 갈팡질팡하여 편치 않습니다[屛營]만 삼가 어리석어서 죽을죄를 범한다는 소리를 듣겠습니다.


 

()

 

問忠孝(문충효)

 

嗚乎忠孝只是吾分內事愚雖未踐其實亦嘗講論其道就古人已行之迹究極其是非欲一正者久矣今執事以是策士是欲試孝子

오호충효지시오분내사우수미천기실역상강론기도취고인이행지적구극기시비욕일정자구의금집사이시책사시욕시효자

而求忠臣耳雖難言也其終嘿乎乃言曰善事而爲子孝盡已而爲臣忠有是哉二者之道也盖莫大乎生我之恩而入則有親莫重於

이구충신이수난언야기종묵호내언왈선사이위자효진이이위신충유시재이자지도야개막대호생아지은이입칙유친막중어

食我之義而出則有君子乎親而供事親之職臣於君而盡事君之責竭力乎內以立致身之本而匪躬於外以著克家之推忠斯大焉

식아지의이출칙유군자호친이공사친지직신어군이진사군지책갈력호내이입치신지본이비궁어외이저극가지추충사대언

孝維則矣是故國而君家而親其體本一而孝於親忠於君所致非二幷行之有道而偏廢之無理未有忠而遺其親者也未有孝而後

효유칙의시고국이군가이친기체본일이효어친충어군소치비이병행지유도이편폐지무리미유충이유기친자야미유효이후

其君者也雖然古之人或有忠可信而孝可歉者亦有孝有大而忠有歉者其行事固不能無惑必察夫心術之源以揆諸所處之地究

기군자야수연고지인혹유충가신이효가겸자역유효유대이충유겸자기행사고불능무혹필찰부심술지원이규제소처지지구

其所以止於忠止於孝然後可見其兼至而無或乎偏失矣大抵所貴乎忠孝者只在於盡人倫之常而得天理之正苟能盡所當盡而

기소이지어충지어효연후가견기겸지이무혹호편실의대저소귀호충효자지재어진인륜지상이득천리지정구능진소당진이

得所當得則爲忠者雖若不兼於孝而實未嘗不孝爲孝者雖似不合於忠而亦未爲不忠嗚乎不忠則已忠果至則不孝非其理不孝

득소당득칙위충자수약불겸어효이실미상불효위효자수사불합어충이역미위불충오호불충칙이충과지칙불효비기리불효

則已孝果盡則不忠無其義然卽人之忠而觀人之孝者所當觀其忠之至與不至卽人之孝而觀人之忠者所當觀其孝之盡與不盡

칙이효과진칙불충무기의연즉인지충이관인지효자소당관기충지지여불지즉인지효이관인지충자소당관기효지진여불진

而已噫忠也孝在其中孝也忠在其中矣曰若稽古八年四載克儉克勤禹之忠無間而身事殛鯀之舜疑於忘父之仇一日三問或喜

이이희충야효재기중효야충재기중의왈약계고팔년사재극검극근우지충무간이신사극곤지순의어망부지구일일삼문혹희

或憂文王之孝純矣而有進滅商之妖未免逢君之惡殷王元子孝著存祀而罔諫彼狡竟蕃周室則忠安在哉周之太伯忠同叩馬而

혹우문왕지효순의이유진멸상지요미면봉군지악은왕원자효저존사이망간피교경번주실칙충안재재주지태백충동고마이

毁其髮膚逃涉叛父則孝無全矣遺命不遵棄世守父難莫赴身適他邦叔齊伍員未見其孝而採薇忠魂萬古猶烈屋鄢鴻功一時

훼기발부도섭반부칙효무전의유명불준기세수부난막부신적타방숙제오원미견기효이채미충혼만고유열옥언홍공일시

稱蓋一心劉氏諫呂之王隻手江左扶晉之顚陵及太眞所謂忠也而伏劒楚營殞母是忍斷裾萱闈摻子可哀靑城易服抗節罵賊吾家

칭개일심유씨간여지왕척수강좌부진지전릉급태진소위충야이복검초영운모시인단거훤위섬자가애청성역복항절매적오가

不顧念絶歸覲侍郞之忠幾於遺也元兵壓境散財購軍勤王百戰仰事未遑承相之母何其棄耶噫忠臣之於孝孝子之於忠何若是其

불고념절귀근시랑지충기어유야원병압경산재구군근왕백전앙사미황승상지모하기기야희충신지어효효자지어충하약시기

可疑而矧如聖人猶若有未備則弟子之惑滋甚雖然致其疑而求其不可疑論其事而極其處心之微以要歸於的礭者乃學者尙論之

가의이신여성인유약유미비칙제자지혹자심수연치기의이구기불가의론기사이극기처심지미이요귀어적확자내학자상론지

道也則愚敢不反復於明執事之前乎夫四罪之公天下咸服非已所得以讐者而地平天成于有光足以盖父之愆也則其孝不可及

도야칙우감불반부어명집사지전호부사죄지공천하함복비이소득이수자이지평천성우유광족이개부지건야칙기효불가급

也美女之獻宜生自爲夫豈縲中所知而庶幾之改望可見於率叛服事之日則商人莫如王忠也憂危之甚至於出狂則微子之於紂

야미녀지헌의생자위부개류중소지이서기지개망가견어율반복사지일칙상인막여왕충야우위지심지어출광칙미자지어주

非不知諫死之爲至歸周之不可而不去無以統承奉祀有重於殞命則仁者所爲衆人固不識也歸葬之心出於愛父則太伯之逃也非

비불지간사지위지귀주지불가이불거무이통승봉사유중어운명칙인자소위중인고불식야귀장지심출어애부칙태백지도야비

不念全歸之爲是亡命之非義而不斷髮無以之荊所好有甚於所惡則至德也已仲尼豈欺我哉以天倫爲重求仁而得仁者也事吳而

불념전귀지위시망명지비의이부단발무이지형소호유심어소악칙지덕야이중니개기아재이천륜위중구인이득인자야사오이

敗楚爲父非爲他也對使者以死勖子則去楚之意固無傷也滅賊庶可以全毋則奉表之心亦可見矣主辱旣亟臣死爲正而義之所伸

패초위부비위타야대사자이사욱자칙거초지의고무상야멸적서가이전무칙봉표지심역가견의주욕기극신사위정이의지소신

恩固可屈則若水殉國之誠不暇於家片軻王業四海胡塵而財非其有家莫能保則天祥赴難之忱非薄所厚嗚呼前五人者聖人也賢

은고가굴칙약수순국지성불가어가편가왕업사해호진이재비기유가막능보칙천상부난지침비박소후오호전오인자성인야현

人也所謂忠者無非得天理之正盡人倫之常也則不孝非所疑矣所謂孝者亦無非盡人倫之常而得天理之正也則不忠又何惑乎後

인야소위충자무비득천리지정진인륜지상야칙불효비소의의소위효자역무비진인륜지상이득천리지정야칙불충우하혹호후

五人者亦可謂孝子也忠臣也雖或不能盡其常得其正而顧皆不悖於人倫似合於天理則孝者不可謂不忠者不可謂不孝也明矣愚

오인자역가위효자야충신야수혹불능진기상득기정이고개불패어인륜사합어천리칙효자불가위불충자불가위불효야명의우

前所謂觀人之孝所當觀其忠觀人之忠所當觀其孝者此也篇終又有感焉執事謂諸生曰居家盡孝爲他日忠國之地愚未知今日圍

전소위관인지효소당관기충관인지충소당관기효자차야편종우유감언집사위제생왈거가진효위타일충국지지우미지금일위

中之士果皆能孝與否而竊見變亂來草絶疾風之勁器無盤根之利忠臣之乏若是甚焉則世之有孝子愚恐其不多也夫孝者百行之

중지사과개능효여부이절견변난래초절질풍지경기무반근지리충신지핍약시심언칙세지유효자우공기불다야부효자백행지

源也孝之道衰於天下然後親君忠上之風於是乎泯泯焉苟無鷄鳴匪懈之子恪愼肅恭之孝則雖欲見過門不入之忠死節仗義之臣

원야효지도쇠어천하연후친군충상지풍어시호민민언구무계명비해지자각신숙공지효칙수욕견과문불입지충사절장의지신

其可得乎在今贊孝理於上設孝道於下以期忠臣之滿朝此正執事之效忠如何耳噫若然則不肖如愚亦當自勉於孝矣豈復難於他

기가득호재금찬효리어상설효도어하이기충신지만조차정집사지효충여하이희약연칙불초여우역당자면어효의개부난어타

日之爲忠臣也愚見如是謹對

일지위충신야우견여시근대

 

 

()

 

問忠孝(문충효) 충효의 물음에 대한 책문

 

아아! 충효(忠孝)는 단지 내사(內事)를 우리가 나눈 것으로 어리석은 내 비록 실천함은 미흡하지만 기실(其實) 강론(講論)을 통해서 도()에 대해서 고인(古人)들께서 이미 행하신 자취를 맛보았으나 궁극(窮極)적으로 그 시비(是非)를 하나로 바르게 하려고 한 것이 오래이다. 지금 집사(執事)께서 선비들에게 이 책()으로 효자(孝子)를 시험하고, 충신(忠臣)을 구하고자 할 뿐인데, 비록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중에는 묵묵부답이 되지 않던가? 이에 말하거니와 자식으로서 좋은 일이 효()이고, 신하로서 극진함이 충()에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의 도()야 말로 이보다 더 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들어가서는 나를 낳아준 은혜에 친()함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서는 나를 먹여주는 막중한 의()로 군자(君子)가 있음이 아닌가?  어버이를 공대하는 사친(事親)으로 신하의 직()에 있으면서 임금[]에게 극진히 함이 사군(事君)의 책무에 진력(盡力)해야 되지 않겠는가? 안으로는 임금에게 신명(身命)을 바침을 근본으로 세우고[致身] 내 몸을 돌보지 않아야[匪躬] 밖으로 가정을 잘 다스려[克家]짐이 드러나서 충()으로 옮아가는 것이니 이는 효()를 이은 것으로 크게 발전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나라와 군가(君家)나 친()은 그 체본(體本)이 하나로서 어버이에게 효도하고, 임금에게 충성으로 이루어지는 바로 이 둘을 병행하는 도()가 있어서 한쪽만을 버리는 이치 없음이 아니다. ()성하면서 사친(事親)을 물리친 적이 없고, ()도 하면서 그 임금을 뒤에 둔적은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인(古人)들은 간혹 충()만 믿을 수 있으면 효()는 부족해도 된다는 사람들이 있거나 또 효()도는 크게 함이 있지만 충()은 부족한 사람들이있었는데 그 행한 일이 참으로 능히 할 수 없었는지 의혹 없이 반드시 살펴야 할 것이다. 무릇 마음씨[心術]의 근원으로 모든 처지(處地)의 자리하는 바를 헤아리고 그 까닭이 충()에 그쳤는가, ()에 그쳤는가를 궁구한 뒤에라야 이를 겸했는지 지극했는지를 볼 수 있으며,치우침과 잃음의 의혹이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저 충효(忠孝)가 귀한 바는 다만 인륜(人倫)의 상도(常道)를 다함이고, 천리(天理)의 바름[]을 얻음에 있다. 진실로 극진한 바에 마땅히 극진하고, 얻을 바를 마땅히 얻는다면 충()이 된다. 비록 효()를 겸하지 않아도 실은 아닌 게 아니라 효도한 효자가 되고, 비록 흡사 충()에는 맞지 않아도 또한 불충한 것은 아닌 게 된다.아아! 불충한 즉 이미 충성한 것이고, 결과가 지극한 즉 불효라 함은 그 이치가 아니다.불효한 즉 이미 효도한 것이고, 결과가 극진한 즉 불충하다면 그 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즉 그 사람의 충()과 그 사람의 효()를 봄에는 마땅히 그 충()의 이름과 이르지 못함을 보아야 한다. 즉 사람의 효()와 충()을 봄에도 마땅히 그 효()의 지극함과 지극하지 않은 바를 볼 뿐이다. 아아! ()이란 효()가 그 가운데 있고, ()란 충()이 그 가운데 있음이다. 서경(書經)에 이르길 요()임금의 옛 도()를 상고해 보니 8년과 4년을 지극히 검소[克儉]하고, 지극히 부지런[克勤]했던 우()왕의 충()은 자신의 일로 여기며 틈이 없었고[無間] (治水 잘못한 죄로)사형을 당한 우()왕의 아버지를(우왕은)()임금을 아버지의 원수라는 의심을 잊었고, 하루 3번 물어서 혹은 기쁘고, 혹은 근심한 주()문왕(文王)의 효()는 지순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아가서 상()을 멸()할 즈음 요망한 일이 일어나고 임금의 악행 만남을 면치 못했으며, 은왕(殷王)원자(元子)의 효()도 뛰어나서 제사를 보존하고(은나라 말기에는)그들의 간교함을 간()하지 않아서 필경에는 주()왕실이 번성하게 되었으니 어찌 충()이 있었겠는가? ()의 태백(太伯)도 고마(叩馬)도 같은 충()이다. 그 머리카락을 자르고 피부를 상하게 하면서 문신을 하고 강을 건너 도망쳐 아버지에게서 달아난 것도 효()로서 유래가 전무하다. 유명(遺命)을 지키지 않으면서 신발을 버리고 여러 대를 두고 지켜 내려온[世守:장자 상속의 풍습을 이름]부친의 곤란함을 없애려고 자신은 떠나갔으며, 타향에 간 숙제(叔齊)무리들은 그 효()는 보이지 않고 고사리를 뜯어먹으며 산 만고(萬古)의 충혼(忠魂)으로 집과 고을에서 오히려 세차게 일시의 큰 공으로 대개 한 마음으로 칭송한다.(한나라 때)유씨(劉氏)가 여왕(呂王)을 간()하고, 한쪽 손으로 강 좌측을 붙든 진()의 전릉(顚陵)과 태진(太眞)은 소위 충()이다. 그리고 검()을 숨기고 초()의 진영에서 모친의 죽음에도 참고 옷자락을 잘라낸 훤당(萱堂)과 위섬자(闈摻子), 애석하게도 청성(靑城)에서 옷을 바꿔 입으며 절조(節操)를 지켜서 굽히지 않고, 도적을 꾸짖으며 자기 집은 돌아볼 생각을 않고 집으로 돌아가 어버이를 뵙기를 끊은 시랑(侍郞)의 충()은 거의 남아있다. 원병(元兵)이 국경을 침략하자 재산을 털어 근왕병(勤王兵)을 사서 백번이나 싸운 일로 추앙을 받는 미쳐 겨를을 내지 못한(송나라)승상(丞相)의 모친도 어찌 버릴 수가 있겠는가? 아아! 충신(忠臣)은 효()에서 되고, 효자(孝子)는 충()에서 되니 이와 같은데 어찌 의심할 수 있으며 하물며 성인(聖人)과 같다면야! 오히려 만약 있다 해도 미비(未備)할 것인 즉 제자(弟子)들의 의혹이 더욱 심하니 비록 그래도 그 의심을 이루면 그 일을 논해서 의심을 구할 수는 없으며 극히 그 마음 둠[心處]이 미미하게나마 틀림이 없음[的確]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고 이것이 학자(學者)로서 고인(古人)들의 언행이나 행적들을 논()하는[尙論]길일 것이다. 그런 즉 어리석은 내가 감히 밝은 집사(執事)앞이라서 반복하지는 않아도 되겠다. 무릇 사죄(四罪)의 공적으로 천하를 감복시켰을 뿐만 아니라 원수를 얻은 바로 땅이 평온하게 다스려지고[地平],저절로 이루어진[天成]것이(우왕 아버지인)()에게 영광이 있다고 해도 족한데 어찌 아버지의 죄이겠는가? 그런 즉 그 효()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미녀의 헌납에 의생(宜生)스스로 남편이 되었는데 어찌 감옥에 갇힌 중에 거의 바뀌게 될 듯한 희망을 알 수 있었겠는가? 배반하고 복종하는[叛服]날의 일을 율()에서 볼 수 있음은 상(=)나라 사람들이 왕에게 충()성한 것 같지는 않다. 근심하며 위태로워 하면서도 심지어는 미쳐서 나갔으므로 미자(微子)의 은(=)나라 주()왕에게 있어서도 모르긴 해도 죽음으로 간()했다면 끝내 주()나라로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며 가지 않았으면 계통을 이어받아 봉사(奉祀)함도 없어졌을 것이다. 운명(殞命)함에 중요함이 있다는 즉 인자(仁者)는 중인(衆人)이 하는 바를 참으로 알지 못함이다. 부친을 사랑[愛父]하는 데서 시체를 고향으로 옮겨가서 장사지내는[歸葬] 마음이 나오는 즉 태백(太伯)의 도망인데, 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상한 데 없이 온전히 보전하였다가 죽음에 이르러 이를 부모에게 돌려야 한다[全歸]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었겠지만 그러지 않고 망명(亡命)을 했으니 의()가 아니며, 머리를 자르지 않고 가시로(문신함이)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열악한데서 극심함이 있었은 즉 지덕(至德)이다. 공자[仲尼]님께서 어찌 나를 속이시겠는가? 천륜(天倫)이 중()하고, ()을 구해야 인()을 얻는다고 했지 않은가? ()나라와 패()한 초()나라의 일에서도 아비가 했지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았다. 사자(使者)로서 아들을 위해 힘쓰다가 죽음을 맞은 즉 초()나라로 간 뜻은 참으로 상함이 없고자 했을 것이다. ()을 멸()하고자 한 온전한 어머니로서 거의 옳은 즉 받들어 표시하는 마음 역시 볼 수 있다. 이미 군주가 욕을 보면 재빨리 신하는 바름을 위해서 죽는 것이 의()로운 것으로 은혜를 펴는 바이지 참으로 굴복함이 옳다면 물처럼 순국(殉國)함이 옳다. 그런 정성은 집에서도 겨를이 없어서 왕업(王業: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대업)이 쪼개져서 수레가 가기 힘들어 온 세상[四海]이 오랑캐의 먼지투성이인데 재물은 그 집에 있는 것이 아닌데 어찌 지킬 수가 있겠는가? 그런 즉 천상(天祥)이 그 후()할 바에 박()함이 아니란 것 믿었기에 달려가서 국난(國難)을 구[赴亂]한 것이다. 아아! 앞의 다섯 사람은 성인(聖人)이자 현인(賢人)이다. 소위 충()이란 천리(天理)를 얻지 않음이 없고,인륜(人倫)의 상도(常道)를 바르게 다함인 즉 불효(不孝)를 의심할 바가 아니다. 소위 효()라는 것 역시 인륜(人倫)의 상도(常道)에 극진하지 않아도 천리(天理)의 바름을 얻은 것이다. 그런 즉 불충(不忠)에 또 어찌 미혹하리오? 뒤의 다섯 사람 역시 효자(孝子). 충신(忠臣)이다 할 수 있다. 비록 혹 그 상도(常道)를 다 얻지는 못했어도 그 바름을 얻었으므로 돌아보면 모두 인륜(人倫)에는 어긋남이 아니나 흡사 천리(天理)에는 합()한 즉 효()에서 불충(不忠)을 말함이 옳지 않고,()에서 불효(不孝)를 말함도 옳지 않음이 분명하다 하겠다. 어리석은 내가 앞에서 이야기한 그 사람의 효()를 봄에는 마땅히 그 충()을 보아야 하고, 그 사람의 충()을 봄에는 당연히 그 효()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 한 편()을 끝마침에 또 유감(有感)이 있다. 집사(執事)께서 모든 생도[諸生]들에게 말하길 “집에 있을 때 효()를 극진히 하는 것이 훗날 나라를 위해 충()하는 바탕이 된다.”고 했는데 어리석은 저는 오늘날 둘러 있는 선비들 중 과연 모두 효()에 능한지 그 여부를 알 수 없고, 가만히 보니 변란(變亂)이 오면 질풍(疾風)에 풀이 잘려 나가고 굳센 그릇이라도 기반이 없어진다. 날카로운 충신(忠臣)됨이 없을까 한()이 된다. 이와 같음이 세상에는 심한 즉 어리석은 제가 두려워함은 효자(孝子)는 있어도 그 많지 않음이다. 무릇 효()는 백행(百行)의 근원(根源)이라고 했는데, 효도하는 길이 천하에서 쇠퇴한 뒤에 어버이를 친애하고 위로는 임금에게 충성하는 기풍이 있을 수 있겠는가? 민민(泯泯)하여 참으로 닭울음소리가 없을 것이다. 게으른 자식이라서 공경하고 삼가며[恪愼] 삼가 공경하는[肅恭]()가 아니라면 비록 아는 사람이라 보고 싶어도 문전을 지나면서 들르지 않을[過門不入] 것이며, ()으로 목숨을 바쳐 절개를 지키며 정의로써 일을 행한[仗義] 신하를 얻을 수 있겠는가? 지금에 있어서 효()의 이치를 위에 두고, ()의 길을 아래에 두어 기림은 조정에 충신(忠臣)이 가득함을 기약한 것이니 이게 바로 집사(執事)의 충()의 효과가 이와 같지 않겠는가? 아아! 만약 이와 같이 된다면 어리석은 나와 같은 불초(不肖)도 마땅히 효()에 스스로 힘쓸 것[自勉]인데 어찌 훗날의 충신(忠臣)이 다시 되기 어려울 것인가? 저의 어리석은 견해가 이와 같으니 이에 삼가 대답합니다.

 

 

 

 


이전글 ...
다음글 ...